市政현안을 듣는다 - 許南植 부산시장 : 월간조선

지난 10월10일 오전 5시. 부산시 남구 용호동 LG메트로시티 아파트 138동 18층의 거실에 불이 들어왔다.

許南植(허남식·57) 부산시장은 평상복 차림으로 아파트 현관문을 열고 나왔다. 아파트 단지內에 있는 헬스장을 찾기 위해서다. 30여 분간 간단한 체조로 몸을 푼 許시장은 오전 5시50분쯤 자신의 아파트로 돌아왔다.

許시장은 오는 도중에 택시의 시동을 걸어 놓고 차를 닦는 운전기사, 아침 반찬거리를 마련하기 위해 나온 동네 아주머니, 부스스한 얼굴로 무거운 책가방을 짊어지고 집을 나서는 고교생 등과 일일이 손을 마주 잡고 반갑게 인사를 나눴다.

許시장은 오전 6시40분 서류가방을 들고 아파트를 나섰다. 「아침을 얻어먹을 수 있겠다」는 기자의 기대는 여지없이 무너지고 말았다.

金永植(김영식) 부산시 혁신평가담당관이 아파트 주차장에서 두툼한 서류가방을 들고 許시장을 기다리고 있었다.

오전 6시57분, 許시장을 태운 차는 부산 사상구 감전동 「새벽시장」을 향했다. 새벽시장은 부산의 대표적 재래시장이다. 새벽시장은 새벽 3∼4시에 가장 북적거린다고 한다. 강원도를 비롯해 전국 각지에서 생산된 야채가 이곳으로 집결한다. 이용자들은 대부분 음식점 운영자들이다.

許南植 시장을 태운 승용차는 황령산 터널을 지나 동서고가도로로 접어들었다. 「부산의 경기가 어떠냐」고 말을 건넸다. 許시장은 『전국 16개 市·道 중에서 가장 좋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상당히 어려운 상태다. 인구도 매년 5만 명 가량씩 줄어들고 있다. 특히 젊은이들이 계속 줄어들고 있어 가장 큰 문제다. 그만큼 직장을 구하기 어렵기 때문이다』라고 했다.

차질빚고 있는 부산신항 계획

부산시 성장의 최대 동력은 부산신항(가덕도)과 기존 北港(북항)이다. 부산신항은 부산항을 東北아시아의 해운물류 중심지로 육성하기 위해 2011년까지 총 9조원을 들여 30개 船席(선석)을 조성하는 큰 사업이다. 민간자본과 정부 예산으로 개발 중인 부산신항은 지난 1월 3개 선석을 우선 개장해 운영 중이다.

이 3개 선석은 삼성그룹과 한진그룹, 현대건설 등 국내 기업이 공동으로 참여해 설립한 「부산신항만(주)」이 조성한 것이다. 이 회사는 올 연말 3개 선석을 추가로 개장할 예정이며, 2009년 또다시 3개 선석을 건설해 총 9개 선석의 운영을 담당하게 된다.

부산신항 조성계획은 상당한 차질을 빚고 있다. 국내 기업들이 참여해 추진하는 民資(민자)부두 조성공사는 계획대로 진행되고 있지만, 정부 예산으로 조성키로 한 항만 배후지 및 배후도로 조성계획이 뒤로 밀리고 있기 때문이다.

부산시는 부산신항 조성공사가 모두 마무리되면 북항의 기존 부두시설 일부를 시민들의 친수공간으로 조성한다는 계획을 세워 두고 있다.

부산시의 「북항 재개발계획」은 역시 부산신항 조성공사가 차질을 빚으면서 정상적으로 추진되기가 어려운 실정이다.

許南植 부산시장은 새벽시장으로 이동하는 승용차 안에서 부산신항 조성공사에 대한 우려를 털어놨다.

『부산항은 유럽과 美洲지역의 중간지역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세계 해운물류의 중심지로 부상할 수 있는 지리적 장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정부의 잘못된 항만정책으로 부산항의 위상이 점점 떨어지고 있습니다. 안타까운 일입니다』

부산신항 중 올해 초 우선 개장한 3개 선석부두 전경.

2011년 완공 예정인 부산신항 조감도.

『정부의 「투 포트 시스템」 정책 잘못됐다』

―정부의 항만정책이 잘못됐다는 게 무슨 말인가요.

『金大中(김대중) 정부 시절 국내 항만정책으로 부산항과 광양항을 2大 항만으로 집중육성하겠다는 방침을 정했습니다. 이같은 기본방향이 지금까지 유지돼 오고 있습니다. 이른바 「투 포트 시스템」이라는 것이죠.

저는 정부의 이같은 정책이 근본적으로 잘못됐다고 생각합니다. 항만 발전의 핵심 요소는 집중화입니다. 특히 우리나라처럼 국토가 좁은 경우 대표적 항만을 집중적으로 육성해야 대외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許시장은 『정부가 정치논리에 치우쳐 광양항을 부산항과 동시에 개발하는 바람에 부산항의 개발이 그만큼 늦어지고 있다』고 했다. 許시장은 『3년 전만 해도 부산항은 세계 3위의 컨테이너 항만이었으나, 최근 중국의 상하이와 선전에 밀려 5위로 떨어졌다』면서 『지금이라도 정부의 「투 포트 시스템」 정책이 수정돼야 한다』고 했다.

『예산편성권 지방으로 이양해야』

부산신항은 행정구역상 부산시와 경남도 경계지점의 바다를 메워 건설되고 있다. 부산신항의 행정구역 획정을 둘러싸고 부산시와 경남도 간 상당한 마찰을 빚고 있다. 서로 더 많은 항만지역을 자신들의 행정구역에 포함시키려 들기 때문이다. 이는 항만을 통해 조성되는 지방세 稅收(세수)와 직결된다. 정부는 지금까지 부산신항의 행정구역 획정을 계속 미루고 있어, 양 지역 간 마찰만 심화시키고 있다.

許시장은 『현행 稅收체계(국세 80%, 지방세 20%)가 지나치게 중앙정부 위주로 짜여 있어 지방의 재정형편이 아주 어려운 상황』이라고 했다.

『국세와 지방세의 비율을 일본의 수준(국세 60%, 지방세 40%)으로 끌어올려야 합니다. 지방을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도로·지하철 등 인프라를 구축해야 하지만, 엄청난 예산이 소요되기 때문에 제대로 손을 대지 못하고 있습니다. 盧武鉉 정부가 말로만 할 것이 아니라 진정한 지방화를 위해서는 예산편성권을 비롯한 중앙정부의 권한을 대폭 지방으로 이양해야 합니다』

許시장은 감기에 걸린 듯 휴지로 콧물을 닦았다. 운전석 옆에 앉아 있는 수행비서의 휴대폰이 연신 울렸다. 수행비서가 許시장의 말을 방해하지 않기 위해 몇 차례 메모지를 전달했다.

許시장 일행을 태운 승용차는 오전 7시20분쯤 새벽시장 입구에 도착했다. 李寧活(이영활) 부산시 경제진흥실장과 尹德辰(윤덕진) 사상구청장 등이 許시장을 기다리고 있었다.

심각하던 許시장의 표정이 승용차에서 내리면서부터 확 바뀌었다. 환한 웃음을 지으면서 새벽시장 상인들과 일일이 악수를 나누며 시장을 누비기 시작했다.

『안녕하십니까. 수고하십니다. 오늘 새벽에 물건 좀 많이 팔았습니까. 추석경기는 괜찮았습니까』

재래시장 육성 위해 상품권 도입

許南植 시장이 출근길에 버스 환승시스템을 직접 체험하고 있다.

許南植 시장은 1976년 행정고시에 합격해 부산시 보임계장으로 발령받은 후, 2003년 부산시장 보궐선거에 당선되기 이전까지 26년을 부산시에서만 근무했다. 부산시 공무원들은 許시장을 「부산행정의 달인」이라고 부른다.

許시장은 시장에서 건어물 한 봉지와 배추 다섯 포기를 각각 1만원에 구입했다. 許시장은 물건값을 현금이 아니라, 부산지역 12개 재래시장 육성을 위해 도입한 상품권으로 지불했다. 지난 추석 때에는 부산시 산하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재래시장 상품권으로 선물 주고받기운동」을 벌여 6억원어치를 판매했다고 한다.

새벽시장을 둘러본 許시장은 오전 7시50분쯤 시장 맞은편 「제주생고기 돌솥밥」 식당에서 공무원·상인대표 20여 명과 함께 아침식사를 했다. 메뉴는 버섯전골이었다. 許시장이 지불한 아침 식사값은 18만4000원이었다.

새벽시장 상인들의 박수를 받으며 오전 8시27분 자신의 승용차에 오른 許시장은 부산신항으로 향했다. 부산 시내와 부산신항 간 왕복 8차선 도로는 시원하게 뚫려 있었다. 하지만 도로를 오가는 컨테이너 운반 차량은 별로 눈에 띄지 않았다. 許시장은 『이 도로는 시내에서 부산신항으로 들어가는 일반도로이기 때문에 컨테이너 운반 차량이 눈에 띄지 않는 것』이라고 했다.

許시장은 승용차 안에서 「투 포트 시스템」의 문제점을 다시 얘기했다.

『釜山港을 집중육성해야 한다』

『국가차원에서 부산신항을 동북아시아 중심항만으로 집중육성해야 합니다. 지금처럼 부산항과 더불어 광양항까지 함께 육성하게 되면 두 항만이 모두 죽습니다.

정부가 막대한 예산을 들여 조성 중인 광양항의 경우, 자체 물량이 없어 시설을 제대로 가동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정부는 광양항의 이용실적이 미미하자 입항료 등을 면제해 주고 있습니다. 결국 정부가 광양항과 부산항 간 경쟁을 부추기고 있는 셈이죠. 국내 항만끼리 경쟁을 시켜서 어떻게 하겠다는 것입니까. 한심한 일입니다.

국내 지역별로 컨테이너 부두를 조성하는 것은 안 됩니다. 지역별 유치 화물을 특화해야 합니다. 일반 화물을 처리하기 위한 부두를 다른 지역에 건설하는 것은 찬성합니다. 그러나 컨테이너 화물의 경우 부산항을 전용항으로 특화해야 합니다. 더 이상 국가 경제발전의 방향이 정치논리에 흔들려서는 안 됩니다』

許시장이 항만정책에 대해 얘기하고 있는 도중 수행비서가 휴대폰을 받고 난 뒤 메모지를 건넸다. 어디서 걸려 왔는지는 물어보지 않았지만, 중요한 전화인 것 같았다. 그런데도 許시장은 『조금 있다가 연락 드린다고 해』 하고는 계속 말을 이어 나갔다. 「부산시장 하기 참 힘들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부두의 경우, 국가의 중요한 기반시설이기 때문에 민간자본이 아닌, 국가 예산으로 조성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부두의 운영은 해당 지방자치단체에 맡기는 것이 효과적이고요.

저는 항만에 대한 정부의 정책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습니다. 부산신항만 해도 그렇지요. 현재 우선 개장한 3개 선석은 국내 민간기업들이 공동으로 조성한 것입니다. 반면 정부가 조성키로 한 부두시설 공사는 제대로 진척되지 않고 있습니다. 부두는 만들어 놨는데 배후도로망·배후부지 등 항만 인프라가 제때 조성되지 않고 있으면 외국의 어떤 船社(선사)가 부산신항을 이용하려고 하겠습니까』

오전 9시4분 許시장의 승용차는 부산신항內 부산신항만(주) 사무실 입구에 도착했다. 宋文憲(송문헌) 사장과 曺柄洛(조병락) 부산시 해양항만과장이 許시장을 맞았다.

許시장은 2층 회의실에서 宋文憲 사장과 회사 관계자들로부터 신항에 대한 간단한 브리핑을 들었다.

宋사장은 『민간자본 2조3000억원을 들여 건설 중인 9개 선석 중 이미 개장한 3개 선석 이외에 3개 선석은 올 연말에, 나머지 3개 선석은 2009년 5월 말 개장할 계획이며, 현재 전체 부두조성 공사의 공정률은 77%에 달한다』고 밝혔다.

지난 3월 1차로 개장한 부산신항의 3개 선석은 스위스의 MSC社(세계 2위)가 週 3항차, UASC社(아랍에미리트)가 週 2∼3항차, ESL·ZIM 라인이 週 1항차 입항하고 있으며 현재까지 컨테이너 화물 12만 개(20피트 기준)를 처리했다.

부산신항 부두시설을 둘러보고 있는 許南植 부산시장(가운데). 오른쪽은 宋文憲 부산신항만(주) 사장, 왼쪽은 金永植 부산시 혁신평가 담당관.

부산신항의 문제점들

업무 브리핑을 마친 宋사장은 잠시 뜸을 들인 뒤 조심스럽게 말을 이어 갔다.

『시장님께 드릴 말씀은 아니고 정부에 요청해야 할 사안이지만, 애로사항 몇 가지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우선 부산을 거쳐 다른 지역으로 운송되는 환적화물의 경우, 환적에 소요되는 비용이 기존 北港은 2만3000원(20피트 컨테이너 기준)인데 신항-北港 간에는 3배 가까운 6만7000원이 소요됩니다. 이는 신항의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주요 원인이 되고 있습니다.

부산신항과 경쟁 항만인 중국의 상하이의 경우, 기존 터미널에서 양산항 간 화물을 바지선을 통해 운송하고 있고, 바지선 운송에 들어가는 비용은 중국 정부가 부담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부산신항의 對外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부산신항과 北港 간 바지선을 운행할 필요가 있습니다』

宋사장은 『항만 배후도로의 일부 지반이 침하되면서 노면의 굴곡이 심해 화물이 파손될 우려가 높고, 안전사고의 위험이 있다』면서 도로의 조속한 보수를 요청했다. 宋사장은 『정부가 배후철도를 당초 2008년까지 완료하기로 해놓고 지금에 와서 완공시기를 2년 정도 늦출 계획인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배후철도 건설공사가 늦어질 경우 부산신항의 경쟁력이 그만큼 떨어지게 되기 때문에 반드시 2008년까지는 배후철도 공사가 마무리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자가 「우선 개장한 3개 선석의 가동률은 어느 정도 수준이냐」고 묻자, 宋사장은 약간 머뭇거리면서 『20% 미만』이라고 답했다.

宋사장은 『정부가 민간자본으로 조성한 부두를 차별화하는 바람에 민간 운영 부두의 경쟁력이 떨어지고, 일부 언론이 여러 차례 부산신항에 대한 부정적인 보도를 함에 따라 외국 선사들이 이용을 꺼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許南植 시장은 『정부가 광양항 이용 선박에 대해서는 입·출항료 전액을 면제해 주면서 부산신항을 이용하는 선박에 대해서는 아무런 혜택을 주지 않고 있다. 이같은 불공평성을 정부 측에 여러 차례 지적했지만 지금까지 조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면서 『앞으로도 부산신항과 다른 국내 항만 간 형평성 유지를 위해 계속 노력하겠다』고 했다.

부산 발전의 청사진들

부산시 사상구 새벽시장을 방문, 상인들과 인사를 나누는 許南植 시장.

許시장은 『최신식 첨단시설을 완벽하게 갖추고 있는 데도 불구하고 부산신항의 가동률이 저조한 것은 정부의 일관성 없고, 불평등한 정책 추진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정부의 항만정책 변경을 요구했다.

부산신항만(주) 소속 셔틀버스를 타고 부두시설을 둘러보기 위해 나섰다. 부두에는 MSC社(스위스) 소속 컨테이선 2척이 접안해 작업을 하고 있었다. 許시장은 宋사장에게 부두內 대형 크레인 등을 가리키며 궁금한 사항들을 계속 물었고, 宋사장의 답변은 거침이 없었다.

許시장은 『이렇게 훌륭한 시설을 갖춰 놓고 제대로 활용을 못 하고 있으니, 참으로 안타깝다』는 말을 남기고 다음 일정을 위해 오전 9시44분 승용차에 올랐다. 목적지는 부산시 연제구 부산시청이었다. 이날 오전 10시30분 부산시청 국제회의실에서 「방과후 학교지원센터 협약체결 및 개소식」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서였다.

許시장은 부산시청으로 이동하는 승용차 안에서 머릿속에 구상하고 있던 부산발전의 청사진을 하나둘씩 끄집어내기 시작했다.

『가덕도를 세계적 관광휴양지로 개발하는 방안을 구상하고 있습니다. 가덕도는 부산신항뿐 아니라 부산-거제도 간 거가대교가 지나가는 곳이기 때문에 접근성이 뛰어난 천혜의 섬입니다.

정부의 규제만 없다면, 외국인 전용 카지노를 여러 곳 만들고 싶습니다. 정부가 외국인 카지노 시설을 왜 규제하는지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항구도시 부산의 뛰어난 해안선을 관광자원화하기 위해 세계에서 가장 긴 케이블카를 설치할 생각입니다』

부산, 동북아 해양물류중심도시로 육성

許시장은 『부산은 국내 제1의 항만도시이기 때문에 동북아시아의 해양물류 중심도시로 육성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했다.

부산시장의 승용차는 오전 10시12분 시청 본관의 현관에 도착했다. 차에서 내리자마자 許시장은 감색 점퍼를 벗고 승용차 뒤 트렁크에 넣어 두었던 양복 상의로 갈아입었다.

부산시청 1층 현관으로 들어선 許시장은 자신의 사무실(5층)로 올라가기 위해 엘리베이터 앞에 섰다. 그곳에는 10여 명의 시민들이 엘리베이터를 기다리고 있었다. 시민들은 許시장과 마주치자 일제히 반갑게 인사를 건넸다.

시장 비서실은 외부 인사와 결재를 위해 기다리는 공무원들로 북적였다. 이 때부터 許시장은 3분·5분 단위로 외부 손님들을 만났고, 짬짬이 급한 결재를 처리했다.

냉수를 한 잔 맛있게 들이킨 許시장은 오전 10시24분 사무실을 나섰다. 방과후 학교지원센터 협약 및 개소식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서였다. 許시장은 이날 오전의 일정을 모두 마친 뒤 낮 12시쯤 외부인사 몇 명과 점심식사를 하기 위해 시청 앞 갈비집을 찾았다. 새벽 5시 기상한 이후 7시간 만에 처음으로 편한 양반다리를 하고 자리에 앉은 셈이다.

밥 한 숟가락을 막 뜨려는 순간 시청 공무원 한 명이 許시장에게 눈짓을 보냈다. 시간은 오후 1시가 조금 넘었다. 오후 1시30분 부산KBS 라디오와 생방송 전화 인터뷰가 약속돼 있기 때문이다. 자신의 사무실로 돌아올 때까지 許시장이 먹은 점심은 갈비 몇 점이 전부였다.

기자가 「피곤하지 않느냐」고 묻자 許시장은 웃으면서 『처음에는 피곤하고 힘이 들었는데, 3년 반 동안 이런 생활을 하다 보니까 이제는 힘든 줄 모르겠다』고 했다.

許시장은 오후 4시쯤 다시 사무실을 나섰다. 기존 항만인 북항을 둘러보기 위해서다. 북항內 신선대부두를 방문한 許시장은 부두 관계자들을 만나 애로사항을 듣고 컨테이너 선박들의 화물 하역작업을 지켜봤다.

『부산신항 조성공사가 마무리될 것에 대비해 북항의 재개발 계획을 준비 중입니다. 기존 북항內 일부 시설을 시민들의 친수공간으로 조성하기 위해 여러 가지 계획을 세워 놓고 있습니다.

부산시민들은 기존 항만이 도심에 있었기 때문에 많은 고통을 겪어 왔죠. 컨테이너 운송 차량들이 도심을 통과하는 바람에 도로가 막히고, 먼지가 나는 것을 감수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제는 항만의 일부를 시민들에게 되돌려 주어야 합니다. 첨단시설을 갖춘 국제여객 부두를 만들고, 시민들이 안락하게 여가시간을 보낼 수 있는 각종 편의시설을 조성할 계획입니다』

許시장의 승용차가 부산시청으로 되돌아온 시간은 오후 5시30분이었다. 許시장은 사무실로 들어서면서 양복 상의를 벗고, 와이셔츠 단추를 풀고 소매를 걷어올렸다. 본격적으로 중요한 결재를 해야 하는 시간이 다가온 것이다. 각종 사안들이 許시장의 결정을 기다리고 있었다.

2005년 9월12일 전남 여수에서 열린 남해안발전 공동협의회 회의에 참석한 許南植 부산시장(왼쪽에서 두 번째). 許시장 오른쪽은 박준영 전남지사. 그 오른편은 김태호 경남지사.

앞서가는 행정

「방향이 옳고 법에 크게 어긋나지 않는다면 적극적으로 일을 추진하고 실천하라. 앞서가는 행정이 중요하다. 시민들의 민원이 발생하고 난 뒤 일을 처리하는 뒷북행정을 해서는 절대 안 된다. 계속 연구ㆍ검토만 하지 말고 빨리 결론을 내려라」

許南植 시장의 市政지침이라고 한다.

오후 6시, 許시장은 또다시 사무실을 나섰다. 오후 7시에 동의大 최고경영자과정 수강생들을 대상으로 「부산의 비전과 전략」이란 제목의 특강을 했다.

이날 밤 11시 자신의 집으로 돌아온 許시장이 다시 부산신항과 북항을 제대로 발전시키기 위해 어떤 조건들이 필요한지 설명하려고 했다. 이제는 기자가 지쳤다. 서둘러 許시장의 아파트를 빠져 나왔다. 그에게 왜 「소리 없는 불도저」라는 별명이 붙게 됐는지 알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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市政현안을 듣는다 - 許南植 부산시장

『부산·광양港 동시개발 고집하면 두 항구가 모두 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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