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천안함 사건은 논리적이고 상식적으로 보면 처음부터 답이 보였던 문제”
⊙ 취미를 직업으로 연결한 사람도 다수… 하지만 대부분은 취미 그 자체를 즐겨
⊙ 직업 전문가 못지않은 저술과 연구활동하는 군사마니아도 많아
⊙ 상당한 전문지식으로 여론 주도, 국방정책에 영향 미치기도
⊙ 취미를 직업으로 연결한 사람도 다수… 하지만 대부분은 취미 그 자체를 즐겨
⊙ 직업 전문가 못지않은 저술과 연구활동하는 군사마니아도 많아
⊙ 상당한 전문지식으로 여론 주도, 국방정책에 영향 미치기도
천안함 사건은 3월 26일 금요일 밤 9시가 넘은 시간에 발생했다. 사건 이후 월요일 조간신문이 발행되기 전까지 2박3일 동안 천안함 사건의 보도는 방송이 주도했다.
방송은 이 ‘인쇄매체 공백(空白)기간’에 천안함 사건에 대한 온갖 추측성 보도를 쏟아냈다. 탄약폭발설, 유류폭발설, 가스터빈실 폭발설, 승조원 불만에 의한 자폭설, 피로파괴설 등과 같이 내부원인에 의한 침몰 가능성을 집중적으로 제기했다. 외부원인에 의한 침몰 가능성도 보도됐으나 암초충돌설이나 6·25 때 제작된 기뢰설에 무게를 두었다. 방송은 현재 민군(民軍) 합동조사단이 천안함 침몰의 원인으로 결론 내린 북한의 어뢰공격설에 대해서는 가장 ‘비중 없게’ 다루었다.
이런 추측성 보도는 3월 29일 월요일자 일간 신문이 발행되면서부터 제동이 걸리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는 특히 <조선일보>의 역할이 컸다. <조선일보>는 전·현직 해군 전문가들의 경험과 생존 장병의 증언, 군(軍)의 정황 분석 등에 근거해 천안함이 북한 어뢰 공격으로 침몰했을 가능성이 가장 크다고 했다. 이후 다른 언론도 북한 공격설에 초점을 맞추어 사건을 보도하기 시작했다. 방송에서도 유류폭발설이나 암초충돌설 등이 슬그머니 자취를 감췄다.
방송이 온갖 추측성 보도로 도배하는 사이 인터넷에서는 이런 보도에 맞서 사건의 진실에 접근하려는 한 무리의 집단이 있었다. 이른바 ‘군사마니아(mania)’라고 불리는 이들이었다. 민간 군사전문가들이기도 한 이들은 방송이 비중 있게 제기하는 암초충돌설이나 내부폭발설 등에 대해 “근거가 희박하다”며 조목조목 반박했다. 반면 이들은 생존 승조원들의 증언과 국방부가 발표한 여러 정황 증거를 근거로 북한을 가장 유력한 용의선상에 올려놓았다.
<조선일보> 유용원 군사전문기자는 “천안함 사건 취재 과정에서 군사마니아들이 인터넷(유용원의 군사세계)에 올린 다양한 정보가 취재에 큰 도움이 되었다”며 “사이트에 올라온 북한 반(半)잠수정에 어뢰가 장착된 사진이나, 어뢰에 파괴되는 대형 군함의 모습, 북한의 잠수함 기지 사진 등은 기사 작성에 참고가 됐다”고 말했다.
기자는 천안함 사건 발생과 동시에 인터넷을 유심히 관찰하기 시작했다. 천안함 침몰 원인에 대해 뭔가 새로운 정보를 얻으려는 노력의 하나였지만, 그 과정에서 군사마니아들의 존재가 자연스럽게 눈에 들어왔다. 신문이 말을 하지 못하는 주말 동안 이들 군사마니아가 군사적 전문성을 무기로 방송보도와 싸우고 있었던 것이다. 기자가 이들에게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이러한 일련의 과정이 매우 흥미로웠기 때문이다.
기자가 직접 만나 보기 전엔 이들을 단순히 무기를 좋아하고, 무기의 제원을 외우고, 서바이벌 게임을 즐기는 사람들 정도로 이해하고 있었다. 하지만 실제 접해 본 군사마니아들의 세계는 생각보다 훨씬 폭이 넓었고 깊었다. 이들은 자기 분야에서만큼은 ‘민간 군사전문가’라고 불러도 전혀 손색이 없을 만큼의 내공을 갖고 있었다.
고성혁씨, 사건 4일 만에 ‘어뢰에 의한 폭파’ 글 올려
군사마니아 중에 기자가 가장 먼저 주목한 사람은 고성혁(44)씨였다. 고씨는 천안함 사건과 관련해서 언론보다 한발 앞서 글을 올려 많은 네티즌의 주목을 받았다. 3월 30일 해군이 천안함 침몰 당시의 열상감시장비(TOD) 화면을 공개하자, 고씨는 즉시 이 화면을 분석한 후 ‘천안함을 두 동강 낸 것은 어뢰’라는 글을 인터넷(조갑제닷컴)에 올렸다.
이때까지만 해도 대부분의 언론은 북한의 어뢰와 기뢰에 대해 거의 같은 비중으로 다루고 있던 상황이었다. 하지만 고씨는 천안함 폭파의 물리적인 증거(화면)를 직접 본 후 곧바로 ‘북한의 어뢰 공격’이라는 단정적인 결론을 이끌어냈다. 고성혁씨의 설명이다.
“물론 그전에도 생존 장병의 증언 등으로 신문은 어뢰나 기뢰일 가능성에 어느 정도 초점을 맞추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언론은 어뢰인지 기뢰인지에 대해서는 단정을 하지 못하는 상황이었습니다. 저는 TOD 화면을 보는 순간 함정이 정확하게 두 동강 난 것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순간 어뢰라고 확신을 한 것입니다. 1200t급 초계함의 가운데를 정확하게 타격하여 단숨에 절반으로 갈랐다는 것은 잠수정(함)에 의한 어뢰피격이란 결론이 가장 합리적이기 때문입니다.”
그는 “기뢰가 배의 한가운데 아래서 폭발한다는 것은 로또 복권 당첨 확률보다 낮다”며 “기뢰일 가능성을 가장 먼저 배제했다”고 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언론이 이미 북한 공격설에 집중하고 있던 때에도 KBS는 암초충돌설을 비중 있게 내보내고 있었다. 암초충돌설에 이어 피로파괴설도 등장했다.
고성혁씨는 “생존 장병의 증언, TOD 화면, 지진파, 해군의 대북 경계 작전 등 여러 가지 외부충격에 의한 침몰 증거가 있는데도 ‘피로파괴설’이 나와 분노가 치밀었다”고 했다. 그는 3월 31일 올린 글을 통해 “군함은 평균 30~40년을 운용하는데 20년 된 천안함이 금속 피로파괴라는 것은 언급할 가치도 없다”며 “차라리 외계인 피격설이라면 믿어 주겠다. 이는 금속 피로가 아니라 병든 언론의 피로”라고 말했다.
이후에도 고성혁씨는 새로운 사실이 밝혀질 때마다 언론보다 한발 앞서 상황을 분석한 글을 올렸고, 그가 올린 글의 내용은 이후 밝혀진 객관적인 상황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예를 들면 4월 3일 고씨는 그동안 밝혀진 사실을 토대로 ‘유고급 잠수함이 중(重)어뢰를 쐈을 가능성이 가장 크다’는 분석 글을 올렸다. 그때까지 언론은 ‘북한 공격이라면 반(半)잠수정일 것’이라는 데 무게를 두고 있었다.
하지만 고씨는 “무기에 정통한 친한 군사마니아들과 정보를 주고받고, 북한의 잠수함에 대한 정보를 수집해 본 결과 유고급 잠수함에 406밀리 어뢰가 장착된다는 것을 알았다”며 “그렇다면 이는 경어뢰(324mm)와 중어뢰(533mm)의 딱 중간 정도에 해당하고, 이는 천안함을 충분히 두 동강 낼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유고급에 중어뢰가 장착 가능한 경우 굳이 상어급 같은 큰 잠수함을 이용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상식적인 판단이 분석의 기본”
지난 5월 20일 민군합동조사단은 “천안함을 공격한 것은 ‘연어급 잠수함’으로 추정된다”고 발표했다. 연어급 잠수함은 북한이 이란에 수출하기 위해 유고급을 개량한 것이라는 게 군의 설명이다. 또한 민군합동조사단은 북한 잠수함은 서해 먼바다를 우회해서 천안함을 공격한 것 같다는 분석을 내놓았는데, 이 역시 고성혁씨가 주장했던 것과 일치했다.
고성혁씨의 글이 주목을 끌자 4월 8일 국민행동본부(본부장 서정갑)는 그를 용산 전쟁기념관에서 열린 안보강연회에 민간 군사전문가 자격으로 초청했다. 회사원인 고씨는 “난생 처음 이런 안보 강연에 서 보았다”고 말했다.
프리랜서 기자로 일하고 있는 김성욱 안보전문 기자는 “천안함 관련 취재를 하면서 고성혁씨에게 많은 자문을 구했다”며 “이 과정에서 청와대는 물론 한국의 기자들이 얼마나 군사 지식에 무지한가를 절감했다”고 말했다. 김 기자는 “기자들의 주장에서 잠수함과 반잠수정, 기뢰와 경(輕)어뢰·중어뢰, 버블제트, 잠항(潛航) 등 전문적 용어의 뜻을 모르고 쓴 것들이 너무나 많았다”며 “자신도 모르고, 데스크도 모르는 얘기를 용감히 신문에 내는 한국 언론의 ‘배짱’은 더욱 놀랄 일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천안함 사건 내막을 보도하는 과정에서 군사마니아 고성혁씨의 상황 분석 실력을 높게 평가했다.
하지만 정작 고씨 자신은 “내가 쓴 글이 무슨 대단한 식견이나 전문성을 바탕으로 한 것이 아니라, 밝혀진 객관적인 자료를 토대로 상식적 차원에서 쓴 것”이라며 “해군 관계자나 군사마니아들이라면 이 정도 분석은 누구나 할 수 있지만 돌아가는 상황이 하도 답답해서 내가 먼저 글을 올린 것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수많은 군사·안보 전문가들이 이런 초보적이고 상식적인 분석도 내놓지 못해서 내가 이들 대신 안보강연에 강사로 초청받았다는 현실이 부끄럽고 슬프다”고 말했다.
대학에서 통계학을 전공한 고성혁씨의 원래 군사마니아 전공 분야는 삼국시대 전쟁사다. 그는 현재 인터넷에 삼국시대 전쟁 현장을 직접 답사하며 전쟁을 재구성하는 글을 연재하고 있다.
‘高手’ 김병기씨, “객관적 증거 갖고 상황 분석해야”
경기도 일산에서 개인 사업을 하는 김병기(52)씨는 이 세계에서 ‘고수(高手) 중 고수’로 꼽힌다. 우리나라의 군사마니아들은 주로 <조선일보> 유용원 기자가 개설한 <유용원의 군사세계>란 홈페이지에서 활동하고 있다. <유용원의 군사세계>는 하루에 10만명이 방문하는 국내 최대의 군사전문 사이트다. 이런 곳에서 고수라는 소리를 들으려면 어느 정도 실력을 갖추고 있어야 할까? 김병기씨를 직접 만나 보았다.
작업복을 걸치고 나타난 김씨의 첫인상은 수더분한 옆집 아저씨 같은 느낌이었다. ‘김병기’는 필명이며, 본명은 따로 있지만 밝히기를 꺼렸다. 얼굴 노출도 반대했다. 김병기씨는 “방송이 암초충돌설이니 피로파괴설이니 하는 것을 내는 것을 보고 기자들에게 ‘논리적이고, 상식적으로 생각을 좀 하라’고 충고도 여러 번 했지만 소용없었다”고 말했다. 김씨의 말이다.
“아무런 사전 정보가 없을 때는 여러 가지 가능성을 추측하는 것이 당연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천안함 사건은 바로 다음 날 생존자 증언이 나왔습니다. 그들은 ‘펑’ 하면서 몸이 ‘붕’ 떴다는 증언을 했고, 배의 절반이 사고 직후 없어졌다고 했습니다. 또한 사고 부근 바다에서 인공 지진파도 감지됐습니다. 그렇다면 그러한 객관적인 증거를 가지고 상황을 추론하는 것이 과학적인 분석 태도입니다. 도저히 설명이 불가능한 암초충돌설이나 피로파괴설 등을 계속해서 내보낸 것은 기자들의 전문성 문제가 아니라 어떤 의도가 있었다고 봐야 합니다.”
천암한 사건 조사 과정에서 국방부가 천안함에서 폭약성분이 검출되었다고 발표하자 김병기씨는 곧바로 <공산권 어뢰에 사용되는 폭약>이란 제목의 글을 인터넷에 올렸다. 전문적이고 풍부한 자료를 인용해서 작성한 이 글 아래에는 수많은 댓글이 붙었다. 댓글이 많다는 것은 그만큼 논쟁이 심하다는 뜻이다. 원문에 달리는 댓글들은 군사마니아들이 정보를 공유하는 주요한 수단이다.
김병기씨는 이런 군사무기에 관한 글 외에 천안함 사건과 관련한 군사정책과 전략에 관한 글도 올렸다. 그가 지난 4월 30일 올린 <한국-일본-대만 삼국의 핵개발 카드로 중국을 압박해야 한다>는 글에 대해서는 수많은 네티즌이 논쟁을 벌였다. 김씨는 이 글에서 “천안함 사건을 저지른 북한을 압박하기 위해서는 중국의 협조를 끌어내야 하는데, 중국을 움직이려면 한국-일본-대만 3국이 참여하는 ‘핵 개발론’이라는 카드를 꺼내 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 군사마니아는 “김병기씨가 ‘고수’ 소리를 듣는 것은 군사무기와 같은 전문 자료가 뒷받침되어야 하는 아주 치밀한 글에서부터 외교·안보와 군사정책 분야까지 폭넓게 다룰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김병기씨의 글은 단순한 자기주장의 나열이 아니라 논리적이기 때문에 군사마니아들의 공감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김병기씨는 동료 군사마니아들의 이런 평가에 대해 “나는 글 올리는 데 특별히 많은 시간을 투자하지는 않는다”며 “기존에 모아 놓은 자료가 워낙 많아 그곳에서 필요한 내용을 뽑아서 글을 쓴다”고 말했다. 김씨는 통상 글 하나 쓰는 데 2~3시간 정도 소요된다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저도 생업(生業)에 바쁜 사람입니다. 그런데도 이렇게 개인 시간을 투자해서 글을 쓰는 것은 내 딸이 살아갈 이 나라가 안전하기를 바라기 때문입니다. 중국의 중화주의 팽창 정책 때문에 우리나라의 안보환경이 10~20년 내에 구(舊)한말처럼 굉장히 위험한 상황에 놓일 것이라고 예상합니다. 그런데도 우리 국민과 지도자들은 별다른 위기의식도 없고, 대비도 없습니다. 우리 국민도 스위스처럼 안보 자체가 굉장히 중요한 사회적 인프라라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김씨는 “전문적인 국방영역을 일반인들이 알기 쉽게 전달해서 안보에 관심을 가지게 하는 것이 군사마니아의 긍정적인 역할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무역업 남도현씨, 戰史 여러 권 저술
기자가 만난 군사마니아 고수 중에는 김병기씨처럼 직업을 따로 가지고 있으면서 군사마니아 활동을 병행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들은 “군사마니아 활동은 스스로 좋아서 하는 취미생활일 뿐이지 별다른 의미는 없다”고 입을 모았다.
인천에서 무역업을 하는 남도현(45)씨가 대표적인 경우다. 그는 <히든 제너럴> <발칙한 세계사> <히틀러의 장군들> 등의 대중 역사서를 쓴 주인공이다. 그는 현재 국방부가 운영하는 블로그에 국방정책을 홍보하는 칼럼을 연재하고 있으며, ‘6·25 60주년 사업단’ 홈페이지의 6·25 전사(戰史)를 담당하고 있다. 그 외에 자신의 인터넷 블로그에 올리는 글이 <유용원의 군사세계>에도 게재되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웬만한 전사 전공자보다 더 왕성한 글쓰기를 하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그는 “취미로 야구를 하는 것과 프로야구 선수는 엄연히 다르다”며 “책을 발간하려는 목적에 글을 쓴 것이 아니라, 취미로 블로그에 올린 글을 보고 출판사에서 출판제의가 들어와서 그런 글을 모아 책을 낸 것”이라고 말했다. 김씨의 설명이다.
“저는 역사에 관심이 많습니다. 역사를 보면 중요 부분은 대부분 전쟁이야기로 구성됐습니다. 저는 전쟁이 세계사와 개인 삶의 환경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에 대해서 호기심이 생겼습니다. 예를 들면 ‘2차 세계대전의 특정지역에서 벌어진 특정 전투가 2차대전 전체에는 어떤 영향을 미쳤는가’, ‘혹은 그 전쟁을 지휘한 지휘관이나 전쟁에 참여한 인간군상들은 어떠했는가’ 등에 관심을 가지는 것이죠. 또한 이런 전투에 동원된 무기에도 자연스럽게 관심을 가지게 되고요.”
남씨는 “그렇다고 하더라도 내가 쓰는 글은 등산을 좋아하는 사람이 등산 후 취미로 기행문을 남기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남씨는 천안함이 일부에서 ‘미군의 오폭’ 때문에 침몰했다는 주장에 대해서 비판을 했다.
“온갖 억측을 하다가 안되니까 미군 핵 잠수함이 훈련하다가 아군을 공격했다는 주장까지 합니다. 이들은 처음에는 수심이 얕아서 북한 잠수함이 우리 서해 바다에 못 들어온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렇다면 북한 잠수함보다 10배나 큰 미군 잠수함이 어떻게 해당 바다에 들어옵니까?”
현직 언론인 김모씨, 군사교범 다운로드한 것만 1000권 넘어
박찬준(43) SBS 재무팀 차장은 군사마니아들 사이에서 ‘군 편제(編制) 전문가’로 통한다. 그는 “군에서 편제를 어떻게 구성하느냐에 따라서 전투력이 달라지기 때문에 편제의 중요성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전 세계 198개국 육·해·공군에 대한 편제와 한국군 45개 사단에 대한 편제를 모두 인터넷에 연재했다”며 “각국의 군사 편제를 연구하다 보니 어떤 무기를 가졌다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것을 어떻게 운용하는가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은 결혼해 시간적 여유가 없어서 글을 많이 쓰지 않지만 한창 활동을 할 때인 2002~2006년 사이에는 1년에 평균 5000~6000건의 글을 올렸다”며 “군사마니아들은 모르는 것을 밝혀내는 데서 쾌감을 느끼고 빠져드는 것 같다”고 말했다.
현직 언론인인 김모(39)씨는 “지금까지 직접 쓴 군사 관련 서적이 20권이 넘고, 전문학술 논문만 4편을 발표했다”고 말했다. 그의 학력은 대학 학부 과정까지가 전부다. 김씨는 원래 자기가 좋아했던 분야는 군사제도와 전략전술 분야였으나 현재는 방향을 바꾸어 전쟁사를 주로 연구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직장과 이름 밝히기를 꺼렸다.
“미군들이 쓰는 군사 교범을 인터넷에서 다운로드한 것이 1000권이 넘습니다. 예전에는 이런 것을 전부 직접 우편 주문이나 인편을 통해 사들였습니다. 인터넷이 보급되면서 군사마니아들의 자료 수집 방식과 자료의 양에 가히 ‘혁명’이 일어난 것입니다. 하지만 인터넷에서 자료를 구하려면 해당 나라의 군 편제를 정확하게 알아야 검색이 가능합니다. 저는 외국 군사 자료를 하도 많이 찾고, 번역하고, 연구를 하다 보니 영어, 일어, 중국어를 수준급으로 구사할 수 있습니다. 저와 친한 한 분은 2차대전 전문가인데 5개 국어가 가능합니다. 군사마니아 대부분이 외국의 잡지나 인터넷에서 자료를 구하기 때문에 한두 개 외국어는 자유롭게 구사할 수 있습니다.”
그는 “우리나라의 청동기시대부터 현재까지 군에 관한 모든 역사를 정리하는 것이 소원”이라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현재 관련 자료를 수집 중입니다. 자료 수집 과정에서 제가 직접 촬영한 옛날 무기 사진만 해도 1만 점이 넘습니다. 기타 문서로 된 옛날 무기 자료도 찾고 있습니다. 도서관을 다니며 일제시대 자료부터, 조선시대 고문서(古文書)까지 하나씩 전부 뒤져서 찾아봐야 합니다. 4~5년에 한 권씩 책을 쓴다고 해도 시간이 그렇게 많이 남아 있지 않습니다. 65세까지는 제 인생 목표가 정해져 있는 것이죠. 한눈팔 겨를이 없습니다. 요즘은 밥 먹는 시간, 잠자는 시간도 아까워서 줄이고 있습니다.”
김성훈씨, 지구상 존재하는 무기체계 줄줄 꿰어
직장인 김성훈(36)씨는 “중1 때부터 20년간 하루도 쉬지 않고 자료를 찾고, 공부를 해 왔다”며 스스로를 “대단한 군사마니아”라고 평가했다.
“사회에서도 관련 일을 10년 정도 하면 전문성을 가지잖아요. 이 일을 20년 동안 했다고 한번 생각해 보세요. 저처럼 오래한 군사마니아들은 금방 생산되었거나 일급 비밀이 아닌 무기를 제외하고, 지구 위에 존재하는 모든 무기 체계는 줄줄 외울 정도가 됩니다.”
김씨는 “대학 졸업 후 전투기 조종법을 배우기 위해 한 달에 50만원 하는 시뮬레이션 전투비행학교도 다녔다”며 “이후 미국에 가서 실제로 5종류의 전투기도 몰아 봤다”고 말했다. 이렇게 실제로 체험을 해 보니 머릿속으로만 그리던 것과는 달리 항공기 지식이 금방 높아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고 한다.
그는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개발한 경공격기 FA-50(고등훈련기인 T-50을 공격형으로 개발한 것)에 대해 10년 동안 인터넷에서 반대 여론을 주도했다”며 “현재 군사마니아들의 80%가 이 경공격기 도입을 반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의 설명이다.
“군사무기와 정책에 대해 일반인보다 좀 더 알고 있는 우리로서는 이 FA-50 경전투기 도입 계획은 아무리 봐도 국가안보를 해치는 결정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한마디로 일반 자동차를 튜닝한다고 해서 경주용 자동차로 사용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 논리입니다. 우리나라는 주변이 중국, 러시아, 일본 등의 초강대국에 둘러싸여 있어 전 세계에서 안보상황이 가장 위험한 환경에 살고 있습니다. 이런 나라에서 전투력이 형편없는 FA-50을 도입한다는 것은 우리 공군력을 망치는 지름길입니다.”
그는 “일부에서 경전투기 도입 사업이 우리 항공기 발전 과정의 하나이기 때문에 이해해야 한다는 논리를 펴는데 비행기 개발을 위해 안보를 시험대에 올릴 수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군사마니아들이 얼마나 국익과 안보에 민감한지 다음과 같은 일화를 들려주었다.
“노무현 정부 때 공중조기경보기(항공기에 레이더·통신장비를 갖춘 대공감시기) 사업이란 게 있었습니다. 정부는 이 경보기를 성능이 좋은 미국의 보잉사 것이 아닌, 수준이 떨어지는 이스라엘 것을 도입하려고 했습니다. 우리 군사마니아들이 이 사실을 알고 분개했습니다. 군사마니아 중에 ‘땡칠이’라는 분이 있었는데, 그는 정부 정책을 조목조목 반박하며 반대 여론을 불러일으켰습니다. 우리 군사마니아들이 똘똘 뭉쳤고, 저를 포함한 일부 회원들은 자료를 들고 직접 담당 국회의원을 찾아가서 상황을 설명했습니다. 결국 정부는 우리가 주장하던 보잉사 경보기로 바꾸었습니다. 저는 이 과정에서 군사마니아의 역할이 결정적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국익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했기에 개인의 시간과 돈을 들여 가며 이런 일을 했던 것입니다.”
김씨는 “천안함 사건 보도에서 우리 언론의 전문성이 너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예를 들면 기자나 북한 전문가들이 TV에서 북한이 ‘버블제트 어뢰’로 공격했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버블제트라는 어뢰가 따로 있는 것이 아닙니다. 모든 어뢰가 수중에서 폭발하면 버블제트라는 물리적인 현상이 발생합니다. 천안함 사건 때 TV에 나온 소위 박사급 전문가들이란 사람들의 이야기 중에 틀린 부분이 하나둘이 아니었습니다. 이들은 자기 전공분야만 벗어나면 우리 마니아들보다 수준이 떨어지는 이야기를 많이 하더군요. 특히 전문가들은 사건의 큰 그림을 그리는 데 무척 취약했습니다. 천안함 사건 초기에는 오히려 한 가지 분야에서 오랜 열정을 가지고 연구해 온 군사마니아 고수들이 더 전문적인 분석을 한 경우가 많았습니다.”
홍희범씨, 아예 군사전문잡지 편집장으로 일해
앞서 소개한 군사마니아들은 대부분 “취미 생활로 군사마니아 활동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와 반대인 군사마니아들도 제법 있었다. 바로 군사마니아란 취미를 직업으로 연결한 경우다. 군사전문 잡지인 월간 <플래툰>의 홍희범(40) 편집장이 그런 경우다. 홍 편집장은 홍익대 영문과에 재학 중이던 1994년 <플래툰>이라는 군사잡지의 창간 멤버 중 한 명으로 참여했다. 플래툰은 총기와 무기류를 좋아하거나, 서바이벌 게임을 즐기는 등의 취미를 가진 사람들을 위한 전문잡지다.
홍 편집장은 소위 말하는 군사마니아 ‘1세대’에 해당한다. 군사마니아 사이에서는 1990년 초반부터 인터넷이 본격적으로 보급되기 전까지 약 10년간 PC통신을 통해 군사동호회 활동을 한 사람들을 통상 ‘군사마니아 1세대’로 분류한다.
“대학교 때 아르바이트로 <플래툰> 잡지의 기자생활을 했는데 그것이 저의 본업이 됐습니다. 저는 개인 화기를 좋아해서 총기관련 자료를 많이 모았습니다. 물론 다른 무기관련 자료와 전쟁사 자료도 많습니다. 관련 잡지나 책이 몇천 권은 되는데 정확하게 얼마나 되는지는 세어 보지 못했습니다.”
홍 편집장은 “우리나라가 아직은 군사마니아 문화의 초창기에 해당하기 때문에 앞으로 관련 인구가 꾸준하게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서바이벌 게임을 즐기거나, 총기류에 관심 있는 군사마니아들은 어려움이 많다”며 “총기 소유가 불법인 데다가, 유사총기까지 단속이 심하기 때문에 관련 군사마니아들이 취미활동의 어려움을 많이 호소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다른 군사 전문잡지인 <디펜스타임즈>의 안승범 편집장은 홍희범 편집장과는 반대로 “현재 군사마니아 문화는 쇠퇴기나 몰락기”라는 진단을 내렸다. 안 편집장은 “국내 군사잡지나 군사 전문 사이트는 수익 모델이 없기 때문에 발전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안 편집장의 설명이다.
“인터넷이 보급되면서 잡지의 전성기가 끝났습니다. 몇몇 군사 전문 사이트들도 결국 <유용원의 군사세계>로 재편되는 과정에서 힘을 잃거나 사라졌습니다. 생업에 종사하면서 군사 전문 사이트를 운영한다는 것이 말처럼 쉽지 않습니다. 특히 천안함 같은 대형 안보이슈가 터지면 신문이 워낙 자세하고 전문적으로 보도하기 때문에 독자들이 신문만 읽어도 군사마니아들이 알고 있는 수준과 비슷한 정보를 얻을 수 있습니다.”
신인균씨, 뒤늦게 뛰어든 군사마니아의 세계
안승범 편집장은 1980년대에 해외 군사잡지를 통해 군사마니아 취미를 즐겼던 세대다. 이른바 ‘PC통신 세대’보다 더 올라가는 ‘잡지세대’인 것이다. PC통신 세대를 포함하는 이들 군사마니아 1세대는 현재 다양하게 분화되어 있다. 홍희범·안승범 편집장처럼 군사마니아 취미를 직업으로 연결시킨 부류가 있는 반면 철저하게 개인 취미 차원에서 활동하는 사람도 있다. 아예 공개 석상(인터넷)에 나타나지 않고 숨어서 개인 취미로만 즐기는 사람도 상당수다. 물론 결혼 후 생업에 바빠 군사마니아에서 자의반 타의반 은퇴를 한 경우도 다수 있다.
군사마니아가 되는 과정은 어렸을 때 탱크, 전투기, 군함 등 군사 모형이나 총기류 등을 좋아하다가 이후 한 가지 분야에 깊게 빠져든 경우가 대부분이다. 아주 드물게 성인이 되어서 군사마니아가 된 경우가 있는데 ‘자주국방네트워크’라는 국방부 등록 시민단체를 이끌고 있는 신인균(43) 대표는 30대 중반에 군사마니아가 되었다고 한다. 그는 원래 사진관을 운영했으나, 2002년경 다른 사업을 위해 사진업을 그만두고 이후 군사마니아가 되었다.
“잠시 쉬고 있을 때 군사 소설에 푹 빠졌습니다. 그러다가 직접 소설을 쓰기 시작했는데 한국과 중국이 전쟁을 벌인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이것이 인터넷에서 큰 인기를 얻자 저는 소설 자료 수집을 위해 중국을 방문했습니다. 하지만 중국 뤼순 감옥에서 안중근 의사의 순국 현장을 보고 안 의사는 젊은 나이에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쳤는데, 소설이나 쓰겠다고 반바지 차림에 선글라스를 끼고 중국땅을 돌아다니는 제가 너무 부끄러웠습니다. 그 길로 소설을 접고 본격적으로 국방 관련 일에 뛰어들었습니다.”
신 대표는 현재 군사마니아들 세계 해군 분야에서 전문가로 통하고 있으며 천안함 사건 때 많은 언론사와 인터뷰를 했다. 그는 좀 더 전문성을 갖추기 위해 대학에서 석사 학위를 따고 현재 박사 과정에 있다고 한다.
비겐, 군사 사진 분야의 高手
군사마니아는 활동에 따라 다양하게 분류할 수 있다. 각종 군장류를 모으는 사람들에서부터 무기를 좋아하는 사람, 2차대전을 집중적으로 연구하는 사람, 야외에서 서바이벌 게임을 즐기는 사람, 군사정책이나 안보 등에 파고드는 사람 등등. 하지만 이들과 달리 군사 사진분야에 특화해서 군사마니아의 일가(一家)를 이룬 사람들도 제법 많다.
인터넷 포털사이트인 야후에서 <비겐의 군사무기사진 블로그>를 운영하는 장모씨는 군사마니아들 사이에서는 ‘사진의 고수’로 통한다. 대전에서 개인 사업을 하는 장씨는 “하루 평균 5만~6만명이 내 블로그를 찾고 있다”며 “천안함 사건처럼 대형 안보 이슈가 있을 때는 7만~8만명까지 방문자가 늘어난다”고 말했다.
“저는 주로 외국의 군사 사이트 등에서 사진을 찾습니다. 사진검색은 관련 검색어를 얼마나 잘 사용하느냐가 관건인데, 저 같은 경우 검색이 생활화되었기 때문에 비교적 빨리 찾을 수 있습니다. 저는 제가 올리는 사진은 그저 언젠가 누군가가 찾을 사진이며, 단지 제가 그들보다 조금 먼저 찾아 올리는 것뿐이라고 생각합니다.”
장씨는 “내가 사진을 찾아 올리는 것은 일반 사람들이 저녁에 산책하는 것처럼 자연스러운 일과이자 취미활동이라고 이해하면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기자가 만난 어느 군사마니아는 “비겐님(장씨)이 올리는 사진을 보면 ‘도대체 저런 사진을 어디서 구했을까’ 하며 놀랄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군사마니아는 “비겐님은 단순히 사진만 올리는 것이 아니라 사진에 대해 정확한 설명까지 하기 때문에 일반 사진 마니아와 차별성을 갖는다”며 “군사마니아들 상당수가 무기 관련 정보를 얻기 위해 비겐님 블로그를 고정적으로 방문한다”고 말했다.
‘한국황금전사’라는 아이디로 <유용원의 군사세계>에서 활동하는 김모(37)씨는 군사마니아들 사이에서는 ‘중국 군사 전문가’로 통한다. 중국어 강사인 김씨는 중국군 관련 사진을 인터넷에 전문으로 올리고 있다. 그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중국군에 대해 오해하는 부분이 많다”며 “중국군을 과대평가하거나 깎아내리는 경우가 있는데 있는 그대로 객관적으로 보여주고 싶을 뿐”이라고 말했다.
김진태 한양여자대 방송영상디자인과 교수는 현재 육군본부 정책홍보실에서 운영하는 블로그에 각종 군 홍보 동영상을 제작해서 올리는 일을 겸업으로 하고 있다. 그는 육군본부와 협의해서 2~3일 일정으로 해당 부대를 방문해 홍보용 동영상을 찍어 올리고 있다고 한다.
김 교수는 “원래 군장(軍裝)을 수집하는 군사마니아였으나, 모 군사잡지에서 파트타임으로 사진 찍는 일을 한 것이 현재의 직업을 선택하는 데 영향을 미쳤다”며 “지금은 전공이 인연이 되어 다시 내가 좋아하는 군대 사진을 찍고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그는 현재 찍고 있는 사진을 모아 30년 뒤에는 우리 군(주한 미군 포함)의 기록 사진집을 내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제가 미국에 있을 때 보스턴 근처에서 6·25 참전용사들의 행사가 있는 것을 보고 한국군 복장을 하고 갔더니 그 사람들이 너무나 좋아했습니다. 미국 전체에 그런 6·25 관련 행사가 일 년에 수백 개나 됩니다. 그런데 한 시간도 안 걸리는 거리인데, 우리 영사관 직원은 그런 데 아무런 관심이 없었습니다. 참전용사들은 명예 하나로 살아온 사람들입니다. 우리 정부 사람들이 잠깐 나와서 노병(老兵)들에게 감사장 한 장만 전달해도 얼마나 고마워하겠습니까?”⊙
방송은 이 ‘인쇄매체 공백(空白)기간’에 천안함 사건에 대한 온갖 추측성 보도를 쏟아냈다. 탄약폭발설, 유류폭발설, 가스터빈실 폭발설, 승조원 불만에 의한 자폭설, 피로파괴설 등과 같이 내부원인에 의한 침몰 가능성을 집중적으로 제기했다. 외부원인에 의한 침몰 가능성도 보도됐으나 암초충돌설이나 6·25 때 제작된 기뢰설에 무게를 두었다. 방송은 현재 민군(民軍) 합동조사단이 천안함 침몰의 원인으로 결론 내린 북한의 어뢰공격설에 대해서는 가장 ‘비중 없게’ 다루었다.
이런 추측성 보도는 3월 29일 월요일자 일간 신문이 발행되면서부터 제동이 걸리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는 특히 <조선일보>의 역할이 컸다. <조선일보>는 전·현직 해군 전문가들의 경험과 생존 장병의 증언, 군(軍)의 정황 분석 등에 근거해 천안함이 북한 어뢰 공격으로 침몰했을 가능성이 가장 크다고 했다. 이후 다른 언론도 북한 공격설에 초점을 맞추어 사건을 보도하기 시작했다. 방송에서도 유류폭발설이나 암초충돌설 등이 슬그머니 자취를 감췄다.
방송이 온갖 추측성 보도로 도배하는 사이 인터넷에서는 이런 보도에 맞서 사건의 진실에 접근하려는 한 무리의 집단이 있었다. 이른바 ‘군사마니아(mania)’라고 불리는 이들이었다. 민간 군사전문가들이기도 한 이들은 방송이 비중 있게 제기하는 암초충돌설이나 내부폭발설 등에 대해 “근거가 희박하다”며 조목조목 반박했다. 반면 이들은 생존 승조원들의 증언과 국방부가 발표한 여러 정황 증거를 근거로 북한을 가장 유력한 용의선상에 올려놓았다.
<조선일보> 유용원 군사전문기자는 “천안함 사건 취재 과정에서 군사마니아들이 인터넷(유용원의 군사세계)에 올린 다양한 정보가 취재에 큰 도움이 되었다”며 “사이트에 올라온 북한 반(半)잠수정에 어뢰가 장착된 사진이나, 어뢰에 파괴되는 대형 군함의 모습, 북한의 잠수함 기지 사진 등은 기사 작성에 참고가 됐다”고 말했다.
기자는 천안함 사건 발생과 동시에 인터넷을 유심히 관찰하기 시작했다. 천안함 침몰 원인에 대해 뭔가 새로운 정보를 얻으려는 노력의 하나였지만, 그 과정에서 군사마니아들의 존재가 자연스럽게 눈에 들어왔다. 신문이 말을 하지 못하는 주말 동안 이들 군사마니아가 군사적 전문성을 무기로 방송보도와 싸우고 있었던 것이다. 기자가 이들에게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이러한 일련의 과정이 매우 흥미로웠기 때문이다.
기자가 직접 만나 보기 전엔 이들을 단순히 무기를 좋아하고, 무기의 제원을 외우고, 서바이벌 게임을 즐기는 사람들 정도로 이해하고 있었다. 하지만 실제 접해 본 군사마니아들의 세계는 생각보다 훨씬 폭이 넓었고 깊었다. 이들은 자기 분야에서만큼은 ‘민간 군사전문가’라고 불러도 전혀 손색이 없을 만큼의 내공을 갖고 있었다.
고성혁씨, 사건 4일 만에 ‘어뢰에 의한 폭파’ 글 올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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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4월 8일 국민행동본부(본부장 서정갑) ‘천안함 사태 긴급 강연회’에서 강연하는 군사 마니아 고성혁씨. 그는 TOD(열상감지장비) 영상이 공개된 직후 천안함이 북한의 중어뢰에 의해 격침되었다는 분석을 최초로 내놓았다(사진 출처: 코나스넷). |
이때까지만 해도 대부분의 언론은 북한의 어뢰와 기뢰에 대해 거의 같은 비중으로 다루고 있던 상황이었다. 하지만 고씨는 천안함 폭파의 물리적인 증거(화면)를 직접 본 후 곧바로 ‘북한의 어뢰 공격’이라는 단정적인 결론을 이끌어냈다. 고성혁씨의 설명이다.
“물론 그전에도 생존 장병의 증언 등으로 신문은 어뢰나 기뢰일 가능성에 어느 정도 초점을 맞추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언론은 어뢰인지 기뢰인지에 대해서는 단정을 하지 못하는 상황이었습니다. 저는 TOD 화면을 보는 순간 함정이 정확하게 두 동강 난 것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순간 어뢰라고 확신을 한 것입니다. 1200t급 초계함의 가운데를 정확하게 타격하여 단숨에 절반으로 갈랐다는 것은 잠수정(함)에 의한 어뢰피격이란 결론이 가장 합리적이기 때문입니다.”
그는 “기뢰가 배의 한가운데 아래서 폭발한다는 것은 로또 복권 당첨 확률보다 낮다”며 “기뢰일 가능성을 가장 먼저 배제했다”고 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언론이 이미 북한 공격설에 집중하고 있던 때에도 KBS는 암초충돌설을 비중 있게 내보내고 있었다. 암초충돌설에 이어 피로파괴설도 등장했다.
고성혁씨는 “생존 장병의 증언, TOD 화면, 지진파, 해군의 대북 경계 작전 등 여러 가지 외부충격에 의한 침몰 증거가 있는데도 ‘피로파괴설’이 나와 분노가 치밀었다”고 했다. 그는 3월 31일 올린 글을 통해 “군함은 평균 30~40년을 운용하는데 20년 된 천안함이 금속 피로파괴라는 것은 언급할 가치도 없다”며 “차라리 외계인 피격설이라면 믿어 주겠다. 이는 금속 피로가 아니라 병든 언론의 피로”라고 말했다.
이후에도 고성혁씨는 새로운 사실이 밝혀질 때마다 언론보다 한발 앞서 상황을 분석한 글을 올렸고, 그가 올린 글의 내용은 이후 밝혀진 객관적인 상황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예를 들면 4월 3일 고씨는 그동안 밝혀진 사실을 토대로 ‘유고급 잠수함이 중(重)어뢰를 쐈을 가능성이 가장 크다’는 분석 글을 올렸다. 그때까지 언론은 ‘북한 공격이라면 반(半)잠수정일 것’이라는 데 무게를 두고 있었다.
하지만 고씨는 “무기에 정통한 친한 군사마니아들과 정보를 주고받고, 북한의 잠수함에 대한 정보를 수집해 본 결과 유고급 잠수함에 406밀리 어뢰가 장착된다는 것을 알았다”며 “그렇다면 이는 경어뢰(324mm)와 중어뢰(533mm)의 딱 중간 정도에 해당하고, 이는 천안함을 충분히 두 동강 낼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유고급에 중어뢰가 장착 가능한 경우 굳이 상어급 같은 큰 잠수함을 이용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상식적인 판단이 분석의 기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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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군사마니아 고성혁씨가 함수와 함미가 인양된 직후 함체의 파손 형태를 보고, 어뢰 공격 위치를 분석한 그림. |
고성혁씨의 글이 주목을 끌자 4월 8일 국민행동본부(본부장 서정갑)는 그를 용산 전쟁기념관에서 열린 안보강연회에 민간 군사전문가 자격으로 초청했다. 회사원인 고씨는 “난생 처음 이런 안보 강연에 서 보았다”고 말했다.
프리랜서 기자로 일하고 있는 김성욱 안보전문 기자는 “천안함 관련 취재를 하면서 고성혁씨에게 많은 자문을 구했다”며 “이 과정에서 청와대는 물론 한국의 기자들이 얼마나 군사 지식에 무지한가를 절감했다”고 말했다. 김 기자는 “기자들의 주장에서 잠수함과 반잠수정, 기뢰와 경(輕)어뢰·중어뢰, 버블제트, 잠항(潛航) 등 전문적 용어의 뜻을 모르고 쓴 것들이 너무나 많았다”며 “자신도 모르고, 데스크도 모르는 얘기를 용감히 신문에 내는 한국 언론의 ‘배짱’은 더욱 놀랄 일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천안함 사건 내막을 보도하는 과정에서 군사마니아 고성혁씨의 상황 분석 실력을 높게 평가했다.
하지만 정작 고씨 자신은 “내가 쓴 글이 무슨 대단한 식견이나 전문성을 바탕으로 한 것이 아니라, 밝혀진 객관적인 자료를 토대로 상식적 차원에서 쓴 것”이라며 “해군 관계자나 군사마니아들이라면 이 정도 분석은 누구나 할 수 있지만 돌아가는 상황이 하도 답답해서 내가 먼저 글을 올린 것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수많은 군사·안보 전문가들이 이런 초보적이고 상식적인 분석도 내놓지 못해서 내가 이들 대신 안보강연에 강사로 초청받았다는 현실이 부끄럽고 슬프다”고 말했다.
대학에서 통계학을 전공한 고성혁씨의 원래 군사마니아 전공 분야는 삼국시대 전쟁사다. 그는 현재 인터넷에 삼국시대 전쟁 현장을 직접 답사하며 전쟁을 재구성하는 글을 연재하고 있다.
‘高手’ 김병기씨, “객관적 증거 갖고 상황 분석해야”
경기도 일산에서 개인 사업을 하는 김병기(52)씨는 이 세계에서 ‘고수(高手) 중 고수’로 꼽힌다. 우리나라의 군사마니아들은 주로 <조선일보> 유용원 기자가 개설한 <유용원의 군사세계>란 홈페이지에서 활동하고 있다. <유용원의 군사세계>는 하루에 10만명이 방문하는 국내 최대의 군사전문 사이트다. 이런 곳에서 고수라는 소리를 들으려면 어느 정도 실력을 갖추고 있어야 할까? 김병기씨를 직접 만나 보았다.
작업복을 걸치고 나타난 김씨의 첫인상은 수더분한 옆집 아저씨 같은 느낌이었다. ‘김병기’는 필명이며, 본명은 따로 있지만 밝히기를 꺼렸다. 얼굴 노출도 반대했다. 김병기씨는 “방송이 암초충돌설이니 피로파괴설이니 하는 것을 내는 것을 보고 기자들에게 ‘논리적이고, 상식적으로 생각을 좀 하라’고 충고도 여러 번 했지만 소용없었다”고 말했다. 김씨의 말이다.
“아무런 사전 정보가 없을 때는 여러 가지 가능성을 추측하는 것이 당연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천안함 사건은 바로 다음 날 생존자 증언이 나왔습니다. 그들은 ‘펑’ 하면서 몸이 ‘붕’ 떴다는 증언을 했고, 배의 절반이 사고 직후 없어졌다고 했습니다. 또한 사고 부근 바다에서 인공 지진파도 감지됐습니다. 그렇다면 그러한 객관적인 증거를 가지고 상황을 추론하는 것이 과학적인 분석 태도입니다. 도저히 설명이 불가능한 암초충돌설이나 피로파괴설 등을 계속해서 내보낸 것은 기자들의 전문성 문제가 아니라 어떤 의도가 있었다고 봐야 합니다.”
천암한 사건 조사 과정에서 국방부가 천안함에서 폭약성분이 검출되었다고 발표하자 김병기씨는 곧바로 <공산권 어뢰에 사용되는 폭약>이란 제목의 글을 인터넷에 올렸다. 전문적이고 풍부한 자료를 인용해서 작성한 이 글 아래에는 수많은 댓글이 붙었다. 댓글이 많다는 것은 그만큼 논쟁이 심하다는 뜻이다. 원문에 달리는 댓글들은 군사마니아들이 정보를 공유하는 주요한 수단이다.
김병기씨는 이런 군사무기에 관한 글 외에 천안함 사건과 관련한 군사정책과 전략에 관한 글도 올렸다. 그가 지난 4월 30일 올린 <한국-일본-대만 삼국의 핵개발 카드로 중국을 압박해야 한다>는 글에 대해서는 수많은 네티즌이 논쟁을 벌였다. 김씨는 이 글에서 “천안함 사건을 저지른 북한을 압박하기 위해서는 중국의 협조를 끌어내야 하는데, 중국을 움직이려면 한국-일본-대만 3국이 참여하는 ‘핵 개발론’이라는 카드를 꺼내 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 군사마니아는 “김병기씨가 ‘고수’ 소리를 듣는 것은 군사무기와 같은 전문 자료가 뒷받침되어야 하는 아주 치밀한 글에서부터 외교·안보와 군사정책 분야까지 폭넓게 다룰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김병기씨의 글은 단순한 자기주장의 나열이 아니라 논리적이기 때문에 군사마니아들의 공감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김병기씨는 동료 군사마니아들의 이런 평가에 대해 “나는 글 올리는 데 특별히 많은 시간을 투자하지는 않는다”며 “기존에 모아 놓은 자료가 워낙 많아 그곳에서 필요한 내용을 뽑아서 글을 쓴다”고 말했다. 김씨는 통상 글 하나 쓰는 데 2~3시간 정도 소요된다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저도 생업(生業)에 바쁜 사람입니다. 그런데도 이렇게 개인 시간을 투자해서 글을 쓰는 것은 내 딸이 살아갈 이 나라가 안전하기를 바라기 때문입니다. 중국의 중화주의 팽창 정책 때문에 우리나라의 안보환경이 10~20년 내에 구(舊)한말처럼 굉장히 위험한 상황에 놓일 것이라고 예상합니다. 그런데도 우리 국민과 지도자들은 별다른 위기의식도 없고, 대비도 없습니다. 우리 국민도 스위스처럼 안보 자체가 굉장히 중요한 사회적 인프라라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김씨는 “전문적인 국방영역을 일반인들이 알기 쉽게 전달해서 안보에 관심을 가지게 하는 것이 군사마니아의 긍정적인 역할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무역업 남도현씨, 戰史 여러 권 저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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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군사마니아 남도현씨가 군부대에서 강연을 하고 있다. 무역업을 하는 그는 <히든 제너럴><발칙한 세계사> 등 군사와 역사관련 책 여러 권을 저술했다. 일부 군사마니아들은 직장과 직업 혹은 기타 이유로 얼굴 노출을 꺼리는데 남씨도 그런 사람 중 한 명이다. |
인천에서 무역업을 하는 남도현(45)씨가 대표적인 경우다. 그는 <히든 제너럴> <발칙한 세계사> <히틀러의 장군들> 등의 대중 역사서를 쓴 주인공이다. 그는 현재 국방부가 운영하는 블로그에 국방정책을 홍보하는 칼럼을 연재하고 있으며, ‘6·25 60주년 사업단’ 홈페이지의 6·25 전사(戰史)를 담당하고 있다. 그 외에 자신의 인터넷 블로그에 올리는 글이 <유용원의 군사세계>에도 게재되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웬만한 전사 전공자보다 더 왕성한 글쓰기를 하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그는 “취미로 야구를 하는 것과 프로야구 선수는 엄연히 다르다”며 “책을 발간하려는 목적에 글을 쓴 것이 아니라, 취미로 블로그에 올린 글을 보고 출판사에서 출판제의가 들어와서 그런 글을 모아 책을 낸 것”이라고 말했다. 김씨의 설명이다.
“저는 역사에 관심이 많습니다. 역사를 보면 중요 부분은 대부분 전쟁이야기로 구성됐습니다. 저는 전쟁이 세계사와 개인 삶의 환경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에 대해서 호기심이 생겼습니다. 예를 들면 ‘2차 세계대전의 특정지역에서 벌어진 특정 전투가 2차대전 전체에는 어떤 영향을 미쳤는가’, ‘혹은 그 전쟁을 지휘한 지휘관이나 전쟁에 참여한 인간군상들은 어떠했는가’ 등에 관심을 가지는 것이죠. 또한 이런 전투에 동원된 무기에도 자연스럽게 관심을 가지게 되고요.”
남씨는 “그렇다고 하더라도 내가 쓰는 글은 등산을 좋아하는 사람이 등산 후 취미로 기행문을 남기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남씨는 천안함이 일부에서 ‘미군의 오폭’ 때문에 침몰했다는 주장에 대해서 비판을 했다.
“온갖 억측을 하다가 안되니까 미군 핵 잠수함이 훈련하다가 아군을 공격했다는 주장까지 합니다. 이들은 처음에는 수심이 얕아서 북한 잠수함이 우리 서해 바다에 못 들어온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렇다면 북한 잠수함보다 10배나 큰 미군 잠수함이 어떻게 해당 바다에 들어옵니까?”
현직 언론인 김모씨, 군사교범 다운로드한 것만 1000권 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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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군사마니아 사이에서 ‘군 편제 전문가’로 통하는 박찬준씨. 그는 전 세계 모든 나라와 우리나라 군의 군사 편제에 대한 글을 인터넷에 연재했다. |
그는 “지금은 결혼해 시간적 여유가 없어서 글을 많이 쓰지 않지만 한창 활동을 할 때인 2002~2006년 사이에는 1년에 평균 5000~6000건의 글을 올렸다”며 “군사마니아들은 모르는 것을 밝혀내는 데서 쾌감을 느끼고 빠져드는 것 같다”고 말했다.
현직 언론인인 김모(39)씨는 “지금까지 직접 쓴 군사 관련 서적이 20권이 넘고, 전문학술 논문만 4편을 발표했다”고 말했다. 그의 학력은 대학 학부 과정까지가 전부다. 김씨는 원래 자기가 좋아했던 분야는 군사제도와 전략전술 분야였으나 현재는 방향을 바꾸어 전쟁사를 주로 연구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직장과 이름 밝히기를 꺼렸다.
“미군들이 쓰는 군사 교범을 인터넷에서 다운로드한 것이 1000권이 넘습니다. 예전에는 이런 것을 전부 직접 우편 주문이나 인편을 통해 사들였습니다. 인터넷이 보급되면서 군사마니아들의 자료 수집 방식과 자료의 양에 가히 ‘혁명’이 일어난 것입니다. 하지만 인터넷에서 자료를 구하려면 해당 나라의 군 편제를 정확하게 알아야 검색이 가능합니다. 저는 외국 군사 자료를 하도 많이 찾고, 번역하고, 연구를 하다 보니 영어, 일어, 중국어를 수준급으로 구사할 수 있습니다. 저와 친한 한 분은 2차대전 전문가인데 5개 국어가 가능합니다. 군사마니아 대부분이 외국의 잡지나 인터넷에서 자료를 구하기 때문에 한두 개 외국어는 자유롭게 구사할 수 있습니다.”
그는 “우리나라의 청동기시대부터 현재까지 군에 관한 모든 역사를 정리하는 것이 소원”이라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현재 관련 자료를 수집 중입니다. 자료 수집 과정에서 제가 직접 촬영한 옛날 무기 사진만 해도 1만 점이 넘습니다. 기타 문서로 된 옛날 무기 자료도 찾고 있습니다. 도서관을 다니며 일제시대 자료부터, 조선시대 고문서(古文書)까지 하나씩 전부 뒤져서 찾아봐야 합니다. 4~5년에 한 권씩 책을 쓴다고 해도 시간이 그렇게 많이 남아 있지 않습니다. 65세까지는 제 인생 목표가 정해져 있는 것이죠. 한눈팔 겨를이 없습니다. 요즘은 밥 먹는 시간, 잠자는 시간도 아까워서 줄이고 있습니다.”
김성훈씨, 지구상 존재하는 무기체계 줄줄 꿰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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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군사마니아 김성훈씨. |
“사회에서도 관련 일을 10년 정도 하면 전문성을 가지잖아요. 이 일을 20년 동안 했다고 한번 생각해 보세요. 저처럼 오래한 군사마니아들은 금방 생산되었거나 일급 비밀이 아닌 무기를 제외하고, 지구 위에 존재하는 모든 무기 체계는 줄줄 외울 정도가 됩니다.”
김씨는 “대학 졸업 후 전투기 조종법을 배우기 위해 한 달에 50만원 하는 시뮬레이션 전투비행학교도 다녔다”며 “이후 미국에 가서 실제로 5종류의 전투기도 몰아 봤다”고 말했다. 이렇게 실제로 체험을 해 보니 머릿속으로만 그리던 것과는 달리 항공기 지식이 금방 높아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고 한다.
그는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개발한 경공격기 FA-50(고등훈련기인 T-50을 공격형으로 개발한 것)에 대해 10년 동안 인터넷에서 반대 여론을 주도했다”며 “현재 군사마니아들의 80%가 이 경공격기 도입을 반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의 설명이다.
“군사무기와 정책에 대해 일반인보다 좀 더 알고 있는 우리로서는 이 FA-50 경전투기 도입 계획은 아무리 봐도 국가안보를 해치는 결정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한마디로 일반 자동차를 튜닝한다고 해서 경주용 자동차로 사용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 논리입니다. 우리나라는 주변이 중국, 러시아, 일본 등의 초강대국에 둘러싸여 있어 전 세계에서 안보상황이 가장 위험한 환경에 살고 있습니다. 이런 나라에서 전투력이 형편없는 FA-50을 도입한다는 것은 우리 공군력을 망치는 지름길입니다.”
그는 “일부에서 경전투기 도입 사업이 우리 항공기 발전 과정의 하나이기 때문에 이해해야 한다는 논리를 펴는데 비행기 개발을 위해 안보를 시험대에 올릴 수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군사마니아들이 얼마나 국익과 안보에 민감한지 다음과 같은 일화를 들려주었다.
“노무현 정부 때 공중조기경보기(항공기에 레이더·통신장비를 갖춘 대공감시기) 사업이란 게 있었습니다. 정부는 이 경보기를 성능이 좋은 미국의 보잉사 것이 아닌, 수준이 떨어지는 이스라엘 것을 도입하려고 했습니다. 우리 군사마니아들이 이 사실을 알고 분개했습니다. 군사마니아 중에 ‘땡칠이’라는 분이 있었는데, 그는 정부 정책을 조목조목 반박하며 반대 여론을 불러일으켰습니다. 우리 군사마니아들이 똘똘 뭉쳤고, 저를 포함한 일부 회원들은 자료를 들고 직접 담당 국회의원을 찾아가서 상황을 설명했습니다. 결국 정부는 우리가 주장하던 보잉사 경보기로 바꾸었습니다. 저는 이 과정에서 군사마니아의 역할이 결정적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국익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했기에 개인의 시간과 돈을 들여 가며 이런 일을 했던 것입니다.”
김씨는 “천안함 사건 보도에서 우리 언론의 전문성이 너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예를 들면 기자나 북한 전문가들이 TV에서 북한이 ‘버블제트 어뢰’로 공격했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버블제트라는 어뢰가 따로 있는 것이 아닙니다. 모든 어뢰가 수중에서 폭발하면 버블제트라는 물리적인 현상이 발생합니다. 천안함 사건 때 TV에 나온 소위 박사급 전문가들이란 사람들의 이야기 중에 틀린 부분이 하나둘이 아니었습니다. 이들은 자기 전공분야만 벗어나면 우리 마니아들보다 수준이 떨어지는 이야기를 많이 하더군요. 특히 전문가들은 사건의 큰 그림을 그리는 데 무척 취약했습니다. 천안함 사건 초기에는 오히려 한 가지 분야에서 오랜 열정을 가지고 연구해 온 군사마니아 고수들이 더 전문적인 분석을 한 경우가 많았습니다.”
홍희범씨, 아예 군사전문잡지 편집장으로 일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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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항공우주산업이 개발한 T-50 고등훈련기. T-50을 공격형으로 개발한 것이 FA-50경(輕) 공격기로 2012년부터 공군에 순차적으로 배치할 예정이지만, 군사마니아 사이에서 이 전투기 도입에 대한 찬반이 치열하다(군사마니아 톰캣 촬영). |
홍 편집장은 소위 말하는 군사마니아 ‘1세대’에 해당한다. 군사마니아 사이에서는 1990년 초반부터 인터넷이 본격적으로 보급되기 전까지 약 10년간 PC통신을 통해 군사동호회 활동을 한 사람들을 통상 ‘군사마니아 1세대’로 분류한다.
“대학교 때 아르바이트로 <플래툰> 잡지의 기자생활을 했는데 그것이 저의 본업이 됐습니다. 저는 개인 화기를 좋아해서 총기관련 자료를 많이 모았습니다. 물론 다른 무기관련 자료와 전쟁사 자료도 많습니다. 관련 잡지나 책이 몇천 권은 되는데 정확하게 얼마나 되는지는 세어 보지 못했습니다.”
홍 편집장은 “우리나라가 아직은 군사마니아 문화의 초창기에 해당하기 때문에 앞으로 관련 인구가 꾸준하게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서바이벌 게임을 즐기거나, 총기류에 관심 있는 군사마니아들은 어려움이 많다”며 “총기 소유가 불법인 데다가, 유사총기까지 단속이 심하기 때문에 관련 군사마니아들이 취미활동의 어려움을 많이 호소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다른 군사 전문잡지인 <디펜스타임즈>의 안승범 편집장은 홍희범 편집장과는 반대로 “현재 군사마니아 문화는 쇠퇴기나 몰락기”라는 진단을 내렸다. 안 편집장은 “국내 군사잡지나 군사 전문 사이트는 수익 모델이 없기 때문에 발전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안 편집장의 설명이다.
“인터넷이 보급되면서 잡지의 전성기가 끝났습니다. 몇몇 군사 전문 사이트들도 결국 <유용원의 군사세계>로 재편되는 과정에서 힘을 잃거나 사라졌습니다. 생업에 종사하면서 군사 전문 사이트를 운영한다는 것이 말처럼 쉽지 않습니다. 특히 천안함 같은 대형 안보이슈가 터지면 신문이 워낙 자세하고 전문적으로 보도하기 때문에 독자들이 신문만 읽어도 군사마니아들이 알고 있는 수준과 비슷한 정보를 얻을 수 있습니다.”
신인균씨, 뒤늦게 뛰어든 군사마니아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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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말리아 해역에 해적 퇴치 임무를 위해 출발하는 충무공이순신함에 초대형 태극기(9×6m)를 기증하는 ‘자주국방네트워크’ 신인균 대표(앞줄 왼쪽)와 회원들. 태극기는 회원들이 1만원씩 기부하여 만들었다고 한다. |
군사마니아가 되는 과정은 어렸을 때 탱크, 전투기, 군함 등 군사 모형이나 총기류 등을 좋아하다가 이후 한 가지 분야에 깊게 빠져든 경우가 대부분이다. 아주 드물게 성인이 되어서 군사마니아가 된 경우가 있는데 ‘자주국방네트워크’라는 국방부 등록 시민단체를 이끌고 있는 신인균(43) 대표는 30대 중반에 군사마니아가 되었다고 한다. 그는 원래 사진관을 운영했으나, 2002년경 다른 사업을 위해 사진업을 그만두고 이후 군사마니아가 되었다.
“잠시 쉬고 있을 때 군사 소설에 푹 빠졌습니다. 그러다가 직접 소설을 쓰기 시작했는데 한국과 중국이 전쟁을 벌인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이것이 인터넷에서 큰 인기를 얻자 저는 소설 자료 수집을 위해 중국을 방문했습니다. 하지만 중국 뤼순 감옥에서 안중근 의사의 순국 현장을 보고 안 의사는 젊은 나이에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쳤는데, 소설이나 쓰겠다고 반바지 차림에 선글라스를 끼고 중국땅을 돌아다니는 제가 너무 부끄러웠습니다. 그 길로 소설을 접고 본격적으로 국방 관련 일에 뛰어들었습니다.”
신 대표는 현재 군사마니아들 세계 해군 분야에서 전문가로 통하고 있으며 천안함 사건 때 많은 언론사와 인터뷰를 했다. 그는 좀 더 전문성을 갖추기 위해 대학에서 석사 학위를 따고 현재 박사 과정에 있다고 한다.
비겐, 군사 사진 분야의 高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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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진태 한양여자대 방송영상디자인학과 교수. 군사 마니아 출신인 그는 “교수가 된 지금도 좋아하는 군대 관련 사진을 찍을 수 있어 행복하다”고 말했다. |
인터넷 포털사이트인 야후에서 <비겐의 군사무기사진 블로그>를 운영하는 장모씨는 군사마니아들 사이에서는 ‘사진의 고수’로 통한다. 대전에서 개인 사업을 하는 장씨는 “하루 평균 5만~6만명이 내 블로그를 찾고 있다”며 “천안함 사건처럼 대형 안보 이슈가 있을 때는 7만~8만명까지 방문자가 늘어난다”고 말했다.
“저는 주로 외국의 군사 사이트 등에서 사진을 찾습니다. 사진검색은 관련 검색어를 얼마나 잘 사용하느냐가 관건인데, 저 같은 경우 검색이 생활화되었기 때문에 비교적 빨리 찾을 수 있습니다. 저는 제가 올리는 사진은 그저 언젠가 누군가가 찾을 사진이며, 단지 제가 그들보다 조금 먼저 찾아 올리는 것뿐이라고 생각합니다.”
장씨는 “내가 사진을 찾아 올리는 것은 일반 사람들이 저녁에 산책하는 것처럼 자연스러운 일과이자 취미활동이라고 이해하면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기자가 만난 어느 군사마니아는 “비겐님(장씨)이 올리는 사진을 보면 ‘도대체 저런 사진을 어디서 구했을까’ 하며 놀랄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군사마니아는 “비겐님은 단순히 사진만 올리는 것이 아니라 사진에 대해 정확한 설명까지 하기 때문에 일반 사진 마니아와 차별성을 갖는다”며 “군사마니아들 상당수가 무기 관련 정보를 얻기 위해 비겐님 블로그를 고정적으로 방문한다”고 말했다.
‘한국황금전사’라는 아이디로 <유용원의 군사세계>에서 활동하는 김모(37)씨는 군사마니아들 사이에서는 ‘중국 군사 전문가’로 통한다. 중국어 강사인 김씨는 중국군 관련 사진을 인터넷에 전문으로 올리고 있다. 그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중국군에 대해 오해하는 부분이 많다”며 “중국군을 과대평가하거나 깎아내리는 경우가 있는데 있는 그대로 객관적으로 보여주고 싶을 뿐”이라고 말했다.
김진태 한양여자대 방송영상디자인과 교수는 현재 육군본부 정책홍보실에서 운영하는 블로그에 각종 군 홍보 동영상을 제작해서 올리는 일을 겸업으로 하고 있다. 그는 육군본부와 협의해서 2~3일 일정으로 해당 부대를 방문해 홍보용 동영상을 찍어 올리고 있다고 한다.
김 교수는 “원래 군장(軍裝)을 수집하는 군사마니아였으나, 모 군사잡지에서 파트타임으로 사진 찍는 일을 한 것이 현재의 직업을 선택하는 데 영향을 미쳤다”며 “지금은 전공이 인연이 되어 다시 내가 좋아하는 군대 사진을 찍고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그는 현재 찍고 있는 사진을 모아 30년 뒤에는 우리 군(주한 미군 포함)의 기록 사진집을 내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제가 미국에 있을 때 보스턴 근처에서 6·25 참전용사들의 행사가 있는 것을 보고 한국군 복장을 하고 갔더니 그 사람들이 너무나 좋아했습니다. 미국 전체에 그런 6·25 관련 행사가 일 년에 수백 개나 됩니다. 그런데 한 시간도 안 걸리는 거리인데, 우리 영사관 직원은 그런 데 아무런 관심이 없었습니다. 참전용사들은 명예 하나로 살아온 사람들입니다. 우리 정부 사람들이 잠깐 나와서 노병(老兵)들에게 감사장 한 장만 전달해도 얼마나 고마워하겠습니까?”⊙
| [인터뷰] 조선일보 유용원 군사전문 기자 국내 最大 군사전문 사이트 운영 “南北 통일까지 대비한 군사 포털 만들 것”
사이트 운영자인 유용원 기자는 “1일 평균 8만5000~9만5000명이 방문하고 있다”며 “천안함 사건으로 요즘은 10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사이트를 찾는다”고 말했다. 유 기자는 “페이지뷰는 100만 회 정도인데, 이는 한번 사이트에 들어온 사람이 머물러 있는 시간이 길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군사 전문 사이트를 만든 계기는 무엇입니까. “2001년 8월 사이트를 열었는데, 기자들 사이에 홈페이지 개설 바람이 불 때였습니다. 저는 처음에는 하루 2000~3000명만 방문해도 성공한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사이트 오픈 후 9·11테러와 아프가니스탄 전쟁 등이 터지면서 안보이슈가 생기자 방문자가 하루 2만명을 넘어섰습니다.” －당시 다른 군사전문 사이트가 많았는데, 어떻게 그런 사이트를 이길 수 있었는지요. “저는 이왕 만드는 것, 다른 사이트보다 조금 더 알차게 꾸미자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초반부터 자료도 많이 집어넣었고, 또한 제가 취재한 것 중에 기사화하지 못한 내용이나 취재 뒷이야기 등 생생한 이야기를 많이 제공했습니다. 군사 분야에 궁금증을 가진 많은 사람이 제가 제공하는 살아 있는 정보에 무척 열광했습니다. 또한 당시에는 군사마니아들끼리 정보를 교환할 수 있는 커뮤니티의 장이 별로 없었는데 제 사이트가 그런 역할을 적절히 하면서 사람들이 몰려들었던 같습니다.” 유 기자는 “사이트는 조금만 방치하면 비방이 난무하고 쓰레기장으로 변해 망가지기 때문에 하루 2~3시간씩 틈틈이 시간을 내서 관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이트 운영에서 특별히 중점을 둔 부분은. “저는 처음부터 개방적인 사이트 운영방식을 택했습니다. 흔히 ‘네티켓’이라 불리는 인터넷 예절에서 벗어나지 않으면 보수, 진보, 중도를 가리지 않고 누구든지 와서 토론할 수 있게 장을 마련해 주었습니다. 이런 원칙을 지금도 지키면서 사이트를 최대한 중립적으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누구나 제한 없이 참여할 수 있기 때문에 이른바 고수급 군사마니아들이 제 사이트에서 많이 활동하고 있습니다.” －군사마니아들의 글이 국방정책에 영향을 미치는 경우도 있습니까. “제 사이트는 웬만한 현역 군 간부들이 거의 다 알고 있습니다. 장군들도 많이 보고요. 방산(防産)업체 관계자들은 ‘민간인들이 이렇게 전문적인 글을 올리는데 우리도 공부를 많이 해야겠다’는 이야기를 하곤 합니다. 노무현 정부 시절 공중조기경보기 사업을 추진할 때 어느 군사마니아가 올린 글이 화제가 되어서 사업을 재검토하는 데 영향을 미친 사례가 있습니다. 그러니까 이런저런 사업 추진할 때 방산업체 사람들은 군사마니아들이 올린 글에 신경을 쓸 수밖에 없죠. 이런 점들이 알게 모르게 군의 정책에 영향을 많이 준다고 봅니다.”
“적절한 긴장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좋다고 봅니다. 예를 들어 우리 군에서 지급하는 피복과 장구류가 우리의 국력수준에 비해 질이 낮다는 의견이 많습니다. 제 사이트에서 활동하는 군사마니아들이 이 문제를 줄기차게 들고 나오니까 국방부 관련 부서에서도 정책을 수립하는 데 참고하지 않을 수가 없다고 하더군요. 물론 군 입장에서는 군사마니아들이 상황을 모르고 주장하는 것도 많아서 부담스러울 수 있겠지만, 반대로 이런 여론을 정책을 세우는 데 활용할 수도 있다는 의미죠.” －군사 보안문제는 어떻게 관리하고 있습니까. “제가 제일 신경 쓰는 부분 중 하나입니다. 회원들 스스로 군사 보안을 지키려고 무척 노력합니다. 오래 운영하다 보니 자체 정화기능이 웬만큼 자리 잡았습니다. 그리고 관계 당국에서도 계속 모니터하면서 회원들이 실수로 올리는 군사 기밀은 바로바로 지적을 해 주고 있습니다.” －천안함 사건 과정에서 사이트 회원들은 어떤 역할을 했다고 평가하십니까. “예를 들어, 암초충돌이라느니, 한미훈련 과정에서 오폭으로 침몰했다느니, 피로파괴라느니 하는 주장에 대해 회원들이 논리적으로 말이 안된다는 것을 설파했습니다. 이런 의견들이 모여서 전반적으로 비과학적인 논리를 약화시키는 데 기여를 했다고 봅니다.” －앞으로 사이트를 어떻게 유지할 예정입니까. “지금 자연스럽게 포털 사이트화되고 있습니다. 정말 제대로 된 군사 포털을 만드는 것이 목표입니다. 중·장기적으로 영문 서비스도 제공해서 외국인들도 의견을 교환할 수 있게 해야죠. 또한 남북통일 과정에서 주변국과의 관계 형성이 중요할 테니까 그런 것도 염두에 두면서 사이트를 확대 발전시킬 계획입니다. 또 하나 계획 중에 있는 것이 바로 군사전문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는 것입니다. 남북한과 주변 4강에 대한 군사력과 무기체계를 온라인상에 구축하려고 합니다.” －군사마니아들을 어떤 사람들이라고 생각하는지. “대부분의 군사마니아들은 어렸을 때 주변에 자기 취미를 나눌 사람이 없어서 소외감을 많이 느끼고 자랐습니다. 요즘은 인터넷이 발달하면서 제가 운영하는 사이트 같은 데서 같은 취미를 가진 사람들을 발견하고 의견을 나누고 있는 상황이죠. 하지만 우리 사회는 아직도 군사마니아나 그들의 활동을 하나의 취향이나 취미로 보는 것이 아니라, 나이 들어서도 무기 같은 것이나 좋아하는 철없는 사람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군사마니아 대부분이 한 가지 분야에 깊이 빠진 사람들이기 때문에 자기주장과 고집이 센 편입니다. 하지만 군사나 국방이란 것이 전문적이고 보수적인 분야이기 때문에 자부심이 세고 애국심이 대단히 강하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