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故 오요안나 인스타그램
MBC 기상캐스터 고(故) 오요안나가 직장 내 괴롭힘을 당했다는 의혹이 퍼지고 있는 가운데, 고인을 가해했다는 의혹을 받는 기상캐스터 동료들의 메신저 대화 내용이 공개돼 충격을 주고 있다.
지난 31일 JTBC '사건반장‘은 고인의 유족 측이 “(고인이) 생전 직장에서의 어려움으로 인한 고통을 호소했다”고 밝힌 내용을 보도했다. 유족 측에 따르면, 오요안나는 사망 전에도 두 차례 죽음을 기도했다.
유족 측은 “9월 6일 오후 2시쯤 전화가 왔다. (고인이) 가양대교에서 뛰어내리려고 하는 걸 지나가는 할머니가 제지하여 신고를 하고, 경찰이 즉시 출동했다”며 “‘왜 죽으려고 했냐’고 물으니 ‘직장이 힘들다. 등뼈가 부러져 나올 것 같이 아프고 창자가 다 끊어질 것처럼 힘들어서 차라리 편안해지고 싶다’고 하더라”라고 말했다.
이어 가족들이 오요안나 씨에게 6개월 입원을 권유했지만, 고인은 “방송을 해야 한다”며 “광고도 계약해 놓았기 때문에 촬영을 해야 한다. 홧김에 그런 것”이라며 가족들을 안심시켰다고 한다.
유족들은 동료 기상캐스터들이 단체 대화방에서 고인을 모욕한 내용도 공개했다. 해당 단톡방에는 기상캐스터들과 스태프들이 함께 자리하고 있었으며, 오요안나가 단톡방에서 나간 뒤 모욕이 시작되었다는 게 유족 측 주장이다.
대화방에서는 고인에 대한 인신공격성 대화가 이어졌다. 한 기상캐스터는 고인을 가리켜 “완전 미친X이다” “몸에서 냄새가 난다” “연진이(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더글로리’ 속 가해자 캐릭터)는 방송이라도 잘 했는데, 피해자 코스프레 겁나 해, 우리가 피해자” 와 같은 험담을 했다.
유족은 또 "자기들끼리 만든 단톡방이 있는데, 여기에서는 '싸가지 없는 X들 옷 조심해서 입으라고 했는데도 안 듣는다, 걔들은 후배 취급하지 말자' '아침 방송 와서 술 냄새나고 씻지도 않고 와서' 등의 내용이 있다"라며 "(오요안나가) '유퀴즈 온 더 블록'에 출연하고 난 뒤 도화선이 돼 모두의 질시를 받는 대상으로 바뀌었다"고 주장했다.
한편 오요안나는 2021년 프리랜서 기상캐스터로 MBC에 입사한 뒤 지난 9월 세상을 떠났다. 이 사실은 지난해 12월 뒤늦게 알려졌다. 이후 지난 27일 유서가 공개되며 고인에 대한 직장 내 괴롭힘 의혹이 일었다. 유족 측은 지난달 23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고인의 동료 직원을 상대로 이에 따른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다.
MBC는 지난달 28일 “고인이 프리랜서로 일하면서 담당 부서나 관리 책임자들에게 고충을 알린 적이 전혀 없었다”며 “정확한 사실도 알지 못한 채 마치 무슨 기회라도 잡은 듯 이 문제를 MBC 흔들기 차원에서 접근하는 세력들의 준동에 우려를 표한다”고 입장을 밝혔다가 비판 받았다. 결국 지난달 31일 오요안나 사망 4개월 만에 진상조사위원회를 구성했다.
글=고기정 월간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