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다 보면 ‘이 책을 쓴 박정희가 우리가 아는 그 박정희가 맞나?’ 하는 생각이 든다. 밑으로부터의 민주주의와 지방자치의 필요성에 대해 열심히 이야기하고, 중소기업 및 농촌 위주의 경제정책 등을 역설하고 있기 때문이다. 거기에는 이후 차츰 ‘현실’에 적응해 가기 이전의 이상주의적 군인혁명가의 모습이 있다. 박정희가 거기에 머물지 않은 것이 대한민국에는 행운이었다. 군사정부의 실패에서 배우면서 박정희는 수출입국-대외지향형 경제정책으로 전환했다. 대한민국의 성공신화는 거기서부터 시작됐다.
박정희는 이 책 곳곳에서 조선시대를 통렬하게 비판한다. 조선을 ‘아름다운 선비의 나라’로 미화하는 근래 우리 사회 일각의 풍조와는 대조적이다. 그는 조선사회를 ‘유교적 전체주의’라고 규정하면서 조선이 남긴 병폐로 사대주의, 허세사회, 노예적 체념의 일상화, 명예관념의 결여 등을 꼽는다. 특히 “‘나’라는 개인의 부재”를 지적하는 대목은 인상적이다. 박정희는 ‘나’라는 주어가 빠져도 문장 해독에는 전혀 지장이 없는 우리 문장 구조를 예로 들면서 “‘나’에 대한 의식이 없으니 건전한 인격도 도의의 확립도 기대하기 어려운 것이고, 자기에 대한 의식이 확실히 세워지지 않으면 건전한 비판정신도 성립될 수 없다”고 역설한다. ‘박정희는 천생 교사였다’는 생각이 든다.
55년 전에 나온 책이라, 지금의 입장에서 보면 생경한 대목이 많다. 하지만 책을 읽다 보면 지도자 박정희의 생각이 어떻게 변화했는지, 그가 이 나라를 얼마나 바꾸어 놓았는지를 느낄 수 있다. 《우리 민족의 나갈 길》 뒤에는 1961년에 발표했던 〈지도자도(指導者道)〉를 함께 수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