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도의 독특한 예술文化
지난 4월16일부터 18일까지 전남 珍島(진도)에는 수십만명의 관광객이 찾아왔다. 이 사흘 동안 「한국판 모세의 기적」이라 불리는, 진도의 바닷길이 열리는 장관을 보기 위해서였다. 매년 음력 3월 초와 보름이 되면 조수 간만의 차로 해저가 드러난다. 진도군 고군면 회동마을과 의신면 모도마을을 잇는 2.8㎞의 砂丘(사구)가 40∼60m폭으로 물 위로 드러나 바닷길을 두 발로 걸어가며 신비로운 자연현상을 만끽하기에 충분했다.
진도는 온통 잔치였다. 바닷길만 열린 것이 아니라 문화예술의 寶庫(보고)답게 진도의 문화예술을 한 번에 느낄 수 있도록 다채로운 행사가 곁들여졌기 때문이었다. 진도의 민속예술인 씻김굿과 남도 들노래, 강강술래, 소포 걸군 농악, 진도 輓歌(만가·상여를 메고 갈 때 부르는 노래) 닻배노래 다시래기 엿타령, 판소리, 사물놀이, 진도 북놀이를 비롯해 진도 사진展(전), 선박퍼레이드, 뗏목놀이 춘란·수석전, 진돗개 묘기자랑, 서화전, 진도 紅酒(홍주) 시음, 조개잡이 체험 등 행사가 진도 전역에서 열렸다. 가는 곳마다 행사마다 藝鄕(예향) 진도의 진수를 맛볼 수 있는 기회였다. 진도는 뭐라 해도 書畵(서화)와 민속예술의 고장이다.
『손으로 붓을 들면 그림이요, 글씨죠. 입을 벌려 부르면 소리가 되는 것 아닌가요』
지역민들이 한결같이 얘기하는 자부심 넘치는 표현. 조선 영조 때 한 전라감사가 『진도에는 유배자가 너무 많아 이들을 먹여살리느라 죄 없는 진도사람들까지 굶어죽을 판이니 유배자를 다른 곳으로 옮겨 달라』고 건의할 정도로 외딴 섬 진도의 독특한 문화형성에 유배문화가 큰 영향을 끼쳤다. 이와 함께 고려시대 삼별초의 항쟁과 고려 말 倭(왜)의 침입, 임진왜란 등 전란을 직접 겪었던 곳으로 基層(기층) 민속문화가 발달한 곳이기도 하다.
國展 입상작가만 1백60여명
우선 한국 화단의 큰 줄기를 형성하고 있는 진도 畵脈(화맥)을 살펴보자. 진도 출신으로 國展(국전)에서 입상한 작가는 1백60여명을 헤아리고 있다. 한국화가를 이처럼 많이 배출한 곳으론 진도를 따라갈 곳이 없다. 한 작가는 『1980년 이전까지만 해도 진도 출신 작가들이 아니면 국전이 성립하지 못했다』며 『한국 화단에서 차지하는 진도 畵脈이 넓고 깊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라고 평했다.
이 사실을 엄연하게 보여주는 곳이 바로 진도군청 옆에 자리한 문화예술관이다. 외지인들은 이곳을 어김없이 찾는다. 진도화맥을 대표하는 작가들의 작품을 한 군데에 고스란히 전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화 66점을 비롯, 서예 20점, 사군자 28점, 서양화 5점 등 모두 1백19점이다. 모두 國展에서 입상한 작품들이다. 한작가당 대부분 한점을 전시하고 있다.
아무래도 진도 화단을 얘기하려면 許씨 일문으로부터 시작하지 않을 수 없다. 진도군 의신면에 있는 雲林山房(운림산방)은 남종 문인화의 본향. 중국의 남종화를 한국화한 조선조 남종화의 대가인 소치 허유(小癡 許維·1808∼1892) 선생이 거처한 곳. 소치∼미산 허형(米山 許瀅·1861∼1938)∼남농 허건(南農 許楗·1908∼1987)∼임전 허문(林田 許文·1941∼) 등 4대에 걸쳐 남화의 맥을 이어왔다.
지난 82년 남농 선생이 허물어져 가던 산방을 복원해 현재 초가와 사랑채 기념관 연못이 있다. 진도에 뿌리를 둔 남종화의 맥은 남농 허건과 의재 허백련(毅齋 許百鍊·1891∼1977)으로 크게 나뉜다. 의재 선생은 광주에서, 남농 선생은 목포와 진도에서 주로 활동해 후진들이 각기 맥을 이어오고 있다. 의재의 후진들은 鍊眞會(연진회)를 통해 배출돼 오고 있다.
현재 진도 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화가들은 1백여명이다. 진도 지역 출신 작가들은 진도 지역에 머물러 있거나, 목포나 광주, 서울로 진출하며 각기 예술 역량을 발휘하고 있다. 마을마다 작가 없는 곳이 없다는 진도 지역을 중심으로 한 화단은 이제 남농의 제자 그룹(도제식 교육의 마지막 세대)과 남농 제자들의 제자 그룹, 혼자 그림공부를 해 작가로 나서는 獨學波(독학파)들, 대학에서 미술을 공부해 진출하고 있는 대학파들로 크게 나뉜다. 이같은 경향의 그룹들이 다양하게 섞여 교류하면서 진도에 뿌리를 둔 남종화의 맥을 각기 잇고 있다고 하겠다.
진도에는 화가 1백여명 중 國展이나 각종 공모전에서 입상한 작가들인 33명이 미술협회 진도지부를 만들어 함께 활동하고 있다. 지난해까지 매년 美協展(미협전)을 개최하고 있다. 해마다 학생 미술 실기대회와 진도 예술 아카데미를 열어 후진을 양성하고 있다. 진도美協 회원은 김용선 김성룡 박태우 박주생 서정재 강공수 김경현 김민재 김안수 김용욱 김재성 박병락 박상률 박진설 이상은 이항무 장인권 조근환 조대진 조재홍 하태환 허국선 정경춘 손종천 박병오 김길록 김세중 신동호씨 등.
이른바 大學派(대학파)로 국전에도 수차 입상한 박주생(진도 지산중 교사)씨는 부지런히 서울을 오가면서 새로운 경향을 받아들이려 노력하고 있는, 장래가 기대되는 화가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무궁화 그림으로 독특한 세계를 펼쳐 보이고 있는 獨學派 김길록씨는 『앞으로는 진도 지역에 개인미술관이 속속 생겨날 것』이라며 진도미술을 크게 기대하는 분위기였다. 김화백은 최근 金大中(김대중) 대통령이 참석한 경찰대학 졸업식장에 전시한 12폭짜리 무궁화를 그렸다. 무궁화동산을 만들자는 운동을 펼쳐오고 있다.
광주에서 활동하고 있는 남농의 제자인 한 화가는 진도지역 화단을 이렇게 평가했다.
『고향에서 自生力(자생력)을 가지고 활동하기가 어렵습니다. 대부분 작가들이 외부에서 보는 것처럼 생업수단이 되지 못하기 때문에 어려움이 따른다는 얘기죠. 새로운 사조를 틈틈이 익히는 「열린」 그림을 위해서는 진도 「밖」과의 교류를 활발히 해야 한다고 봅니다』
남종화뿐 아니라 書脈(서맥)도 이어지고 있다. 진도군 임회면에 있는 남진미술관은 서예가인 장전 하남호(長田 河南鎬·1926∼) 선생이 세운 미술관. 운림산방이 그림을 대표하는 곳이라면 이 미술관은 진도의 서예를 대표하는 곳이다. 광주에서 주로 활동하고 있는 장전 선생의 스승은 소전 손재형(素 孫在馨·1903∼1981). 소전은 위당 정인보(爲堂 鄭寅普·1892∼?)의 선친인 무정 정만조(茂亭 鄭萬朝·1858∼1936)로부터 글씨를 배웠다. 藝總(예총) 진도지부장으로 활동 중인 徐楨在(서정재)씨도 그 書脈을 잇고 있다.
詩·書·畵의 균형
진도 하면 으레 그림과 글씨를 떠올리기 십상이다. 예향이라는 자존심에 걸맞게 詩·書·畵(시·서·화)가 균형을 이뤄야 한다는 생각을 이 지역문인들은 가지고 있었다. 文人들이 이 점을 인식하고 활발하게 활동을 펴고 있다. 그래서 지난 81년 태동한 것이 「섬문학」이었다.
10여 권의 동인지 발간을 통해 역량을 축적한 文人들은 지난 90년 진도 문인협회로 발전했고 해마다 두 차례씩 「진도문학」을 펴내오고 있다. 「섬문학」 동인 주창자이기도 하고 현재 진도 문인협회 지부장을 맡고 있는 천병태씨(44), 농부시인으로 잘 알려져 있는 석가정씨(60·본명 한승배)가 진도문학을 일궈오고 있는 대표적인 문인들. 목포교대 출신으로 진도에서만 초등학교 교편을 잡고 있는 천씨는 「서른세 송이의 장미꽃」(1994) 「나배도 소식」(1996) 「십이월 여인」(1997) 「통신두절」(1998) 등 시집을 냈다. 석씨는 「이 지상에 산다는 것은」(1995) 시집을 낸 소작을 주로 하는 농부 시인이다.
진도 문인협회는 경남 고성 문인협회와 올부터 서로 문인지의 지면 절반씩을 할애해 상대지역 문인들의 작품을 싣고 교류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이곳 진도에 유배온 옛 문인들의 유배지에 표석 세우는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를 위해 올해로 7년째 학문적으로 문인들의 궤적을 정리하고 있다. 천병태 지부장은 『따뜻한 인간성을 토대로 서로 돕고 비평하는 발판이 마련된 곳이 바로 진도』라며 『세계성을 얼마든지 획득할 수 있는 곳』이라고 자랑했다.
일부 등단문인들과 예비문인들로 구성된 「타래 시문학회」가 3년 전에 생겨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문학춘추를 통해 함께 등단한 김민배씨와 김영승씨가 이 문학회를 이끌고 있다. 김영승씨는 「전라도 일기」(1997)란 시집을 냈다. 수필 쪽에서는 조영남씨(55)가 「적도 바다에 들려오는 영혼의 모음」(1991)을 냈다.
이와 함께 장애인들로 구성된 동인 「당산문학」이 올해 4년째로 동인지를 매년 발행하고 있다. 회원은 17명으로 진도 지역을 중심으로 서울 부산 대구 제주지역 문인들도 참여하고 있다. 이 모임을 이끌고 있는 박재곤씨(66)는 20여년 전에 시조문학과 문학춘추 등을 통해 등단한 시조시인이다. 지금까지 발표한 2백여 수의 작품을 올 가을 책으로 묶어낼 예정이다.
진도 출신으로 활발하게 소설을 쓰고 있는 이는 여류소설가 곽의진씨(50). 바닷가에 연한 지산면 세방리에 토방을 마련해놓고 창작에 열중하고 있다.
『이곳에 오면 절로 글이 나와요. 진도는 저의 문학의 원천이라고 할까요. 이곳에 있으면서 진도만이 갖고 있는 정서를 몸으로, 마음으로 느끼는 거죠』
지난 83년 월간문학에 단편소설 「굴렁쇠 이야기」를 통해 신인상을 받으면서 등단했다. 그동안 「얼음을 깨는 사람들」(1987) 「비야 비야」(1989) 「남교동 계절」(1991) 「여자의 섬 상·하」(1992) 「그 남자 상·하」(1993) 등을 내놓았다.
진도와 관련해서는 주목할 만한 것이 지난 96년과 97년 2년 동안에 걸쳐 문화일보에 연재한 「꿈이로다 화연(畵緣)일세」이다. 이 소설은 진도 許氏 일문의 화맥을 소설의 형식을 빌어 정리한 작품이다. 지난 98년 같은 제목으로 5권으로 묶어 해냄출판사를 통해 출간했다. 올초 그는 이 소설로 제24회 한국소설문학상을 수상했다.
지난 91∼95년 서울에서 「인간과 예술사」라는 출판사를 한 바 있는 곽씨는 진도로 낙향해 이 소설을 썼다.
『서울에서 두 달 동안 연재를 했는데 소설의 주무대인 진도와 해남 강진 제주를 멀리하고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이 불현듯 들더군요. 그래서 진도로 달려왔어요. 화맥이 살아 숨쉬는 진도에서 숨결을 느끼면서 소설을 쓴 셈입니다. 이처럼 궁벽한 곳에서 예술혼을 가꿔나갔던 許씨 일문으로부터 예향 진도의 시작을 찾아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단국대 국문과 출신인 곽씨는 요즘 토방에서 지역 문인들과 교유하면서 전남일보에 소설 「나비야 나비야」를 연재하고 있다.
기자가 운림산방을 찾았더니 한창 잔디 작업을 하고 있었다. 잔디를 나르면서 삼삼오오 아리랑을 부르며 어깨를 덩실거리고 있었다. 진도읍으로 들어가는 길목에 있는 의신면 죽청리를 지날 때 길가 대파밭에서도 아낙네들의 진도 아리랑이 흘러나왔다. 진도군은 어느 마을에 가나 아낙네들이 민요를 한다. 애절한 한이 깃들어 있고 슬픔과 기쁨이 한 데 엉켜 있는 진도아리랑은 기층 민속문화를 대표하는 남도민요의 진수라 할 수 있다.
진도는 민속문화의 고장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강강술래(국가중요무형문화재 제8호), 남도 들노래(국가중요무형문화재 제51호), 씻김굿(국가중요무형문화재 제72호), 다시래기(국가중요무형문화재 제81호), 진도북놀이(지방무형문화재 제18호), 진도 만가(지방무형문화재 제19호)가 각종 무형문화재로 지정돼 전수돼 오고 있다.
진도아리랑 육자배기 흥타령 둥덩개타령 닻배노래 등 이 지역의 남도민요도 자랑거리 중의 하나. 강강술래는 박용순씨, 씻김굿(망자의 한을 풀어주는 굿)은 채계만 박병천 김대례씨, 다시래기(喪家에서 밤에 노는 놀이)는 강준섭 김귀봉씨, 진도 북놀이는 양태옥 박관용 김길선씨, 진도 만가는 김항규 설재림씨 등이 각각 인간문화재로 지정돼 각기 후진들에게 전수하고 있다.
진도군의 문화행정은 어느 지역보다도 활기찬 느낌을 준다. 이 지역의 풍성한 문화행사와 시설을 살펴보자.
「문화의 집」
진도 향토문화회관에는 4월부터 11월까지 매주 토요일 오후 5시면 두 시간 동안 어김없이 문화행사가 열린다. 6백30석 규모의 공연장을 갖추고 있다. 문화행사가 郡지역에서 매주 열린다는 것은 좀처럼 찾아보기 어렵다. 진도 군립 민속예술단이 주로 공연한다. 판굿 남도민요 강강술래 판소리 북춤 진도아리랑 사물놀이 남도들노래 살풀이 다시래기 진도지역의 민속예술을 감상할 수 있는 곳이다.
지난 93년 창설된 이 예술단은 서울 부산 대구 등지에서 꾸준히 순회공연을 해오고 있다. 올해로 두 번째로 남도민요 경창대회가 이곳에서 열린다. 민요의 본고장에서 전국의 민요가 한 자리에 나와 경연하는 곳이다. 진도문예회관 안에는 「문화의 집」을 갖추고 있다. 시군 지역에서는 좀처럼 찾기 어려운 공간이다. 모든 세대가 취향에 맞게 이용하고 있다. 2천여 권의 책과 8백여 점의 비디오테이프, 7백여 점의 각종 CD와 LD를 비치하고 있다.
가족이나 동호인들이 모여 영화·음악을 감상하는 AV 감상실·비디오 감상실, 인터넷과 게임을 즐길 수 있는 인터넷 부스, 좌담회 등을 할 수 있는 문화 사랑방, 독서실, 문화창작실, 유아놀이방, 소규모 공연예술을 감상하거나 미술품을 전시하는 문화관람실, 개인연습실, 小(소)공연장, 음악을 들을 수 있는 CD부스 등 다양하다.
이곳에서 음악을 듣고 있던 한 초등학교 어린이들은 『친구들과 함께 이곳에 와서 음악도 듣고 컴퓨터도 하고 책도 볼 수 있어 너무 좋아요』라고 웃었다.
對蒙(대몽)항쟁을 펼친 삼별초의 근거지였던 용장산성·남도석성, 명량대첩의 현장 울돌목 등 각종 문화유적들, 관매도 병풍도 등 다도해 비경으로 가득한 해양자원도 관광과 연계되고 있다. 바닷길 열리는 때가 아니더라도 이곳 문화유적 관광지를 돌아보면서 민속예술도 감상하는 여행코스(토요 민속여행)를 마련해 고장의 문화와 역사를 널리 알리는 곳도 역시 진도이다.
임회면 죽림리는 세시풍속 전승마을로 지정돼 올부터 계절별로 정월대보름 행사를 비롯 풍어제 유두제 백중제 추수제 등을 재현한다. 진도에는 전남대 사회교육원이 강좌를 열고 있다. 그만큼 문화예술 자원이 풍부하기 때문. 「남도소리」 「동양화」 「서예」 「문예창작」 등 9개 강좌에 5백70명이 수강하고 있다. 지난해 9월 개강, 2개 학기째 운영하고 있다.
金井昊씨, 지역문화 발굴·정리에 힘써
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발굴하고 널리 알리는 데도 큰 역할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前 진도문화원장인 朴秉訓(박병훈·62)씨는 지역의 민속문화를 발굴하는 데 남다른 성과를 보여왔다. 「진도 차첨지 놀이」 「설랭이 놀이」 「도깨비굿」 등을 발굴하고 전승케 했다.
진도 문화원장인 車根炫(차근현·64)씨는 명맥이 사라질 듯한 「소포 걸군 농악」을 발굴, 36년 동안 농악대를 이끌어왔다. 최근 4∼5년 동안에는 방학 때마다 漢文(한문)교실을 열어 초중학생들에게 한문을 가르쳐오고 있다.
진도뿐 아니라 호남지역의 향토사 연구에 탁월한 족적을 남겨온 金井昊(김정호·61)씨는 영산호 농업박물관장직을 내놓고 지난해 진도군 임회면에 귀향, 향토사 관련 저술작업에 몰두하고 있다. 그는 조선일보와 옛 전남일보 광주일보 무등일보 등에서 언론계 생활을 30여년 해오면서 「전남지방 연혁 연구」 「전남 본관 성씨 연구」 「광주동 연혁지」 등 40여 권의 관련 저서를 냈다.
지난 65년 설립된 진도문화원은 올해로 33권째 「진도 예향」을 발간, 지역의 문화와 민속을 발굴하거나 정리해 널리 알리는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문화원 사무국장은 任起林(임기림·50·여)씨가 6년째 맡아오고 있다.
진도의 옛 지명은 沃州(옥주). 다가오는 세기에는 해양문화관광이 각광받을 것이라는 점을 의식하면서 沃州로 거듭날 때를 준비하고 있다.●
지난 4월16일부터 18일까지 전남 珍島(진도)에는 수십만명의 관광객이 찾아왔다. 이 사흘 동안 「한국판 모세의 기적」이라 불리는, 진도의 바닷길이 열리는 장관을 보기 위해서였다. 매년 음력 3월 초와 보름이 되면 조수 간만의 차로 해저가 드러난다. 진도군 고군면 회동마을과 의신면 모도마을을 잇는 2.8㎞의 砂丘(사구)가 40∼60m폭으로 물 위로 드러나 바닷길을 두 발로 걸어가며 신비로운 자연현상을 만끽하기에 충분했다.
진도는 온통 잔치였다. 바닷길만 열린 것이 아니라 문화예술의 寶庫(보고)답게 진도의 문화예술을 한 번에 느낄 수 있도록 다채로운 행사가 곁들여졌기 때문이었다. 진도의 민속예술인 씻김굿과 남도 들노래, 강강술래, 소포 걸군 농악, 진도 輓歌(만가·상여를 메고 갈 때 부르는 노래) 닻배노래 다시래기 엿타령, 판소리, 사물놀이, 진도 북놀이를 비롯해 진도 사진展(전), 선박퍼레이드, 뗏목놀이 춘란·수석전, 진돗개 묘기자랑, 서화전, 진도 紅酒(홍주) 시음, 조개잡이 체험 등 행사가 진도 전역에서 열렸다. 가는 곳마다 행사마다 藝鄕(예향) 진도의 진수를 맛볼 수 있는 기회였다. 진도는 뭐라 해도 書畵(서화)와 민속예술의 고장이다.
『손으로 붓을 들면 그림이요, 글씨죠. 입을 벌려 부르면 소리가 되는 것 아닌가요』
지역민들이 한결같이 얘기하는 자부심 넘치는 표현. 조선 영조 때 한 전라감사가 『진도에는 유배자가 너무 많아 이들을 먹여살리느라 죄 없는 진도사람들까지 굶어죽을 판이니 유배자를 다른 곳으로 옮겨 달라』고 건의할 정도로 외딴 섬 진도의 독특한 문화형성에 유배문화가 큰 영향을 끼쳤다. 이와 함께 고려시대 삼별초의 항쟁과 고려 말 倭(왜)의 침입, 임진왜란 등 전란을 직접 겪었던 곳으로 基層(기층) 민속문화가 발달한 곳이기도 하다.
國展 입상작가만 1백60여명
우선 한국 화단의 큰 줄기를 형성하고 있는 진도 畵脈(화맥)을 살펴보자. 진도 출신으로 國展(국전)에서 입상한 작가는 1백60여명을 헤아리고 있다. 한국화가를 이처럼 많이 배출한 곳으론 진도를 따라갈 곳이 없다. 한 작가는 『1980년 이전까지만 해도 진도 출신 작가들이 아니면 국전이 성립하지 못했다』며 『한국 화단에서 차지하는 진도 畵脈이 넓고 깊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라고 평했다.
이 사실을 엄연하게 보여주는 곳이 바로 진도군청 옆에 자리한 문화예술관이다. 외지인들은 이곳을 어김없이 찾는다. 진도화맥을 대표하는 작가들의 작품을 한 군데에 고스란히 전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화 66점을 비롯, 서예 20점, 사군자 28점, 서양화 5점 등 모두 1백19점이다. 모두 國展에서 입상한 작품들이다. 한작가당 대부분 한점을 전시하고 있다.
아무래도 진도 화단을 얘기하려면 許씨 일문으로부터 시작하지 않을 수 없다. 진도군 의신면에 있는 雲林山房(운림산방)은 남종 문인화의 본향. 중국의 남종화를 한국화한 조선조 남종화의 대가인 소치 허유(小癡 許維·1808∼1892) 선생이 거처한 곳. 소치∼미산 허형(米山 許瀅·1861∼1938)∼남농 허건(南農 許楗·1908∼1987)∼임전 허문(林田 許文·1941∼) 등 4대에 걸쳐 남화의 맥을 이어왔다.
지난 82년 남농 선생이 허물어져 가던 산방을 복원해 현재 초가와 사랑채 기념관 연못이 있다. 진도에 뿌리를 둔 남종화의 맥은 남농 허건과 의재 허백련(毅齋 許百鍊·1891∼1977)으로 크게 나뉜다. 의재 선생은 광주에서, 남농 선생은 목포와 진도에서 주로 활동해 후진들이 각기 맥을 이어오고 있다. 의재의 후진들은 鍊眞會(연진회)를 통해 배출돼 오고 있다.
현재 진도 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화가들은 1백여명이다. 진도 지역 출신 작가들은 진도 지역에 머물러 있거나, 목포나 광주, 서울로 진출하며 각기 예술 역량을 발휘하고 있다. 마을마다 작가 없는 곳이 없다는 진도 지역을 중심으로 한 화단은 이제 남농의 제자 그룹(도제식 교육의 마지막 세대)과 남농 제자들의 제자 그룹, 혼자 그림공부를 해 작가로 나서는 獨學波(독학파)들, 대학에서 미술을 공부해 진출하고 있는 대학파들로 크게 나뉜다. 이같은 경향의 그룹들이 다양하게 섞여 교류하면서 진도에 뿌리를 둔 남종화의 맥을 각기 잇고 있다고 하겠다.
진도에는 화가 1백여명 중 國展이나 각종 공모전에서 입상한 작가들인 33명이 미술협회 진도지부를 만들어 함께 활동하고 있다. 지난해까지 매년 美協展(미협전)을 개최하고 있다. 해마다 학생 미술 실기대회와 진도 예술 아카데미를 열어 후진을 양성하고 있다. 진도美協 회원은 김용선 김성룡 박태우 박주생 서정재 강공수 김경현 김민재 김안수 김용욱 김재성 박병락 박상률 박진설 이상은 이항무 장인권 조근환 조대진 조재홍 하태환 허국선 정경춘 손종천 박병오 김길록 김세중 신동호씨 등.
이른바 大學派(대학파)로 국전에도 수차 입상한 박주생(진도 지산중 교사)씨는 부지런히 서울을 오가면서 새로운 경향을 받아들이려 노력하고 있는, 장래가 기대되는 화가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무궁화 그림으로 독특한 세계를 펼쳐 보이고 있는 獨學派 김길록씨는 『앞으로는 진도 지역에 개인미술관이 속속 생겨날 것』이라며 진도미술을 크게 기대하는 분위기였다. 김화백은 최근 金大中(김대중) 대통령이 참석한 경찰대학 졸업식장에 전시한 12폭짜리 무궁화를 그렸다. 무궁화동산을 만들자는 운동을 펼쳐오고 있다.
광주에서 활동하고 있는 남농의 제자인 한 화가는 진도지역 화단을 이렇게 평가했다.
『고향에서 自生力(자생력)을 가지고 활동하기가 어렵습니다. 대부분 작가들이 외부에서 보는 것처럼 생업수단이 되지 못하기 때문에 어려움이 따른다는 얘기죠. 새로운 사조를 틈틈이 익히는 「열린」 그림을 위해서는 진도 「밖」과의 교류를 활발히 해야 한다고 봅니다』
남종화뿐 아니라 書脈(서맥)도 이어지고 있다. 진도군 임회면에 있는 남진미술관은 서예가인 장전 하남호(長田 河南鎬·1926∼) 선생이 세운 미술관. 운림산방이 그림을 대표하는 곳이라면 이 미술관은 진도의 서예를 대표하는 곳이다. 광주에서 주로 활동하고 있는 장전 선생의 스승은 소전 손재형(素 孫在馨·1903∼1981). 소전은 위당 정인보(爲堂 鄭寅普·1892∼?)의 선친인 무정 정만조(茂亭 鄭萬朝·1858∼1936)로부터 글씨를 배웠다. 藝總(예총) 진도지부장으로 활동 중인 徐楨在(서정재)씨도 그 書脈을 잇고 있다.
詩·書·畵의 균형
진도 하면 으레 그림과 글씨를 떠올리기 십상이다. 예향이라는 자존심에 걸맞게 詩·書·畵(시·서·화)가 균형을 이뤄야 한다는 생각을 이 지역문인들은 가지고 있었다. 文人들이 이 점을 인식하고 활발하게 활동을 펴고 있다. 그래서 지난 81년 태동한 것이 「섬문학」이었다.
10여 권의 동인지 발간을 통해 역량을 축적한 文人들은 지난 90년 진도 문인협회로 발전했고 해마다 두 차례씩 「진도문학」을 펴내오고 있다. 「섬문학」 동인 주창자이기도 하고 현재 진도 문인협회 지부장을 맡고 있는 천병태씨(44), 농부시인으로 잘 알려져 있는 석가정씨(60·본명 한승배)가 진도문학을 일궈오고 있는 대표적인 문인들. 목포교대 출신으로 진도에서만 초등학교 교편을 잡고 있는 천씨는 「서른세 송이의 장미꽃」(1994) 「나배도 소식」(1996) 「십이월 여인」(1997) 「통신두절」(1998) 등 시집을 냈다. 석씨는 「이 지상에 산다는 것은」(1995) 시집을 낸 소작을 주로 하는 농부 시인이다.
진도 문인협회는 경남 고성 문인협회와 올부터 서로 문인지의 지면 절반씩을 할애해 상대지역 문인들의 작품을 싣고 교류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이곳 진도에 유배온 옛 문인들의 유배지에 표석 세우는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를 위해 올해로 7년째 학문적으로 문인들의 궤적을 정리하고 있다. 천병태 지부장은 『따뜻한 인간성을 토대로 서로 돕고 비평하는 발판이 마련된 곳이 바로 진도』라며 『세계성을 얼마든지 획득할 수 있는 곳』이라고 자랑했다.
일부 등단문인들과 예비문인들로 구성된 「타래 시문학회」가 3년 전에 생겨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문학춘추를 통해 함께 등단한 김민배씨와 김영승씨가 이 문학회를 이끌고 있다. 김영승씨는 「전라도 일기」(1997)란 시집을 냈다. 수필 쪽에서는 조영남씨(55)가 「적도 바다에 들려오는 영혼의 모음」(1991)을 냈다.
이와 함께 장애인들로 구성된 동인 「당산문학」이 올해 4년째로 동인지를 매년 발행하고 있다. 회원은 17명으로 진도 지역을 중심으로 서울 부산 대구 제주지역 문인들도 참여하고 있다. 이 모임을 이끌고 있는 박재곤씨(66)는 20여년 전에 시조문학과 문학춘추 등을 통해 등단한 시조시인이다. 지금까지 발표한 2백여 수의 작품을 올 가을 책으로 묶어낼 예정이다.
진도 출신으로 활발하게 소설을 쓰고 있는 이는 여류소설가 곽의진씨(50). 바닷가에 연한 지산면 세방리에 토방을 마련해놓고 창작에 열중하고 있다.
『이곳에 오면 절로 글이 나와요. 진도는 저의 문학의 원천이라고 할까요. 이곳에 있으면서 진도만이 갖고 있는 정서를 몸으로, 마음으로 느끼는 거죠』
지난 83년 월간문학에 단편소설 「굴렁쇠 이야기」를 통해 신인상을 받으면서 등단했다. 그동안 「얼음을 깨는 사람들」(1987) 「비야 비야」(1989) 「남교동 계절」(1991) 「여자의 섬 상·하」(1992) 「그 남자 상·하」(1993) 등을 내놓았다.
진도와 관련해서는 주목할 만한 것이 지난 96년과 97년 2년 동안에 걸쳐 문화일보에 연재한 「꿈이로다 화연(畵緣)일세」이다. 이 소설은 진도 許氏 일문의 화맥을 소설의 형식을 빌어 정리한 작품이다. 지난 98년 같은 제목으로 5권으로 묶어 해냄출판사를 통해 출간했다. 올초 그는 이 소설로 제24회 한국소설문학상을 수상했다.
지난 91∼95년 서울에서 「인간과 예술사」라는 출판사를 한 바 있는 곽씨는 진도로 낙향해 이 소설을 썼다.
『서울에서 두 달 동안 연재를 했는데 소설의 주무대인 진도와 해남 강진 제주를 멀리하고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이 불현듯 들더군요. 그래서 진도로 달려왔어요. 화맥이 살아 숨쉬는 진도에서 숨결을 느끼면서 소설을 쓴 셈입니다. 이처럼 궁벽한 곳에서 예술혼을 가꿔나갔던 許씨 일문으로부터 예향 진도의 시작을 찾아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단국대 국문과 출신인 곽씨는 요즘 토방에서 지역 문인들과 교유하면서 전남일보에 소설 「나비야 나비야」를 연재하고 있다.
기자가 운림산방을 찾았더니 한창 잔디 작업을 하고 있었다. 잔디를 나르면서 삼삼오오 아리랑을 부르며 어깨를 덩실거리고 있었다. 진도읍으로 들어가는 길목에 있는 의신면 죽청리를 지날 때 길가 대파밭에서도 아낙네들의 진도 아리랑이 흘러나왔다. 진도군은 어느 마을에 가나 아낙네들이 민요를 한다. 애절한 한이 깃들어 있고 슬픔과 기쁨이 한 데 엉켜 있는 진도아리랑은 기층 민속문화를 대표하는 남도민요의 진수라 할 수 있다.
진도는 민속문화의 고장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강강술래(국가중요무형문화재 제8호), 남도 들노래(국가중요무형문화재 제51호), 씻김굿(국가중요무형문화재 제72호), 다시래기(국가중요무형문화재 제81호), 진도북놀이(지방무형문화재 제18호), 진도 만가(지방무형문화재 제19호)가 각종 무형문화재로 지정돼 전수돼 오고 있다.
진도아리랑 육자배기 흥타령 둥덩개타령 닻배노래 등 이 지역의 남도민요도 자랑거리 중의 하나. 강강술래는 박용순씨, 씻김굿(망자의 한을 풀어주는 굿)은 채계만 박병천 김대례씨, 다시래기(喪家에서 밤에 노는 놀이)는 강준섭 김귀봉씨, 진도 북놀이는 양태옥 박관용 김길선씨, 진도 만가는 김항규 설재림씨 등이 각각 인간문화재로 지정돼 각기 후진들에게 전수하고 있다.
진도군의 문화행정은 어느 지역보다도 활기찬 느낌을 준다. 이 지역의 풍성한 문화행사와 시설을 살펴보자.
「문화의 집」
진도 향토문화회관에는 4월부터 11월까지 매주 토요일 오후 5시면 두 시간 동안 어김없이 문화행사가 열린다. 6백30석 규모의 공연장을 갖추고 있다. 문화행사가 郡지역에서 매주 열린다는 것은 좀처럼 찾아보기 어렵다. 진도 군립 민속예술단이 주로 공연한다. 판굿 남도민요 강강술래 판소리 북춤 진도아리랑 사물놀이 남도들노래 살풀이 다시래기 진도지역의 민속예술을 감상할 수 있는 곳이다.
지난 93년 창설된 이 예술단은 서울 부산 대구 등지에서 꾸준히 순회공연을 해오고 있다. 올해로 두 번째로 남도민요 경창대회가 이곳에서 열린다. 민요의 본고장에서 전국의 민요가 한 자리에 나와 경연하는 곳이다. 진도문예회관 안에는 「문화의 집」을 갖추고 있다. 시군 지역에서는 좀처럼 찾기 어려운 공간이다. 모든 세대가 취향에 맞게 이용하고 있다. 2천여 권의 책과 8백여 점의 비디오테이프, 7백여 점의 각종 CD와 LD를 비치하고 있다.
가족이나 동호인들이 모여 영화·음악을 감상하는 AV 감상실·비디오 감상실, 인터넷과 게임을 즐길 수 있는 인터넷 부스, 좌담회 등을 할 수 있는 문화 사랑방, 독서실, 문화창작실, 유아놀이방, 소규모 공연예술을 감상하거나 미술품을 전시하는 문화관람실, 개인연습실, 小(소)공연장, 음악을 들을 수 있는 CD부스 등 다양하다.
이곳에서 음악을 듣고 있던 한 초등학교 어린이들은 『친구들과 함께 이곳에 와서 음악도 듣고 컴퓨터도 하고 책도 볼 수 있어 너무 좋아요』라고 웃었다.
對蒙(대몽)항쟁을 펼친 삼별초의 근거지였던 용장산성·남도석성, 명량대첩의 현장 울돌목 등 각종 문화유적들, 관매도 병풍도 등 다도해 비경으로 가득한 해양자원도 관광과 연계되고 있다. 바닷길 열리는 때가 아니더라도 이곳 문화유적 관광지를 돌아보면서 민속예술도 감상하는 여행코스(토요 민속여행)를 마련해 고장의 문화와 역사를 널리 알리는 곳도 역시 진도이다.
임회면 죽림리는 세시풍속 전승마을로 지정돼 올부터 계절별로 정월대보름 행사를 비롯 풍어제 유두제 백중제 추수제 등을 재현한다. 진도에는 전남대 사회교육원이 강좌를 열고 있다. 그만큼 문화예술 자원이 풍부하기 때문. 「남도소리」 「동양화」 「서예」 「문예창작」 등 9개 강좌에 5백70명이 수강하고 있다. 지난해 9월 개강, 2개 학기째 운영하고 있다.
金井昊씨, 지역문화 발굴·정리에 힘써
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발굴하고 널리 알리는 데도 큰 역할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前 진도문화원장인 朴秉訓(박병훈·62)씨는 지역의 민속문화를 발굴하는 데 남다른 성과를 보여왔다. 「진도 차첨지 놀이」 「설랭이 놀이」 「도깨비굿」 등을 발굴하고 전승케 했다.
진도 문화원장인 車根炫(차근현·64)씨는 명맥이 사라질 듯한 「소포 걸군 농악」을 발굴, 36년 동안 농악대를 이끌어왔다. 최근 4∼5년 동안에는 방학 때마다 漢文(한문)교실을 열어 초중학생들에게 한문을 가르쳐오고 있다.
진도뿐 아니라 호남지역의 향토사 연구에 탁월한 족적을 남겨온 金井昊(김정호·61)씨는 영산호 농업박물관장직을 내놓고 지난해 진도군 임회면에 귀향, 향토사 관련 저술작업에 몰두하고 있다. 그는 조선일보와 옛 전남일보 광주일보 무등일보 등에서 언론계 생활을 30여년 해오면서 「전남지방 연혁 연구」 「전남 본관 성씨 연구」 「광주동 연혁지」 등 40여 권의 관련 저서를 냈다.
지난 65년 설립된 진도문화원은 올해로 33권째 「진도 예향」을 발간, 지역의 문화와 민속을 발굴하거나 정리해 널리 알리는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문화원 사무국장은 任起林(임기림·50·여)씨가 6년째 맡아오고 있다.
진도의 옛 지명은 沃州(옥주). 다가오는 세기에는 해양문화관광이 각광받을 것이라는 점을 의식하면서 沃州로 거듭날 때를 준비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