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時論] 盧武鉉 대통령의 反시장적 부동산 정책 : 월간조선

이제 임기의 반을 마친 盧武鉉 대통령의 지지도가 30%를 밑돌고 있다. 盧대통령에 대한 지지가 낮은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대부분의 국민들은 경제에서 그 원인을 찾는다. 지난 大選에서 盧대통령의 당선에 작지 않은 기여를 한 「자갈치 아지매」도 盧대통령이 경제에 신경을 써 달라는 뜻을 밝혔다. 그녀의 수산물 도매상은 매출이 절반으로 줄었다고 한다.

과연 지금 경제가 어려운 까닭을 盧대통령이 경제를 소홀히 한 데서 찾을 수 있을까? 그리고 그가 이제부터 경제에 전념한다면, 과연 경제가 활력을 되찾을 수 있을까?

많은 국민들은 盧대통령이 경제를 소홀히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는 사실과 다르다. 盧대통령은 오히려 경제 분야에서 두드러진 업적을 남기겠다는 야심을 드러냈었다.

그의 정책들 가운데 핵심적인 것은 이른바 「분배」에 중점을 둔 경제정책이었다. 그는 지금보다 훨씬 평등한 소득 분포를 목표로 내걸었다. 한때는 「소득 2만 달러」를 목표로 제시했었다. 그는 대통령 후보 시절부터 「서민들을 위한 부동산 정책」을 강조했었고, 지금은 부동산 정책에 정치적 역량을 쏟아 붓고 있다.

임기 前半에 경제 분야에서 실패했는데, 그의 권력이 약해지고 사회 세력들에 대한 통제력이 줄어드는 임기 後半에 일을 더 잘할 수 있겠는가? 게다가 이미 자신이 추진한 정책들이 선택의 폭과 움직임의 여지를 크게 줄인 터에 잘할 수 있겠는가?

盧대통령이 경제에 전념한다면, 사정은 더욱 나빠질 것이다. 경제에 관한 문제의 근원은 그가 우리 사회의 구성 원리와 어긋나는 이념에 바탕을 두고 우리 경제의 원리를 거스르는 정책들을 펴 왔다는 데 있기 때문이다.

시장경제 무시하는 盧대통령의 발언

이는 요즈음 盧대통령이 그렇게도 강경하게 밀어붙이는 부동산 정책에서 더할 나위 없이 선명하게 드러난다. 부동산 정책은 처음부터 그의 경제정책에서 핵심적 자리를 차지했었다. 대통령 후보 시절 그는 『정권의 명운을 걸고 서민을 울리는 부동산 투기를 잡겠다』고 했고, 『전월세 가격을 통제해서라도 집 없는 사람들의 고통을 줄이겠다』고 약속했었다.

사회주의로 기운 민중주의자였으므로, 盧대통령이 그렇게 부동산 정책을 중시한 것은 이상하지 않다. 집과 땅은 부유한 사람들과 가난한 사람들 사이의 차이가 가장 두드러진 분야다. 자연히, 평등주의적 요구가 가장 세차고 그른 민중주의적 이념과 지식, 그리고 정책들이 세력을 펴기 가장 쉬운 곳이다.

부동산 정책과 관련 盧대통령은 사회주의자의 면모를 드러내 보였다.

『경제가 빠르고 급격하게 떨어질 때 빈부 격차가 늘어나고, 경제가 빠르게 회복될 때 또 빈부 격차가 늘어나고 그래서 서민들 다 죽이는 것이 부동산인데, 이제는 경제도 살 수가 없습니다. 부동산 거품이 들어가면 앞으로 우리 상품의 국제 경쟁력도 유지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 문제에 관한 한 사유재산의 원리, 시장 원리, 이런 부분을 가지고 헷갈리게 하지 않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정말 앞으로 나갈 때 언론과 어떻게 다투어 나갈까 참 걱정입니다』

이처럼, 그는 부동산 정책을 추진하면서, 우리 사회의 구성 원리 가운데 하나인「사유재산의 원리」,「시장 원리」까지도 무시할 수 있음을 밝혔다.

사유재산제도는 개인들의 재산권이 철저하게 보호될 때 확립된다. 그래서 재산권은 자본주의의 본질적 부분이며, 사회의 움직임에서 근본적 중요성을 지닌다. 그것이 위협을 받으면, 경제가 뿌리부터 흔들린다.

근년에 거의 모든 主流 경제학자들은 『경제 발전의 비결이 궁극적으로 재산권으로 환원된다』고 결론을 내렸다. 재산권이 확립되면, 개인들이 재산을 모으는 데 적극적이고 창의적이 되므로, 경제는 자연히 발전한다는 얘기다. 재산권을 확립한 자본주의 사회들이 모두 빠르게 경제를 발전시킨 반면, 70여 년에 걸친 공산주의 실험이 참담한 결과를 내고 무너짐으로써, 이 명제는 명확히 증명되었다.

그동안 現 정권은 갖가지 방식으로 재산권을 흔들고 허물었다. 정부의 몸집과 권한을 늘리고, 시장에 점점 깊숙이 개입해서 시민들의 재산에 관해 시시콜콜 간섭하고, 늘어나는 세금과 정부 빚을 통해서 재산의 점점 큰 부분을 앗아가고, 「江南(강남)」으로 상징되는 부유한 사람들이 가난한 사람들의 가난을 초래한 것처럼 비난하면서, 그들의 재산의 도덕적 권위를 흔들어 왔다. 재산권이 그렇게 흔들리는데, 어떻게 경제가 활기차기를 기대할 수 있겠는가?

「시장」의 의미도 모르는 盧대통령

盧武鉉 대통령은 지난 8월25일 KBS TV 토론 프로그램에 참가, 부동산 등 경제 문제에 대해 反시장적 사고를 극명하게 드러냈다.

盧대통령의 얘기를 듣다 보면, 그가 지닌 시장경제의 원리에 대한 지식이 얕고, 그나마 잘못 아는 부분들이 많다는 것을 깨닫고 마음이 어두워지곤 한다.

먼저, 그는 아직 시장의 본질을 이해하지 못한다. 『국민 생활을 위해서 시장이 존재하는 것이지, 시장을 위해서 국민이 존재하는 것은 아니거든요』 같은 발언이나 『국민 경제가 먼저 있고, 그 국민 경제를 운용하는 데 가장 좋은 방법이 시장이기 때문에 시장인 것이고』와 같은 발언이 대표적인 예다. 그가 시장이 「시민들이 끊임없이 내리는 경제적 결정들의 총체」를 가리키는 말이라는 사실을 제대로 인식한다면, 국민과 시장을 對比(대비)하고 국민 경제와 시장을 나누어 논하지는 않을 것이다.

盧대통령이 시장 원리를 그렇게 가볍게 여기게 된 이유 가운데 하나는 그가 「시장」의 뜻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데서 나온 듯하다. 국민들의 투표를 통해서 권력을 쥔 대통령이니, 그는 자신의 권위의 바탕이 바로 시민들의 뜻임을 인식할 터이다. 그러니 시장의 뜻을 제대로 안다면, 시민들이 내린 경제적 결정들의 총체인 시장을 그렇게 가볍게 여길 수는 없으리라.

둘째, 盧대통령은 유행하는 경제 용어들을 자신의 입맛에 맞게 바꾸어 쓰는 경향이 있다. 정치 분야에선 이미 익숙한 모습이지만, 이제는 경제 분야에서도 자주 보인다. 부동산 정책과 관련해서 자주 나온 「시장의 실패」는 전형적이다.

그는 얼마 전 『부동산의 시장 경제 교란 및 왜곡 요소가 원체 크기 때문에 부동산 시장이야말로 전형적인 시장의 실패 영역이다. 이건 정부가 개입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래서 「언젠가는 공급이 부족해지면 오른다」는 믿음에 대해 「그런 일 없다. 앞으로 정부가 공급한다」고 대응해 장기전에 대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가 「시장의 실패」라는 개념을 어떻게 알고 있는지 확실하게 알 수 없지만, 그가 가격이 어떤 기준보다 너무 오르는 현상을 「시장의 실패」로 보는 것만은 분명하다.

원래 「시장의 실패」라는 말이 뜻하는 「시장의 불완전한 움직임」은 경쟁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와 외부효과가 큰 경우를 가리킨다. 前者는 어떤 시장에서 독점이나 불완전 경쟁이 나와서, 경쟁이 제대로 이루어질 경우보다 財貨가 적게 그리고 높은 값에 공급되는 상태를 가리킨다. 後者는 시장에 참가한 경제주체들의 경제활동들이 외부에 나쁜 영향을 미치는 것을, 예컨대 公害(공해)를 유발하는 것을 가리킨다. 따라서 어떤 시장에서 財貨의 값이 너무 높은 것을 시장의 실패라 부를 수는 없다.

「가격」에 관한 한, 시장이 기준이다. 시장은 사회의 자원들을 가장 효율적으로 배치한다고 모두 인정한다. 그런 자원의 효율적 배치는 가격 기구를 통해서 이루어지므로, 시장에서 형성된 가격은 바로 적절한 가격인 셈이다. 부동산 시장의 결점이 무엇이든, 부동산 시장도 시장인 이상 가격에 관한 한 부족한 점은 없고, 부동산 시장에서 이루어진 가격은 그런 뜻에서 결코 높다고 할 수 없다. 그 가격이 주어진 여건 속에서 자원을 가장 효율적으로 배치한 가격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盧대통령은 시장의 실패를 원래의 뜻과는 전혀 다른 뜻으로 쓴다. 나아가서 그렇게 씀으로써, 그는 자신이 시장에서 형성된 가격의 뜻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다는 것을 드러낸다.

「범인」을 잘 만들어 내는 盧대통령

셋째, 盧대통령은 복잡한 경제 현상을 지나치게 단순화해서 바람직하지 못한 경제 상황의 「범인」을 만들어 낸다. 경제는 아주 복잡하고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요소들이 끊임없이 상호작용을 하고 2차, 3차 효과들을 여럿 낳으므로, 어떤 경제 현상의 因果(인과)관계를 제대로 따질 수 있는 경우는 정말로 예외적이다.

그러나 盧대통령은 어떤 경제적 부작용의 「범인」을 쉽게 가려낸다. 그런 快刀亂麻(쾌도난마)는 정치가에겐 편리하고, 경제 분야에서 실패한 대통령에겐 책임을 면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겠지만, 올바른 진단과 합리적 처방엔 해롭다.

부동산 시장의 문제를 투기에 돌린 것은 대표적이다. 그는 대통령 후보 시절부터 줄곧 부동산 시장의 근본적 문제가 투기꾼들에게서 나왔다고 진단하고서 투기와의 싸움에서 물러서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설령 부동산 시장의 문제가 그의 생각처럼 투기 때문이라 하더라도, 한 나라의 경제를 책임진 대통령이라면, 투기의 성격과 기능에 대해서 좀더 깊은 이해를 보여야 할 터이다.

투기는 어느 사회에서나 비난을 받는다. 그것을 규제하라는 목소리는 늘 높고, 투기를 잡겠다는 얘기는 시장에 대한 정부의 개입을 정당화하는 논거로 쓰인다. 그러나 투기는 경제활동의 본질적 특질이어서 정당한 투자로부터 따로 떼어 내기 어렵고, 규제도 쉽지 않다.

투기는 「가격이나 환율이 바뀌었을 때 팔거나 사서 이익을 얻으려는 생각에서 사거나 파는 행위」다. 따라서 투기자들은 투기의 대상이 된 財貨를 쓰거나 그것으로 무엇을 만드는 데는 흥미가 없다. 그 점에서 투기자들은 소비자들이나 생산자들과 구별되며, 바로 그 점 때문에 도덕적 측면에서 비난을 받는다.

그러나 투기는 지역과 시간에 걸친 가격 차이를 줄이는 기능을 수행한다. 이것은 언뜻 생각하기보다는 훨씬 중요한 기능이니, 넓은 뜻에서 투기 없이 제대로 움직이는 시장경제는 생각하기 어렵다.

지역들 사이의 가격 차이는 대개 「중개 매매」에 의해서 좁혀진다. 중개 매매는 둘 또는 그 이상의 시장에서 가격 차이가 있을 때, 가격이 낮은 시장에서 사서 다른 시장에 파는 행위를 뜻한다. 중개 매매는 본질적으로 투기다. 같은 財貨의 가격이 여러 시장들에서 비슷해야 경제가 제대로 움직일 것은 당연하므로, 이 점에서 투기는 사회에 유익하다.

투기는 시간에 걸친 가격 차이를 좁힌다. 곡식 값이 추수기에 폭락하지 않고 단경기에 폭등하지 않는 것은 투기 덕분이다. 이처럼 투기는 非정상적으로 큰 이익이 생길 소지를 줄이고 이익이 많은 사람들에게 고루 돌아가도록 한다.

투기는 위험을 분산시킨다. 투기자가 있어야, 큰 위험을 지는 생산자들이나 창고업자들이 「연계 매매」를 통해서 위험을 줄일 수 있다. 연계 매매는 판매와 구매를 연계시켜서 미래의 가격 변동에서 나올 위험을 줄이는 행위를 가리키며, 이것 덕분에 위험을 지기 싫어하는 사람들과 기업들이 위험을 회피할 수 있다. 위험 분산은 사회적으로 아주 중요한 일이다.

시장교란이 부동산 가격 폭등 원인

투기는 가격과 위험의 공간적·시간적 차이를 줄여서 비슷하게 만드는 사회적 기구들 가운데 제일선을 맡은 셈이다. 따라서 투기를 함부로 규제하는 일은 위험하다.

따라서 투기가 부동산 값을 올린 「범인」이라고 보는 것은 因果관계를 거꾸로 읽은 것이다. 투기자들은 이미 부동산 값이 올라갈 요인이 존재한다고 여기고 부동산을 사들인 것이다. 현실적으로, 근년의 부동산 시장의 호황과 가격 폭등은 現 정권이 수도 분할 이전과 같은 정책으로 부동산 시장을 교란한 데서 나왔다.

盧대통령은 부동산 「거품」이 경제에 큰 위협이 되리라는 점을 부동산 가격 통제 정책의 논거로 내놓았다. 거품을 걱정하는 것은 옳다. 그러나 거품에 대한 대책은 본질적으로 거시경제적 접근이 필요한 일이며, 먼저 通貨(통화)정책에 문제가 없나 살피는 것이 순서다.

盧대통령의 부동산 정책은 본질적으로 시장이 매긴 가격을 무시하고 자신이 판단한 가격을 시장에 강요하는 것이다. 그렇게 자신이 매긴 가격을 강요하는 논거는 「싼 부동산 가격이 서민들을 위한다」는 것이다.

이런 정책이 어리석고 해롭다는 것은 굳이 긴 설명을 하지 않아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잘 안다. 시장이 매긴 가격보다 낮은 가격을 정부가 강제하면, 필요한 양만큼 財貨가 시장에 나오지 않는다. 집처럼 생산에 시간이 걸리는 財貨의 경우엔 곧 공급 부족 사태를 불러서, 집값을 크게 올려서 서민들의 집 장만을 더욱 어렵게 만들 따름이다.

특히 위험한 것은 盧대통령이 후보 시절에 공언한 것처럼, 집세를 통제하는 것이다. 그런 통제는 셋집의 공급을 줄이고 셋집의 보수를 막아서, 가난한 사람들의 처지를 어렵게 하고 장기적으로는 주택가를 빈민가로 만든다.

원래 부동산은 시장이 잘 공급하게 되어 있다. 시장은 정부가 세운 갖가지 법들과 규정들을 주어진 조건들로 보고, 그것들에 맞추어 가장 효율적으로 자원을 배치하고 그 과정에서 부동산 값이 형성된다. 부동산 시장에 무슨 문제가 생기면, 그것은 거의 언제나 정부의 잘못되거나 낡은 규제 때문이다. 부동산 값이 너무 높다고 판단하면, 정책 수립자들은 먼저 정부의 갖가지 규제 조치들 가운데 어느 것이 문제를 일으키는지 살펴야 한다.

따라서 현명한 부동산 정책은 정부가 아예 손을 떼는 것이다. 시장이 잘 하는 일을 정부가 하겠다고 나서는 것 자체가 非논리적이고 어리석다. 현재 정부가 내놓은 부동산 정책은 높은 집값과 땅값이 시장의 실패라고 여기는 盧대통령의 오류에서 나온 것이다. 그런 정책이 어떻게 좋은 결과를 낳기를 기대할 수 있겠는가.

盧대통령은 경제에서 손을 떼야

그러면 해결책은 무엇인가? 가장 깔끔한 해결책은, 물론 盧대통령이 자신에게문제가 있음을 깨닫고 자신의 이념을 바꾸고 경제학 공부를 진지하게 해서 그릇된 지식들을 바로잡는 것이다. 불행하게도, 지금 그가 그렇게 할 가능성은 전혀 없다.

그런 상황에서 현실적 방안은 盧대통령이 경제 분야에서 발을 빼는 것이다. 경제는 당분간 어려울 터이므로, 그것은 그로서도 홀가분한 일일 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