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25일 영국 BBC 홈페이지에 보도한 한미 정상회담 모습이다. BBC는 생방송으로 양국 정상의 회담 내용을 소개했다. 사진=BBC 캡처.
25일(현지시간) 열린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한미정상회담의 통역을 두고 말들이 많다. 이 대통령 옆에서 통역을 맡은 외무 공무원의 실력이 듣기에 따라 매끄럽지 않거나 부족하다는 지적이 많다. 특히 한국어의 영어 번역을 두고 이런 저런 말들이 나오고 있다.
여러 차례 국내외 국빈 방문 시 통역을 맡았던 전직 베테랑 통역사는 “문법이야 몇 개 틀린다고 쳐도 이분(외무 공무원)이 이 대통령의 통역을 혼자서 맡아서인지 너무 피곤했던지 말을 많이 자르고, 그리고 집중을 안 한 게 보였다”고 지적했다.
이 베테랑 통역사는 특히 “대화의 주어가 미국인지 북한인지 정신 차리고 들어야 하는데 집중을 많이 못한 것 같다. 집중력과 정확도가 통역사에 기본 자질”이라고 강조했다. 여기다 “음, 어… 예” 등이 너무 많이 들어가 문장이 끊겨서 유창함이 부족하다는 인상을 주기에 충분했다. 또한 "and"를 문장 사이에 지나치게 많이 사용한 점도 세련된 표헌이 아니라고 한다.
공식석상에서 외교적이지 않은 표현
예를 들어 이재명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이 펜이 트럼프 대통령의 아주 어려운 싸인에 유용하게 쓰일 것이다”를 통역하면서 ‘아주 어려운’을 ‘complicated’라고 표현했는데 이는 ‘아주 복잡하고 정돈되지 않은’이라는 부정적인 뉘앙스를 풍겼다는 것이다.
공식석상에서 사용하는 외교적인 표현과는 거리가 멀다. 대신 elaborate(정교한), stylish(스타일리시한), distinctive(독창적인), ornate(장식이 화려한) 등 충분히 외교적인 표현으로 대체 가능했다는 것이 베테랑 통역사의 의견이다. “전반적으로 문자 그대로 통역하기에 급해서 쫓기는 듯하고 외교적이지 않은 표현을 했다”고 말했다.
“통역사는 섬세한 마음의 흐름까지 표현해 내야해요. 한마디 말로 사람을 녹일 수 있고, 협상을 끌어낼 수도 있듯이. 그 모든 것이 외국어로 정확히 전달이 되어야 가능합니다. 정확히 못한다면 그 근처라도 가야해요. 단어 선택이 통역에서 아주 중요합니다.
이런 중요한 이재명 대통령의 첫 정상회담자리에서 이렇게 뭉툭하게 직설적으로 섬세함이 없는 표현을 하는 것은 외교적으로 결례가 됩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25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DC 백악관에서 방명록을 작성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 공동취재
내용 누락
그는 또 “이 세상에 완벽한 것은 없지만 용서가 안 되는 것은 일부 내용을 누락시킨 것”이라고 했다.
이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백악관 집무실(the Oval Office)를 새로 꾸미고 있다는데, 정말로 밝고 황금색으로 빛나는 게 보기 좋다”고 말했다. 그런데 통역은 “I heard that you recently redecorated the Oval Office and I'd like to say that it looks bright and beautiful”이라고 했다. 번역하자면 ‘최근 집무실을 새롭게 장식을 했다고 들었다. 밝고 아름답게 보인다고 말씀드리고 싶다’이다. 이 대통령이 언급한 ‘황금색’ 이야기가 완전 빠져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 내부를 황금빛으로 리모델링했는데 이는 ‘황금시대를 위한 황금빛 집무실’ 분위기를 연출하기 위해서였다.
이 베테랑 통역사는 “이 대통령이 전달하고 싶은, 황금빛으로 리모델링한 사실을 강조해야하는데 단순히 밝고 아름답다라고만 표현하면 정말 밋밋하고, 황금빛은커녕 암흑 같은 표현으로 들린다”고 날카롭게 지적했다.
또한, 이 대통령이 “친위 쿠데타로 인한 혼란이 극복된지 얼마 안 된 상태이고, 내란 상황에 대한 국회가 임명하는 특검에 의해서 사실 조사가 진행 중”이라고 말했는데, 여기서 특검은 한 명의 검사가 아니라 여러 검사로 이루어진 특검팀을 의미하는 복수형이다. 그러나 a special prosecutor 라고 단수형으로 통역했다.
특검을 단일 검사로 표현하기보다 a panel of prosecutors 또는 prosecutorial task force라고 하는 것이 적절하다. 이렇게 해야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조사가 한 개인의 차원이 아니라, 대규모 팀이 조직되어 진행되는 중대한 사안임을 부각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이 대답을 들은 트럼프 대통령은 혹시 그 특검이 “정신 이상자(deranged) 잭 스미스 아니냐”, “미국에서 데려간 것 아니냐”라는 농담으로 대응했는데, 이날 트럼프가 언급한 잭 스미스는 바이든 정부에서 ’2020년 대선 결과 뒤집기 시도' 및 ‘백악관 기밀문서 불법 유출 사건’ 등을 조사해 2023년 트럼프를 기소했던 인물이다. 자신의 경우처럼 한국의 경우도 단 한 명의 특검이라고 트럼프 대통령이 축소해 이해해서 이런 농담을 던진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통역사가 ‘내란 상황’ 이라는 표현도 누락을 했다는 점도 중요한 관찰사항이라고 지적했다.
또 미국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 연구소(Center for Strategic & International Studies)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기관의 사회자가 “I think that’s entirely right, Mr. President. I also think it’s very important to emphasize deterrence and for Korea to trust America with its pledge of extended deterrence, because that becomes a foundation for this”라고 길게 말했으나 외무 공무원 통역사는 “대통령님 말씀에 전적으로 공감합니다. 확장 억제의 중요성을 강조하고자 합니다”고 간단하게 말했다. 생략된 표현을 살리면 이렇다.
<저는 그것이 전적으로 옳다고 생각합니다, 대통령님. 또한 억제를 강조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하며, 한국이 미국의 확장 억제 약속을 신뢰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것은 이 문제의 기반이 되기 때문입니다.>
오역
또 이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과의 대화가 진지하게 협력적으로 이루어졌다”라고 했으나 통역사는 그냥 “우리는 좋은 대화를 나누었다(We had very good conversations)”라고만 전해서 대화가 어떤 방식으로 진행되었는지에 대해 시각화해주는 섬세한 표현을 담지 못했다.
이 대통령이 “우리가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더 많은 것들에 대해서 대화했다”라고 했으나 “내가 기대했던 것보다~”라며 이 대통령의 관점에서만 말했다는 점도 귀에 거슬렸다고 한다.
이와 함께 이 대통령이 “미국의 정책이 중국을 견제하는 방향으로 갔다”고 했으나 통역은 “The competition has become fierce(경쟁이 너무나 심해졌다)”라고 잘못 전달했다. 이 두 문장은 전혀 다른 뜻이고 왜 갑자기 '견제'가 '경쟁'이 되었는지 알 수가 없다고 말한다.
이 대통령이 “한국도 과거와 같은 태도를 취할 수는 없는 상태가 되었다”라고 말했으나 통역은 “It's no longer possible to maintain that kind of logic(더 이상 이런 논리를 유지하는 것은 가능하지 않다.)”라고 해서 한국이라는 주어가 빠져 어느 나라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지 불분명하게 보였다.
전직 베테랑 통역사의 고언이다.
“물론 현장에서 긴장할 수도 있고 완벽하지 않을 수 있어요. 하지만 그 실수를 최대한 줄이는 것이 중요하고 그렇지만 이렇게 대규모 국제적인 정상회담에서는 리허설하러 가는 것이 아니라 실전이잖아요. 그래서 심각한 일이에요.
국제적인 규모의 회담에서 통역사는 국격을 빛나게 하는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므로 이재명 대통령께서 다음 순방 때에는 신중하게 결정을 하셔야 할 것 같아요. 배우가 연기를 못하면 누가 책임을 져야 하나요? 연출 감독이 배우를 고용을 했기에 모든 책임은 감독이 져야 됩니다. 이 분은 영어를 우리말로 옮기는 통역은 할 수도 있겠지만, 우리말을 영어로 자연스럽게 순발력을 발휘해서 하는 능력을 많이 항상시켜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이 분이 국제 정세와 관련된 영어 어휘를 폭넓게 습득하고 있으며, 외교부 행정관으로서 본연의 업무를 수행하면서도 영어 실력을 꾸준히 연마해 온 점은 높이 평가하고 싶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