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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요지경

北 내부 부패 이 정도였나?

北, 뇌물로 5만 달러면 사형수도 무죄

글 : 정광성  월간조선 기자  jgws89@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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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골적으로 ‘뇌물’ 요구하는 北 보위부
⊙ 김정은 호위부대 가려면 돈 필요해
⊙ 北, 입시도 돈이면 돼… 교수도 뇌물 받고 좋은 성적 준다
⊙ 북한 노동당 당원증 돈 주고 사는 사람 늘어
북한에서는 죄를 지어 보위부나 안전부에 구금되어도 뇌물을 통해 형량을 낮추기도 하고 석방시킬 수도 있다. 그림=휴먼라이츠 홈페이지 캡처
  지난 1월 31일(현지 시각) 국제투명성기구(Transparency International)가 발표한 2022년 국가청렴도 순위에서 북한이 180개국 중 171위를 기록했다. 국가청렴도는 국제투명성기구가 1995년부터 매년 국가별 공공·정치 부문에 존재하는 부패 수준을 평가하는 대표적인 국제 반부패 지표다.
 
  북한은 100점 만점에 17점으로 아시아·태평양 지역 31개국 중 가장 낮은 점수를 받았다. 놀라운 일은 아니다. 북한은 2011년부터 계속 국가청렴도 최하위권에 머물고 있다. 2016년까지는 5년 연속 8점을 기록하며 ‘세계 최악의 부패 국가’로 지목되기도 했다.
 
  북한에 이러한 순위는 무의미하다. 사실상 북한은 1990년대 말 흔히 말하는 ‘고난의 행군’, 즉 경제난을 시작으로 부정부패는 그들의 생명줄이 되어버렸기 때문이다.
 
 
  北 선물, ‘고마움’의 표시에서 ‘당연한 것’으로
 
  북한의 부정부패는 식량난을 겪으면서 더욱 노골적으로 변해갔다. 선물(뇌물)이라는 단순한 고마움의 표시가 식량난 이후 사회적 관행으로 작동했다. 주민들 의식 속에 선물과 청탁은 통과의례나 대가 등으로 자리 잡았다. 선물의 종류도 달라졌다. 과거에는 고마움의 표시나 문제해결을 위한 대가로 주로 술이나 담배 또는 쌀, 식료품을 주었다. 하지만 2000년대 중반부터 돈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북한 화폐로도 주지만 대개는 달러나 위안을 요구한다.
 
  특히 ‘고난의 행군’ 이전에는 선물을 받는 것에 대해 굉장히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면, 경제난 이후에는 선물을 받지 못하는 게 되려 무능한 것으로 작용한다는 것이 다수 탈북민의 전언이다.
 

  익명을 요구한 고위 탈북민 김정선(가명)씨는 “과거에는 선물을 받는다는 것은 나의 양심을 팔아먹는 것과 마찬가지로 생각했었다. 그러나 경제난 이후 당 간부나 권력을 가진 사람들은 대부분 선물로 가정을 꾸려 나간다”고 말했다.
 
  2016년에 탈북한 김예정(가명)씨는 “고난의 행군 이전에는 흔히 선물이 고급 술과 담배였다. 2000년대 들어서면서 돈이 대신했다”고 말했다. 그는 “그렇다고 고급 술이나 담배를 받지 않는 것도 아니다. 선물로 받은 술과 담배를 장마당(시장)을 통해 되팔아 현금으로 만든다”고 덧붙였다.
 
  평양에서 선물로 인기 있는 담배는 미국산 ‘말보로(Marlboro)’와 일본산 ‘세븐스타(Seven Stars)’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밖에 북한에서 최고급 담배로 불리는 ‘CRAVEN’, 일명 ‘고양이’가 인기다. CRAVEN은 영국의 담배회사가 투자해 북한에서 생산하는 담배다. 술 같은 경우 과거에는 북한에서 생산되는 ‘산삼주’ ‘들쭉술’ ‘평양 술’ 등이 선물로 사용됐다. 하지만 최근 들어서는 프랑스산 코냑이나 중국의 고급 고량주를 원한다고 한다.
 
 
  北, 중국 돈 3만 위안이면 정치범도 무죄
 
북한은 뇌물로 모든 것이 해결되는 사회로 변해가고 있다. 그림=조선DB
  북한 주민들 사이에서 자신의 직위나 권력을 이용해 선물을 요구하는 부패한 간부들을 조롱하는 말이 있다. “당 간부는 ‘당당하게’ 선물을 받고, 보위지도원은 ‘보이지 않게’ 받고, 안전원은 ‘안전하게’ 받는다.” 주민들은 자신들의 신세를 한탄하며 ‘돈도 없고, 배경도 없는 사람만 죄인이 된다’고 생각한다.
 
  가장 공명정대해야 할 수사기관 간부들의 부정부패는 중앙 통제의 고삐가 조금만 느슨해지면 더욱 교묘하게 주민들을 약탈한다. 엄중한 죄를 지어도 수사기관 간부에게 선물을 얼마나 주는가에 따라 형량을 줄일 수도 있고 아예 처벌을 피할 수도 있다. 북한에서 수사기관이라고 하면 국가보위성과 사회안전성이 대표적이다.
 
  북한 국가보위성과 사회안전성은 일선에서 주민들의 안전과 재산을 보호해야 할 의무를 가진 사람들이다. 하지만 이들이 일선에서 주민들을 가장 악랄하게 착취하고 있다. 북한 주민 사이에서 보위지도원이나 안전원들을 향해 ‘오빠시(북한 영화에서 나오는 가장 악랄한 일본 경찰)’보다 더한 놈들이라 내뱉는 것은 일상이 된 지 오래다.
 
  북한 주민들은 계속되는 경제적 어려움으로 인해 생활난이 가중되자 불법적으로라도 돈을 벌어 먹고살기 위해 투쟁에 나섰다. 보위지도원과 안전원들은 주민들의 이러한 약점을 이용해 선물로 자기 주머니를 채우느라 혈안이 되어 있다. 얼마만큼의 선물을 바치는지에 따라 형량을 늘리기도 하고 줄이기도 한다. 북한 내부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 혜산 지역의 한 주민이 2년 노동교화형을 살고 출소했는데, 나온 첫날부터 자기를 감시하는 보위지도원을 찾아가 감시를 풀어달라며 400달러를 바쳤다”고 한다.
 
  몇 년 전 김예정씨의 친척 중 한 명이 중국인과 밀거래를 하다 보위부에 잡힌 적이 있었다. 중국인과의 밀거래를 철저히 단속하라는 김정은의 지시가 내려온 지 얼마 지나지 않아서다.
 
  당시 상황을 김씨는 이렇게 회고했다. “보위부에서 삼촌을 시범적으로 정치범 수용소에 보내려고 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 지인은 그 얘기와 함께 돈만 있으면 삼촌을 정치범 수용소에 보내지 않을 수 있다고 하더라. 내가 중국 돈 3만 위안(한화 575만원 상당)을 마련해 줬는데 바로 풀려났다.”
 
  내부 소식통은 “지금 정치범 수용소가 문제가 아니다”면서 “5만 달러(한화 6000여만원) 정도만 주면 사형수도 무사히 꺼내올 수 있다. 이처럼 지금 북한은 돈이면 안 되는 일이 없다”고 말했다.
 
 
  “선물 바치면 6개월 휴가 받고 집에서 쉴 수 있어”
 
  북한이 최근까지 연이어 미사일 발사 실험 등을 하며 군사 강국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군 내부는 부정부패로 인해 썩을 대로 썩어 있다는 군 출신 탈북민들의 증언이 계속해서 나오고 있다. 부정부패가 북한군 내부에 어떻게 자리 잡았는지 살펴보자.
 
  최근 들어 북한에서 병역을 기피하는 청년들이 늘어나 당국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북한 젊은이들은 건강 문제로 병역을 기피하는 경우가 많은데 일부는 선물을 주고 건강 이상자로 병역을 피하는 경우다.
 
  다른 이유로 군 복무를 안 하는 경우도 있다. 예를 들면 이혼 가정의 자녀는 입대가 면제된다. 이런 가정에서 자란 청년들이 탈영을 많이 한다는 이유에서다.
 
  물론 돈을 주고 군에 보내는 경우도 있다. 이 경우는 자식의 앞날과 비교적 편한 곳으로 보내기 위함이다.
 
  위에 적었듯이 북한 군대에서는 탈영이 잦다. 탈영병의 부모는 차마 눈 뜨고 볼 수 없는 관경을 맞이한다. 영양실조다. 입대 후 제대로 된 영양을 공급받지 못해 군에서 사망하는 경우도 있다. 이런 현실에서 어느 부모가 자식을 군에 보내려 하겠는가.
 
  북한군 소위 출신 한 탈북민은 “처음 입대한 신병들은 얼굴에 기름기가 있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제대로 된 영양을 보충할 수 없으니 얼굴색부터 달라진다”면서 “이런 일이 지속되면 결국 영양실조가 온다”고 했다. 이어 “물론 병사들이 다 영양실조에 걸리는 것은 아니다. 눈치 빠르고 살아남을 줄 아는 친구들은 민가에서 도둑질이라도 해서 영양실조를 피한다”면서 “도둑질할 배짱도 없는 친구들이 영양실조에 걸려 사망에까지 이르게 된다”고 덧붙였다.
 
 
  北 군 간부들 군량미 팔아 진급 선물로 바쳐
 
  고난의 행군으로 인해 북한군도 큰 타격을 입었다. 군량미가 제대로 공급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런 속에서도 식량을 관리하는 간부들은 군량미를 몰래 훔쳐 시장에 팔아 자신의 가정에 쓰는 경우도 있고, 승진을 위해 간부들에게 선물로 바치기도 한다. 이렇다 보니 북한군 식량은 항상 부족하다. 이 피해는 그대로 병사들의 식탁으로 연결된다. 한창 영양을 공급받아야 할 나이에 제대로 먹지 못하니 입대 1년도 지나지 않아 영양실조에 걸리게 된다.
 
  또한 군에 입대해서도 부대 간부들에게 선물을 주면 6개월에서 1년 정도 집에서 쉴 수도 있다. 이 경우 간부들에게 최소 1000달러씩은 바쳐야 한다. 기본적으로 한 번 집에 가려면 5000달러는 있어야 가능하다. 부대에 선물을 바치고 의병제대(依病除隊)하는 경우도 있다.
 
  과거 북한에서는 젊은이들이 17~18세에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곧바로 군에 입대한다며 들뜬 마음으로 친구들과 어깨동무를 하고 ‘동무들아 군대로 가자’라는 노래를 동네가 떠나갈 듯 부르며 다니던 시절이 있었다. 이 노래는 1990년대 초에 만들어졌다. 당시만 해도 한 학급의 절반 정도가 고교 졸업 후 바로 입대했다.
 
  남자들의 경우 소수의 대학 진학자를 제외하고 대부분 입대하는 분위기였다. 주위에서 뜨거운 환송식을 마련하거나 여자 동기들에게 선망의 눈길을 한 몸에 받았다. 그러나 요즘은 ‘젊어서 꾀병은 늙어서 보약이다’ ‘조국에 충성하기 위해서는 네가 살아야 한다’ 등의 인사말을 전한다. 분위기도 예전처럼 들뜨지 않고 우려와 걱정이 섞여 있다.
 
  고위 탈북민 김정선씨는 “돈 있는 집 자식들의 병역 기피는 북한 사회에서 신경도 쓰지 않는다”면서 “더 큰 문제는 김정은을 호위하는 부대로 가기 위해 선물을 바치는 부모들도 있다”고 말했다. 김정은을 호위하는 친위부대에 입대하려면 여러 가지 까다로운 조건이 필요하다. 얼굴, 키, 집안 토대 등을 갖춰야 한다. 이들은 고교 때부터 당에서 관리하는데 이들을 관리하는 곳이 중앙당 5과라는 곳이다. ‘5과 사람들’은 자신들의 권력을 이용해 선물을 요구한다.
 
 
  선물로 자식 대학교 보내는 북한
 
북한 대학생들. 사진=인터넷 화면 캡처
  과거 북한에서 대학은 정말 공부를 잘하거나 토대(성분)가 좋은 사람만 가는 곳으로 인식되었다. 하지만 경제난이 이런 인식을 바꾸어놓았다. 대학은 돈 있는 집 자녀가 입대를 피하기 위해 가는 곳으로 바뀌고 있다. 북한군 복무가 10년이라면 대학 입학증만 있으면 절반으로 줄어 5년 또는 3년만 군 복무를 하고 대학으로 간다.
 
  이도 평양의 경우는 다르다. 김일성종합대학이나 김책공업종합대학 등 평양의 몇몇 대학에 갈 경우 군 복무를 하지 않아도 된다. 평양에 있는 대학을 나오면 졸업 후 직업이 보장되니 일거양득이다.
 
  이런 부모들은 담임교사에게 잘 보이기 위해 또 선물을 준다. 대학에 가려면 실력이나 재력도 중요하지만, 담임교사의 추천서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부모들은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선물을 바칠 수밖에 없다. 물론 돈이 있다고 모두 대학에 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사상과 성분이 뒷받침되어야 가능하다.
 
  성분이 좋다고 능사는 아니다. 인민위원회와 위원회 소속 교육위원은 ‘입학 추천권’이라는 막강한 권한을 무기로 선물을 공공연하게 요구한다고 한다. 의과대학 추천을 받으려면 중국 돈 1만5000위안 정도를 선물로 줘야 한다.
 
  또한 대학 입학시험을 치를 때 뒷돈을 받고 부정행위를 눈감아준다든지 성적을 올려주는 식의 부정으로 선물을 받는 경우도 있다.
 
  대학에 보냈다고 끝나는 것도 아니다. 대학 내에서도 선물로 해결하는 일이 많다. 출석부터 시작해 심지어 선물로 좋은 성적을 받을 수도 있다.
 
  북한에서 사범대학을 졸업한 한 탈북민은 “젊은 청년들이 모이는 곳이다 보니 밤늦게까지 술을 마시고 다음 날 수업에 출석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이럴 땐 외국산 담배 한 막대기(한 보루)를 들고 교수를 찾아간다”면서 “양심 있는 교수들은 결석을 지워주지 않지만 대부분 출석으로 처리해준다”고 말했다.
 
  김일성종합대학을 나온 한 인사는 “학기 말 시험이 끝나면 교수 연구실을 찾는 학생이 많다”면서 “교수들은 이럴 때 아니면 선물을 받을 수가 없다. 특히 학과별로 선물의 차이가 크다. 당 간부 자녀가 많은 사회학 계열 교수들과 지방 출신 학생들이 많은 자연 계열 교수들의 선물은 비교가 안 된다”고 말했다.
 
 
  돈만 주면 노동당에 입당할 수 있어
 
  과거에는 북한 노동당에 가입하는 것이 주민들에게는 무한한 영광이었다. 당증을 받아 들고 너무 감격한 나머지 울음을 터뜨리는 사람도 종종 있었다. 그만큼 북한에서 당원이 된다는 것은 하늘의 별 따기보다 어려운 일이었다.
 
  당원이 되기 위해서는 신분을 보증할 수 있는 선배 당원이 있어야 한다. 선배 당원이 추천하면 심사를 통해 그 사람이 후보 당원이 된다. 그 후 1년이라는 시간이 지나서야 정당원이 될 수 있다. 추천을 받아 정당원이 되기까지 2~3년 정도 걸린다. 이 기간에 조그만 문제라도 발생하면 후보 당원 자격은 박탈된다.
 

  1년에 후보 당원이 되기 위해 기다리는 사람이 100명이라면 민간은 이 중에 1~2명이 되고, 군대의 경우 18~20명이 후보 당원이 될 수 있다. 이처럼 노동당에 가입하기 위해서는 일도 잘해야 하지만 성분도 좋아야 하고 타의 모범이 돼야 한다.
 
  그런데 최근 들어 돈만 있으면 언제든 당원이 될 수 있다고 한다. 즉 당원증을 돈 주고 산다는 얘기다.
 
  당원이 되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절차대로 기다렸다 당원이 되는 방법과 현장에서 당원증을 받으며 당원이 되는 방법이다. 이를 북한에서는 ‘회선 입당’이라고 한다. 북한은 6·25전쟁 당시 큰 공을 세운 사람들에게 전쟁터에서 바로 노동당에 입당시켰다. 이를 지금까지 유지해오면서 나라에 큰 공을 세운 사람을 현장에서 바로 입당시키곤 한다.
 
  북한에서는 기본적인 방법으로 입당하려면 중국 돈 5000위안이 필요하고, 회선 입당을 하려면 1만 위안을 선물로 바쳐야 한다.
 
  이뿐만 아니라 북한 곳곳에 선물이 통하지 않는 곳이 없을 정도로 북한 내부는 조금씩 병들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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