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에서 사상 첫 국회의원 소환투표가 독립 성향 집권 여당인 민주진보당(DPP·이하 민진당)과 시민사회단체 주도로 오는 27일 진행된다.

이번 소환 투표는 지난해 1월 대선에서 승리한 민진당이 정작 입법원 과반 확보에 실패하며 촉발됐다. 국민당과 동맹 세력으로 분류되는 대만민중당(TPP·이하 민중당)은 라이칭더 행정부의 국방 예산을 포함한 핵심 법안을 줄줄이 저지해 왔다. 

이에 민진당과 시민단체는 국민당 의원 지역구를 중심으로 국회의원 소환 투표 '동의 서명'을 받아냈고 그 결과 24개 지역에서 소환 투표가 확정된 상태다.

현행 대만법상 국회의원 소환투표를 '추진'하기 위해서는 각 지역구 유권자의 10% 이상 서명이 필요하다. 또 소환투표가 '성립'되기 위해서는 해당 지역 유권자 40%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다. 소환투표가 통과될 경우 6개월 이내 보궐선거가 치러진다. 현재 입법원 의석 분포는 국민당과 민중당 연합이 62석으로 과반을 점유하고 있고 민진당은 51석이다. 

이번 민진당 주도의 국회의원 소환투표를 두고 국민당도 즉각 반격에 나섰다. 

타이베이 시장, 입법원장, 국민당 당대표 등 국민당 소속 간판급 인사들이 총출동해 "민진당의 권력 장악 시도이자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일"이라며 민진당 반대 운동을 펼치고 있다. 다가오는 26일 타이베이 도심에서는 ‘민진당 권력 장악 반대 집회’도 예정돼 있다. 국민당은 일부 지역에서 소환투표가 통과되더라도 보궐선거에서 재탈환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보고 총력 대응에 나서는 중이다.

이번 투표의 핵심 쟁점은 ‘중국’ 문제다. 

국민당 소속 일부 의원들은 중국 본토를 방문해 정치인을 만나고 관광 일정을 소화한 사실이 드러나며 여론의 비판을 받고 있다. 반면 국민당은 "민진당 정부와는 대화조차 거부하는 중국과의 소통 창구를 유지하기 위한 것"이라 주장했지만 시민단체 일부에서는 "국민당이 중국에 줄을 대는 것"이라며 국민당의 입장을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중국 정부와 관영 매체들도 이번 투표를 예의 주시하고 있다. 

중국 관영 매체인 CCTV는 "대만의 통일은 피할 수 없는 운명이며 이번 (소환투표) 움직임은 허무한 저항에 불과하다"고 비난했다. 중국은 무력 침공 가능성까지 배제하지 않으며 대만에 대한 압박을 강화하고 있다.

글=백재호 월간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