閔 丙 敦
1935년 서울 출생. 육사 졸업(15기). 육군대학 졸업. 육군 제20기계화 보병사단장. 육군본부 정보참모부장. 육군 특전사령관.
1935년 서울 출생. 육사 졸업(15기). 육군대학 졸업. 육군 제20기계화 보병사단장. 육군본부 정보참모부장. 육군 특전사령관.
국방 의지는 어디로 갔나
「6·29 西海 교전」 소식을 접하고 우리의 가슴은 말할 수 없는 아픔과 분노로 터질 지경이다. 어떻게 이런 일을 당할 수 있다는 말인가. 3년 前에는 그 바다에서 도발해 온 敵의 경비정들을 일거에 격파하여 敵에게 우리의 국방의지와 실력을 과시하고 우리 軍의 士氣를 올리며 국민을 안도케 했던 용감한 우리 해군이 어떻게 이렇게까지 달라지고 말았는가.
敵의 기습 포격에 겁이 나서 몸을 움츠리고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것은 아닌가? 아니면 3년 前의 승리에 도취하여, 그 후 훈련을 게을리하고 「군인 정신」이 풀어져버린 것은 아닌가?
분노와 함께 필자의 머리 속엔 이런저런 의문이 끊이지 않고 떠올랐다. 그러나 곧 속보를 접하면서 의문은 해소되었으나 이번에는 대통령을 비롯한 이 나라 「고위층」들에게 그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날의 상황을 요약해 보자. 지난 6월29일 아침 9시54분, 연평도 서쪽 7마일 해상에서, 그리고 10시01분에는 연평도 서쪽 14마일 해상에서 북한 경비정 각 한 척(모두 두 척)이 NLL(북방한계선)을 넘어 우리 쪽으로 들어왔다. 이에 그 인근에서 경비중이던 우리 해군 고속정(PKM) 각 두 척(모두 네 척)이 그들에게 다가가며 방송과 점멸등 신호로 「돌아갈 것」을 요구했다.
그런데 첫 번째 越境했던 북한 경비정이 1.8마일(약 2.9km) 넘어온 채로 돌아가지 않고 NLL에 평행으로 西進하고 있는 동안, 두 번째로 넘어온 北 경비정은 그대로 깊숙이 3마일(4.8km)이나 南進하고 있었다. 쌍방 함정들의 거리가 450m 정도로 가까워진 상태에서 10시25분, 그 배의 남진을 차단하려고 우리 고속정이 뱃머리를 왼편으로 돌리자 갑자기 북한 경비정의 85mm 主砲(주포)가 우리 고속정(제357함, 156t, 승조원 27명)을 쏘아 艇長(정장)이 위치하고 있는 조타실에 명중했다.
우리의 두 고속정은 즉각 응사했다. 40mm 및 50mm 포 각 1문과 20mm 발칸포 2정 그리고 수병들의 개인화기까지 가담하여 全화력을 퍼부었다. 북한 경비정에서는 85mm 주포 외에도 37mm 포 1문과 14.5mm 기관포 1정 그리고 50명의 승조원들이 소총까지 全화력을 동원하였다. 저들은 215t급의 함정에 50명의 승조원이 타고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10시35분에는 인근 해상에서 경비 중이던 우리 고속정 두 척과 초계함 두 척 그리고 첫 번째 북한 경비정을 쫓던 두 척의 우리 고속정까지 화력전에 가담하였다. 우리 측이 8 대 1로 우세한 싸움이 되었던 것이다.
10시43분에 북한 경비정에서 화염이 치솟으면서 저들의 화력이 약해지는 것을 감지할 수 있었다. 저들의 기습공격에 우리 고속정에서 불과 1∼2분 사이에 1000여 발의 실탄을 퍼부어 저들도 큰 피해를 입은 결과였으리라. 뱃머리를 北으로 돌린 북한 경비정은 화염에 휩싸인 채 간간이 사격하며 10시50분 NLL을 넘어갔고, 먼저 넘어가 있던 첫 번째 경비정의 예인으로 저들의 기지로 돌아갔다.
우리 고속정들은 NLL 가까이까지 저들을 추격하다가 10시56분 사격을 중지하고 회항했다. 계속 추격하여 격침시키겠다는 현장 지휘관들의 건의와는 달리 함대사령부의 추격 및 사격 중지명령을 받았기 때문이다.
우리 측의 피해는 제357호 고속정 정장 尹永夏(윤영하) 대위를 포함해 戰死 4명, 실종 1명, 부상 19명이었다. 승조원 27명의 대부분인 24명이 전·사상했고 그 함정도 예인 복귀 중 결국 침몰하고 말았다. 기습 공격당한 우리 측이 혹심한 피해를 입은 것이다.
두 손을 꽁꽁 묶고 戰線을 지키라니…
지금까지 드러난 결과만으로는 우리의 손실이 더 컸던 것으로 볼 수 있다. 北의 舊型 경비정이 침몰당하지 않은 데 비하여 우리의 新型 고속정은 침몰당했으니까. 北의 인원 손실은 北의 발표가 없고 우리가 확인할 수 없으니 상호비교가 불가능하다.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우리 해군 장병들은 참 잘 싸웠다.
어떤 군대도 敵의 기습을 당하면 우선 사기가 급격히 떨어지고 심리적 공황상태에 빠져 제대로 저항하기 힘들다. 그래서 싸울 때는 지휘관들이 그렇게도 선제·기습공격을 하고자 하는 것이다. 이번 우리 고속정의 경우, 저들 경비정의 의도적 기습포격을 받아 지휘관(정장)이 미처 지휘, 조치할 겨를도 없이 전사하고 말았다. 이에 더하여 대부분의 승조원들이 부상당했으니 상식적으로는 이미 함정이 기능을 상실하여 싸움은 끝난 것과 다름없는 것이었다.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우리 함정의 승조원들은 그 「상식」을 거부했다.
그들은 대부분(90%)이 전사했거나 부상당한 상태에서도 피투성이가 된 몸으로 죽을 힘을 다하여 싸웠다. 적의 초탄에 맞은 조타실에서 검은 연기가 치솟는 가운데 艦橋(함교:지휘대)의 정장과 조타실 요원들은 파편에 맞거나 몸에 불이 붙어 쓰러졌다. 사수 趙天衡(조천형) 하사와 黃道顯(황도현) 하사는 제21 및 22포대의 포좌에서 「방아쇠를 두 손으로 꼭 잡은 채」 죽었다.
포탄 파편에 왼손 손가락이 모두 잘려나간 水兵이 그 손목으로 총열을 누르며 오른손 하나로 총을 쏘았다. 탄창까지 갈아 끼워가면서. 오른쪽 다리에 파편을 맞은 副長(부장)이 움직일 수 있는 부상자들을 지휘하여 이 전투를 치렀다.
부상을 당하고도 살아남은 수병들은 가라앉는 배를 끝까지 지키며 구조함에 옮겨 타려하지 않았다. 그들은 처절한 전쟁영화 장면보다도 더 처절한 싸움을 해냈다. 이렇게 용감한 우리 해군 장병들의 투혼에 그 흔한 찬사로는 찬사가 되지 못하므로 차라리 말문을 닫겠다. 그저 숙연한 마음으로 전사한 우리 용사들의 영령 앞에 머리 숙여 명복을 빌며 부상당한 장병들의 쾌유를 기원할 뿐이다.
그날 우리 해군 용사들의 투혼은 그들의 사명감의 표현이다. 지휘관을 잃은 이들이 부상당한 몸으로, 역시 부상당한 副지휘관의 지휘下에 벌인 혈투는 그들의 투철한 군인정신과 높은 수준의 군기를 온몸으로 보여준 것이다. 가라앉기 시작한 배에서 피투성이가 된 용사들이 혼신의 반격으로 저들의 함정이 화염에 휩싸여 北으로 달아나게 했음은 평소 해군 장병들의 훈련수준의 發顯(발현)이다.
그런데, 왜 이렇게 용감한 우리의 장병들이 苦戰(고전)해야 했는가? 도대체 그 원인이 무엇인가?
이 나라에는 金大中 대통령의 이른바 「4大 교전지침」이라는 것이 있다. 3년 前에 金대통령이 내린 것으로, 첫째 북방한계선(NLL)을 지켜라, 둘째 먼저 발포하지 말라, 셋째 상대가 발포하면 교전규칙을 준수해 격퇴하라, 넷째 전쟁으로 확대되지 않도록 하라는 내용이다.
이미 「경고방송을 통한 퇴각요구→경고사격→위협사격→격파사격」을 내용으로 하는 교전규칙이라는 것이 해군에 하달되어 있던 터에 雪上加霜(설상가상)으로 「DJ 4大 교전지침」까지 얹혀져 일선 함대(전투부대)에 큰 어려움을 겪게 하고 있었던 것이다. 전투원들의 두 손을 꽁꽁 묶은 후 등을 밀어 내보내며 전선을 지키라고 주문한 격이다.
「윗분들」과 「아랫것들」
3년 前에도 (늘 그렇듯이) 북한 인민군들의 육·해상 越境사건이 있었을 때 金대통령의 지침은 『현명하게 대처하라』는 것이었다. 이 일련의 지침들은 쉽게 말해 『알아서 하라』는 것이나 다름없다. 한 마디로 평하자면 이런 것들은 지침이랄 것도 없다. 특히 軍에 하달되는 명령·지시는 간단명료하여 무식한 사람까지도 곧 이해하고 따를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여기에는 당시 軍 수뇌부의 잘못도 있다. 이러한 해괴하고 무책임한 지침이 내려오면 이에 즉각 반대 건의를 했어야 했는데 그들은 이를 받아들여 그대로 하달하고 이를 충실히 이행해 오고 있다. 이 때문에 전선의 전투원들은 두 손이 묶인 채 도발해 오는 북한 인민군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피를 흘리며 분통을 터트리고 있다.
적함이 월경하여 우리 해군 함정의 경고도 무시하고 남하하는데, 이를 쏘지도 못하고 敵 전투함의 함포 바로 앞에서 배 옆구리를 드러내 보이며 몸으로 막아내는 이른바 「차단기동」이라는 자살행위를 해야만 했던 해군 장병들을 도대체 「높은 분」들은 뭘로 보고 있는 것일까? 그들이 내 자식이었다면 그렇게 무책임하게 내던져 버릴 수 있었을까?
그 알량한 햇볕정책과 이를 유지하기 위한 4大 지침이라는 것을 내려 놓고 나라와 국민의 안전은 안중에도 없는 듯한 대통령과 「그의 사람들」은 도대체 어느 나라 지도자들인가? 이번 戰死者(전사자)들의 장례에 얼굴도 내비치지 않고 일본으로 월드컵 축구경기 보러 가는 「윗분들」에게 햇볕정책과 4大 지침을 지키다가 피투성이 시신으로 돌아온 「아랫것들」이 무엇으로 보인 것일까?
함대 지휘계통에서 「사망자(전사자) 5명」이라는 최초 보고를 「사상자 5명」으로 잘못 듣고 그 피해가 비교적 경미하다고 판단한 잘못이 있다는 둥, 교전 당시 전투지원에 일부 미흡한 점이 있다는 둥, 軍 수뇌부가 이번 사태의 책임을 하부 지휘계통에 전가하는 듯한 인상을 보이는 것은 참으로 실망스럽다. 꼭 그렇게 해야 하는 것인가?
누가 뭐라 해도 이번 사태의 원인은 「DJ 4大 교전지침」이고, 그 원인의 원인은 햇볕정책이다. 그런데 그 햇볕정책은 DJ 對北정책의 表象(표상)이지만 사실 국민의 합의를 거친 것은 아니다. 그 「햇볕」으로 인하여 (일부) 국민에게 정체성의 혼란이 일어나고 심지어는 主敵(주적) 논쟁이 끊이지 않으며 정부는 北의 눈치보기에 바빠 主敵 표현마저 맘대로 하지 못하고 對北 무작정 퍼주기로 국민의 돈을 낭비하여 정작 경제적·사회적으로 재정지원이 필요한 곳에는 돈이 가지 못한다. 우리를 위협하는 北의 「댐 건설」 문제에는 눈감고 있는 중이다.
이러한 「이상하고도 의심스러운 정책」의 최대 수혜자는 북한 당국이고 최대 피해자는 우리다. 이 점에서 우리의 법률적 검토, 즉 형법의 적용도 검토해야 할 것이다. 다시 말해 정책 및 정책수행과정에서의 利敵性(이적성) 여부다.
우리 형법에 이적행위 처벌조항(제99조 일반 이적죄:대한민국의 군사상 이익을 害하거나 적국에 군사상 이익을 供與한 자는 무기 또는 3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이 있고, 이 조항의 특별법으로 軍형법의 보충적 이적죄 조항(제14조 8항)도 있다.
이상하고 의심스러운 사람들
물론 현직 대통령만은 헌법상(제84조:대통령은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재직중 형사상의 소추를 받지 아니한다)의 신분보장으로 형법 제99조에 의한 형사소추는 불가능하지만, 그 정책의 이적성 여부는 법적으로 판단할 수 있을 것이고 그밖의 고위관계자들에 대한 법 적용은 해볼 만하다고 본다.
그러기 위하여는 우선 북한이 우리의 敵이냐 하는 점과 정책에 利敵 의사가 있었느냐 하는 점이 밝혀져야 하겠지만, 利敵 의사의 유무는 관계기관의 조사결과로 판단하면 될 것이고, 북한이 우리의 敵이냐 아니냐의 문제는 「敵 개념」의 이해로 판단할 수 있다고 본다. 특히 군인 신분의 경우는 더욱 판단하기 어렵지 않다고 본다.
敵이란 「우리를 적대시하여 우리에게 무기를 겨누거나 적대행위를 하는 자」이다. 우리 휴전선 북쪽의 북한이 지난 반세기 동안 우리를 어떻게 보고 우리에게 어떤 행동을 하였는지를 생각하면 우리에게 북한이 敵인지 아닌지를 판단할 수 있을 것이다.
굳이 반세기 전의 6·25 남침이나 34년 前의 1·21 사태와 울진·삼척 사태(120명의 북한 특수부대를 침투시킨 사건)까지 거슬러 올라갈 것도 없이 불과 6년 전의 우리 동해안 北 잠수정 침투사건, 3년 전 저들과의 西海 교전 그리고 이번 6·29 西海 교전 등만 보아도, 그리고 무엇보다 지금 휴전선 북방의 저 엄청난 수의 병력과 무기들이 우리를 겨냥하고 있는 점만 보아도 북한이 우리의 敵인지 아닌지 삼척동자도 다 알 수 있다.
북한 金正日 정권은 우리의 敵이 분명하다. 이는 실체적 진실이다. 이렇게 명확한 사실을 두고 북한이 우리의 敵이 아니라느니, 저들은 우리의 동반자라느니 하고 궤변을 늘어 놓는 사람들은 참으로 이상하고 의심스러운 사람들이다. 이래도 잘 모르겠다면 당장 우리 해군 西海함대 장병들에게 물어보면 가장 정확한 답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지금 너무 늦기는 했지만 金大中 대통령과 「그의 사람들」은 햇볕정책의 실패를 인정하고 이를 폐기해야 할 것이며 軍에 내린 DJ 4大 교전지침도 즉각 철회해야 할 것이다. 金대통령의 병적인 햇볕정책에의 집착은 나라를 거덜내고 국민을 불행하게 만들 것이기 때문이다.
차마 하고 싶지 않은 말이지만, 대통령 직은 불우했던 한 개인의 명예를 드높여 「한풀이」나 「원풀이」하라고 만들어 놓은 자리가 아니다.
우리는 그동안 짧은 현대사에서 이미 부끄러운 퇴직 대통령과 불행한 퇴직 대통령들을 여러 번 보아왔다. 이러한 대통령을 보게 되는 국민 또한 부끄러운 국민이요, 불행한 국민이다. 우리는 이제 더 이상 그런 국민이 되고 싶지 않다. 되풀이한다. 햇볕정책을 폐기하라, 지금 당장!●
♣기만과 기습 작전의 古典, 히다스페스江 전투
이번 「6·29 西海 교전」에서의 아군 피해는 교전의 규모나 3년 前의 연평 교전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컸다.
그런데 금년들어 6월까지 서해상에서 북한 선박의 NLL 침범이 벌써 14차례나 있었고, 특히 6월에만 여섯 번 중 다섯 번이 저들 해군 경비정의 침범이었다. 軍 고위층은 여기서 北의 숨은 企圖(기도)를 읽을 수 있었어야 했는데 그렇지 못한 점이 안타깝다.
기습의 성공을 위해서는 그 이전에 기만이 따른다. 이번 西海 교전을 계기로 세계 전쟁사에서 가장 古典的인 기만 및 기습 작전의 戰例(전례) 하나를 소개한다.
고대 마케도니아의 알렉산더 대왕이 인도 정복에 나섰을 때 인도의 여러 국왕들 중의 한 사람인 포러스 왕과 인도 서북부의 히다스페스江을 사이에 두고 벌인 공방전인데, 전쟁사를 공부한 직업 군인들이 흔히 기억하고 있는 기만 및 기습 작전의 표본적 전례다.
BC 326년, 불과 1만1000명의 기병과 보병으로 감히 기병·보병·象軍(상군:코끼리를 이용하여 싸우는 부대)으로 구성된 3만 명의 포러스 軍을 상대로 渡河(도하)공격하려는 알렉산더는 전술적 기만과 기습을 준비한다.
알렉산더는 매일 밤 그의 부대를 강 건너 敵이 바라볼 수 있는 강가에 횃불을 켜든 채 배들을 띄워 병력들을 그 배에 태우고 함성을 질러 마치 도하공격을 시작할 것처럼 움직이게 하다가 돌아오곤 하는 행동을 한 번씩 했다.
포러스 왕의 방어부대들은 그때마다 야간 방어태세에 돌입하여 긴장상태에서 뜬눈으로 밤을 지새우곤 했는데, 그런 날들이 계속됨에 따라 반복된 긴장은 결국 서서히 풀어졌고 나중에는 알렉산더 軍의 이러한 움직임에 별 반응도 보이지 않고 습관적으로 『또 그 짓이로구나』 하고 방심하다가 어느 날 밤 알렉산더 軍의 진짜 기습적 도하공격에 당황하여 혼란에 빠졌다. 적보다 세 배의 우세한 병력을 가진 포러스 軍은 제대로 싸우지 못하고 궤멸되고 말았다.
알렉산더의 기만적 陽動(양동)의 저의를 파악하지 못하고 『늘 하던 그 짓을 또 하는구나』 하고 안이하게 대처한 포러스 軍의 참패 교훈은 오늘날까지도 많은 직업군인들이 기억하고 있는 귀중한 교훈이다. 필자가 이번 西海 교전에서 당한 우리 해군의 피해를 접하는 순간, 바로 이 히다스페스江 전투가 머리에 떠오른 것은 사고의 지나친 비약일까? (閔丙敦 前 육군사관학교 교장)
「6·29 西海 교전」 소식을 접하고 우리의 가슴은 말할 수 없는 아픔과 분노로 터질 지경이다. 어떻게 이런 일을 당할 수 있다는 말인가. 3년 前에는 그 바다에서 도발해 온 敵의 경비정들을 일거에 격파하여 敵에게 우리의 국방의지와 실력을 과시하고 우리 軍의 士氣를 올리며 국민을 안도케 했던 용감한 우리 해군이 어떻게 이렇게까지 달라지고 말았는가.
敵의 기습 포격에 겁이 나서 몸을 움츠리고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것은 아닌가? 아니면 3년 前의 승리에 도취하여, 그 후 훈련을 게을리하고 「군인 정신」이 풀어져버린 것은 아닌가?
분노와 함께 필자의 머리 속엔 이런저런 의문이 끊이지 않고 떠올랐다. 그러나 곧 속보를 접하면서 의문은 해소되었으나 이번에는 대통령을 비롯한 이 나라 「고위층」들에게 그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날의 상황을 요약해 보자. 지난 6월29일 아침 9시54분, 연평도 서쪽 7마일 해상에서, 그리고 10시01분에는 연평도 서쪽 14마일 해상에서 북한 경비정 각 한 척(모두 두 척)이 NLL(북방한계선)을 넘어 우리 쪽으로 들어왔다. 이에 그 인근에서 경비중이던 우리 해군 고속정(PKM) 각 두 척(모두 네 척)이 그들에게 다가가며 방송과 점멸등 신호로 「돌아갈 것」을 요구했다.
그런데 첫 번째 越境했던 북한 경비정이 1.8마일(약 2.9km) 넘어온 채로 돌아가지 않고 NLL에 평행으로 西進하고 있는 동안, 두 번째로 넘어온 北 경비정은 그대로 깊숙이 3마일(4.8km)이나 南進하고 있었다. 쌍방 함정들의 거리가 450m 정도로 가까워진 상태에서 10시25분, 그 배의 남진을 차단하려고 우리 고속정이 뱃머리를 왼편으로 돌리자 갑자기 북한 경비정의 85mm 主砲(주포)가 우리 고속정(제357함, 156t, 승조원 27명)을 쏘아 艇長(정장)이 위치하고 있는 조타실에 명중했다.
우리의 두 고속정은 즉각 응사했다. 40mm 및 50mm 포 각 1문과 20mm 발칸포 2정 그리고 수병들의 개인화기까지 가담하여 全화력을 퍼부었다. 북한 경비정에서는 85mm 주포 외에도 37mm 포 1문과 14.5mm 기관포 1정 그리고 50명의 승조원들이 소총까지 全화력을 동원하였다. 저들은 215t급의 함정에 50명의 승조원이 타고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10시35분에는 인근 해상에서 경비 중이던 우리 고속정 두 척과 초계함 두 척 그리고 첫 번째 북한 경비정을 쫓던 두 척의 우리 고속정까지 화력전에 가담하였다. 우리 측이 8 대 1로 우세한 싸움이 되었던 것이다.
10시43분에 북한 경비정에서 화염이 치솟으면서 저들의 화력이 약해지는 것을 감지할 수 있었다. 저들의 기습공격에 우리 고속정에서 불과 1∼2분 사이에 1000여 발의 실탄을 퍼부어 저들도 큰 피해를 입은 결과였으리라. 뱃머리를 北으로 돌린 북한 경비정은 화염에 휩싸인 채 간간이 사격하며 10시50분 NLL을 넘어갔고, 먼저 넘어가 있던 첫 번째 경비정의 예인으로 저들의 기지로 돌아갔다.
우리 고속정들은 NLL 가까이까지 저들을 추격하다가 10시56분 사격을 중지하고 회항했다. 계속 추격하여 격침시키겠다는 현장 지휘관들의 건의와는 달리 함대사령부의 추격 및 사격 중지명령을 받았기 때문이다.
우리 측의 피해는 제357호 고속정 정장 尹永夏(윤영하) 대위를 포함해 戰死 4명, 실종 1명, 부상 19명이었다. 승조원 27명의 대부분인 24명이 전·사상했고 그 함정도 예인 복귀 중 결국 침몰하고 말았다. 기습 공격당한 우리 측이 혹심한 피해를 입은 것이다.
두 손을 꽁꽁 묶고 戰線을 지키라니…
지금까지 드러난 결과만으로는 우리의 손실이 더 컸던 것으로 볼 수 있다. 北의 舊型 경비정이 침몰당하지 않은 데 비하여 우리의 新型 고속정은 침몰당했으니까. 北의 인원 손실은 北의 발표가 없고 우리가 확인할 수 없으니 상호비교가 불가능하다.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우리 해군 장병들은 참 잘 싸웠다.
어떤 군대도 敵의 기습을 당하면 우선 사기가 급격히 떨어지고 심리적 공황상태에 빠져 제대로 저항하기 힘들다. 그래서 싸울 때는 지휘관들이 그렇게도 선제·기습공격을 하고자 하는 것이다. 이번 우리 고속정의 경우, 저들 경비정의 의도적 기습포격을 받아 지휘관(정장)이 미처 지휘, 조치할 겨를도 없이 전사하고 말았다. 이에 더하여 대부분의 승조원들이 부상당했으니 상식적으로는 이미 함정이 기능을 상실하여 싸움은 끝난 것과 다름없는 것이었다.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우리 함정의 승조원들은 그 「상식」을 거부했다.
그들은 대부분(90%)이 전사했거나 부상당한 상태에서도 피투성이가 된 몸으로 죽을 힘을 다하여 싸웠다. 적의 초탄에 맞은 조타실에서 검은 연기가 치솟는 가운데 艦橋(함교:지휘대)의 정장과 조타실 요원들은 파편에 맞거나 몸에 불이 붙어 쓰러졌다. 사수 趙天衡(조천형) 하사와 黃道顯(황도현) 하사는 제21 및 22포대의 포좌에서 「방아쇠를 두 손으로 꼭 잡은 채」 죽었다.
포탄 파편에 왼손 손가락이 모두 잘려나간 水兵이 그 손목으로 총열을 누르며 오른손 하나로 총을 쏘았다. 탄창까지 갈아 끼워가면서. 오른쪽 다리에 파편을 맞은 副長(부장)이 움직일 수 있는 부상자들을 지휘하여 이 전투를 치렀다.
부상을 당하고도 살아남은 수병들은 가라앉는 배를 끝까지 지키며 구조함에 옮겨 타려하지 않았다. 그들은 처절한 전쟁영화 장면보다도 더 처절한 싸움을 해냈다. 이렇게 용감한 우리 해군 장병들의 투혼에 그 흔한 찬사로는 찬사가 되지 못하므로 차라리 말문을 닫겠다. 그저 숙연한 마음으로 전사한 우리 용사들의 영령 앞에 머리 숙여 명복을 빌며 부상당한 장병들의 쾌유를 기원할 뿐이다.
그날 우리 해군 용사들의 투혼은 그들의 사명감의 표현이다. 지휘관을 잃은 이들이 부상당한 몸으로, 역시 부상당한 副지휘관의 지휘下에 벌인 혈투는 그들의 투철한 군인정신과 높은 수준의 군기를 온몸으로 보여준 것이다. 가라앉기 시작한 배에서 피투성이가 된 용사들이 혼신의 반격으로 저들의 함정이 화염에 휩싸여 北으로 달아나게 했음은 평소 해군 장병들의 훈련수준의 發顯(발현)이다.
그런데, 왜 이렇게 용감한 우리의 장병들이 苦戰(고전)해야 했는가? 도대체 그 원인이 무엇인가?
이 나라에는 金大中 대통령의 이른바 「4大 교전지침」이라는 것이 있다. 3년 前에 金대통령이 내린 것으로, 첫째 북방한계선(NLL)을 지켜라, 둘째 먼저 발포하지 말라, 셋째 상대가 발포하면 교전규칙을 준수해 격퇴하라, 넷째 전쟁으로 확대되지 않도록 하라는 내용이다.
이미 「경고방송을 통한 퇴각요구→경고사격→위협사격→격파사격」을 내용으로 하는 교전규칙이라는 것이 해군에 하달되어 있던 터에 雪上加霜(설상가상)으로 「DJ 4大 교전지침」까지 얹혀져 일선 함대(전투부대)에 큰 어려움을 겪게 하고 있었던 것이다. 전투원들의 두 손을 꽁꽁 묶은 후 등을 밀어 내보내며 전선을 지키라고 주문한 격이다.
「윗분들」과 「아랫것들」
3년 前에도 (늘 그렇듯이) 북한 인민군들의 육·해상 越境사건이 있었을 때 金대통령의 지침은 『현명하게 대처하라』는 것이었다. 이 일련의 지침들은 쉽게 말해 『알아서 하라』는 것이나 다름없다. 한 마디로 평하자면 이런 것들은 지침이랄 것도 없다. 특히 軍에 하달되는 명령·지시는 간단명료하여 무식한 사람까지도 곧 이해하고 따를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여기에는 당시 軍 수뇌부의 잘못도 있다. 이러한 해괴하고 무책임한 지침이 내려오면 이에 즉각 반대 건의를 했어야 했는데 그들은 이를 받아들여 그대로 하달하고 이를 충실히 이행해 오고 있다. 이 때문에 전선의 전투원들은 두 손이 묶인 채 도발해 오는 북한 인민군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피를 흘리며 분통을 터트리고 있다.
적함이 월경하여 우리 해군 함정의 경고도 무시하고 남하하는데, 이를 쏘지도 못하고 敵 전투함의 함포 바로 앞에서 배 옆구리를 드러내 보이며 몸으로 막아내는 이른바 「차단기동」이라는 자살행위를 해야만 했던 해군 장병들을 도대체 「높은 분」들은 뭘로 보고 있는 것일까? 그들이 내 자식이었다면 그렇게 무책임하게 내던져 버릴 수 있었을까?
그 알량한 햇볕정책과 이를 유지하기 위한 4大 지침이라는 것을 내려 놓고 나라와 국민의 안전은 안중에도 없는 듯한 대통령과 「그의 사람들」은 도대체 어느 나라 지도자들인가? 이번 戰死者(전사자)들의 장례에 얼굴도 내비치지 않고 일본으로 월드컵 축구경기 보러 가는 「윗분들」에게 햇볕정책과 4大 지침을 지키다가 피투성이 시신으로 돌아온 「아랫것들」이 무엇으로 보인 것일까?
함대 지휘계통에서 「사망자(전사자) 5명」이라는 최초 보고를 「사상자 5명」으로 잘못 듣고 그 피해가 비교적 경미하다고 판단한 잘못이 있다는 둥, 교전 당시 전투지원에 일부 미흡한 점이 있다는 둥, 軍 수뇌부가 이번 사태의 책임을 하부 지휘계통에 전가하는 듯한 인상을 보이는 것은 참으로 실망스럽다. 꼭 그렇게 해야 하는 것인가?
누가 뭐라 해도 이번 사태의 원인은 「DJ 4大 교전지침」이고, 그 원인의 원인은 햇볕정책이다. 그런데 그 햇볕정책은 DJ 對北정책의 表象(표상)이지만 사실 국민의 합의를 거친 것은 아니다. 그 「햇볕」으로 인하여 (일부) 국민에게 정체성의 혼란이 일어나고 심지어는 主敵(주적) 논쟁이 끊이지 않으며 정부는 北의 눈치보기에 바빠 主敵 표현마저 맘대로 하지 못하고 對北 무작정 퍼주기로 국민의 돈을 낭비하여 정작 경제적·사회적으로 재정지원이 필요한 곳에는 돈이 가지 못한다. 우리를 위협하는 北의 「댐 건설」 문제에는 눈감고 있는 중이다.
이러한 「이상하고도 의심스러운 정책」의 최대 수혜자는 북한 당국이고 최대 피해자는 우리다. 이 점에서 우리의 법률적 검토, 즉 형법의 적용도 검토해야 할 것이다. 다시 말해 정책 및 정책수행과정에서의 利敵性(이적성) 여부다.
우리 형법에 이적행위 처벌조항(제99조 일반 이적죄:대한민국의 군사상 이익을 害하거나 적국에 군사상 이익을 供與한 자는 무기 또는 3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이 있고, 이 조항의 특별법으로 軍형법의 보충적 이적죄 조항(제14조 8항)도 있다.
이상하고 의심스러운 사람들
물론 현직 대통령만은 헌법상(제84조:대통령은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재직중 형사상의 소추를 받지 아니한다)의 신분보장으로 형법 제99조에 의한 형사소추는 불가능하지만, 그 정책의 이적성 여부는 법적으로 판단할 수 있을 것이고 그밖의 고위관계자들에 대한 법 적용은 해볼 만하다고 본다.
그러기 위하여는 우선 북한이 우리의 敵이냐 하는 점과 정책에 利敵 의사가 있었느냐 하는 점이 밝혀져야 하겠지만, 利敵 의사의 유무는 관계기관의 조사결과로 판단하면 될 것이고, 북한이 우리의 敵이냐 아니냐의 문제는 「敵 개념」의 이해로 판단할 수 있다고 본다. 특히 군인 신분의 경우는 더욱 판단하기 어렵지 않다고 본다.
敵이란 「우리를 적대시하여 우리에게 무기를 겨누거나 적대행위를 하는 자」이다. 우리 휴전선 북쪽의 북한이 지난 반세기 동안 우리를 어떻게 보고 우리에게 어떤 행동을 하였는지를 생각하면 우리에게 북한이 敵인지 아닌지를 판단할 수 있을 것이다.
굳이 반세기 전의 6·25 남침이나 34년 前의 1·21 사태와 울진·삼척 사태(120명의 북한 특수부대를 침투시킨 사건)까지 거슬러 올라갈 것도 없이 불과 6년 전의 우리 동해안 北 잠수정 침투사건, 3년 전 저들과의 西海 교전 그리고 이번 6·29 西海 교전 등만 보아도, 그리고 무엇보다 지금 휴전선 북방의 저 엄청난 수의 병력과 무기들이 우리를 겨냥하고 있는 점만 보아도 북한이 우리의 敵인지 아닌지 삼척동자도 다 알 수 있다.
북한 金正日 정권은 우리의 敵이 분명하다. 이는 실체적 진실이다. 이렇게 명확한 사실을 두고 북한이 우리의 敵이 아니라느니, 저들은 우리의 동반자라느니 하고 궤변을 늘어 놓는 사람들은 참으로 이상하고 의심스러운 사람들이다. 이래도 잘 모르겠다면 당장 우리 해군 西海함대 장병들에게 물어보면 가장 정확한 답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지금 너무 늦기는 했지만 金大中 대통령과 「그의 사람들」은 햇볕정책의 실패를 인정하고 이를 폐기해야 할 것이며 軍에 내린 DJ 4大 교전지침도 즉각 철회해야 할 것이다. 金대통령의 병적인 햇볕정책에의 집착은 나라를 거덜내고 국민을 불행하게 만들 것이기 때문이다.
차마 하고 싶지 않은 말이지만, 대통령 직은 불우했던 한 개인의 명예를 드높여 「한풀이」나 「원풀이」하라고 만들어 놓은 자리가 아니다.
우리는 그동안 짧은 현대사에서 이미 부끄러운 퇴직 대통령과 불행한 퇴직 대통령들을 여러 번 보아왔다. 이러한 대통령을 보게 되는 국민 또한 부끄러운 국민이요, 불행한 국민이다. 우리는 이제 더 이상 그런 국민이 되고 싶지 않다. 되풀이한다. 햇볕정책을 폐기하라, 지금 당장!●
♣기만과 기습 작전의 古典, 히다스페스江 전투
이번 「6·29 西海 교전」에서의 아군 피해는 교전의 규모나 3년 前의 연평 교전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컸다.
그런데 금년들어 6월까지 서해상에서 북한 선박의 NLL 침범이 벌써 14차례나 있었고, 특히 6월에만 여섯 번 중 다섯 번이 저들 해군 경비정의 침범이었다. 軍 고위층은 여기서 北의 숨은 企圖(기도)를 읽을 수 있었어야 했는데 그렇지 못한 점이 안타깝다.
기습의 성공을 위해서는 그 이전에 기만이 따른다. 이번 西海 교전을 계기로 세계 전쟁사에서 가장 古典的인 기만 및 기습 작전의 戰例(전례) 하나를 소개한다.
고대 마케도니아의 알렉산더 대왕이 인도 정복에 나섰을 때 인도의 여러 국왕들 중의 한 사람인 포러스 왕과 인도 서북부의 히다스페스江을 사이에 두고 벌인 공방전인데, 전쟁사를 공부한 직업 군인들이 흔히 기억하고 있는 기만 및 기습 작전의 표본적 전례다.
BC 326년, 불과 1만1000명의 기병과 보병으로 감히 기병·보병·象軍(상군:코끼리를 이용하여 싸우는 부대)으로 구성된 3만 명의 포러스 軍을 상대로 渡河(도하)공격하려는 알렉산더는 전술적 기만과 기습을 준비한다.
알렉산더는 매일 밤 그의 부대를 강 건너 敵이 바라볼 수 있는 강가에 횃불을 켜든 채 배들을 띄워 병력들을 그 배에 태우고 함성을 질러 마치 도하공격을 시작할 것처럼 움직이게 하다가 돌아오곤 하는 행동을 한 번씩 했다.
포러스 왕의 방어부대들은 그때마다 야간 방어태세에 돌입하여 긴장상태에서 뜬눈으로 밤을 지새우곤 했는데, 그런 날들이 계속됨에 따라 반복된 긴장은 결국 서서히 풀어졌고 나중에는 알렉산더 軍의 이러한 움직임에 별 반응도 보이지 않고 습관적으로 『또 그 짓이로구나』 하고 방심하다가 어느 날 밤 알렉산더 軍의 진짜 기습적 도하공격에 당황하여 혼란에 빠졌다. 적보다 세 배의 우세한 병력을 가진 포러스 軍은 제대로 싸우지 못하고 궤멸되고 말았다.
알렉산더의 기만적 陽動(양동)의 저의를 파악하지 못하고 『늘 하던 그 짓을 또 하는구나』 하고 안이하게 대처한 포러스 軍의 참패 교훈은 오늘날까지도 많은 직업군인들이 기억하고 있는 귀중한 교훈이다. 필자가 이번 西海 교전에서 당한 우리 해군의 피해를 접하는 순간, 바로 이 히다스페스江 전투가 머리에 떠오른 것은 사고의 지나친 비약일까? (閔丙敦 前 육군사관학교 교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