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9년 12월 9일 WHO(세계보건기구, 공식 발표 1980년)가 천연두 박멸을 선언한 지 오늘로 46년이 됐다. 천연두는 인류가 백신과 공중보건 조치로 완전히 퇴치한 첫 사례다.

천연두는 두창바이러스(Variola virus) 감염으로 발생하는 급성 전염병이다. 대두창바이러스(Variola major)와 소두창바이러스(Variola minor) 두 종류가 있다. 대두창은 치사율이 30%였고 소두창은 이보다 덜 했다.

감염자는 고열, 두통, 요통과 함께 얼굴과 사지에 수포성 발진이 나타났다. 발진은 수포에서 농포로 변했고, 딱지가 떨어진 자리에 깊은 흉터가 남았다. 생존자 중 65~85%는 곰보가 됐다.

천연두는 기원전 1만 년경부터 인류를 괴롭혔다. 이집트 파라오 람세스 5세 미라에서 발견된 농포성 발진이 가장 오래된 물증으로 꼽힌다.

유럽에서만 18세기 이전까지 매년 40만명이 사망했다. 감염자 중 20~60%가 사망했고 아동 감염자는 80%가 사망했다. 20세기에만 전 세계에서 3억~5억 명이 사망했다고 추산한다.

매독과 구분하기 위해 Smallpox

천연두를 뜻하는 ‘smallpox’는 15세기 영국에서 매독(great pox)과 구분하기 위해 만든 용어다. 매독보다 농포 크기가 작고 병세가 덜하다는 의미였다.

한국에서는 두창(痘瘡)이라고 했다. 두(痘)는 부스럼 크기가 콩(豆)만하다는 뜻이다. 조선시대에는 마마(媽媽)라고도 불렀다.

1796년 영국 의사 에드워드 제너(Edward Jenner)가 우두(牛痘) 백신을 개발했다. 제너는 소의 젖을 짜는 소녀들이 천연두에 감염되지 않는다는 점에 주목했다. 

5월 14일 제너는 8세 소년 제임스 핍스에게 우두 고름을 접종했다. 7월 1일 재접종으로 면역이 생겼음을 확인했다. 백신(vaccine)은 소를 뜻하는 라틴어 ‘vacca’에서 유래했다.

백신 접종은 접종자의 95%를 천연두 감염으로부터 보호했다. 백신은 3~5년간 높은 면역력을 제공했고, 이후 점차 감소했다.

WHO는 1967년 천연두 퇴치 캠페인을 시작했다. 당시 한 해 동안 1500만명이 감염됐고 200만명이 사망했다. 

1977년 10월 26일 소말리아에서 마지막 자연 감염 사례가 보고됐다. WHO는 2년간 추가 감염 사례가 없음을 확인한 후 1979년 12월 9일 천연두 박멸을 공식 선언했다.

1980년 WHO는 천연두가 지구상에서 사라졌다고 발표했다. 미국은 1972년, 한국을 포함한 대부분 국가는 1970~80년대 정기 백신 접종을 중단했다.

한국은 6·25전쟁 당시인 1951년 4만명이 감염돼 1만1530명이 사망했다. 1954년부터 환자가 급감했다. 1960년 환자 3명이 발생한 후 한국에서 천연두는 완전히 사라졌다.

1910년부터 1960년까지 국내 천연두 환자는 총 15만 2314명(연평균 약 3000명)이 발생했다. 1961년 이후 환자 사례는 없다.

미·러, 천연두 바이러스 보관

1977년 이후 자연 감염 사례는 없다. 천연두 바이러스는 미국과 러시아 두 곳의 고도 보안 실험실에만 보관돼 있다. 

일부 전문가는 생물 테러 가능성을 우려한다. 정기 접종 중단 이후 40년 이상 지나 대부분 인구가 면역을 갖지 못한 상태다. 현재 백신 접종은 바이러스 노출 위험이 있는 연구실 인력에게만 권고된다.

천연두는 인류가 완전히 박멸한 전염병 중 하나다. 다른 하나는 인수공통병인 2001년 박멸된 우역(牛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