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강경해진 미국
부시 행정부의 對外정책에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는 가운데, 클린턴 대통령이 차기 행정부로 공을 넘긴 NMD(National Missile Defense, 국가 미사일 방어체제)의 再추진 여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는 부시가 선거운동 기간 중 NMD의 강력한 추진을 누차 천명하였고, 부시의 외교안보 사령탑으로 임명된 파월 국무장관, 럼스펠드 국방장관, 라이스 안보보좌관 등이 모두 힘에 입각한 외교정책 및 NMD 구축의 필요성을 역설해 온 인사들이기 때문이다.
한국에서도 부시 행정부의 對北(대북) 및 한반도정책에 대한 각계 각층의 다양한 분석이 봇물처럼 터져 나오고 있다.
그런데, 부시 집권 이후 핫이슈로 등장할 NMD에 대해서는 치밀하고 충분한 검토가 없어서 본말이 전도된 듯한 느낌을 준다. 미국의 지역정책(Regional Policy)은 어디까지나 세계전략(Global Policy)의 하위 범주로서, 세계전략의 틀 內에서 결정되는 종속변수이다. 더욱이 클린턴의 訪北(방북)포기로 인해 美北(미북)관계는 적어도 6개월 이상의 공백이 예상된다. 이런 상황에서 對北정책에 대하여 왈가왈부해 보았자 탁상공론에 불과할 것이다.
그보다는 부시 행정부 세계전략의 한 축을 구성하고 한반도 정책에도 파급효과를 미치게 될 NMD에 대한 검토가 시급하지 않은가 한다. 부시 행정부 안보정책의 양대 축은 현재로서는 해외주둔 미군의 전면적 재편과 미사일방어체제의 구축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NMD의 추진 배경과 부시의 딜레마, 그리고 NMD 추진이 동북아 및 한반도 정세에 끼칠 영향을 살펴보고, 우리의 대응방안은 어떠해야 하는지를 검토해 보고자 한다.
럼스펠드 보고서
NMD는 미국의 적대적 세력이 미국 본토를 향해 미사일을 발사할 때, 이를 공중에서 요격한다는 개념의 방어망이다. NMD는 TMD(Theater Missile Defense, 전역 미사일 방위체제)와 더불어 BMD(Ballistic Missile Defense, 탄도 미사일 방어체제)가 양대축을 구성하는데, TMD는 해외 주둔 미군과 동맹국을 보호하기 위하여 동맹국에 구축되는 미사일 요격체제를 지칭하는 것이다. 이러한 NMD 구상은 1980년대에 레이건 前 대통령이 추진하였으나 냉전의 종식과 더불어 사장된 전략 방위 구상(SDI: 일명 스타워즈)의 축소판이라고 할 수 있다.
최초의 NMD 계획안은 1996년 大選을 앞두고 미사일방어 문제가 선거 이슈로 부각될 것을 염두에 두고 백악관에 의해 작성되었다. 그러나, 클린턴 자신은 ABM (Anti-Ballistic Missile, 탄도탄 요격미사일) 협정의 개정까지 요구되는 NMD 문제에 미온적인 편이었다. NMD 추진에 탄력이 붙게 된 것은 소위 「럼스펠드 보고서」(Rumsfeld Report: A Wake-up Call for All Americans)로 인해서였다.
1998년 공화당이 주도하는 美의회 럼스펠드 위원회가 작성한 보고서는 북한, 이란 등 소위 불량국가가 5년 이내에 미국 본토를 공격할 수 있는 미사일 능력을 갖출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하였다. 그리고 때마침 북한의 대포동 미사일이 발사되자 클린턴 행정부는 1999년 1월 NMD 추진 일정을 제시하기에 이른 것이다.
당시 제시된 NMD 추진 일정은 다음과 같다. 북한이 탄도미사일을 개발할 것으로 예측되는 2005년까지 요격미사일 20기를 알래스카에 우선 배치하고, 이란이 개발할 것으로 추정되는 2010년까지 알래스카와 노스 다코다에 각각 100기를 배치한다는 것이었다. 비용은 최소 600억 달러가 소요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여기서 주목되는 것은 NMD의 완성단계인 2015년에는 한국과 일본에도 50기를 배치하게 될 것이라는 예측이 나왔다는 점이다.
이 일정은 클린턴 대통령이 2000년 9월 1일 NMD 추진 여부에 대한 결정을 차기행정부에 넘길 것이라고 발표함에 따라 전면적으로 보류된 상태이다. 클린턴이 NMD 추진계획을 보류하게 된 데에는 기술적 문제, 국내와 세계의 반대여론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였다. 특히, 3차 실험의 실패가 부정적 분위기 확산에 결정적 역할을 하였다.
부시는 NMD 추진을 선거공약으로 내세웠던 만큼 현재로서는 再추진될 가능성이 높은 편이다. 그러나, NMD에 대한 반대도 만만치 않다.
세계와 미국의 절반이 반대
미국의 NMD 구상에 대해서는 찬성론 보다 반대론이 우세한 형국이다. 러시아와 중국은 물론 미국과 특수관계에 있는 영국을 포함하여 유럽 대부분의 국가가 반대하고 있다. 미국의 구상에 찬성하고 있는 나라는 일본과 호주 정도이다.
미국 국내에서조차도 반대 여론이 거세다. 2000년 6월 국방부 미사일전문가위원회와 국방정책전문가 그룹은 기술적 미비를 들어 NMD 계획의 연기를 주장한 바 있다. 또한, 의회 회계감사원(GAO)은 비용 상승의 위험이 있음을 경고했으며, 미국 거주 노벨상 수상자 50명도 NMD의 무리한 추진이 러시아와 중국의 미사일 개발을 재촉할 뿐이라고 지적하였다.
이들이 NMD에 반대하는 이유는 실질적 위협의 과장, 기술적 미비, 비용의 과다, 전반적 안보에 끼칠 영향 등 4가지로 요약될 수 있다.
첫째, 북한을 비롯한 소위 불량국가들의 위협은 과장되어 있으며, 그들이 개발할지도 모르는 단 몇 개의 미사일 때문에 미국이 거대한 NMD 프로젝트를 추진한다는 것이 넌센스라는 것이다. 냉전종식 이후 나온 미국의 전략보고서들을 보면 분명히 「현재의 위협」이 아니라 「미래의 위협」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미래의 불확실한 위협을 근거로 첨단무기 개발에 박차를 가하는 것이 얼마나 합리적일 것인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둘째, 현수준의 기술로 NMD의 실전배치가 가능할 것인지, 또한 실험용 장비들이 실전에서도 효과적으로 작동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공격미사일과 교란물체를 정확히 식별할 수 있느냐가 핵심적 문제이다. 이와 관련하여, 미국 MIT 工大의 포스톨 교수는 모의 실험에서 실제탄두와 모의탄두를 식별하기 쉽도록 인위적으로 차별화하고 유인장치의 수를 대폭 줄여 요격 미사일이 실제탄두를 쉽게 맞힐 수 있도록 조작하였다고 폭로한 바 있다.
셋째, 최소 600억 달러로 추산되는 비용 자체가 과대할 뿐만 아니라, 기술적 보완을 위한 비용 상승의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즉 기술적 문제점으로 인한 지연 가능성이 농후한 데다가, 1개월 지연될 때마다 비용이 1억2400만 달러씩 증가한다는 것이다.
넷째, 미국의 NMD 구축은 NMD가 겨냥하고 있는 국가들로 하여금 보다 정교한 공격 무기개발을 초래하여 결국에는 미국에게 위협의 부메랑이 되어 돌아올 것이라고 비판한다.
부시에게 있어서 NMD는 「뜨거운 감자」다. 부시 진영은 지금 NMD를 두고 심각한 고민에 빠진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선거 때마다 공화당은 안보이슈로 민주당과 차별화하는 전통이 있었던 만큼 다분히 선거용이 아니겠냐는 추측이 많았다. NMD 구축을 위한 국내, 국제적 지지를 확보하는 것이 간단치만은 않은 문제이기 때문이다.
부시가 NMD를 강행하지 않을 수 없는 압력으로 작용하는 요인들로서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다.
첫째, 안보이슈를 중시하는 공화당의 전통을 무시할 수 없다. 공화당은 안보이슈에 정책 우선순위를 둠에 따라 국방정책이 리드하고 외교정책이 따라가는 형태를 띤다. 럼스펠드 국방장관, 라이스 안보보좌관 등 부시의 외교안보팀들은 한결같이 힘에 의한 안보를 신념으로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다. 특히, 럼스펠드 국방장관은 NMD의 이론적 근거를 제공하였던 럼스펠드 보고서를 직접 작성한 장본인이다.
둘째, 軍産(군산)복합체와의 커넥션도 무시 못할 요인이다. 보잉, 록히드, 레이시언, TRW 등 빅4 군수기업이 1997년부터 2000년에 걸쳐 공화당에 헌금한 액수는 580만 달러에 이르며, 1997년과 1998년의 2년간 로비스트들에게 지불한 비용은 3400만 달러에 달한다. 고용면에서도 보잉은 26개 州(주) 18만명, 록히드는 45개 州 15만명, 레이시언은 42개 州 10만명의 인력을 책임지고 있다.
軍産복합체 전체로 보면 미국 취업인구의 2%를 차지하는 220만명에게 일자리를 제공해주고 있다. 미국의 軍産복합체는 1940년대의 핵무기, 1950년대의 ICBM(대륙간 탄도탄), 1960년대의 우주개발, 1980년대의 SDI(스타워즈) 등 대형 프로젝트의 수혜를 받아왔으나, 냉전종식 이후에는 일종의 금단현상을 겪어 왔는 바, 최소 600억 달러가 소요되는 NMD와 같은 대형 프로젝트를 방치할 리가 만무한 것이다.
셋째, 부시는 전체 투표에서 지고 법정소송 끝에 당선된 소수파 대통령으로서 통치기반이 상당히 취약한 편이다. 그에게는 분열된 국론을 통합하고 하강국면에 돌입한 미국 경제를 연착륙시켜야 하는 무거운 과제가 주어져 있다. 따라서 부시는 국내 정치적 곤경을 강경한 대외정책을 통하여 타개하고 싶은 유혹을 느낄 수 있다. 외부에 적을 만들어 국내적 통합을 꾀하고 군사적 특수를 창출하여 경기침체를 막기 위하여 NMD가 강행될 수 있다는 것이다.
시간 지날수록 어려워져
그러나, 부시로 하여금 NMD를 강행할 수 없게 만드는 요인도 만만치 않다. 첫째, 부시는 소수파 대통령으로서 민주당의 초당적 협력이 절실한 입장에 놓여 있다. 클린턴 행정부 시절에도 NMD에 대한 반대여론은 거센 편이었는데, 1월21일을 기점으로 민주당이 본격적으로 반대진영에 가세할 것이다. 그간 민주당은 당론에 어긋나는 NMD 계획을 마지못해 지지했다. 그러나, 정권을 내주어 홀가분해진 대부분의 민주당 사람들은 공화당의 「별들의 전쟁」에 반대하는 평소의 소신으로 돌아갈 것이다. 더구나 민주당은 지난 상하 양원 선거에서 약진하여 하원의 숫자를 늘리고, 상원에서는 동수를 이루고 있다.
둘째, 설사 국내적 도전을 넘어선다고 하더라도 주변국가들의 거센 반발을 감당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러시아와 중국은 물론, 유럽의 전통적 동맹국들, 심지어 미국과 특수관계에 있는 영국과 캐나다마저 반대하고 있는 상황에서 NMD를 강행하면, 미국은 사면초가에 몰리게 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이렇듯 강행할 수도 강행하지 않을 수도 없는 딜레마에 처하여, 부시 진영은 NMD를 일단 보류하였다가 2002년쯤에 현안으로 다시 취급하는 방안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파월 국무장관은 『장거리 미사일을 보유한 정권의 협박을 좌절시켜야 한다』고 NMD를 옹호하는 듯한 발언을 하면서도 명시적으로 NMD의 추진을 천명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2002년이 되면 국내외적인 반대를 극복하는 것이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는 것이 또 다른 딜레마이다.
동북아의 新冷戰
이제 눈을 동북아로 돌려 NMD 강행이 몰고올 파장을 검토해 보도록 하자. 결론부터 말하면 NMD의 강행은 동북아의 군비경쟁과 미사일 도미노를 유발하여 동북아에 新냉전(New Cold War)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향후 동북아 정세의 일차적 변수는 美中(미중)관계이다. 美中관계가 원만하면 한반도 정세, 美日관계 등의 변수가 동북아정세를 좌우하겠지만, 美中관계가 악화되면 동북아 전체가 긴장상태로 돌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미소냉전이 허물어져 가던 1991년 9월 등소평은 미국과 중국의 갈등을 「新냉전」으로 처음 규정했다. 그러나, 클린턴 행정부의 등장과 對中 宥和政策(유화정책)으로 美中간의 갈등은 잠복했었다. 그런데, 중국을 전략적 동반자가 아니라 전략적 경쟁자로까지 규정한 공화당 행정부가 들어섬으로 인해 등소평의 예언이 실현될 가능성이 매우 높아진 것이다.
NMD가 완성되면 공포의 균형(Balance of Terror)으로 불리웠던 세계적인 핵전력 균형이 붕괴되게 된다. 이 점이 러시아와 유럽이 NMD 구상에 반대하는 이유이다. 물론, 러시아는 5000개 이상의 핵탄두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보복능력을 완전히 상실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소규모의 핵전력만 보유하고 있는 중국에게는 실질적 위협으로 작용할 공산이 높다.
중국은 현재 단일 핵탄두가 장착된 지상발사 CSS-4 미사일 18기와 잠수함 발사 미사일 12기만 실전배치해 놓고 있는 상황이다. 100기 이상의 요격미사일이 배치되게 되면 核억지력을 완전히 상실하게 되는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중국은 核억지력의 無力化를 막기 위하여 필사적으로 미사일 공격시스템의 고도화 및 대량화를 추진하게 될 것이 자명하다.
중국으로부터 시작되는 군비확장은 도미노처럼 東北亞 전체에 확산될 것이다. 우선 중국의 군비확장은 일본의 군비 증강을 자극하게 될 것이 뻔하다. 그렇지 않아도 올해 국방예산을 0.4% 늘려 대형 호위함과 공중급유기를 도입하여 군사적 전개능력을 증강하고, 해외파병을 위한 개헌 논의가 불붙고 있는 일본에게 중국의 군비증강은 기름을 끼얹는 격이 될 것이다.
중국의 군비증강은 중국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인도, 파키스탄, 베트남의 군비증강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 남북한도 주변국의 군비증강에 눈감고 있을 수만은 없는 노릇이다. 북한의 미사일 개발 능력은 이미 입증이 된 상태이며, 한국도 韓美 미사일 협상을 통해 발사거리 300km를 확보해 놓고 있는 상황이다.
東北亞의 군비경쟁은 미사일 공격 및 방어 시스템의 정교화, 대량화를 고리로 할 가능성이 높다. 미국과 일본은 TMD(지역 미사일 방어망)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실정이며, 대만과 한국의 참여도 종용하고 있다. TMD 구축과 대만에의 무기판매를, 중국 분열책동으로 간주하고 있는 중국은 이에 대하여 결사항전의 태세로 맞서고 있다. 그러고 보면 2001년 동북아에 있어서 최대의 긴장은 한반도보다는 兩岸(양안)이 될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그 최대고비는 미국의 對대만 첨단무기 판매 여부가 될 것이다.
전반적 구도로 보면, NMD 구상에 반발하고 있는 북, 중, 러 간의 새로운 삼각동맹관계가 초래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는 북방 삼각체제와 남방 삼각체제가 대립하였던 냉전의 대립구도가 재현됨을 의미한다. 문자 그대로 新냉전의 시대가 개막되는 것이다.
國益은 어디에?
NMD 강행은 그렇지 않아도 부시 행정부의 등장으로 소강상태에 빠질 것으로 전망되는 美北(미북)관계에 더욱 부정적 영향을 끼칠 것이다. 부시 행정부는 NMD와 TMD 개발의 명분을 잃지 않는 선에서 북한과 미사일협상을 하려고 할 것이기 때문이다.
2000년 12월30일자 뉴욕타임스의 보도에 따르면, 북한은 미사일의 생산, 수출뿐만 아니라 개발의 포기에도 동의하였으며, 다만 검증장치 및 이미 생산된 미사일의 처리 문제만을 남겨두고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NMD가 강행되면 이러한 미사일협상의 진전이 무위로 끝날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다.
미국은 북한이 미사일 생산, 수출, 개발을 포기할 뿐만 아니라 투명한 검증장치를 보장하고, 이미 생산된 중·단거리 미사일까지 완전히 폐기하는 데 동의하지 않는 한, 경제적 지원과 美北수교는 물론 테러국 해제에도 쉽사리 응하지 않을 것이다. 북한의 테러국 해제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국제기구 가입이나 국제기구로부터의 금융지원도 기대하기 어려워져 북한의 개혁·개방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다.
美北관계의 경색에 따라 남북관계가 상대적으로 활기를 띨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으나, 실질적인 긴장완화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남북 평화협정 체결은 美, 日, 中, 러 등 주변 4大 강국의 협조가 없으면 절대 성사가 불가능한데, NMD 강행으로 인한 美中, 美러 관계 악화에 더해 美北관계 마저 경색되면 한반도 평화 정착의 기대는 요원한 것이다. 나아가 남북 頂上회담을 계기로 마련된 남북한의 군비축소 가능성마저 좌초시킬 우려가 있다.
특히, 우려되는 것은 NMD의 구축이 해외에 전진배치된 미군의 감축과 연동될 수 있다는 사실이다. 진보적인 민주당이 주한미군에 대해 신중한 반면, 공화당의 헬름스 美상원외교위원장 등 보수주의자들의 입에서 주한미군 철수 발언이 나오는 것은 미국 본토방위를 목적으로 하는 NMD 구상이 자칫 고립주의와 결합하여 해외 파견 미군의 철수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이를 반증하듯 美국방부 정책차관실이 작성한 「ASIA 2025」보고서는 2010년~2015년 사이에 주한, 주일미군이 철수하여 미국의 전진배치 기지가 상실될 것으로 보고 있으며, 이에 따라 신속히 전개할 수 있는 미사일 방어능력의 보유가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파월 국무장관의 제1성도 「해외주둔 미군의 전면적 재편」이었다. 한국의 입장에서는 우리의 안보이익과는 직접 관련이 없는 NMD로 인하여 死活的 이해관계를 가지고 있는 주한미군이 감축되는 것은 최악의 시나리오다.
국방연구원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주한미군이 철수할 경우 예상되는 한국의 추가군사비 부담은 연간 300억 달러로 현재 연간 군사비 100억 달러의 3배 이상을 지출해야 되기 때문에 우리 경제에 상당한 부담을 줄 것이다.
初動 對應이 上策
한국은 미국 정부로부터 TMD 참여와 NMD 협력을 요구받고 있다. 정부는 NMD 추진이 동북아 군비증강을 불러온다는 점에서 바람직하지 않지만 미국의 협조 요청을 무시하기도 어려운 입장이라고 한다. 지금까지 NMD에 대한 정부의 공식적인 입장 표명은 없으며, 『당사국들의 협의를 통해 원만히 해결되어야 한다』는 외교부 장관의 원론적 언급만 있을 뿐이다.
여기서 우리는 미국이 NMD체제를 완성하기 위해서는 아시아에 2개 레이더 기지를 건설해야 하며, 이들 기지는 한국과 일본에 세워질 가능성이 있다는 2000년 6월30일자 뉴욕타임스의 보도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만약 부시가 NMD를 본격적으로 추진하게 되면 우리 정부로서도 입장을 표명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그때 가서 황급히 대응해 보았자 때는 이미 늦다. 남북관계가 화해 국면으로 가고 있는 상황에서 NMD에 참여하는 것도 국익에 반하고, 그렇다고 미국에 정면으로 반대하는 것도 한국이 처한 지정학적 위치에서는 국익에 반한다. 한국으로서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딜레마에 빠지게 될 것이다.
우리는 부시의 세계전략이 구상되고, 현안에 대한 전면적 再검토가 이루어지고 있는 현재 시점이 한국의 입장을 개진할 수 있는 적절한 타이밍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느닷없이 정부차원의 NMD 반대 성명을 발표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 될 것이다. 政·官界, 學界, 財界 등 다양한 루트와 韓美日 정책협의, 세미나, 학술회의, 언론기고 등 다양한 계기를 통하여 한국이 NMD를 반기지 않는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면 되는 것이다.●
부시 행정부의 對外정책에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는 가운데, 클린턴 대통령이 차기 행정부로 공을 넘긴 NMD(National Missile Defense, 국가 미사일 방어체제)의 再추진 여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는 부시가 선거운동 기간 중 NMD의 강력한 추진을 누차 천명하였고, 부시의 외교안보 사령탑으로 임명된 파월 국무장관, 럼스펠드 국방장관, 라이스 안보보좌관 등이 모두 힘에 입각한 외교정책 및 NMD 구축의 필요성을 역설해 온 인사들이기 때문이다.
한국에서도 부시 행정부의 對北(대북) 및 한반도정책에 대한 각계 각층의 다양한 분석이 봇물처럼 터져 나오고 있다.
그런데, 부시 집권 이후 핫이슈로 등장할 NMD에 대해서는 치밀하고 충분한 검토가 없어서 본말이 전도된 듯한 느낌을 준다. 미국의 지역정책(Regional Policy)은 어디까지나 세계전략(Global Policy)의 하위 범주로서, 세계전략의 틀 內에서 결정되는 종속변수이다. 더욱이 클린턴의 訪北(방북)포기로 인해 美北(미북)관계는 적어도 6개월 이상의 공백이 예상된다. 이런 상황에서 對北정책에 대하여 왈가왈부해 보았자 탁상공론에 불과할 것이다.
그보다는 부시 행정부 세계전략의 한 축을 구성하고 한반도 정책에도 파급효과를 미치게 될 NMD에 대한 검토가 시급하지 않은가 한다. 부시 행정부 안보정책의 양대 축은 현재로서는 해외주둔 미군의 전면적 재편과 미사일방어체제의 구축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NMD의 추진 배경과 부시의 딜레마, 그리고 NMD 추진이 동북아 및 한반도 정세에 끼칠 영향을 살펴보고, 우리의 대응방안은 어떠해야 하는지를 검토해 보고자 한다.
럼스펠드 보고서
NMD는 미국의 적대적 세력이 미국 본토를 향해 미사일을 발사할 때, 이를 공중에서 요격한다는 개념의 방어망이다. NMD는 TMD(Theater Missile Defense, 전역 미사일 방위체제)와 더불어 BMD(Ballistic Missile Defense, 탄도 미사일 방어체제)가 양대축을 구성하는데, TMD는 해외 주둔 미군과 동맹국을 보호하기 위하여 동맹국에 구축되는 미사일 요격체제를 지칭하는 것이다. 이러한 NMD 구상은 1980년대에 레이건 前 대통령이 추진하였으나 냉전의 종식과 더불어 사장된 전략 방위 구상(SDI: 일명 스타워즈)의 축소판이라고 할 수 있다.
최초의 NMD 계획안은 1996년 大選을 앞두고 미사일방어 문제가 선거 이슈로 부각될 것을 염두에 두고 백악관에 의해 작성되었다. 그러나, 클린턴 자신은 ABM (Anti-Ballistic Missile, 탄도탄 요격미사일) 협정의 개정까지 요구되는 NMD 문제에 미온적인 편이었다. NMD 추진에 탄력이 붙게 된 것은 소위 「럼스펠드 보고서」(Rumsfeld Report: A Wake-up Call for All Americans)로 인해서였다.
1998년 공화당이 주도하는 美의회 럼스펠드 위원회가 작성한 보고서는 북한, 이란 등 소위 불량국가가 5년 이내에 미국 본토를 공격할 수 있는 미사일 능력을 갖출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하였다. 그리고 때마침 북한의 대포동 미사일이 발사되자 클린턴 행정부는 1999년 1월 NMD 추진 일정을 제시하기에 이른 것이다.
당시 제시된 NMD 추진 일정은 다음과 같다. 북한이 탄도미사일을 개발할 것으로 예측되는 2005년까지 요격미사일 20기를 알래스카에 우선 배치하고, 이란이 개발할 것으로 추정되는 2010년까지 알래스카와 노스 다코다에 각각 100기를 배치한다는 것이었다. 비용은 최소 600억 달러가 소요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여기서 주목되는 것은 NMD의 완성단계인 2015년에는 한국과 일본에도 50기를 배치하게 될 것이라는 예측이 나왔다는 점이다.
이 일정은 클린턴 대통령이 2000년 9월 1일 NMD 추진 여부에 대한 결정을 차기행정부에 넘길 것이라고 발표함에 따라 전면적으로 보류된 상태이다. 클린턴이 NMD 추진계획을 보류하게 된 데에는 기술적 문제, 국내와 세계의 반대여론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였다. 특히, 3차 실험의 실패가 부정적 분위기 확산에 결정적 역할을 하였다.
부시는 NMD 추진을 선거공약으로 내세웠던 만큼 현재로서는 再추진될 가능성이 높은 편이다. 그러나, NMD에 대한 반대도 만만치 않다.
세계와 미국의 절반이 반대
미국의 NMD 구상에 대해서는 찬성론 보다 반대론이 우세한 형국이다. 러시아와 중국은 물론 미국과 특수관계에 있는 영국을 포함하여 유럽 대부분의 국가가 반대하고 있다. 미국의 구상에 찬성하고 있는 나라는 일본과 호주 정도이다.
미국 국내에서조차도 반대 여론이 거세다. 2000년 6월 국방부 미사일전문가위원회와 국방정책전문가 그룹은 기술적 미비를 들어 NMD 계획의 연기를 주장한 바 있다. 또한, 의회 회계감사원(GAO)은 비용 상승의 위험이 있음을 경고했으며, 미국 거주 노벨상 수상자 50명도 NMD의 무리한 추진이 러시아와 중국의 미사일 개발을 재촉할 뿐이라고 지적하였다.
이들이 NMD에 반대하는 이유는 실질적 위협의 과장, 기술적 미비, 비용의 과다, 전반적 안보에 끼칠 영향 등 4가지로 요약될 수 있다.
첫째, 북한을 비롯한 소위 불량국가들의 위협은 과장되어 있으며, 그들이 개발할지도 모르는 단 몇 개의 미사일 때문에 미국이 거대한 NMD 프로젝트를 추진한다는 것이 넌센스라는 것이다. 냉전종식 이후 나온 미국의 전략보고서들을 보면 분명히 「현재의 위협」이 아니라 「미래의 위협」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미래의 불확실한 위협을 근거로 첨단무기 개발에 박차를 가하는 것이 얼마나 합리적일 것인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둘째, 현수준의 기술로 NMD의 실전배치가 가능할 것인지, 또한 실험용 장비들이 실전에서도 효과적으로 작동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공격미사일과 교란물체를 정확히 식별할 수 있느냐가 핵심적 문제이다. 이와 관련하여, 미국 MIT 工大의 포스톨 교수는 모의 실험에서 실제탄두와 모의탄두를 식별하기 쉽도록 인위적으로 차별화하고 유인장치의 수를 대폭 줄여 요격 미사일이 실제탄두를 쉽게 맞힐 수 있도록 조작하였다고 폭로한 바 있다.
셋째, 최소 600억 달러로 추산되는 비용 자체가 과대할 뿐만 아니라, 기술적 보완을 위한 비용 상승의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즉 기술적 문제점으로 인한 지연 가능성이 농후한 데다가, 1개월 지연될 때마다 비용이 1억2400만 달러씩 증가한다는 것이다.
넷째, 미국의 NMD 구축은 NMD가 겨냥하고 있는 국가들로 하여금 보다 정교한 공격 무기개발을 초래하여 결국에는 미국에게 위협의 부메랑이 되어 돌아올 것이라고 비판한다.
부시에게 있어서 NMD는 「뜨거운 감자」다. 부시 진영은 지금 NMD를 두고 심각한 고민에 빠진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선거 때마다 공화당은 안보이슈로 민주당과 차별화하는 전통이 있었던 만큼 다분히 선거용이 아니겠냐는 추측이 많았다. NMD 구축을 위한 국내, 국제적 지지를 확보하는 것이 간단치만은 않은 문제이기 때문이다.
부시가 NMD를 강행하지 않을 수 없는 압력으로 작용하는 요인들로서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다.
첫째, 안보이슈를 중시하는 공화당의 전통을 무시할 수 없다. 공화당은 안보이슈에 정책 우선순위를 둠에 따라 국방정책이 리드하고 외교정책이 따라가는 형태를 띤다. 럼스펠드 국방장관, 라이스 안보보좌관 등 부시의 외교안보팀들은 한결같이 힘에 의한 안보를 신념으로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다. 특히, 럼스펠드 국방장관은 NMD의 이론적 근거를 제공하였던 럼스펠드 보고서를 직접 작성한 장본인이다.
둘째, 軍産(군산)복합체와의 커넥션도 무시 못할 요인이다. 보잉, 록히드, 레이시언, TRW 등 빅4 군수기업이 1997년부터 2000년에 걸쳐 공화당에 헌금한 액수는 580만 달러에 이르며, 1997년과 1998년의 2년간 로비스트들에게 지불한 비용은 3400만 달러에 달한다. 고용면에서도 보잉은 26개 州(주) 18만명, 록히드는 45개 州 15만명, 레이시언은 42개 州 10만명의 인력을 책임지고 있다.
軍産복합체 전체로 보면 미국 취업인구의 2%를 차지하는 220만명에게 일자리를 제공해주고 있다. 미국의 軍産복합체는 1940년대의 핵무기, 1950년대의 ICBM(대륙간 탄도탄), 1960년대의 우주개발, 1980년대의 SDI(스타워즈) 등 대형 프로젝트의 수혜를 받아왔으나, 냉전종식 이후에는 일종의 금단현상을 겪어 왔는 바, 최소 600억 달러가 소요되는 NMD와 같은 대형 프로젝트를 방치할 리가 만무한 것이다.
셋째, 부시는 전체 투표에서 지고 법정소송 끝에 당선된 소수파 대통령으로서 통치기반이 상당히 취약한 편이다. 그에게는 분열된 국론을 통합하고 하강국면에 돌입한 미국 경제를 연착륙시켜야 하는 무거운 과제가 주어져 있다. 따라서 부시는 국내 정치적 곤경을 강경한 대외정책을 통하여 타개하고 싶은 유혹을 느낄 수 있다. 외부에 적을 만들어 국내적 통합을 꾀하고 군사적 특수를 창출하여 경기침체를 막기 위하여 NMD가 강행될 수 있다는 것이다.
시간 지날수록 어려워져
그러나, 부시로 하여금 NMD를 강행할 수 없게 만드는 요인도 만만치 않다. 첫째, 부시는 소수파 대통령으로서 민주당의 초당적 협력이 절실한 입장에 놓여 있다. 클린턴 행정부 시절에도 NMD에 대한 반대여론은 거센 편이었는데, 1월21일을 기점으로 민주당이 본격적으로 반대진영에 가세할 것이다. 그간 민주당은 당론에 어긋나는 NMD 계획을 마지못해 지지했다. 그러나, 정권을 내주어 홀가분해진 대부분의 민주당 사람들은 공화당의 「별들의 전쟁」에 반대하는 평소의 소신으로 돌아갈 것이다. 더구나 민주당은 지난 상하 양원 선거에서 약진하여 하원의 숫자를 늘리고, 상원에서는 동수를 이루고 있다.
둘째, 설사 국내적 도전을 넘어선다고 하더라도 주변국가들의 거센 반발을 감당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러시아와 중국은 물론, 유럽의 전통적 동맹국들, 심지어 미국과 특수관계에 있는 영국과 캐나다마저 반대하고 있는 상황에서 NMD를 강행하면, 미국은 사면초가에 몰리게 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이렇듯 강행할 수도 강행하지 않을 수도 없는 딜레마에 처하여, 부시 진영은 NMD를 일단 보류하였다가 2002년쯤에 현안으로 다시 취급하는 방안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파월 국무장관은 『장거리 미사일을 보유한 정권의 협박을 좌절시켜야 한다』고 NMD를 옹호하는 듯한 발언을 하면서도 명시적으로 NMD의 추진을 천명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2002년이 되면 국내외적인 반대를 극복하는 것이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는 것이 또 다른 딜레마이다.
동북아의 新冷戰
이제 눈을 동북아로 돌려 NMD 강행이 몰고올 파장을 검토해 보도록 하자. 결론부터 말하면 NMD의 강행은 동북아의 군비경쟁과 미사일 도미노를 유발하여 동북아에 新냉전(New Cold War)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향후 동북아 정세의 일차적 변수는 美中(미중)관계이다. 美中관계가 원만하면 한반도 정세, 美日관계 등의 변수가 동북아정세를 좌우하겠지만, 美中관계가 악화되면 동북아 전체가 긴장상태로 돌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미소냉전이 허물어져 가던 1991년 9월 등소평은 미국과 중국의 갈등을 「新냉전」으로 처음 규정했다. 그러나, 클린턴 행정부의 등장과 對中 宥和政策(유화정책)으로 美中간의 갈등은 잠복했었다. 그런데, 중국을 전략적 동반자가 아니라 전략적 경쟁자로까지 규정한 공화당 행정부가 들어섬으로 인해 등소평의 예언이 실현될 가능성이 매우 높아진 것이다.
NMD가 완성되면 공포의 균형(Balance of Terror)으로 불리웠던 세계적인 핵전력 균형이 붕괴되게 된다. 이 점이 러시아와 유럽이 NMD 구상에 반대하는 이유이다. 물론, 러시아는 5000개 이상의 핵탄두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보복능력을 완전히 상실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소규모의 핵전력만 보유하고 있는 중국에게는 실질적 위협으로 작용할 공산이 높다.
중국은 현재 단일 핵탄두가 장착된 지상발사 CSS-4 미사일 18기와 잠수함 발사 미사일 12기만 실전배치해 놓고 있는 상황이다. 100기 이상의 요격미사일이 배치되게 되면 核억지력을 완전히 상실하게 되는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중국은 核억지력의 無力化를 막기 위하여 필사적으로 미사일 공격시스템의 고도화 및 대량화를 추진하게 될 것이 자명하다.
중국으로부터 시작되는 군비확장은 도미노처럼 東北亞 전체에 확산될 것이다. 우선 중국의 군비확장은 일본의 군비 증강을 자극하게 될 것이 뻔하다. 그렇지 않아도 올해 국방예산을 0.4% 늘려 대형 호위함과 공중급유기를 도입하여 군사적 전개능력을 증강하고, 해외파병을 위한 개헌 논의가 불붙고 있는 일본에게 중국의 군비증강은 기름을 끼얹는 격이 될 것이다.
중국의 군비증강은 중국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인도, 파키스탄, 베트남의 군비증강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 남북한도 주변국의 군비증강에 눈감고 있을 수만은 없는 노릇이다. 북한의 미사일 개발 능력은 이미 입증이 된 상태이며, 한국도 韓美 미사일 협상을 통해 발사거리 300km를 확보해 놓고 있는 상황이다.
東北亞의 군비경쟁은 미사일 공격 및 방어 시스템의 정교화, 대량화를 고리로 할 가능성이 높다. 미국과 일본은 TMD(지역 미사일 방어망)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실정이며, 대만과 한국의 참여도 종용하고 있다. TMD 구축과 대만에의 무기판매를, 중국 분열책동으로 간주하고 있는 중국은 이에 대하여 결사항전의 태세로 맞서고 있다. 그러고 보면 2001년 동북아에 있어서 최대의 긴장은 한반도보다는 兩岸(양안)이 될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그 최대고비는 미국의 對대만 첨단무기 판매 여부가 될 것이다.
전반적 구도로 보면, NMD 구상에 반발하고 있는 북, 중, 러 간의 새로운 삼각동맹관계가 초래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는 북방 삼각체제와 남방 삼각체제가 대립하였던 냉전의 대립구도가 재현됨을 의미한다. 문자 그대로 新냉전의 시대가 개막되는 것이다.
國益은 어디에?
NMD 강행은 그렇지 않아도 부시 행정부의 등장으로 소강상태에 빠질 것으로 전망되는 美北(미북)관계에 더욱 부정적 영향을 끼칠 것이다. 부시 행정부는 NMD와 TMD 개발의 명분을 잃지 않는 선에서 북한과 미사일협상을 하려고 할 것이기 때문이다.
2000년 12월30일자 뉴욕타임스의 보도에 따르면, 북한은 미사일의 생산, 수출뿐만 아니라 개발의 포기에도 동의하였으며, 다만 검증장치 및 이미 생산된 미사일의 처리 문제만을 남겨두고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NMD가 강행되면 이러한 미사일협상의 진전이 무위로 끝날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다.
미국은 북한이 미사일 생산, 수출, 개발을 포기할 뿐만 아니라 투명한 검증장치를 보장하고, 이미 생산된 중·단거리 미사일까지 완전히 폐기하는 데 동의하지 않는 한, 경제적 지원과 美北수교는 물론 테러국 해제에도 쉽사리 응하지 않을 것이다. 북한의 테러국 해제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국제기구 가입이나 국제기구로부터의 금융지원도 기대하기 어려워져 북한의 개혁·개방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다.
美北관계의 경색에 따라 남북관계가 상대적으로 활기를 띨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으나, 실질적인 긴장완화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남북 평화협정 체결은 美, 日, 中, 러 등 주변 4大 강국의 협조가 없으면 절대 성사가 불가능한데, NMD 강행으로 인한 美中, 美러 관계 악화에 더해 美北관계 마저 경색되면 한반도 평화 정착의 기대는 요원한 것이다. 나아가 남북 頂上회담을 계기로 마련된 남북한의 군비축소 가능성마저 좌초시킬 우려가 있다.
특히, 우려되는 것은 NMD의 구축이 해외에 전진배치된 미군의 감축과 연동될 수 있다는 사실이다. 진보적인 민주당이 주한미군에 대해 신중한 반면, 공화당의 헬름스 美상원외교위원장 등 보수주의자들의 입에서 주한미군 철수 발언이 나오는 것은 미국 본토방위를 목적으로 하는 NMD 구상이 자칫 고립주의와 결합하여 해외 파견 미군의 철수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이를 반증하듯 美국방부 정책차관실이 작성한 「ASIA 2025」보고서는 2010년~2015년 사이에 주한, 주일미군이 철수하여 미국의 전진배치 기지가 상실될 것으로 보고 있으며, 이에 따라 신속히 전개할 수 있는 미사일 방어능력의 보유가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파월 국무장관의 제1성도 「해외주둔 미군의 전면적 재편」이었다. 한국의 입장에서는 우리의 안보이익과는 직접 관련이 없는 NMD로 인하여 死活的 이해관계를 가지고 있는 주한미군이 감축되는 것은 최악의 시나리오다.
국방연구원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주한미군이 철수할 경우 예상되는 한국의 추가군사비 부담은 연간 300억 달러로 현재 연간 군사비 100억 달러의 3배 이상을 지출해야 되기 때문에 우리 경제에 상당한 부담을 줄 것이다.
初動 對應이 上策
한국은 미국 정부로부터 TMD 참여와 NMD 협력을 요구받고 있다. 정부는 NMD 추진이 동북아 군비증강을 불러온다는 점에서 바람직하지 않지만 미국의 협조 요청을 무시하기도 어려운 입장이라고 한다. 지금까지 NMD에 대한 정부의 공식적인 입장 표명은 없으며, 『당사국들의 협의를 통해 원만히 해결되어야 한다』는 외교부 장관의 원론적 언급만 있을 뿐이다.
여기서 우리는 미국이 NMD체제를 완성하기 위해서는 아시아에 2개 레이더 기지를 건설해야 하며, 이들 기지는 한국과 일본에 세워질 가능성이 있다는 2000년 6월30일자 뉴욕타임스의 보도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만약 부시가 NMD를 본격적으로 추진하게 되면 우리 정부로서도 입장을 표명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그때 가서 황급히 대응해 보았자 때는 이미 늦다. 남북관계가 화해 국면으로 가고 있는 상황에서 NMD에 참여하는 것도 국익에 반하고, 그렇다고 미국에 정면으로 반대하는 것도 한국이 처한 지정학적 위치에서는 국익에 반한다. 한국으로서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딜레마에 빠지게 될 것이다.
우리는 부시의 세계전략이 구상되고, 현안에 대한 전면적 再검토가 이루어지고 있는 현재 시점이 한국의 입장을 개진할 수 있는 적절한 타이밍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느닷없이 정부차원의 NMD 반대 성명을 발표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 될 것이다. 政·官界, 學界, 財界 등 다양한 루트와 韓美日 정책협의, 세미나, 학술회의, 언론기고 등 다양한 계기를 통하여 한국이 NMD를 반기지 않는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면 되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