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사진=뉴시스
국민의힘 대선 주자 중 한 명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우리가 전두환 대통령이 군사 쿠데타와 5·18만 빼면 잘못한 부분이 그런 부분이 있지만, 그야말로 정치를 잘했다고 얘기하는 분들이 많다(10월 19일)”는 발언에 대한 공세가 계속 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물론 같은 당 대권 경쟁자들까지 윤 전 총장의 해당 발언을 비판하면 '망언'이란 식으로 공격했다. 이에 윤 전 총장은 유감을 표했다. 이어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제 발언의 진의는 결코 전두환에 대한 ’찬양’이나 ’옹호’가 아니었다"고 강조했다.
해당 논란을 촉발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발언은 '전두환 찬양' 또는 '전두환 긍정 평가'가 아닌 '대통령의 역할' '인사의 중요성'에 방점이 찍혔다고 할 수 있다. 다음은 윤 전 총장이 19일, 국민의힘 부산 해운대구 갑 당원협의회 방문한 자리에서 한 발언의 전문이다.
"전두환 대통령이 군사 쿠데타와 5·18만 빼면 잘못한 부분이 그런 부분이 있지만, 그야말로 정치를 잘했다고 얘기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그건 호남 분들도 그런 이야기 하시는 분들이 꽤 있어요. 그거 왜 그러느냐. 맡긴 거에요.
이 분은 군에 있으면서 조직 관리를 해봤기 때문에 맡긴 겁니다. 경제는 돌아가신 김재익에게. 그 당시에 정치했던 사람들이 그런 이야기를 하시더라고요. '야, 국회 일은 더 잘 아는 너희들이 해라' 웬만한 건 다 넘기고. 그렇기 때문에 그 당시에 무슨 삼저 현상 이런게 있었다고 하지만, 그렇게 맡겨놨기 때문에 잘 돌아간 겁니다.
뭐, 조금 안다고 해서 왔다갔다 하고. 실제로요. 국정이란 건 그런 모양이에요. 해 보면 굉장히 어렵다는 거에요. 경제도 경제 전문가가 경제를 다 몰라. 금융 있고, 예산 있고, 경제도 여러 분야가 있어 가지고, 다 그 분야의 최고 고수들, 사심 없는 사람들, 그런 사람들을 내세워야 그게 국민에게 제대로 도움을 드리는 겁니다.
저도 정치권력, 경제권력 수사를 하면서 일반 국민들 못지 않게는 많이 익혔습니다만, 조금 아는 거 가지고 할 수 없어요. 최고의 전문가들 뽑아가지고, 적재적소에 임명해 놓고 저는 시스템 관리나 하면서, 꼭 대통령으로서 국민과 소통하면서 챙겨야 될 어젠다만 챙길 생각입니다. 이 법과 상식이 짓밟힌 이것만 바로 잡고. 제가 이거 전문가이지 않습니까."
즉, 윤석열 전 총장은 이날 발언을 통해 '전두환 찬양'을 한 게 아니라 자신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공정한 법치 체계를 만드는 데 주력하고, 전문적인 기술과 경험을 필요로 하는 분야에는 최고 전문가를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용인술을 펼치겠다고 한 셈이다. 그런데 '진의'와 무관하게 윤 전 총장의 발언을 놓고 "전두환 신군부를 옹호하는 발언을 했다"는 식의 비판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전두환 전 대통령이 12.12 군사 쿠데타, 5.17 계엄 확대를 통해 국정 실권을 장악하고 5.18을 무력 진압한 일은 역사적으로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단, 이런 불법 수단을 통해 정권을 쥐었다고 해도 '제 5공화국' 또는 '전두환 정부' 당시의 일들을 우리 역사에서 삭제하고, 외면하고, 무시할 수는 없다. 즉, 전두환 전 대통령의 집권 과정과 그의 집권 이후 '전두환 정부'의 성과에 대해서는 분리해서 평가해야 될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이와 관련해서 여당의 공세는 으레 당연한 것이라고 치부하더라도, 윤석열 전 총장과 같은 당 소속이면서 대권 경쟁을 하는 이들이 해당 발언에 대해 비판하는 행태는 다소 의외라고 할 수 있다. 윤 전 총장 발언의 맥락을 고려하면 그렇다.
또한 홍준표 의원, 유승민 전 의원, 원희룡 제주도지사의 과거 언행을 보면 과연 이들이 윤 전 총장을 향해 "전두환 찬양성 발언을 했다" "역사관에 문제가 있다"고 비판할 자격이 있는지도 의문이다.
홍준표 의원의 경우 20일 국민의힘 대선 후보 경선 토론회 당시 윤석열 전 총장을 향해 "5공 시대에 정치가 있었느냐? 독재만 있었다"고 말했다. 독재 정권인 '전두환 정부'를 어떻게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느냐는 주장인 셈이다.
이에 윤석열 전 총장은 "지난 대선에 나와선 박정희, 전두환을 계승하겠다고 하지 않았느냐?"고 따졌다. 홍 의원은 21일, 자신의 페이스북 글을 통해 "2017년 5월 탄핵 대선 때 제가 한 말은 '박정희·전두환·노태우·이명박·박근혜처럼 TK출신 대통령이 되겠다'고 말을 한 기억은 있다"면서 "거짓으로 상대 후보를 음해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홍준표 의원은 2017년 6월 28일, 당시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대표를 뽑는 전당대회를 앞두고 대구경북 지역 합동토론회 정견 발표에서 "박정희·전두환·노태우·이명박·박근혜의 뒤를 잇는 그런 TK의 희망이 한 번 돼 보자는 생각을 했다"고 밝힌 바 있다. 해당 발언을 보면, 홍 의원은 전두환 전 대통령 등을 언급하며 'TK 희망'이란 표현을 후술했다. 문맥만 놓고 보면, "전두환 등의 뒤를 잇는 TK의 희망이 되겠다"는 식으로 해석될 수 있다.
한편 유승민 전 의원은 같은 토론회 자리에서 윤석열 전 총장을 향해 "전두환 정권에서 12·12사태와 5·18을 뺄 수가 있느냐?"라고 물었다. 그러면서 "'문재인 정권이 부동산과 조국 문제를 빼면 잘했다'는 것과 유사한 발언"이라고 주장했다. 문재인 정권에 대한 평가는 별개로 하더라도 전두환 정부에 대한 유 전 의원의 발언은 선뜻 받아들이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유 전 의원의 과거 발언과 그의 부친인 유수호 전 의원(2015년 별세)의 행적을 보면 그렇다.
판사 출신인 유수호 전 의원의 경우 1985년, 집권여당이었던 민주정의당 대구 제1지구당 위원장으로 활동했다. 당시 유승민 전 의원 부친에게 지구당 위원장임명장을 준 사람은 '민주정의당 총재'였던 전두환 대통령이다. 다음은 이와 관련한 1985년 9월 14일 자 '조선일보' 보도 내용이다.
"민정당 총재인 전두환 대통령은 13일 오후 청와대에서 민정당 국책연구소 국책조정위원장인 박준병 의원을 중집위원으로 임명하는 임명장을, 김영정씨는 정책위 부의장, 유수호씨는 대구 제1지구당 위원장에 각각 임명하는 임명장을 주었다."
이를 감안했을 때, 유승민 전 의원은 자신의 부친 생전에 "왜 전두환 정권에서 집권당 지구당 위원장을 했느냐?" "왜 전두환에게 임명장을 받았느냐?" "왜 전두환과 육사 동기이면서 쿠데타 동지인 노태우가 총재일 때 민정당 국회의원을 했느냐?"라고 따진 일이 있을지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유승민 전 의원의 과거 언행도 마찬가지다. 유 전 의원으 과거 국회에서 윤석열 전 총장이 얘기한 것과 비슷한 취지로 전두환 전 대통령 집권 당시 인사 정책의 성과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한 일이 있다. 다음은 2004년 10월 7일, 온라인 매체 '프레시안'의 보도 내용에 따르면 유승민 당시 한나라당 의원은 "전두환 대통령은 자기가 경제 모르고 무식하니까 경제는 김재익한테 맡겨서 80년대 안정화의 기틀을 마련했다. 그 덕택에 우리가 80년대를 먹고 살았다"며 "그것은 좌파든 우파든 부인 못하는 사실"이라고 평가했다. 유 전 의원의 당시 평가와 윤석열 전 총장의 현재 주장의 차이는 과연 무엇일까.
유승민 전 의원은 또 2018년 10월 18일, 기획재정부 국정감사 당시 문재인 정부의 경제 정책 기조와 경제 관료 행태를 비판하면서 "박정희 시절의, 전두환 시절의 경제에서는 당신이 대통령이다, 이렇게 대통령이 이야기하면서 힘을 실어 주고 경제정책을 추진해 왔다"는 식으로 긍정적인 평가를 한 바 있다.
원희룡 전 제주도지사의 경우 윤석열 전 총장의 발언에 대해 “아무리 좋게 봐도 큰 실언이고, 솔직하게는 본인의 역사 인식과 어떤 인식의 천박함을 나타내는 망언이라고 본다”며 “국민에게 처절한 마음으로 사죄하고 역사와 대통령의 역할에 대한 인식이 잘못된 부분들에 대해 시각 교정을 받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원희룡 전 지사의 경우 2007년 1월 2일, 서울시 서대문구 연희동 소재 전두환 전 대통령 자택을 찾아 '세배'를 한 일 보도돼 여론의 질타를 받은 바 있다.
이 같은 사실을 감안하면, 과연 홍준표, 유승민, 원희룡 등 3인은 윤석열 전 총장의 이른바 '전두환 발언'을 비판할 '자격'이 있다고 인정할 국민이 과연 얼마나 있을지 의문이 제기될 수밖에 없지 않을까.
글=박희석 월간조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