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지도자가 전쟁을 결정(선포)해 놓고 그 야만의 현장(전장)에 투입한 군인들에게「반드시 이겨라. 그러나 인도적으로 싸워라. 人權 침해 없이 싸워라!」라고 요구할 수 있겠는가?
閔丙敦 前 陸士교장
1935년 서울 출생. 휘문高·陸士·陸大·국방대학원 졸업. 사단장, 육군정보참모부장, 특전사령관, 陸士 교장 역임
閔丙敦 前 陸士교장
1935년 서울 출생. 휘문高·陸士·陸大·국방대학원 졸업. 사단장, 육군정보참모부장, 특전사령관, 陸士 교장 역임
맥아더, 『전쟁의 목표는 승리』
유엔군 사령관이었던 맥아더 원수는 1952년 4월 美 의회 연설에서 『전쟁의 최대 목표는 승리이다. 전쟁에서 승리를 대체할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말했다.
군대는 전쟁에서 모든 악조건을 극복하고 승리할 수 있도록 장비와 병력을 최상의 상태로 만들어야 할 책무가 있다.
軍부대와 그 부대원들의 성공적인 임무수행에 지휘관의 지휘·통솔력이 결정적으로 중요하기 때문에 軍內의 모든 권력을 지휘관에게 집중해 놓고, 모든 군인들이 특별권력(上命下服:상명하복) 관계에 있음을 제도적으로 확고히 하고 있다. 그걸 뒷받침하는 게 軍法(군법: 軍 사법제도)이다.
일반 형법의 입법취지는 사회의 안녕질서를 유지하여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고 人權을 옹호하는 데 있다.
반면 軍法(軍 형법·군사법원법 등)의 목적은 지휘관의 「지휘권을 옹호」하고 軍紀(군기)를 확립하여 전투력을 조성·보전하고, 이를 효과적으로 발휘하는 데 있다. 여기서 장병의 人權은 상당부분 유보될 수밖에 없다. 이 점은 민주주의 선진국들에서도 마찬가지다.
「계급을 타파하고 모든 사람이 차별 없이 살 수 있는 평등사회를 만든다」는 사회주의(공산주의) 국가에서도 군대에 계급제도를 두고 「上命下服」과 엄한 軍紀를 유지했었다.
우리 軍 司法제도는 英美法(영미법)의 영향을 강하게 받았다.
우리 軍은 그 임무 수행에 적합하도록 지휘관을 頂點(정점)으로 하여 피라미드형 지휘체계로 편성되었고, 軍 검찰과 재판제도도 지휘관을 정점으로 그 지휘下에 기능해 왔다. 사단장급 이상 지휘관은 軍 검찰사무를 統轄(통할)하여 소속 검찰관을 임명하고, 지휘·감독하며, 군사재판 관할관으로서 재판관을 지정하고 재판결과(판결) 확인권을 가지며, 판결내용을 변경할 수 있었다.
강력한 지휘권 보장을 위한 제도적 장치였다. 이러한 軍 특유의 제도는 미국 등 선진국들의 경우에도 유사하다.
그런데 「문민정부」라고 자칭한 金泳三 정부는 용감하게 여기에 손을 댔다. 「개혁」이란 명분으로. 1994년 1월 군사법원법 개정으로 지휘관이 가지고 있던 구속영장 발부권을 軍 판사가 가지게 되었다. 관할관 확인제도에서는 刑의 「減刑(감형) 내지 刑집행면제」를 할 수 있던 것을 「승인 내지 減輕(감경)」까지만 할 수 있도록 그 권한을 축소했다.
군사재판에서의 「심판관 제도」는 군사지식과 경험을 쌓은 전투 및 전투지원병과 장교들을 재판 과정에 참여시켜 군사지식과 군대경험이 부족한 軍 법무관(중위·대위)들을 보완케 하는 제도이다. 金泳三 정권은 군사법원법을 개정하면서 심판관의 數를 줄여 재판에서 그 영향력을 약화시켰다. 軍의 특수성을 무시한 조치였다.
보통군사법원 설치 梯隊(제대)를 사단급 이상에서 군단급 이상으로 변경했다가 5년 만에 다시 「사단급 이상」으로 환원하여 오늘에 이르고 있다. 그 당시 무리하게 법을 개정하였다는 반증인 셈이다.
軍 판사의 독립성 보장과 권한 확대를 위해 軍 판사의 소속을 군사법원이 소속했던 부대(사단급 이상)에서 떼어내 국방부 및 各軍 본부로 변경해 놓았다.
軍 사법 독립성 강화는 「지휘통일의 원칙」위배
이렇게까지 지휘권을 약화시킨 상황에서 아직도 우리 軍法(軍 사법제도)에 「非민주적 인권침해의 소지가 있다」, 「違憲的(위헌적)인 부분이 있다」 하며 軍 사법개혁을 부르짖는 목소리가 들린다. 軍을 알고 전쟁과 전투를 체험한 老兵(노병)으로서 매우 걱정스럽다.
「사법개혁위원회」는 各軍 본부 소속으로 군단급 부대에 파견되어 부대별로 순회재판하는 軍 판사를 국방부 소속으로 통합하여 지역별로 순회하면서 재판하도록 하고, 심판관 제도는 폐지하며, 軍검찰관은 사단급 이상 부대 소속에서 역시 국방부 장관 직속으로 통합(국방부 검찰단)하고, 軍 사법경찰의 수사를 軍검사가 지휘하게 하며, 軍 사법경찰 징계·해임·替任(체임)요구권까지 갖게 하겠다는 것이다(마치 검찰청 검사가 경찰의 수사를 지휘하는 것처럼).
징계 영창제도에 있어서는 이것이 형사벌이 아닌 징계벌임에도 불구하고 非行人의 人權보호를 위하여 「人權담당법무관」이 징계 영창심사 및 취소권을 행사하고 非行人이 抗告(항고)할 때는 이의 집행정지권도 갖도록 하고 있다.
이런 주장을 하는 少數의 큰 목소리를 들으면, 「이제야 우리 軍에도 민주주의의 꽃이 피어 장병들이 人權 사각지대에서 해방되어 사람대접을 제대로 받게 되는구나」 라며 좋아할 사람들이 많을 성 싶다. 軍의 지휘권 약화와 분노하는 軍心(군심) 그리고 그것이 불러올 재앙은 알지도 못한 채….
軍 판사와 검찰을 국방장관 직속으로 하여 軍 사법권의 독립성을 강화함으로써 지휘관들과 권력을 분할해 갖게 하고 지휘관을 견제하도록 하는 것은 軍 지휘권을 약화시키는 조치다. 전쟁원칙들 중에 가장 중요한 「지휘통일의 원칙」에 어긋나는 것이다. 軍 검찰관의 軍 사법경찰 수사지휘권 요구도 軍의 특수성에 맞지 않는다. 軍 검찰이 보충적 수사기능을 갖는 것으로 계속 유지해야 한다고 본다(사회에서는 오히려 경찰 수사권 독립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민간재판에서는 일반 국민들이 재판과정에 참여하는 배심제·참심제 도입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으면서, 군사재판에서는 심판관 제도 폐지를 주장하는 것도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다.
군인은 上官의 명령 때문에 싸운다
軍의 존재는 전쟁을 전제로 한 것이다. 전쟁에서 패하면 재앙이 온다. 그래서 군대는 항상 싸워 이길 준비를 하고 군인의 思考(사고)는 전승을 지향하며 戰死(전사)도 각오한다.
그러면 군인은 죽는 것도 두려워하지 않는가? 아니다. 군인도 죽음을 두려워한다. 군인에게도 「생존본능」이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戰場의 군인들이 왜 죽음을 무릅쓰고 敵을 향해 돌격하는가?
정의를 위하여? 국가와 민족을 위하여? 부모형제를 위하여? 처자식을, 사랑하는 여인을 위하여? 자신의 명예를 위하여?
아니다. 눈을 부릅뜬 상관(지휘자)의 명령 때문이다.
물론 처음 군복을 입을 때는 정의니, 국가와 민족이니 하는 숭고한 이유(목적)가 있었을 것이다, 戰場에 투입되기 전까지는 그런 생각을 가질 수도 있다. 그러나 일단 戰場에 투입되어 敵과 마주보고 싸움을 시작하면 군인들은 살아남아야 하겠다는 생각 외에 다른 숭고한 생각들은 모두 잊는다. 부모형제나 처자식 생각도 떠오르지 않는다는 말이다.
그가 의식하는 것은 눈앞의 敵과, 등 뒤에서 눈을 부릅뜨고 있는 上官뿐이다. 실제 전투를 체험하지 않은 사람은 알지 못한다. 군인들이 목숨 걸고 싸우는 것은 지휘자(관)의 督戰(독전) 때문이라는 것을.
전에 서로 만나 본 일도, 서로 개인적 원한을 산 일도 없는 쌍방의 젊은이(군인)들이 명령 아래에 敵이 되어 서로 죽이고 죽는, 이 피투성이 야만의 현장에 仁(인)이 있는가? 휴머니즘이 있는가? 人權이 있는가?
정치지도자들, 민주화 업자들, 인권 지상주의자들이여!
국가 지도자가 전쟁을 결정해 놓고 그 야만의 현장에 투입한 군인들에게 『반드시 이겨라. 그러나 인도적으로 싸워라. 人權 침해 없이 싸워라!』라고 할 수 있겠는가?
지휘권 弱化시키는 軍사법제도 개편은 곤란
1950년 7월25일, 북한의 기습남침으로 국군이 敗退(패퇴)하고 있던 급박한 상황 속에서 육군총참모장(참모총장) 丁一權(정일권) 少將은 訓令(훈령) 제12호를 통해 직속상관의 명령 없이 후퇴하거나 명령에 따르지 않는 자는 (재판하지 않고) 즉각 사살할 수 있는 「즉결처분권」을 분대장급 이상의 지휘자(관)에게 부여했다.
이 즉결처분령(훈령)은 우리나라 헌법이나 당시 국방경비법 어디에서도 법적 근거를 찾아볼 수 없는, 違憲(위헌)·違法的(위법적)인 것이었다.
휴전 후에 즉결처분한 지휘관을 즉결처분당한 사람들의 유족이 고발한 사건이 있기는 했으나, 그 지휘관들 중 누구도 처벌받은 일은 없었다. 그 사건을 취급한 법관들과 그 보도를 접한 국민 일반이 戰時(전시) 급박했던 상황에서 나라를 구하기 위한 극약처방이었다고 無言(무언)의 동의를 표한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
그 당시 즉결처분권이 주어졌다고 해도 실제로 이를 행사한 지휘관은 극소수에 불과했다. 대부분 지휘관들이 그 엄혹한 상황에서도 즉결처분을 자제할 만한 良識(양식)이 있었다.
요즈음 『軍 사법제도를 개혁하라』는 목소리가 들리는 것은 과거에 극소수의 지휘관들이나 그들 휘하의 극소수 간부들이 관련 지식의 부족이나 외부의 부당한 압력 때문에 軍 사법제도를 적절하게 운영하지 못했던 것이 한 원인일 것이다.
그렇다고 해도 이를 이유로 軍지휘권에 손상을 주는 방향으로 軍 사법제도를 개편하겠다는 것은 矯角殺牛(교각살우)의 어리석음을 범하는 것이다. 軍 지휘관들의 지휘권을 弱化시켜 전투력 조성과 보전, 그리고 전투력 발휘에 지장을 주어서는 절대로 안 된다. 敵이 기뻐할 일을 우리 스스로 해서야 되겠는가?●
군대는 전쟁에서 모든 악조건을 극복하고 승리할 수 있도록 장비와 병력을 최상의 상태로 만들어야 할 책무가 있다.
軍부대와 그 부대원들의 성공적인 임무수행에 지휘관의 지휘·통솔력이 결정적으로 중요하기 때문에 軍內의 모든 권력을 지휘관에게 집중해 놓고, 모든 군인들이 특별권력(上命下服:상명하복) 관계에 있음을 제도적으로 확고히 하고 있다. 그걸 뒷받침하는 게 軍法(군법: 軍 사법제도)이다.
일반 형법의 입법취지는 사회의 안녕질서를 유지하여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고 人權을 옹호하는 데 있다.
반면 軍法(軍 형법·군사법원법 등)의 목적은 지휘관의 「지휘권을 옹호」하고 軍紀(군기)를 확립하여 전투력을 조성·보전하고, 이를 효과적으로 발휘하는 데 있다. 여기서 장병의 人權은 상당부분 유보될 수밖에 없다. 이 점은 민주주의 선진국들에서도 마찬가지다.
「계급을 타파하고 모든 사람이 차별 없이 살 수 있는 평등사회를 만든다」는 사회주의(공산주의) 국가에서도 군대에 계급제도를 두고 「上命下服」과 엄한 軍紀를 유지했었다.
우리 軍 司法제도는 英美法(영미법)의 영향을 강하게 받았다.
우리 軍은 그 임무 수행에 적합하도록 지휘관을 頂點(정점)으로 하여 피라미드형 지휘체계로 편성되었고, 軍 검찰과 재판제도도 지휘관을 정점으로 그 지휘下에 기능해 왔다. 사단장급 이상 지휘관은 軍 검찰사무를 統轄(통할)하여 소속 검찰관을 임명하고, 지휘·감독하며, 군사재판 관할관으로서 재판관을 지정하고 재판결과(판결) 확인권을 가지며, 판결내용을 변경할 수 있었다.
강력한 지휘권 보장을 위한 제도적 장치였다. 이러한 軍 특유의 제도는 미국 등 선진국들의 경우에도 유사하다.
그런데 「문민정부」라고 자칭한 金泳三 정부는 용감하게 여기에 손을 댔다. 「개혁」이란 명분으로. 1994년 1월 군사법원법 개정으로 지휘관이 가지고 있던 구속영장 발부권을 軍 판사가 가지게 되었다. 관할관 확인제도에서는 刑의 「減刑(감형) 내지 刑집행면제」를 할 수 있던 것을 「승인 내지 減輕(감경)」까지만 할 수 있도록 그 권한을 축소했다.
군사재판에서의 「심판관 제도」는 군사지식과 경험을 쌓은 전투 및 전투지원병과 장교들을 재판 과정에 참여시켜 군사지식과 군대경험이 부족한 軍 법무관(중위·대위)들을 보완케 하는 제도이다. 金泳三 정권은 군사법원법을 개정하면서 심판관의 數를 줄여 재판에서 그 영향력을 약화시켰다. 軍의 특수성을 무시한 조치였다.
보통군사법원 설치 梯隊(제대)를 사단급 이상에서 군단급 이상으로 변경했다가 5년 만에 다시 「사단급 이상」으로 환원하여 오늘에 이르고 있다. 그 당시 무리하게 법을 개정하였다는 반증인 셈이다.
軍 판사의 독립성 보장과 권한 확대를 위해 軍 판사의 소속을 군사법원이 소속했던 부대(사단급 이상)에서 떼어내 국방부 및 各軍 본부로 변경해 놓았다.
軍 사법 독립성 강화는 「지휘통일의 원칙」위배이렇게까지 지휘권을 약화시킨 상황에서 아직도 우리 軍法(軍 사법제도)에 「非민주적 인권침해의 소지가 있다」, 「違憲的(위헌적)인 부분이 있다」 하며 軍 사법개혁을 부르짖는 목소리가 들린다. 軍을 알고 전쟁과 전투를 체험한 老兵(노병)으로서 매우 걱정스럽다.
「사법개혁위원회」는 各軍 본부 소속으로 군단급 부대에 파견되어 부대별로 순회재판하는 軍 판사를 국방부 소속으로 통합하여 지역별로 순회하면서 재판하도록 하고, 심판관 제도는 폐지하며, 軍검찰관은 사단급 이상 부대 소속에서 역시 국방부 장관 직속으로 통합(국방부 검찰단)하고, 軍 사법경찰의 수사를 軍검사가 지휘하게 하며, 軍 사법경찰 징계·해임·替任(체임)요구권까지 갖게 하겠다는 것이다(마치 검찰청 검사가 경찰의 수사를 지휘하는 것처럼).
징계 영창제도에 있어서는 이것이 형사벌이 아닌 징계벌임에도 불구하고 非行人의 人權보호를 위하여 「人權담당법무관」이 징계 영창심사 및 취소권을 행사하고 非行人이 抗告(항고)할 때는 이의 집행정지권도 갖도록 하고 있다.
이런 주장을 하는 少數의 큰 목소리를 들으면, 「이제야 우리 軍에도 민주주의의 꽃이 피어 장병들이 人權 사각지대에서 해방되어 사람대접을 제대로 받게 되는구나」 라며 좋아할 사람들이 많을 성 싶다. 軍의 지휘권 약화와 분노하는 軍心(군심) 그리고 그것이 불러올 재앙은 알지도 못한 채….
軍 판사와 검찰을 국방장관 직속으로 하여 軍 사법권의 독립성을 강화함으로써 지휘관들과 권력을 분할해 갖게 하고 지휘관을 견제하도록 하는 것은 軍 지휘권을 약화시키는 조치다. 전쟁원칙들 중에 가장 중요한 「지휘통일의 원칙」에 어긋나는 것이다. 軍 검찰관의 軍 사법경찰 수사지휘권 요구도 軍의 특수성에 맞지 않는다. 軍 검찰이 보충적 수사기능을 갖는 것으로 계속 유지해야 한다고 본다(사회에서는 오히려 경찰 수사권 독립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민간재판에서는 일반 국민들이 재판과정에 참여하는 배심제·참심제 도입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으면서, 군사재판에서는 심판관 제도 폐지를 주장하는 것도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다.
군인은 上官의 명령 때문에 싸운다軍의 존재는 전쟁을 전제로 한 것이다. 전쟁에서 패하면 재앙이 온다. 그래서 군대는 항상 싸워 이길 준비를 하고 군인의 思考(사고)는 전승을 지향하며 戰死(전사)도 각오한다.
그러면 군인은 죽는 것도 두려워하지 않는가? 아니다. 군인도 죽음을 두려워한다. 군인에게도 「생존본능」이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戰場의 군인들이 왜 죽음을 무릅쓰고 敵을 향해 돌격하는가?
정의를 위하여? 국가와 민족을 위하여? 부모형제를 위하여? 처자식을, 사랑하는 여인을 위하여? 자신의 명예를 위하여?
아니다. 눈을 부릅뜬 상관(지휘자)의 명령 때문이다.
물론 처음 군복을 입을 때는 정의니, 국가와 민족이니 하는 숭고한 이유(목적)가 있었을 것이다, 戰場에 투입되기 전까지는 그런 생각을 가질 수도 있다. 그러나 일단 戰場에 투입되어 敵과 마주보고 싸움을 시작하면 군인들은 살아남아야 하겠다는 생각 외에 다른 숭고한 생각들은 모두 잊는다. 부모형제나 처자식 생각도 떠오르지 않는다는 말이다.
그가 의식하는 것은 눈앞의 敵과, 등 뒤에서 눈을 부릅뜨고 있는 上官뿐이다. 실제 전투를 체험하지 않은 사람은 알지 못한다. 군인들이 목숨 걸고 싸우는 것은 지휘자(관)의 督戰(독전) 때문이라는 것을.
전에 서로 만나 본 일도, 서로 개인적 원한을 산 일도 없는 쌍방의 젊은이(군인)들이 명령 아래에 敵이 되어 서로 죽이고 죽는, 이 피투성이 야만의 현장에 仁(인)이 있는가? 휴머니즘이 있는가? 人權이 있는가?
정치지도자들, 민주화 업자들, 인권 지상주의자들이여!
국가 지도자가 전쟁을 결정해 놓고 그 야만의 현장에 투입한 군인들에게 『반드시 이겨라. 그러나 인도적으로 싸워라. 人權 침해 없이 싸워라!』라고 할 수 있겠는가?
지휘권 弱化시키는 軍사법제도 개편은 곤란1950년 7월25일, 북한의 기습남침으로 국군이 敗退(패퇴)하고 있던 급박한 상황 속에서 육군총참모장(참모총장) 丁一權(정일권) 少將은 訓令(훈령) 제12호를 통해 직속상관의 명령 없이 후퇴하거나 명령에 따르지 않는 자는 (재판하지 않고) 즉각 사살할 수 있는 「즉결처분권」을 분대장급 이상의 지휘자(관)에게 부여했다.
이 즉결처분령(훈령)은 우리나라 헌법이나 당시 국방경비법 어디에서도 법적 근거를 찾아볼 수 없는, 違憲(위헌)·違法的(위법적)인 것이었다.
휴전 후에 즉결처분한 지휘관을 즉결처분당한 사람들의 유족이 고발한 사건이 있기는 했으나, 그 지휘관들 중 누구도 처벌받은 일은 없었다. 그 사건을 취급한 법관들과 그 보도를 접한 국민 일반이 戰時(전시) 급박했던 상황에서 나라를 구하기 위한 극약처방이었다고 無言(무언)의 동의를 표한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
그 당시 즉결처분권이 주어졌다고 해도 실제로 이를 행사한 지휘관은 극소수에 불과했다. 대부분 지휘관들이 그 엄혹한 상황에서도 즉결처분을 자제할 만한 良識(양식)이 있었다.
요즈음 『軍 사법제도를 개혁하라』는 목소리가 들리는 것은 과거에 극소수의 지휘관들이나 그들 휘하의 극소수 간부들이 관련 지식의 부족이나 외부의 부당한 압력 때문에 軍 사법제도를 적절하게 운영하지 못했던 것이 한 원인일 것이다.
그렇다고 해도 이를 이유로 軍지휘권에 손상을 주는 방향으로 軍 사법제도를 개편하겠다는 것은 矯角殺牛(교각살우)의 어리석음을 범하는 것이다. 軍 지휘관들의 지휘권을 弱化시켜 전투력 조성과 보전, 그리고 전투력 발휘에 지장을 주어서는 절대로 안 된다. 敵이 기뻐할 일을 우리 스스로 해서야 되겠는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