12‧3 비상계엄 관련 의혹을 수사해 온 조은석 내란 특별검사팀이 최종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해당 수사 결과에는 윤석열 전 대통령이 2023년 10월 이전부터 비상계엄 선포를 준비해 왔다는 결론이 담겼다.

15일 특검팀은 서울 서초구 서울고검에서 이같은 내용을 담고 있는 ‘윤석열 전 대통령 등에 의한 내란·외환 행위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준비 시기를 2023년 10월 이전으로 특정했다. 이같은 판단 시점은 검찰이 올해 1월 윤 전 대통령을 내란 수괴 혐의로 기소하면서 윤 전 대통령이 지난해 3월 말~4월 초 쯤 비상계엄을 준비했다고 한 공소사실보다 더 앞선 것이다.

당시 윤 전 대통령은 비상계엄 선포 당시 대국민 담화문 동영상을 통해 2024년 4월 총선 이후 국회의 줄 탄핵, 입법 독재, 예산 삭감 등을 계엄 선포의 이유로 든 바 있다.

하지만 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이 취임 초기부터 ‘비상 대권’을 염두에 두고 여러 차례 주변에 이를 언급했으며, 2023년부터 비상계엄 선포를 위한 초석 작업에 들어갔다고 판단했다.

실제로 윤 전 대통령은 2022년 11월 25일 국민의힘 지도부와의 만찬 자리에서 “나에게 비상대권이 있다. 내가 총살을 당하는 한이 있어도 다 싹 쓸어버리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 등이 이듬해 10월 군 인사를 앞두고 비상계엄 시기를 전‧후 언제 할 것인지를 검토한 정황도 포착했다. 특검팀은 이때부터 비상계엄 준비가 본격화됐다고 판단했다.

이후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 박안수 전 육군참모총장 등 계엄 핵심 인물들이 주요 보직에 배치됐다. 이는 ‘계엄 설계자’로 지목된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의 수첩 내용과도 일치했다.

특검팀은 비상계엄의 목적으로는 입법‧사법‧행정 권력을 동시에 장악하는 독재 체제 구축을 시도했다고 결론내렸다. 군을 동원해 사법권을 통제하고 비상 입법기구를 구성해 국회를 무력화함으로써 헌정 질서를 전면적으로 흔들려 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한 근거로는 최상목 당시 기획재정부 장관에 전달한 ‘국회 자금 차단 및 비상 입법기구 예산 편성’ 지시문건, 이상민 당시 행정안전부 장관 등에게 건넨 ‘언론사 단전·단수·민주당사 봉쇄’ 문건, 여 전 사령관 메모에 담긴 ‘정치인 체포 명단’, 노 전 사령관의 수첩 기재된 ‘차기 대선에 대비 모든 좌파 세력 붕괴’ 글 등을 들었다.

또한 특검은 윤 전 대통령이 계엄 선포의 명분을 확보하기 위해 북한의 군사적 대응을 유도하는 시나리오까지 검토했다고 밝혔다. 여 전 사령관의 휴대전화에서 ‘전시 또는 경찰력으로 감당 불가능한 상황이 필요하다’ ‘군사적 긴장을 명문화하고 공세적 조치를 통해 적의 요건을 조성해야 한다’ 등의 내용을 담은 메모가 발견됐다는 것이 이를 뒷받침하는 증거로 제시됐다.

실제로 군은 평양 지역에 전단통을 부착한 무인기를 투입하는 작전을 감행했으나 북한이 실질적인 군사 대응에 나서지 않으면서 계획은 무산됐다고 특검은 설명했다.

특검은 윤 전 대통령이 지난해 4월 총선 결과를 ‘반국가세력에 의한 부정선거’로 조작하고, 이를 국회 기능 정지의 명분으로 삼고자 선거관리위원회 점거를 벌인 것으로 결론 내리기도 했다.

노 전 사령관은 앞서 정보사 요원 30여 명에게 비상계엄 선포 시 부정선거와 관련된 선관위 직원들을 체포·감금하는 임무를 부여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후 문상호 당시 정보사령관은 계엄 선관위에 출동한 부하가 보낸 조직도를 보고 체포·감금할 직원 30여 명을 최종적으로 정했고 휘하 대령이 요원들에게 명단을 불러주며 수방사 벙커로 이송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조사됐다.

해당 현장에는 송곳과 안대, 케이블타이, 야구방망이, 망치 등도 사전에 준비되어 있던 것으로 드러났다. 다만 예상보다 빨리 계엄이 해제되어 직원 체포가 이뤄지지는 않았다.

글=고기정 월간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