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님, 社長·市長 시절의 성공신화는 빨리 잊어 주십시오』
〈편집자 注〉 月刊朝鮮은 최근 李明博 정권의 지지율 급락과 관련, 張誠珉 세계와 동북아 평화포럼 대표를 만나 現 정권의 위기를 진단하고 향후 진로에 대해 들었다. 張대표는 金大中 정부 시절 청와대 초대 국정상황실장을 지냈다. 본인의 허락을 받아 그와의 대담 내용을 李明博 대통령에게 보내는 편지 형식으로 再구성했다.
張誠珉
張誠珉(장성민) 세계와 동북아 평화포럼 대표는 金大中 前 대통령이 민주당 총재와 아태재단 이사장 시절, 그의 비서로 오랜 기간 보좌했고 金大中 총재가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청와대로 들어가 대통령비서실 홍보비서관, 국정상황실장으로 국가운영의 한복판에 서 있었다.
그는 16代 국회의원(서울 금천)을 지냈고, 17代 大選 때는 가칭 국민선택 대통령 후보로 출마한 경력도 있다. 한반도평화회담 담당특사와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 사무총장을 지낸 찰스 카트먼을 비롯하여 미국 내 한국통들과도 깊은 교분을 가지고 있다.
「지도력의 원칙」, 「부시 행정부의 한반도 리포트」, 「성공하는 대통령의 조건」, 「전환기 한반도의 딜레마와 선택」 등의 저서가 있다.
〈편집자 注〉 月刊朝鮮은 최근 李明博 정권의 지지율 급락과 관련, 張誠珉 세계와 동북아 평화포럼 대표를 만나 現 정권의 위기를 진단하고 향후 진로에 대해 들었다. 張대표는 金大中 정부 시절 청와대 초대 국정상황실장을 지냈다. 본인의 허락을 받아 그와의 대담 내용을 李明博 대통령에게 보내는 편지 형식으로 再구성했다.
張誠珉
張誠珉(장성민) 세계와 동북아 평화포럼 대표는 金大中 前 대통령이 민주당 총재와 아태재단 이사장 시절, 그의 비서로 오랜 기간 보좌했고 金大中 총재가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청와대로 들어가 대통령비서실 홍보비서관, 국정상황실장으로 국가운영의 한복판에 서 있었다.
그는 16代 국회의원(서울 금천)을 지냈고, 17代 大選 때는 가칭 국민선택 대통령 후보로 출마한 경력도 있다. 한반도평화회담 담당특사와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 사무총장을 지낸 찰스 카트먼을 비롯하여 미국 내 한국통들과도 깊은 교분을 가지고 있다.
「지도력의 원칙」, 「부시 행정부의 한반도 리포트」, 「성공하는 대통령의 조건」, 「전환기 한반도의 딜레마와 선택」 등의 저서가 있다.
허송세월한 인수委, 국정 혼란의 단초
취임 3개월을 맞은 李明博(이명박) 대통령의 통치력이 근본부터 의심받고 있습니다. 「쇠고기 파동」 여파로 지지율이 20% 후반대로 추락한 게 대통령의 리더십 부재 때문이라고들 합니다. 제가 보기에도 국정 혼란의 「몸통」은 대통령님 자신이고, 「깃털」은 청와대의 핵심 참모들입니다.
저는 李明博 정부의 대통령직 인수委 67일을 지켜본 후 지난 2월18일 한 언론 매체에 「출범도 하기 전, 레임덕에 빠진 李明博 정부」라는 칼럼을 통해 『불행하게도 우리는 이번 大選을 통해서 「무능한 진보진영」 대신 앞뒤 안 보고 달리는 「무능한 보수」를 만난 것은 아닌가 걱정이 앞선다』고 지적했습니다. 불행하게도 제 칼럼은 적중했습니다.
李明博 대통령의 국정 혼란은 인수委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인수委는 황금 같은 67일을 허송세월로 보냈습니다. 적어도 제눈에는 그렇게 보였습니다. 인수委 기간은 국정의 핵심 과제들을 다듬고 정리해 비전을 만드는 思索(사색)의 시간입니다. 언론에 노출되지 않는 조용한 사색의 공간에서 대통령 당선자는 국정 목표를 정해 마스터플랜을 짜고, 세부적인 전략까지 수립해 숙지하는 시기여야 했습니다. 불행하게도 대통령님의 인수委는 이 기간 동안 마치 점령군처럼, 개선장군처럼, 감사원 직원처럼 전임 정권을 청산의 대상으로 몰아가며 정권의 연속성을 가져올 쓸 만한 정책들을 발로 차버렸습니다.
대통령님께서도 국민의 기대와 달리 움직였습니다. 『규제의 전봇대를 뽑는다』며 하루 한 건씩 설익은 언론용 이슈를 발표하며 현직 대통령보다 더 스포트라이트를 받아가며 전국을 훑고 다니셨습니다. 떠나는 대통령과 사사건건 정책 갈등으로 설전을 벌이며 국민들을 불안하게 했습니다. 덕분에 유종의 美를 거둬야 하는 전임 대통령, 취임하는 신임 대통령은 政派(정파)를 뛰어넘는 화합의 장면을 연출하지 못했습니다.
李明博 정부는 國政(국정)을 이끌어갈 전문가를 구하는 데도 매끄럽지 못했습니다. 대통령은 각료와 청와대 핵심참모를 고를 때 자신의 배우자 고르듯, 국정의 최적임자를 골라야 합니다. 超黨的(초당적)으로 인재를 구한다는 차원에서 한나라당, 통합민주당, 검찰, 경찰, 국정원, 언론들에 인재 추천을 받았으면 어땠을까요?
李대통령의 청와대는 국정 경험이 거의 없는 아마추어들로 구성됐습니다. 실용성보다 전문성을 추구한 나머지 학자 출신 참모들로 판을 짰습니다. 초기 李明博 대통령님 정부의 인적 구성, 국정운영 스타일을 보면 과거 金泳三(김영삼) 정부나 盧武鉉(노무현) 정부의 전철을 밟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두 정권의 실패는 대통령 자신은 물론, 핵심 인사들이 청와대와 국정운영의 전반을 잘 몰랐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청와대에서 숙련된 국가경영자로 일을 하고, 참모들이 보조자로서 완벽한 보조를 해내기까지는 1년 6개월 정도 시간이 걸립니다. 더구나 정치 경력이 없는 사람들, 야당조차 해본 적이 없어 정치적 순발력이나 현실감이 없는 지금의 청와대 사람들에게는 더욱 그렇습니다. 산적한 국정 현안들은 그들의 국정 수행능력이 완벽해지길 기다려 주지 않습니다. 청와대는 아마추어 교수들이 모여 국정운영을 실습하는 장이 아닙니다. 청와대는 전문적인 조건과 능력을 가진 사람들이 핵심 포스트에 포진해 있어야 합니다.
아데나워의 用人術 참고했어야
실용을 강조해 온 대통령님께서는 불행하게도 실용과는 거리가 먼 학자 출신들을 대거 기용했습니다. 이들 핵심 참모들은 불투명한 재산 형성 과정 문제로 국민들의 불신을 낳고 있습니다. 이들 때문에 대통령과 청와대가 민심을 잃었습니다.
더구나 학자 출신 청와대 핵심 참모들은 대통령님에 대한 충성도와 열정에 있어 역대 직업정치인이나 참모들에 비해 현저히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돌아갈 곳, 먹을 것이 보장된 사람들이 대통령님을 위해 「날아오는 돌」을 대신 맞을 수 있다고 보십니까. 때문에 비서진 간의 충성 경쟁이 의도적이든 비의도적이든 발생할 수 없는 곳이 지금의 청와대입니다.
대통령님이 지금의 정치적 시련, 국정의 딜레마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청와대를 도덕적으로 깨끗하고 국정운영의 전문성이 있는 사람들로 전면 개편을 해야 합니다. 국민들은 대통령님이 大選 때 약속한 300억원대의 재산 헌납을 언제 이행하나 지켜보고 있습니다.
국가는 정당의 한계를 뛰어넘어야 합니다. 대통령은 정당의 지지로 탄생했지만, 일단 대통령이 되면 국가의 대변인, 국민의 대변인이어야 합니다. 1998년 金大中 대통령이 집권했을 때, 대한민국은 IMF 관리체제 상태였습니다. 대통령은 국가의 혼란과 위기 속에서 국가를 보위하는 것이 첫 번째 임무입니다. 저는 金大中 대통령을 보좌하면서 대통령으로서 추구해야 할 리더십을 연구했습니다. 로널드 레이건 美 대통령, 넬슨 만델라 南阿共(남아공) 대통령, 프랭클린 루스벨트 美 대통령 등 위대한 지도자 가운데 콘라드 아데나워(1876~1967) 서독 초대총리를 주목했습니다.
74세의 나이에 총리가 돼 88세까지 총리로 지낸 그는 1963년 10월 총리직에서 물러나기까지 「라인강의 기적」을 이룩한 인물입니다. 쾰른 시장을 지낸 그는 나치 정권下에서 옥살이를 했으나, 초대 서독 총리로 취임하자 과감하게 나치 가담 인물들을 등용했습니다. 초대 문민정권으로 나치 정권과 차별화를 꾀했던 그는 서독을 재건하기 위해 처음엔 反나치 인사들 위주로 기용하려 했습니다. 그러나 反나치 인사들은 대부분 능력 부족이었습니다.
고민하던 아데나워는 자신의 정체성보다 국가를 재건하는 것이 우선 과제라고 결론을 짓습니다. 자신의 정통성을 접고, 나치 정권에 복역한 인물이라도 새로운 국가를 건설하는 데 도움이 되는 인물이라면 과감하게 끌어안았습니다. 저는 金大中 정부 출범 당시, IMF 외환위기를 극복하지 못하고 실패하면 역사의 죄인이 될 것 같은 두려움이 있었습니다. 만일 李明博 대통령님이 국정운영에 실패한다면, 국민들은 「무능한 보수진영」에 등을 돌릴 것입니다.
저는 대통령의 참모로서 인재를 모아 그들의 지혜를 통해 대한민국의 위기를 극복하고자 했습니다. 특정 정파의 인재만 가지고는 국난을 극복하기에 역부족이었습니다. 저는 「아데나워 용인술」을 金大中 대통령에게 권했고, 정치적 사고가 유연했던 그 분은 이를 즉각 수용했습니다.
사실상 2인자라고 할 수 있는 청와대 비서실장에 金重權(김중권)씨를 임명한 것은 이런 노력의 결과였습니다. 이념적·정파적으로는 상상할 수 없는 인사였습니다. 金大中 대통령은 이에 그치지 않았습니다. 李會昌(이회창) 당시 한나라당 대통령후보의 경제특보를 지낸 李憲宰(이헌재) 당시 금감원장을 경제부총리로 기용했습니다. 金大中 대통령은 李憲宰 총리가 「식솔」들을 정부로 데리고 온 것을 묵인했습니다. 통일부 장관으로 보수적 인사인 康仁德(강인덕)씨를 등용했습니다.
金大中 대통령 시절, 보수적 성향의 인사들 상당수가 정부 요직에서 활약했습니다. 민주당 내부에서 『남 좋은 일만 한다』며 저를 공격했습니다. 저는 꿈쩍도 하지 않았습니다. 국가적 위기가 생긴 상황에서 자신들의 주머니를 챙기는 것에 눈길을 돌리면 대한민국이 무너진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결국 과감히 인재풀을 넓힌 덕분에 金大中 정권이 위기의 강을 무난히 건널 수 있었습니다.
CEO형 리더십으로는 안 됩니다
지난 3월 말 물러난 대통령님의 스피치라이터인 「연설ㆍ기록비서관」 후임도 두 달이 지나도록 결정하지 못했다고 들었습니다. 쇠고기 파동으로 들끓는 여론을 잠재울 핵심부서가 사회정책수석실입니다. 朴美碩(박미석) 수석의 퇴진 이후 그 자리가 비어 있다는 것은 위기를 타개할 중요한 부서에 구멍이 나 있다는 것을 뜻합니다.
쇠고기 수입이란 통상 문제는 그 사안으로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국내정치·경제·외교·국방·문화까지 파급됩니다. 대한민국이 쇠고기 파동으로 「광우병 블랙홀」이 되면, 美北 간에 대한민국의 주권을 놓고 어떤 협상을 벌이고 있는지 눈을 돌릴 겨를이 있겠습니까. 쇠고기 협상이란 외교통상문제로 인해 경제가 흔들리고 있습니다. 국내 소비자들이 육류를 기피하게 되고, 정권이 불안정하면 해외 투자객들이 돈을 빼서 한국을 떠날 것입니다. 소비심리가 떨어지면 경제활동 마인드가 위축된다고 합니다.
한국은행 李成太(이성태) 총재는 지난 5월8일 『올해 경제는 4.5%보다 높은 경제성장률 달성은 어려울 것』이라고 했습니다. 경제소비 심리가 죽는데 李明博 대통령님이 어떻게 경제를 살립니까. 경제학 교과서에 의하면 국민소득 2만 달러의 나라가 4만 달러에 오르려면 10년 동안 매년 7%씩 성장해야 가능하다고 합니다. 대통령님은 매년 7%씩 성장해 임기 내 4만 달러를 달성하겠다며 「747공약」을 내놓았습니다. 결국 이대로 가면 盧武鉉 대통령 당시의 경제성장률 4.5%보다 뒤처지는 상황이 올지도 모릅니다.
오늘날의 국정 혼란은 李明博 대통령님의 CEO형 리더십에서 초래했다고 생각합니다. 대통령님은 현대건설 사장, 서울시장의 성공신화를 빨리 잊어야 합니다. 대통령님은 CEO형 리더십이 몸에 배 있을 것입니다. 그래서 참모들의 이야기를 듣지 않을 것이라 보고 있고, 그렇다고 듣고 있습니다. 이런 帝王的(제왕적) 리더십은 때로는 청계천과 같이 땅을 파고 밀어붙이는 데는 통할지 모르지만 국가 경영에는 절대로 통하지 않습니다. 전제적인 결정권을 갖고 자신의 결정과 판단을 지시하는 소위 「톱다운형」이기 때문에 참모들이 좋은 아이디어를 준다 해도 받아들일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마키아벨리는 『지도자가 통치 스타일을 바꾸지 못하는 것은 타고난 성향을 거역할 수 없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특정한 노선을 추구함으로써 항상 성공해 온 경우에는 그것을 포기할 까닭이 없기 때문이다』고 했습니다.
대통령님은 지금까지 社長(사장)의 리더십, 市長(시장)의 리더십으로 성공했습니다. 그 리더십을 국정에 적용하면 성공한 대통령이 될 수 있다는 확신을 갖고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성공을 접고 통치 스타일을 바꾸지 못하면 李대통령은 또다시 「실패한 대통령」으로 남을 수밖에 없습니다.
李明博 대통령님의 통치 기반은 대통령님 자신의 CEO형 리더십 때문에 파열음을 내고 있습니다. 한나라당, 대구·경북지역, 그리고 공무원 조직이 파편화하고 있습니다. 한나라당은 親朴연대가 당 외부에 형성돼 웃지 못할 정치적 파열음을 내고 있습니다. 朴槿惠(박근혜) 前 대표의 지지기반인 영남도 분열되고 있습니다.
朴槿惠라는 정치인 하나를 포용하지 못해 자신을 당선시킨 정당 하나도 장악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만일 영남지역이 확고하게 단결해 대통령님을 지지했다면 20%대 지지율로 추락하지는 않았을 겁니다. 대통령님은 「내 스타일대로 대통령까지 됐는데 고개 숙일 필요 없다. 밀어붙이자」는 생각일지도 모릅니다.
李明博 대통령님은 또 연내에 일반직 공무원 1만 명을 감축하겠다고 공개적으로 천명했습니다. CEO처럼 회사 직원 자르듯 공무원을 내몰겠다는 겁니다. 감축당한 공무원 1만 명과 그 가족들은 확고부동한 反李明博 세력, 저항세력化할 것입니다. 정리해고된 공무원들은 다른 곳에 취직하기도 힘듭니다. 대통령님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 것이 공무원 조직입니다. 공무원들이 열정적으로 일을 할 수 있는 에너지를 대통령님이 감동으로 보여 줘야 합니다. 그들을 불도저처럼 몰아붙여선 안 됩니다.
공무원은 사실상 청와대의 정책을 최일선에서 집행하는 「실용부대」입니다. 그들이 사실상 잠재적 저항세력으로 있는 한, 청와대는 어떤 정책도 현실화할 수 없습니다. 지지도 30% 이하의 허약한 대통령님이 일을 추진하려면 공무원을 하나하나 설득해야 합니다.
공무원을 머슴 부리듯 하면 그들은 움직이지 않을 겁니다. 오히려 심리적으로 5년 후를 기약하며 복지부동 상태에 빠집니다. 결국 대통령님은 조만간 공무원들에게 白旗投降(백기투항)하게 될 것입니다.
議會를 존중하셔야 합니다
집권여당과의 黨政(당정) 협의체제를 상시적으로 가동해야 합니다. 청와대가 정책을 결정하면 국회는 빨리 입법화해 줘야 행정부로 넘어가 공무원들의 일손이 바빠집니다. 당정 간 마찰이 심해지면 청와대가 아무리 훌륭한 정책을 내놓아도 그 정책이 입법화·구체화되기 힘듭니다.
당정관계를 살피지 못해 실패한 분이 盧武鉉 前 대통령입니다. 청와대가 정책을 발표하고 그 정책을 추진하기 위한 입법안이 의회에 가면 그 정책은 함몰돼 버립니다. 盧武鉉 정부는 청와대 혼자 발표하고 공무원들 동원해서 집행하려다 의회와 충돌을 빚은 것입니다.
李明博 대통령님이 여의도를 멀리하고 배제하겠다는 것은 군부독재 시절로 돌아가겠다는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CEO式 리더십은 독단적 성격의 군부독재와 차이가 없습니다. 민주주의 체제에서 국민의 대변기구인 의회와 정치인들을 멀리하는 것은 결국 국민 의사에 귀를 닫겠다는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의회 동의를 얻는 데 실패했다는 것은 국민 동의를 얻는 데 실패한 것입니다. 국민 동의를 얻는 데 실패했다고 해도 의회 동의를 얻는 데 성공했다면 국민들의 비난은 의회로 갑니다.
대통령님은 20% 후반의 지지율로 사실상 국가운영 불능상태에 빠져 있습니다. 클린턴 미국 대통령은 법안 하나를 통과시키기 위해 직접 의회 수장들부터 의원들에 이르기까지 일일이 통화해 설득했습니다. 대통령님도 299명의 국회의원들에게 모두 통화한다는 자세로 고개를 숙여야 합니다.
그러면 한나라당은 더 열심히 대통령을 뒷바라지할 겁니다. 야당도 『대통령이 저렇게 강력한 의지를 갖고 있구나』라며 동의해 줄 겁니다. 대통령이 집행하는 정책 비용은 모두 세금입니다. 그것을 검증하고 예산을 책정하는 곳이 국회입니다. 예산이 안 나오면 국가가 돌아가지 않습니다. 의회민주주의를 중요하지 않게 생각하는 것은 새로운 「기업형 독재 정치」의 출몰입니다. 「군부 독재」가 아닌 「자본 독재」말이죠. 대통령님은 민주적 절차를 숙지하시고 체득해 기업 독재로 가는 것을 막아야 합니다.
국민을 「王회장」 이상으로 모셔야
언론과의 관계도 중요합니다. 언론은 야당 못지않게 정부를 감시·감독하는 국민의 눈입니다. 언론은 정부와 국민의 창구입니다. 언론과의 갈등은 정부가 하고자 하는 일을 국민에게 알릴 수 있는 소통구조가 차단되는 것을 의미합니다. 소통구조를 원활하게 하기 위해 언론과의 관계를 매끄럽게 맺어야 합니다. 미국 역대 대통령들 중 성공과 실패는 언론과의 관계로 갈렸습니다. 盧武鉉 대통령이 실패한 것은 의회 및 언론과의 관계를 적대적으로 돌려놓았기 때문입니다.
李明博 대통령님은 국민을 「王회장」 이상으로 모셔야 합니다. 대통령님은 선거공약으로 「국민성공시대」를 내걸었습니다. 저는 그 슬로건을 보고 「대한민국은 대통령이 국민을 걱정하는 나라는 아니다」고 생각했습니다. 대부분의 국민들이 성공한 사람들이기 때문입니다. 역으로 대통령님이 「국민이 대통령을 걱정하는 시대」의 종지부를 찍는 성공한 대통령이 되기를 빕니다.
대통령님께서 대통령 성공시대를 연다면, 그것은 저절로 국민 성공으로 이어질 것입니다. 李대통령은 국민에게 반드시 성공으로 보답해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李대통령이 기업의 CEO로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王회장」의 훌륭한 「머슴」이었기 때문일 겁니다.
이제는 국가의 통치권자이기 때문에 국정의 대변자로서 성공하려면, 국민을 「王회장」 이상으로 모셔야 한다는 겁니다. 국민이 王회장인, 즉 대통령님 자신을 「국민의 머슴」으로 빨리 포지셔닝해야 합니다. 과거 현대 그룹 재직시절 대통령님께서 王회장에게 꼼짝 못했듯이 국민에게는 더 꼼짝 못해야 합니다. 그런 자세로 국정에 임한다면 대통령님은 역사에 기록될 성공한 대통령이 될 것입니다.
實用(실용)을 정치적 가치로 표방해 온 대통령님은 과연 국가의 발전과 국민의 성공을 위한 「신념과 철학으로서 실용」인지 아니면 단순한 「정치적 수사로서 실용」인지에 대해서도 자문해 봐야 할 것입니다.
대통령님의 실용이 대한민국과 국민의 경제를 살리는 실용으로 자리 잡으려면 레닌과 루스벨트에게서 배워야 합니다. 레닌은 계획과 통제에 기반한 사회주의 경제체제를 유지해 오면서도, 경제적 어려움을 타개하기 위해 자본주의적 경제요소를 받아들여 경기 침체를 극복했습니다. 그것이 바로 레닌의 新경제정책이었죠.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은 「보이지 않는 손」의 시장경제를 추구해 오면서도 大공황을 타개하기 위해 시장에 정부가 개입한 사회주의적 계획경제적 요소를 도입해 위기를 극복했습니다. 중국의 덩샤오핑(鄧小平)은 정치적으로는 공산주의 통제체제를 유지했으면서도 경제적으로는 자본주의를 도입한 一國兩制(일국양제)의 국가를 이끌어 나갔습니다.
대통령님이 표방한 실용도 개인적인 실용이 아니라 국가와 국민을 살리는 실용으로 나가야 합니다. 우리 국민들이 지금 보수와 진보의 편향을 떠나서 바라고 있는 것도 바로 그런 실용입니다. 국제사회에서 우리나라의 지위가 격상되고 國格(국격)이 높아지며 지도자의 품격이 고양되는, 잘 먹고 잘 사는 힘 있는 조국, 그것이 지금 우리 국민들이 절실히 갈망하는 대한민국입니다.
우리 국민은 지금 대통령님의 실용이 이런 나라를 만들어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이념에 기반한 보수와 진보보다는 국민이익에 기반한 실용의 정치적 가치가 더 확대되어 가는 나라가 현재의 대한민국이기 때문입니다.
대통령님의 실용이 성공하려면 정책과 인사에서 이념·지역·정당편향의 개인 실용을 넘어 대한민국의 실용으로 자리 잡을 때 가능할 것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원칙 없는 개혁」과 별반 다름없는 또 하나의 「원칙 없는 실용」이 나라를 소란스럽게 하고 있다고 국민들은 생각할 것입니다.
盧武鉉 대통령이 참여정부라는 「브랜드」와 진보라는 「이념」을 들고 나왔을 때, 진보진영은 보수세력의 정치참여 열기만 극대화해 결국 보수정권 탄생을 도울 것이라고 예견한 적이 있습니다. 결국 진보개혁에 대한 국민혐오를 일으켜 한나라당은 무임승차로 정권을 탈환했습니다. 그때 盧대통령은 全斗煥(전두환)의 옷을 입고, 金泳三(김영삼)式 정치를 하고 있었습니다.
大選, 보수진영의 승리 아닌 진보진영의 무능
대단히 송구스러운 관측입니다만 지금 이대로 가면 어쩌면 대통령님께서는 버전만 다른 盧武鉉 前 대통령이 될지도 모릅니다. 대통령님의 실패는 보수 실용세력의 초토화로, 다 죽어가는 진보세력에게 활로를 열어 주는 역사적 아이러니를 연출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李明博 정권의 탄생은 보수진영의 승리가 아니라 진보세력의 무능에 기인한 것입니다.
李明博 대통령님이 오늘의 상황을 연출한 것도 盧武鉉 후유증에 따른 반사이익에 매달려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자립적인 국가운영 방식을 찾지 못하고 있는 것입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과거 정부가 해왔던 모든 것을 배척하는 것이 李明博 정부의 유일한 정책 방향으로 보입니다. 창의적 청사진 없이 盧武鉉 대통령을 반대하는 여론을 등에 지고 가려는 모습이 보입니다. 그러나 盧대통령은 떠나고 국민들은 이제 대통령님께 실적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국민들은 인내심이 약합니다. 배고픈 민중들은 「희망」이라는 허상의 빵이 아니라 일자리와 월급이라는 실질을 요구합니다. 빨리빨리 결과를 내놓아야 합니다.
李明博 대통령님이 당장 성과를 내놓지 못하면 국민들은 「무능한 보수」라고 말할 것입니다. 대통령님은 레임덕을 盧대통령보다 더 빨리 겪을 수도 있습니다. 국민들은 「경제 해결사」 李明博 대통령님에 대한 기대가 너무 크기 때문입니다.
최악의 상황을 가정하면, 임기 중반 즈음 야당으로부터 거국내각, 여야 동거정부 구성제안을 받으면서 정치적 시련을 겪을지 모릅니다.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 한국은 개발독재 시절의 경제규모를 넘어섰습니다. 한국경제의 실체를 잘 파악해야 합니다. CEO형 리더십을 앞세워 대통령님이 기업들에게 투자를 지시한다고 기업들이 투자하겠습니까. 투자를 안 하면 고용이 줄고 청년실업이 늘어날 겁니다. 『내가 경제 전문가니까 대한민국 경제를 살리겠다』는 것은 오만일 뿐입니다. 그것은 세계경제를 죽이고 살리겠다는 말과 같습니다.
이제 우리나라에서 野黨(야당)은 국민입니다. 국민이 야당입니다. 과거 盧武鉉 정부 때도 야당은 있었지만 제 역할을 못했습니다. 정부 여당을 제대로 비판도 견제도 하지 못했습니다. 오히려 정부 여당을 감시감독하고 견제했던 세력은 절대다수의 국민이고, 언론이었습니다. 정권 교체가 일어난 지금의 상황도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광우병 파동을 보시면 알겠지만 지금 야당은 눈에 보이지 않습니다.
鄧小平의 리더십을 배우십시오
행복추구권을 갖고 있는 국민 각자가 자신들의 건강을 지키기 위해 정부의 정책 결정에 대항하는 집회를 야당을 배제한 채 조직하고 시위합니다. 경제적 번영과 사회 정의, 그리고 국가 이익, 국민들의 식탁안보에 대한 야당의 이념과 정책 전망은 보이지 않습니다.
중고생들이 반대정당, 左派세력의 배후 조종으로 청계천에 모인 것이라고 보면 답이 나오질 않습니다. 과거 金大中·盧武鉉 정권 10년 동안 교육받은 바에 의하면 국민 입장에서 볼 때 대통령은 절대권력자가 아니라 우리와 비슷한 「일등 시민」에 불과합니다. 국민들은 인터넷이나 휴대전화로 광우병에 대한 정보를 교환하고, 대통령님에게 『당신이나 먹으라』고 외칩니다. 그들은 진보이건 보수이건 대한민국 대통령이 성공하고, 국민이 성공하고, 나라가 잘되기를 바라는 사람들입니다.
李明博 대통령님은 마오쩌둥(毛澤東)과 덩샤오핑(鄧小平)의 정권 이양 과정을 관심 있게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문화혁명 기간 동안 황폐해진 중국을 鄧小平은 黑猫白猫(흑묘백묘), 實事求是(실사구시)로 일으켰습니다. 천안문 광장에 내걸린 毛澤東 초상화도 치우지 않았습니다. 좋든 싫든 毛澤東 시절의 좋은 기반과 좋은 유산을 연계해 나가려고 노력했습니다.
毛澤東이 중국을 40여 년간 통치하는 동안 중국인들은 毛澤東의 사상교육을 받고 생활한 사람들입니다. 과거 10년간 대한민국을 소위 진보세력들이 통치했습니다. 50년 집권 여당인 한나라당에도 10년이란 시간은 여당의 본성을 잃어버릴 정도로 격랑의 시기였습니다.
李明博 대통령님은 10년간 과거 정부에서 살아왔던 국민의 의식변화를 주의 깊게 관찰해야 합니다. 그동안 인터넷·세계화·新자유주의 바람이 불었고, 공권력이 약화됐습니다.
대신 국민들이 숨쉬는 자유의 공간은 더욱 넓어졌습니다. 국민이 야당이 된 현실, 집권 5년간 대통령님은 명심해야 할 것입니다. 더 이상 기업체 CEO형의 리더십으로 국가를 밀어붙이면 대재앙이 닥치게 될 것입니다.
대통령님, 당신은 진정으로 「성공한 대통령」이란 역사적 기록을 남기셔야 할 분입니다. 그러려면 우선 社長·市長 시절의 성공담은 깨끗이 잊어 주십시오.
당신은 오늘부터 모든 사람, 모든 세력, 모든 조직, 모든 지방, 모든 이념을 총체적으로 끌어안은 국가지도자가 되어야 합니다. 성공의 길은 결코 먼 데 있는 것이 아닙니다.●
<정리=吳東龍 月刊朝鮮 기자>
저는 李明博 정부의 대통령직 인수委 67일을 지켜본 후 지난 2월18일 한 언론 매체에 「출범도 하기 전, 레임덕에 빠진 李明博 정부」라는 칼럼을 통해 『불행하게도 우리는 이번 大選을 통해서 「무능한 진보진영」 대신 앞뒤 안 보고 달리는 「무능한 보수」를 만난 것은 아닌가 걱정이 앞선다』고 지적했습니다. 불행하게도 제 칼럼은 적중했습니다.
李明博 대통령의 국정 혼란은 인수委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인수委는 황금 같은 67일을 허송세월로 보냈습니다. 적어도 제눈에는 그렇게 보였습니다. 인수委 기간은 국정의 핵심 과제들을 다듬고 정리해 비전을 만드는 思索(사색)의 시간입니다. 언론에 노출되지 않는 조용한 사색의 공간에서 대통령 당선자는 국정 목표를 정해 마스터플랜을 짜고, 세부적인 전략까지 수립해 숙지하는 시기여야 했습니다. 불행하게도 대통령님의 인수委는 이 기간 동안 마치 점령군처럼, 개선장군처럼, 감사원 직원처럼 전임 정권을 청산의 대상으로 몰아가며 정권의 연속성을 가져올 쓸 만한 정책들을 발로 차버렸습니다.
대통령님께서도 국민의 기대와 달리 움직였습니다. 『규제의 전봇대를 뽑는다』며 하루 한 건씩 설익은 언론용 이슈를 발표하며 현직 대통령보다 더 스포트라이트를 받아가며 전국을 훑고 다니셨습니다. 떠나는 대통령과 사사건건 정책 갈등으로 설전을 벌이며 국민들을 불안하게 했습니다. 덕분에 유종의 美를 거둬야 하는 전임 대통령, 취임하는 신임 대통령은 政派(정파)를 뛰어넘는 화합의 장면을 연출하지 못했습니다.
李明博 정부는 國政(국정)을 이끌어갈 전문가를 구하는 데도 매끄럽지 못했습니다. 대통령은 각료와 청와대 핵심참모를 고를 때 자신의 배우자 고르듯, 국정의 최적임자를 골라야 합니다. 超黨的(초당적)으로 인재를 구한다는 차원에서 한나라당, 통합민주당, 검찰, 경찰, 국정원, 언론들에 인재 추천을 받았으면 어땠을까요?
李대통령의 청와대는 국정 경험이 거의 없는 아마추어들로 구성됐습니다. 실용성보다 전문성을 추구한 나머지 학자 출신 참모들로 판을 짰습니다. 초기 李明博 대통령님 정부의 인적 구성, 국정운영 스타일을 보면 과거 金泳三(김영삼) 정부나 盧武鉉(노무현) 정부의 전철을 밟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두 정권의 실패는 대통령 자신은 물론, 핵심 인사들이 청와대와 국정운영의 전반을 잘 몰랐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청와대에서 숙련된 국가경영자로 일을 하고, 참모들이 보조자로서 완벽한 보조를 해내기까지는 1년 6개월 정도 시간이 걸립니다. 더구나 정치 경력이 없는 사람들, 야당조차 해본 적이 없어 정치적 순발력이나 현실감이 없는 지금의 청와대 사람들에게는 더욱 그렇습니다. 산적한 국정 현안들은 그들의 국정 수행능력이 완벽해지길 기다려 주지 않습니다. 청와대는 아마추어 교수들이 모여 국정운영을 실습하는 장이 아닙니다. 청와대는 전문적인 조건과 능력을 가진 사람들이 핵심 포스트에 포진해 있어야 합니다.
아데나워의 用人術 참고했어야
실용을 강조해 온 대통령님께서는 불행하게도 실용과는 거리가 먼 학자 출신들을 대거 기용했습니다. 이들 핵심 참모들은 불투명한 재산 형성 과정 문제로 국민들의 불신을 낳고 있습니다. 이들 때문에 대통령과 청와대가 민심을 잃었습니다. 더구나 학자 출신 청와대 핵심 참모들은 대통령님에 대한 충성도와 열정에 있어 역대 직업정치인이나 참모들에 비해 현저히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돌아갈 곳, 먹을 것이 보장된 사람들이 대통령님을 위해 「날아오는 돌」을 대신 맞을 수 있다고 보십니까. 때문에 비서진 간의 충성 경쟁이 의도적이든 비의도적이든 발생할 수 없는 곳이 지금의 청와대입니다.
대통령님이 지금의 정치적 시련, 국정의 딜레마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청와대를 도덕적으로 깨끗하고 국정운영의 전문성이 있는 사람들로 전면 개편을 해야 합니다. 국민들은 대통령님이 大選 때 약속한 300억원대의 재산 헌납을 언제 이행하나 지켜보고 있습니다.
국가는 정당의 한계를 뛰어넘어야 합니다. 대통령은 정당의 지지로 탄생했지만, 일단 대통령이 되면 국가의 대변인, 국민의 대변인이어야 합니다. 1998년 金大中 대통령이 집권했을 때, 대한민국은 IMF 관리체제 상태였습니다. 대통령은 국가의 혼란과 위기 속에서 국가를 보위하는 것이 첫 번째 임무입니다. 저는 金大中 대통령을 보좌하면서 대통령으로서 추구해야 할 리더십을 연구했습니다. 로널드 레이건 美 대통령, 넬슨 만델라 南阿共(남아공) 대통령, 프랭클린 루스벨트 美 대통령 등 위대한 지도자 가운데 콘라드 아데나워(1876~1967) 서독 초대총리를 주목했습니다.
74세의 나이에 총리가 돼 88세까지 총리로 지낸 그는 1963년 10월 총리직에서 물러나기까지 「라인강의 기적」을 이룩한 인물입니다. 쾰른 시장을 지낸 그는 나치 정권下에서 옥살이를 했으나, 초대 서독 총리로 취임하자 과감하게 나치 가담 인물들을 등용했습니다. 초대 문민정권으로 나치 정권과 차별화를 꾀했던 그는 서독을 재건하기 위해 처음엔 反나치 인사들 위주로 기용하려 했습니다. 그러나 反나치 인사들은 대부분 능력 부족이었습니다.
고민하던 아데나워는 자신의 정체성보다 국가를 재건하는 것이 우선 과제라고 결론을 짓습니다. 자신의 정통성을 접고, 나치 정권에 복역한 인물이라도 새로운 국가를 건설하는 데 도움이 되는 인물이라면 과감하게 끌어안았습니다. 저는 金大中 정부 출범 당시, IMF 외환위기를 극복하지 못하고 실패하면 역사의 죄인이 될 것 같은 두려움이 있었습니다. 만일 李明博 대통령님이 국정운영에 실패한다면, 국민들은 「무능한 보수진영」에 등을 돌릴 것입니다.
저는 대통령의 참모로서 인재를 모아 그들의 지혜를 통해 대한민국의 위기를 극복하고자 했습니다. 특정 정파의 인재만 가지고는 국난을 극복하기에 역부족이었습니다. 저는 「아데나워 용인술」을 金大中 대통령에게 권했고, 정치적 사고가 유연했던 그 분은 이를 즉각 수용했습니다.
사실상 2인자라고 할 수 있는 청와대 비서실장에 金重權(김중권)씨를 임명한 것은 이런 노력의 결과였습니다. 이념적·정파적으로는 상상할 수 없는 인사였습니다. 金大中 대통령은 이에 그치지 않았습니다. 李會昌(이회창) 당시 한나라당 대통령후보의 경제특보를 지낸 李憲宰(이헌재) 당시 금감원장을 경제부총리로 기용했습니다. 金大中 대통령은 李憲宰 총리가 「식솔」들을 정부로 데리고 온 것을 묵인했습니다. 통일부 장관으로 보수적 인사인 康仁德(강인덕)씨를 등용했습니다.
金大中 대통령 시절, 보수적 성향의 인사들 상당수가 정부 요직에서 활약했습니다. 민주당 내부에서 『남 좋은 일만 한다』며 저를 공격했습니다. 저는 꿈쩍도 하지 않았습니다. 국가적 위기가 생긴 상황에서 자신들의 주머니를 챙기는 것에 눈길을 돌리면 대한민국이 무너진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결국 과감히 인재풀을 넓힌 덕분에 金大中 정권이 위기의 강을 무난히 건널 수 있었습니다.
CEO형 리더십으로는 안 됩니다
지난 3월 말 물러난 대통령님의 스피치라이터인 「연설ㆍ기록비서관」 후임도 두 달이 지나도록 결정하지 못했다고 들었습니다. 쇠고기 파동으로 들끓는 여론을 잠재울 핵심부서가 사회정책수석실입니다. 朴美碩(박미석) 수석의 퇴진 이후 그 자리가 비어 있다는 것은 위기를 타개할 중요한 부서에 구멍이 나 있다는 것을 뜻합니다.
쇠고기 수입이란 통상 문제는 그 사안으로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국내정치·경제·외교·국방·문화까지 파급됩니다. 대한민국이 쇠고기 파동으로 「광우병 블랙홀」이 되면, 美北 간에 대한민국의 주권을 놓고 어떤 협상을 벌이고 있는지 눈을 돌릴 겨를이 있겠습니까. 쇠고기 협상이란 외교통상문제로 인해 경제가 흔들리고 있습니다. 국내 소비자들이 육류를 기피하게 되고, 정권이 불안정하면 해외 투자객들이 돈을 빼서 한국을 떠날 것입니다. 소비심리가 떨어지면 경제활동 마인드가 위축된다고 합니다.
한국은행 李成太(이성태) 총재는 지난 5월8일 『올해 경제는 4.5%보다 높은 경제성장률 달성은 어려울 것』이라고 했습니다. 경제소비 심리가 죽는데 李明博 대통령님이 어떻게 경제를 살립니까. 경제학 교과서에 의하면 국민소득 2만 달러의 나라가 4만 달러에 오르려면 10년 동안 매년 7%씩 성장해야 가능하다고 합니다. 대통령님은 매년 7%씩 성장해 임기 내 4만 달러를 달성하겠다며 「747공약」을 내놓았습니다. 결국 이대로 가면 盧武鉉 대통령 당시의 경제성장률 4.5%보다 뒤처지는 상황이 올지도 모릅니다.
오늘날의 국정 혼란은 李明博 대통령님의 CEO형 리더십에서 초래했다고 생각합니다. 대통령님은 현대건설 사장, 서울시장의 성공신화를 빨리 잊어야 합니다. 대통령님은 CEO형 리더십이 몸에 배 있을 것입니다. 그래서 참모들의 이야기를 듣지 않을 것이라 보고 있고, 그렇다고 듣고 있습니다. 이런 帝王的(제왕적) 리더십은 때로는 청계천과 같이 땅을 파고 밀어붙이는 데는 통할지 모르지만 국가 경영에는 절대로 통하지 않습니다. 전제적인 결정권을 갖고 자신의 결정과 판단을 지시하는 소위 「톱다운형」이기 때문에 참모들이 좋은 아이디어를 준다 해도 받아들일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마키아벨리는 『지도자가 통치 스타일을 바꾸지 못하는 것은 타고난 성향을 거역할 수 없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특정한 노선을 추구함으로써 항상 성공해 온 경우에는 그것을 포기할 까닭이 없기 때문이다』고 했습니다.
대통령님은 지금까지 社長(사장)의 리더십, 市長(시장)의 리더십으로 성공했습니다. 그 리더십을 국정에 적용하면 성공한 대통령이 될 수 있다는 확신을 갖고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성공을 접고 통치 스타일을 바꾸지 못하면 李대통령은 또다시 「실패한 대통령」으로 남을 수밖에 없습니다.
李明博 대통령님의 통치 기반은 대통령님 자신의 CEO형 리더십 때문에 파열음을 내고 있습니다. 한나라당, 대구·경북지역, 그리고 공무원 조직이 파편화하고 있습니다. 한나라당은 親朴연대가 당 외부에 형성돼 웃지 못할 정치적 파열음을 내고 있습니다. 朴槿惠(박근혜) 前 대표의 지지기반인 영남도 분열되고 있습니다.
朴槿惠라는 정치인 하나를 포용하지 못해 자신을 당선시킨 정당 하나도 장악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만일 영남지역이 확고하게 단결해 대통령님을 지지했다면 20%대 지지율로 추락하지는 않았을 겁니다. 대통령님은 「내 스타일대로 대통령까지 됐는데 고개 숙일 필요 없다. 밀어붙이자」는 생각일지도 모릅니다.
李明博 대통령님은 또 연내에 일반직 공무원 1만 명을 감축하겠다고 공개적으로 천명했습니다. CEO처럼 회사 직원 자르듯 공무원을 내몰겠다는 겁니다. 감축당한 공무원 1만 명과 그 가족들은 확고부동한 反李明博 세력, 저항세력化할 것입니다. 정리해고된 공무원들은 다른 곳에 취직하기도 힘듭니다. 대통령님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 것이 공무원 조직입니다. 공무원들이 열정적으로 일을 할 수 있는 에너지를 대통령님이 감동으로 보여 줘야 합니다. 그들을 불도저처럼 몰아붙여선 안 됩니다.
공무원은 사실상 청와대의 정책을 최일선에서 집행하는 「실용부대」입니다. 그들이 사실상 잠재적 저항세력으로 있는 한, 청와대는 어떤 정책도 현실화할 수 없습니다. 지지도 30% 이하의 허약한 대통령님이 일을 추진하려면 공무원을 하나하나 설득해야 합니다.
공무원을 머슴 부리듯 하면 그들은 움직이지 않을 겁니다. 오히려 심리적으로 5년 후를 기약하며 복지부동 상태에 빠집니다. 결국 대통령님은 조만간 공무원들에게 白旗投降(백기투항)하게 될 것입니다.
議會를 존중하셔야 합니다
집권여당과의 黨政(당정) 협의체제를 상시적으로 가동해야 합니다. 청와대가 정책을 결정하면 국회는 빨리 입법화해 줘야 행정부로 넘어가 공무원들의 일손이 바빠집니다. 당정 간 마찰이 심해지면 청와대가 아무리 훌륭한 정책을 내놓아도 그 정책이 입법화·구체화되기 힘듭니다. 당정관계를 살피지 못해 실패한 분이 盧武鉉 前 대통령입니다. 청와대가 정책을 발표하고 그 정책을 추진하기 위한 입법안이 의회에 가면 그 정책은 함몰돼 버립니다. 盧武鉉 정부는 청와대 혼자 발표하고 공무원들 동원해서 집행하려다 의회와 충돌을 빚은 것입니다.
李明博 대통령님이 여의도를 멀리하고 배제하겠다는 것은 군부독재 시절로 돌아가겠다는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CEO式 리더십은 독단적 성격의 군부독재와 차이가 없습니다. 민주주의 체제에서 국민의 대변기구인 의회와 정치인들을 멀리하는 것은 결국 국민 의사에 귀를 닫겠다는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의회 동의를 얻는 데 실패했다는 것은 국민 동의를 얻는 데 실패한 것입니다. 국민 동의를 얻는 데 실패했다고 해도 의회 동의를 얻는 데 성공했다면 국민들의 비난은 의회로 갑니다.
대통령님은 20% 후반의 지지율로 사실상 국가운영 불능상태에 빠져 있습니다. 클린턴 미국 대통령은 법안 하나를 통과시키기 위해 직접 의회 수장들부터 의원들에 이르기까지 일일이 통화해 설득했습니다. 대통령님도 299명의 국회의원들에게 모두 통화한다는 자세로 고개를 숙여야 합니다.
그러면 한나라당은 더 열심히 대통령을 뒷바라지할 겁니다. 야당도 『대통령이 저렇게 강력한 의지를 갖고 있구나』라며 동의해 줄 겁니다. 대통령이 집행하는 정책 비용은 모두 세금입니다. 그것을 검증하고 예산을 책정하는 곳이 국회입니다. 예산이 안 나오면 국가가 돌아가지 않습니다. 의회민주주의를 중요하지 않게 생각하는 것은 새로운 「기업형 독재 정치」의 출몰입니다. 「군부 독재」가 아닌 「자본 독재」말이죠. 대통령님은 민주적 절차를 숙지하시고 체득해 기업 독재로 가는 것을 막아야 합니다.
국민을 「王회장」 이상으로 모셔야
언론과의 관계도 중요합니다. 언론은 야당 못지않게 정부를 감시·감독하는 국민의 눈입니다. 언론은 정부와 국민의 창구입니다. 언론과의 갈등은 정부가 하고자 하는 일을 국민에게 알릴 수 있는 소통구조가 차단되는 것을 의미합니다. 소통구조를 원활하게 하기 위해 언론과의 관계를 매끄럽게 맺어야 합니다. 미국 역대 대통령들 중 성공과 실패는 언론과의 관계로 갈렸습니다. 盧武鉉 대통령이 실패한 것은 의회 및 언론과의 관계를 적대적으로 돌려놓았기 때문입니다.
李明博 대통령님은 국민을 「王회장」 이상으로 모셔야 합니다. 대통령님은 선거공약으로 「국민성공시대」를 내걸었습니다. 저는 그 슬로건을 보고 「대한민국은 대통령이 국민을 걱정하는 나라는 아니다」고 생각했습니다. 대부분의 국민들이 성공한 사람들이기 때문입니다. 역으로 대통령님이 「국민이 대통령을 걱정하는 시대」의 종지부를 찍는 성공한 대통령이 되기를 빕니다.
대통령님께서 대통령 성공시대를 연다면, 그것은 저절로 국민 성공으로 이어질 것입니다. 李대통령은 국민에게 반드시 성공으로 보답해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李대통령이 기업의 CEO로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王회장」의 훌륭한 「머슴」이었기 때문일 겁니다.
이제는 국가의 통치권자이기 때문에 국정의 대변자로서 성공하려면, 국민을 「王회장」 이상으로 모셔야 한다는 겁니다. 국민이 王회장인, 즉 대통령님 자신을 「국민의 머슴」으로 빨리 포지셔닝해야 합니다. 과거 현대 그룹 재직시절 대통령님께서 王회장에게 꼼짝 못했듯이 국민에게는 더 꼼짝 못해야 합니다. 그런 자세로 국정에 임한다면 대통령님은 역사에 기록될 성공한 대통령이 될 것입니다.
實用(실용)을 정치적 가치로 표방해 온 대통령님은 과연 국가의 발전과 국민의 성공을 위한 「신념과 철학으로서 실용」인지 아니면 단순한 「정치적 수사로서 실용」인지에 대해서도 자문해 봐야 할 것입니다.
대통령님의 실용이 대한민국과 국민의 경제를 살리는 실용으로 자리 잡으려면 레닌과 루스벨트에게서 배워야 합니다. 레닌은 계획과 통제에 기반한 사회주의 경제체제를 유지해 오면서도, 경제적 어려움을 타개하기 위해 자본주의적 경제요소를 받아들여 경기 침체를 극복했습니다. 그것이 바로 레닌의 新경제정책이었죠.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은 「보이지 않는 손」의 시장경제를 추구해 오면서도 大공황을 타개하기 위해 시장에 정부가 개입한 사회주의적 계획경제적 요소를 도입해 위기를 극복했습니다. 중국의 덩샤오핑(鄧小平)은 정치적으로는 공산주의 통제체제를 유지했으면서도 경제적으로는 자본주의를 도입한 一國兩制(일국양제)의 국가를 이끌어 나갔습니다.
대통령님이 표방한 실용도 개인적인 실용이 아니라 국가와 국민을 살리는 실용으로 나가야 합니다. 우리 국민들이 지금 보수와 진보의 편향을 떠나서 바라고 있는 것도 바로 그런 실용입니다. 국제사회에서 우리나라의 지위가 격상되고 國格(국격)이 높아지며 지도자의 품격이 고양되는, 잘 먹고 잘 사는 힘 있는 조국, 그것이 지금 우리 국민들이 절실히 갈망하는 대한민국입니다.
우리 국민은 지금 대통령님의 실용이 이런 나라를 만들어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이념에 기반한 보수와 진보보다는 국민이익에 기반한 실용의 정치적 가치가 더 확대되어 가는 나라가 현재의 대한민국이기 때문입니다.
대통령님의 실용이 성공하려면 정책과 인사에서 이념·지역·정당편향의 개인 실용을 넘어 대한민국의 실용으로 자리 잡을 때 가능할 것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원칙 없는 개혁」과 별반 다름없는 또 하나의 「원칙 없는 실용」이 나라를 소란스럽게 하고 있다고 국민들은 생각할 것입니다.
盧武鉉 대통령이 참여정부라는 「브랜드」와 진보라는 「이념」을 들고 나왔을 때, 진보진영은 보수세력의 정치참여 열기만 극대화해 결국 보수정권 탄생을 도울 것이라고 예견한 적이 있습니다. 결국 진보개혁에 대한 국민혐오를 일으켜 한나라당은 무임승차로 정권을 탈환했습니다. 그때 盧대통령은 全斗煥(전두환)의 옷을 입고, 金泳三(김영삼)式 정치를 하고 있었습니다.
大選, 보수진영의 승리 아닌 진보진영의 무능
대단히 송구스러운 관측입니다만 지금 이대로 가면 어쩌면 대통령님께서는 버전만 다른 盧武鉉 前 대통령이 될지도 모릅니다. 대통령님의 실패는 보수 실용세력의 초토화로, 다 죽어가는 진보세력에게 활로를 열어 주는 역사적 아이러니를 연출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李明博 정권의 탄생은 보수진영의 승리가 아니라 진보세력의 무능에 기인한 것입니다.
李明博 대통령님이 오늘의 상황을 연출한 것도 盧武鉉 후유증에 따른 반사이익에 매달려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자립적인 국가운영 방식을 찾지 못하고 있는 것입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과거 정부가 해왔던 모든 것을 배척하는 것이 李明博 정부의 유일한 정책 방향으로 보입니다. 창의적 청사진 없이 盧武鉉 대통령을 반대하는 여론을 등에 지고 가려는 모습이 보입니다. 그러나 盧대통령은 떠나고 국민들은 이제 대통령님께 실적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국민들은 인내심이 약합니다. 배고픈 민중들은 「희망」이라는 허상의 빵이 아니라 일자리와 월급이라는 실질을 요구합니다. 빨리빨리 결과를 내놓아야 합니다.
李明博 대통령님이 당장 성과를 내놓지 못하면 국민들은 「무능한 보수」라고 말할 것입니다. 대통령님은 레임덕을 盧대통령보다 더 빨리 겪을 수도 있습니다. 국민들은 「경제 해결사」 李明博 대통령님에 대한 기대가 너무 크기 때문입니다.
최악의 상황을 가정하면, 임기 중반 즈음 야당으로부터 거국내각, 여야 동거정부 구성제안을 받으면서 정치적 시련을 겪을지 모릅니다.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 한국은 개발독재 시절의 경제규모를 넘어섰습니다. 한국경제의 실체를 잘 파악해야 합니다. CEO형 리더십을 앞세워 대통령님이 기업들에게 투자를 지시한다고 기업들이 투자하겠습니까. 투자를 안 하면 고용이 줄고 청년실업이 늘어날 겁니다. 『내가 경제 전문가니까 대한민국 경제를 살리겠다』는 것은 오만일 뿐입니다. 그것은 세계경제를 죽이고 살리겠다는 말과 같습니다.
이제 우리나라에서 野黨(야당)은 국민입니다. 국민이 야당입니다. 과거 盧武鉉 정부 때도 야당은 있었지만 제 역할을 못했습니다. 정부 여당을 제대로 비판도 견제도 하지 못했습니다. 오히려 정부 여당을 감시감독하고 견제했던 세력은 절대다수의 국민이고, 언론이었습니다. 정권 교체가 일어난 지금의 상황도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광우병 파동을 보시면 알겠지만 지금 야당은 눈에 보이지 않습니다.
鄧小平의 리더십을 배우십시오
행복추구권을 갖고 있는 국민 각자가 자신들의 건강을 지키기 위해 정부의 정책 결정에 대항하는 집회를 야당을 배제한 채 조직하고 시위합니다. 경제적 번영과 사회 정의, 그리고 국가 이익, 국민들의 식탁안보에 대한 야당의 이념과 정책 전망은 보이지 않습니다.
중고생들이 반대정당, 左派세력의 배후 조종으로 청계천에 모인 것이라고 보면 답이 나오질 않습니다. 과거 金大中·盧武鉉 정권 10년 동안 교육받은 바에 의하면 국민 입장에서 볼 때 대통령은 절대권력자가 아니라 우리와 비슷한 「일등 시민」에 불과합니다. 국민들은 인터넷이나 휴대전화로 광우병에 대한 정보를 교환하고, 대통령님에게 『당신이나 먹으라』고 외칩니다. 그들은 진보이건 보수이건 대한민국 대통령이 성공하고, 국민이 성공하고, 나라가 잘되기를 바라는 사람들입니다.
李明博 대통령님은 마오쩌둥(毛澤東)과 덩샤오핑(鄧小平)의 정권 이양 과정을 관심 있게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문화혁명 기간 동안 황폐해진 중국을 鄧小平은 黑猫白猫(흑묘백묘), 實事求是(실사구시)로 일으켰습니다. 천안문 광장에 내걸린 毛澤東 초상화도 치우지 않았습니다. 좋든 싫든 毛澤東 시절의 좋은 기반과 좋은 유산을 연계해 나가려고 노력했습니다.
毛澤東이 중국을 40여 년간 통치하는 동안 중국인들은 毛澤東의 사상교육을 받고 생활한 사람들입니다. 과거 10년간 대한민국을 소위 진보세력들이 통치했습니다. 50년 집권 여당인 한나라당에도 10년이란 시간은 여당의 본성을 잃어버릴 정도로 격랑의 시기였습니다.
李明博 대통령님은 10년간 과거 정부에서 살아왔던 국민의 의식변화를 주의 깊게 관찰해야 합니다. 그동안 인터넷·세계화·新자유주의 바람이 불었고, 공권력이 약화됐습니다.
대신 국민들이 숨쉬는 자유의 공간은 더욱 넓어졌습니다. 국민이 야당이 된 현실, 집권 5년간 대통령님은 명심해야 할 것입니다. 더 이상 기업체 CEO형의 리더십으로 국가를 밀어붙이면 대재앙이 닥치게 될 것입니다.
대통령님, 당신은 진정으로 「성공한 대통령」이란 역사적 기록을 남기셔야 할 분입니다. 그러려면 우선 社長·市長 시절의 성공담은 깨끗이 잊어 주십시오.
당신은 오늘부터 모든 사람, 모든 세력, 모든 조직, 모든 지방, 모든 이념을 총체적으로 끌어안은 국가지도자가 되어야 합니다. 성공의 길은 결코 먼 데 있는 것이 아닙니다.●
<정리=吳東龍 月刊朝鮮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