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방부가 내놓은 중령급 이상 간부 20% 감축案은 간부 등 기간요원 중심으로 軍을 편성하는 세계 조류에 역행하는 것이다. 「작지만 강한 군대」는 「돈이 적게 드는 군대」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돈 많이 드는 군대」를 의미한다
閔丙敦 前 육군사관학교장
1935년 서울 출생. 휘문고·陸士·국방대학원 졸업. 육사 전임강사 겸 고려대 강사. 3공수여단장 20사단장, 陸本 정보참모부장, 특전사령관, 陸士교장 역임.
閔丙敦 前 육군사관학교장
1935년 서울 출생. 휘문고·陸士·국방대학원 졸업. 육사 전임강사 겸 고려대 강사. 3공수여단장 20사단장, 陸本 정보참모부장, 특전사령관, 陸士교장 역임.
이해할 수 없는 고급간부 20% 감축 지시
군대가 필요없는 세상이 온다면 얼마나 좋을까. 군대를 창설하고 이를 유지하는데에는 인력과 예산(돈)이 엄청나게 많이 들어간다. 그래서 옛날부터 정치지도자들은 군대의 창설과 유지 때문에 무척 힘들어 했고 국민 또한 병역과 국방비를 감당하기에 몹시 힘겨워했다. 지금도 그 점은 마찬가지지만….
우리나라는 국민의 血稅(혈세)를 투입하여 국군을 창설하고 이를 유지해 왔다. 그런 일이 우리에겐 정말 힘겨웠지만 지난 세기 우리 할아버지들이 이웃 일본에 나라를 빼앗겼던 쓰라린 경험과 半(반)세기 전 북한의 기습 남침을 당했던 「6·25체험」 그리고 그후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는 북한 공산주의자들의 위협이 우리로 하여금 강한 국군보유와 유지에 따른 막대한 인적·물적 비용지출을 감내하게 해왔다.
이러한 상황에서 양식 있는 정치 지도자와 軍수뇌들은 국방력의 적정수준과 강한 군대라는 명제 앞에 늘 고민한다. 그들은 국민의 힘겨운 짐을 조금이라도 더 덜어주기 위해 매우 진지하게 국가에 대한 외부의 위협을 평가하고, 방위력 소요를 판단한다. 「방위 충분성」 「경제적 軍 운영」 「작지만 강한 군대」 등의 어휘들은 그러한 고민을 잘 나타내 주는 말들이다.
그러나 우리가 접하게 되는 국방정책 중에는 상식으로는 이해하기 힘든, 「이상한」 일들도 있다. 최근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는, 국방장관의 「갑작스런」 고급간부 20% 감축지시가 바로 그것이다. 왜 하필이면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느닷없이 그런 지시를 내렸는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現정부는 「작지만 강한 군대」를 만들겠다고 했다. 원칙적으로는 환영할 일이다. 現정부 출범 다음해인 1999년에 국방부는 대통령의 결재를 받아 확정한 「국방기본정책서」 「국방 5개년계획」(2000~ 2004년)을 내놓았다.
이에 따르면 그 당시 북한 군사력의 79% 수준인 우리 군사력을 2004년까지 88% 수준으로 높이고 장기적으로 軍을 직업군인 간부중심으로 운영하기 위하여 軍 병력 중 간부(장교 및 하사관)의 비율을 30% 이상으로 끌어 올리겠다고 하였다. 이것도 타당한 계획이라고 생각된다.
그런데 국방장관은 갑작스럽게 현재 국방예산의 42.1%인 인건비를 10% 절감하기 위하여 앞으로 5년 동안에 국방부 본부, 합동참모본부, 각군본부의 조직 및 인원(주로 중령급 이상)을 20% 감축하고, 국방부 직할 기관·부대, 교육·연구기관 그리고 각군본부 직할기관·부대 및 軍사령부, 작전사령부는 10% 감축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다만 전투부대는 감축하지 않는다고 하였다.
이러한 지시는 인건비를 줄여 戰力(전력) 투자비를 증가시키겠다는 의지가 보이는 듯하여 환영할 만한 것 같다. 더욱이 전투부대는 감축하지 않고 행정·지원부대 및 교육·연구기관만 감축한다는 대목에서는 「높은 분」의 칭찬을 받을 법도 하다.
그러나 군사지식 있는 사람이 보면 여기에 오류가 있음을 곧 알게 된다.
舊型장비로 무장했어도 북괴군은 여전히 위협적인 존재
첫째, 국방부가 표방하는 「작지만 강한 군대」에서 작다는 객관적 기준을 제시할 수 있겠는가? 군대 규모의 크고 작음은 어떤 절대적(객관적) 기준을 정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대치하고 있는 敵(적) 또는 가상敵 내지 잠재적 敵의 규모와 특성, 예상되는 敵의 전략·작전, 戰場의 크기 내지 작전환경, 국력 그리고 우방과의 동맹관계 등을 고려하여 나라마다 각기 다른 기준(개념)을 정립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런데 장관은 우리 군대의 규모가 아직도 크다(작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그렇다면 걱정된다. 우리 軍은 1953년 停戰 후 대폭 감축되어 오늘날 69만여 명 수준을 유지하기에 이른 것인데 아직도 여전히 우리를 위협하고 있는 북한의 상비군 117만여 명에 비하면 더 이상 일방적으로 줄일 수 없을 만큼 이미 작은 군대가 되어 있는 것이다.
이에 일부 識者(식자)들은 북한 인민군은 그 규모만 클 뿐 그들의 장비들이 대부분 구형이고 낡은 데다가 정비도 충분하지 않고 그 위력이 수에 비하여 대단치 않다고 주장한다. 반면에 우리 軍의 장비들은 그 수에 있어서는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지만 대부분 신형이고 위력이 강하여 저들은 우리에게 큰 위협이 되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는 위험한 短見(단견)이다.
전쟁은 어느 쪽의 先攻(선공)으로 시작되었느냐 하는 것이 승패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친다.
앞으로 북한이 또 다시 大병력으로 기습 남침을 해 온다면 이 협소하고 종심이 얕은 戰場에 初戰이 곧 「최후결전」이 될 수도 있다는 데 유의해야 한다.
지금 남·북한 지상군 세력은 1:1.9로 우리가 절대 열세다. 이 상황에서 敵이 기습적으로 선제공격해 오면 제1격을 받은 防者(우리)와 攻者(북한)의 세력(power) 은 1:1.9에서 1:2.5 또는 그 이상으로 격차가 날 수도 있다. 이렇게 약화된 상태에서 防者가 혼란을 수습하고 응전(방어전)을 시작하면 사태는 이미 치명적 위험에 놓여 있게 된다.
敵의 낡은 구형 장비들도 선제 공격시 1회용으로 최초 전선돌파에 투입하면 우리에겐 큰 위협이 된다. 만약 敵의 우세한 지상군이 한반도 전역을 석권하면 우리의 공군기지와 해군기지도 사용할 수 없게 되어 우리의 항공기들은 공중미아, 함정들은 해상미아가 될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협소한 한반도에서 남한 지상군의 열세는 국가방위에 치명적 약점이 된다. 상대방의 군사력 감축이 검증되지 않은 상황에서 이 이상의 우리 軍 병력 감축은 절대로 안 된다.
둘째, 선진국들의 경우에서 보듯이 군대를 소규모로 유지해야 할 상황에서는 기간편성의 간부의 군대를 만든다. 간부를 주축으로 감소편성(감편)된 군대가 유사시(戰時) 긴급동원한 병사들을 받아 완전편성(완편)되어 정상기능을 발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제1차 세계대전에서 패배한 독일이 가혹한 베르사이유 조약체제의 통제하에서 그런 방법을 취했고, 현재는 일본 자위대가 그러한 방법으로 작지만 강한 군대를 유지하고 있다. 그들의 23만5600명의 상비군은 유사시 그 몇 배의 대군으로 즉각 팽창할 것이다. 일본 자위대야말로 이스라엘 군대와 함께 현대판 「작지만 강한 군대」라 할 것이다.
셋째, 고급사령부, 행정·지원부대를 감축하는 대신, 전투 부대는 감축하지 않겠다는 발상에도 문제가 있다. 이는 지시한 사람이 마치 「전투위주의 思考(사고)」를 하는 듯이 보여 사람들이 흐뭇해 할지 모르지만 사실은 그 반대로 해야 옳은 것이다.
어쩔 수 없이 줄여야만 할 사정이라면 오히려 전투부대의 말단 전투원들을 감축해야 하는 것이다. 전투원은 아주 단순한 행동으로 임무수행하지만 행정·지원부서의 인원은 업무의 전문성과 현황파악에 상당한 시일을 요하기 때문에 戰時·긴급 동원된 인원으로는 임무 수행이 곤란하다.
軍의 사기가 떨어지면 국민이 안녕하지 못하게 된다
넷째로, 중·대령급 장교가 정원보다 훨씬 많다는 것은 그들의 잘못으로 그렇게 된 것이 아니라 지난날 軍수뇌의 무리한(무모한) 인력운영으로 인력곡선에 혹(돌출)이 생겨났기 때문이다. 즉 무리하게 자리수를 줄이면서 그 자리의 고급장교들은 軍인사법상의 정년보장으로 제대시킬 수 없었기 때문에 생긴 현상이다. 그래서 인력은 장기 안목으로 순리에 따라 운영해야 한다. 인력곡선에 한번 혹이 만들어지면 이를 해소하는 데 여러 해가 걸리기 때문이다.
다섯째로, 「작지만 강한 군대」에 대한 인식에 문제가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즉 「작지만 강한 군대」는 막연히 돈이 적게 드는(값싼) 군대라는 잘못된 인식이 팽배해 있다는 것이다. 작은 군대를 강하게 만들려면 돈을 많이 들여 질을 높임으로써 「비싸고 강한 군대」로 바꾼다는 말이다. 즉 「작지만 강한 군대=돈 많이 드는 군대」라는 인식이 있어야 하고 이 인식을 상부와 국민일반에게까지 확대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제 필자가 軍수뇌에게 당부하고자 하는 것은 우선 군인들, 특히 직업군인들의 사기진작에 유념해야 한다는 점이다. 그들 신분의 특수성은 일반공무원이나 사회 직장인들의 그것과 달라서 그 신분을, 직장을 이리 저리 옮기며 바꿀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이들의 사기가 떨어지고 불만이 커지면 軍은 약화되고 국민은 안녕하지 못하게 된다.
근년에 무리한 예산절감 드라이브로 오히려 전투력을 약화시켰거나 전투력 「발휘」를 어렵게 만든 처사를 찾아내 장관이 이를 바로 잡아주는 것이 시급하다.
예컨대 1994년에 지상군 분대장·반장직을 하사관(하사)에서 兵(병장)으로 낮추어 예산을 절감함에 따라 1년 동안에 하사관직 1만5966개가 줄어든 사실은 전투력을 약화시키고 전투력 발휘에 지장을 초래한 「참사」로서 반드시 시정되어야 할 과제이다. 軍 임무수행에 지장을 주는 예산절감은 절약이 아니라 파괴일 뿐이기 때문이다.
간부들 특히 장군들은 상사에게 바른 건의를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軍에서 장군들이 잘못되어 가고 있는 일(사업)을 못 본 채 입 다물고 몸조심만 한다면 이것도 일종의 不作爲범죄내지 직무유기라 할 것이다. 아직도 군대에서 장군들이 사슴을 보고 사슴이라 하고, 말(馬)을 보고 말이라고 말하기가 그렇게도 힘이 드는 것일까? 할 말은 해야 軍이 軍답게 되어가는데….●
군대가 필요없는 세상이 온다면 얼마나 좋을까. 군대를 창설하고 이를 유지하는데에는 인력과 예산(돈)이 엄청나게 많이 들어간다. 그래서 옛날부터 정치지도자들은 군대의 창설과 유지 때문에 무척 힘들어 했고 국민 또한 병역과 국방비를 감당하기에 몹시 힘겨워했다. 지금도 그 점은 마찬가지지만….
우리나라는 국민의 血稅(혈세)를 투입하여 국군을 창설하고 이를 유지해 왔다. 그런 일이 우리에겐 정말 힘겨웠지만 지난 세기 우리 할아버지들이 이웃 일본에 나라를 빼앗겼던 쓰라린 경험과 半(반)세기 전 북한의 기습 남침을 당했던 「6·25체험」 그리고 그후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는 북한 공산주의자들의 위협이 우리로 하여금 강한 국군보유와 유지에 따른 막대한 인적·물적 비용지출을 감내하게 해왔다.
이러한 상황에서 양식 있는 정치 지도자와 軍수뇌들은 국방력의 적정수준과 강한 군대라는 명제 앞에 늘 고민한다. 그들은 국민의 힘겨운 짐을 조금이라도 더 덜어주기 위해 매우 진지하게 국가에 대한 외부의 위협을 평가하고, 방위력 소요를 판단한다. 「방위 충분성」 「경제적 軍 운영」 「작지만 강한 군대」 등의 어휘들은 그러한 고민을 잘 나타내 주는 말들이다.
그러나 우리가 접하게 되는 국방정책 중에는 상식으로는 이해하기 힘든, 「이상한」 일들도 있다. 최근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는, 국방장관의 「갑작스런」 고급간부 20% 감축지시가 바로 그것이다. 왜 하필이면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느닷없이 그런 지시를 내렸는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現정부는 「작지만 강한 군대」를 만들겠다고 했다. 원칙적으로는 환영할 일이다. 現정부 출범 다음해인 1999년에 국방부는 대통령의 결재를 받아 확정한 「국방기본정책서」 「국방 5개년계획」(2000~ 2004년)을 내놓았다.
이에 따르면 그 당시 북한 군사력의 79% 수준인 우리 군사력을 2004년까지 88% 수준으로 높이고 장기적으로 軍을 직업군인 간부중심으로 운영하기 위하여 軍 병력 중 간부(장교 및 하사관)의 비율을 30% 이상으로 끌어 올리겠다고 하였다. 이것도 타당한 계획이라고 생각된다.
그런데 국방장관은 갑작스럽게 현재 국방예산의 42.1%인 인건비를 10% 절감하기 위하여 앞으로 5년 동안에 국방부 본부, 합동참모본부, 각군본부의 조직 및 인원(주로 중령급 이상)을 20% 감축하고, 국방부 직할 기관·부대, 교육·연구기관 그리고 각군본부 직할기관·부대 및 軍사령부, 작전사령부는 10% 감축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다만 전투부대는 감축하지 않는다고 하였다.
이러한 지시는 인건비를 줄여 戰力(전력) 투자비를 증가시키겠다는 의지가 보이는 듯하여 환영할 만한 것 같다. 더욱이 전투부대는 감축하지 않고 행정·지원부대 및 교육·연구기관만 감축한다는 대목에서는 「높은 분」의 칭찬을 받을 법도 하다.
그러나 군사지식 있는 사람이 보면 여기에 오류가 있음을 곧 알게 된다.
舊型장비로 무장했어도 북괴군은 여전히 위협적인 존재
첫째, 국방부가 표방하는 「작지만 강한 군대」에서 작다는 객관적 기준을 제시할 수 있겠는가? 군대 규모의 크고 작음은 어떤 절대적(객관적) 기준을 정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대치하고 있는 敵(적) 또는 가상敵 내지 잠재적 敵의 규모와 특성, 예상되는 敵의 전략·작전, 戰場의 크기 내지 작전환경, 국력 그리고 우방과의 동맹관계 등을 고려하여 나라마다 각기 다른 기준(개념)을 정립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런데 장관은 우리 군대의 규모가 아직도 크다(작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그렇다면 걱정된다. 우리 軍은 1953년 停戰 후 대폭 감축되어 오늘날 69만여 명 수준을 유지하기에 이른 것인데 아직도 여전히 우리를 위협하고 있는 북한의 상비군 117만여 명에 비하면 더 이상 일방적으로 줄일 수 없을 만큼 이미 작은 군대가 되어 있는 것이다.
이에 일부 識者(식자)들은 북한 인민군은 그 규모만 클 뿐 그들의 장비들이 대부분 구형이고 낡은 데다가 정비도 충분하지 않고 그 위력이 수에 비하여 대단치 않다고 주장한다. 반면에 우리 軍의 장비들은 그 수에 있어서는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지만 대부분 신형이고 위력이 강하여 저들은 우리에게 큰 위협이 되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는 위험한 短見(단견)이다.
전쟁은 어느 쪽의 先攻(선공)으로 시작되었느냐 하는 것이 승패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친다.
앞으로 북한이 또 다시 大병력으로 기습 남침을 해 온다면 이 협소하고 종심이 얕은 戰場에 初戰이 곧 「최후결전」이 될 수도 있다는 데 유의해야 한다.
지금 남·북한 지상군 세력은 1:1.9로 우리가 절대 열세다. 이 상황에서 敵이 기습적으로 선제공격해 오면 제1격을 받은 防者(우리)와 攻者(북한)의 세력(power) 은 1:1.9에서 1:2.5 또는 그 이상으로 격차가 날 수도 있다. 이렇게 약화된 상태에서 防者가 혼란을 수습하고 응전(방어전)을 시작하면 사태는 이미 치명적 위험에 놓여 있게 된다.
敵의 낡은 구형 장비들도 선제 공격시 1회용으로 최초 전선돌파에 투입하면 우리에겐 큰 위협이 된다. 만약 敵의 우세한 지상군이 한반도 전역을 석권하면 우리의 공군기지와 해군기지도 사용할 수 없게 되어 우리의 항공기들은 공중미아, 함정들은 해상미아가 될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협소한 한반도에서 남한 지상군의 열세는 국가방위에 치명적 약점이 된다. 상대방의 군사력 감축이 검증되지 않은 상황에서 이 이상의 우리 軍 병력 감축은 절대로 안 된다.
둘째, 선진국들의 경우에서 보듯이 군대를 소규모로 유지해야 할 상황에서는 기간편성의 간부의 군대를 만든다. 간부를 주축으로 감소편성(감편)된 군대가 유사시(戰時) 긴급동원한 병사들을 받아 완전편성(완편)되어 정상기능을 발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제1차 세계대전에서 패배한 독일이 가혹한 베르사이유 조약체제의 통제하에서 그런 방법을 취했고, 현재는 일본 자위대가 그러한 방법으로 작지만 강한 군대를 유지하고 있다. 그들의 23만5600명의 상비군은 유사시 그 몇 배의 대군으로 즉각 팽창할 것이다. 일본 자위대야말로 이스라엘 군대와 함께 현대판 「작지만 강한 군대」라 할 것이다.
셋째, 고급사령부, 행정·지원부대를 감축하는 대신, 전투 부대는 감축하지 않겠다는 발상에도 문제가 있다. 이는 지시한 사람이 마치 「전투위주의 思考(사고)」를 하는 듯이 보여 사람들이 흐뭇해 할지 모르지만 사실은 그 반대로 해야 옳은 것이다.
어쩔 수 없이 줄여야만 할 사정이라면 오히려 전투부대의 말단 전투원들을 감축해야 하는 것이다. 전투원은 아주 단순한 행동으로 임무수행하지만 행정·지원부서의 인원은 업무의 전문성과 현황파악에 상당한 시일을 요하기 때문에 戰時·긴급 동원된 인원으로는 임무 수행이 곤란하다.
軍의 사기가 떨어지면 국민이 안녕하지 못하게 된다
넷째로, 중·대령급 장교가 정원보다 훨씬 많다는 것은 그들의 잘못으로 그렇게 된 것이 아니라 지난날 軍수뇌의 무리한(무모한) 인력운영으로 인력곡선에 혹(돌출)이 생겨났기 때문이다. 즉 무리하게 자리수를 줄이면서 그 자리의 고급장교들은 軍인사법상의 정년보장으로 제대시킬 수 없었기 때문에 생긴 현상이다. 그래서 인력은 장기 안목으로 순리에 따라 운영해야 한다. 인력곡선에 한번 혹이 만들어지면 이를 해소하는 데 여러 해가 걸리기 때문이다.
다섯째로, 「작지만 강한 군대」에 대한 인식에 문제가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즉 「작지만 강한 군대」는 막연히 돈이 적게 드는(값싼) 군대라는 잘못된 인식이 팽배해 있다는 것이다. 작은 군대를 강하게 만들려면 돈을 많이 들여 질을 높임으로써 「비싸고 강한 군대」로 바꾼다는 말이다. 즉 「작지만 강한 군대=돈 많이 드는 군대」라는 인식이 있어야 하고 이 인식을 상부와 국민일반에게까지 확대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제 필자가 軍수뇌에게 당부하고자 하는 것은 우선 군인들, 특히 직업군인들의 사기진작에 유념해야 한다는 점이다. 그들 신분의 특수성은 일반공무원이나 사회 직장인들의 그것과 달라서 그 신분을, 직장을 이리 저리 옮기며 바꿀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이들의 사기가 떨어지고 불만이 커지면 軍은 약화되고 국민은 안녕하지 못하게 된다.
근년에 무리한 예산절감 드라이브로 오히려 전투력을 약화시켰거나 전투력 「발휘」를 어렵게 만든 처사를 찾아내 장관이 이를 바로 잡아주는 것이 시급하다.
예컨대 1994년에 지상군 분대장·반장직을 하사관(하사)에서 兵(병장)으로 낮추어 예산을 절감함에 따라 1년 동안에 하사관직 1만5966개가 줄어든 사실은 전투력을 약화시키고 전투력 발휘에 지장을 초래한 「참사」로서 반드시 시정되어야 할 과제이다. 軍 임무수행에 지장을 주는 예산절감은 절약이 아니라 파괴일 뿐이기 때문이다.
간부들 특히 장군들은 상사에게 바른 건의를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軍에서 장군들이 잘못되어 가고 있는 일(사업)을 못 본 채 입 다물고 몸조심만 한다면 이것도 일종의 不作爲범죄내지 직무유기라 할 것이다. 아직도 군대에서 장군들이 사슴을 보고 사슴이라 하고, 말(馬)을 보고 말이라고 말하기가 그렇게도 힘이 드는 것일까? 할 말은 해야 軍이 軍답게 되어가는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