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법학·안보·수사 전문가들이 한자리에 모여 최근 발의된 국가보안법 폐지안을 두고 일제히 경고의 목소리를 냈다. 이날 오후 2시 국회의원회관 제8간담회의실에서 모인 이들은 ‘국가보안법 폐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 토론회에서 “국가안보의 마지막 안전핀을 스스로 뽑는 시도”라고 지적했다. 국가보안법 폐지는 자유를 확장하는 개혁이 아니라 국가 방어력의 해체이며 그 공백의 피해는 결국 국민에게 돌아간다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토론회는 국민의힘 정책위원회와 이성권·서천호 의원이 공동 주최했다. 김도읍 정책위의장은 개회사를 통해 국가보안법을 “자유민주주의 체제의 핵심 축”이라고 규정하며 북한의 지속적 위협 속에서 국가보안법 폐지는 “방패를 내려놓는 것”이라고 했다. 이성권 의원은 안보는 진영 싸움이 아니라 “국가 존립의 문제”라고 강조했고 서천호 의원도 최근 간첩단 사건을 언급하며 “표현의 자유를 명분으로 한 위험한 주장”이라고 말했다.

이인호 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를 좌장으로, 첫 발제는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가 맡았다. 장 교수는 폐지안이 우선 헌법적·현실적 기반을 모두 흔든다고 지적했다. 그는 폐지론이 ‘과거의 오남용’만 강조할 뿐 북한 공작, 이적단체 활동, 사이버전 등 현재의 위협을 외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특히 국가보안법이 다루는 이적단체 조직·선전·편의 제공 등은 형법에 없는 영역이라며 폐지 시 “국가가 체제 전복 시도에 대응할 법적 틀이 사라진다”고 했다. 또한 간첩 사건의 은밀성·분절성·암호화 특성상 형법만으로는 입증이 불가능하다며 국가보안법의 예방·차단 기능은 대체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토론에 나선 남성욱 고려대 통일외교학부 교수는 “간첩 말고는 누구도 불편하지 않은 법을 없애겠다는 것은 대한민국을 간첩 천국으로 만들겠다는 것”이라면서 폐지론을 두고 “북한의 대남 공작 변화와 현실을 무시한 주장”이라고 했다. 그는 온라인 침투, 여론조작, 조직 위장침투 등 북한의 공작 방식이 더욱 정교해졌다고 설명하며 최근 적발된 간첩 사건 대부분이 국가보안법에 근거해 수사된 사실을 지적했다. 이어 “국가보안법이 없어지면 이득을 보는 건 국민이 아니라 북한”이라고 말했다.

유동열 자유민주연구원장은 국가보안법은 일반 형사범죄와 다른 ‘체제 부정 행위’를 다루는 특별형법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간첩 활동이 암호화·해외 지령 등으로 이뤄지는 만큼 형법 증명법칙으로는 접근이 어렵고, 국가보안법이 폐지되면 이적단체 규율, 지령·보고 처벌, 사이버 공작 대응 등에서 법적 공백이 생긴다고 경고했다.

박주현 전 경찰수사연구원 안보수사학과장은 국가보안법 폐지는 “이념 논쟁이 아니라 수사 가능성의 문제”라고 했다. 그는 국가보안법이 없으면 지령·보고·편의 제공을 처벌할 규정 자체가 없어 간첩 사건은 “수사 시작 단계부터 불가능해진다”고 설명했다. 표현의 자유 침해 논란에 대해서도 “국가보안법은 일반 시민이 아니라 체제 전복을 위한 조직적 활동만을 다룬다”고 말했다.

최기식 변호사(전 대구지검 차장검사)는 민주당 폐지안이 헌법 판례와 충돌하며 국가정체성 보호 장치를 무너뜨린다고 지적했다. 그는 형법에는 이적단체, 지령·보고, 선전·선동 구성요건이 없어 “형법으로 충분하다”는 폐지론의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고 했다. 폐지 시 간첩·이적단체 처벌이 사실상 중단되고, 공작조직과 선전 활동의 회색지대가 커질 것이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