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장마를 보니 모처럼 우리나라의 전형적인 장마의 모습을 보이고 있어 반갑습니다. 지난 10년간 우리나라의 장마철은 그야말로 장마라고 부르기가 뭣할 정도로 변덕스러웠습니다.
원래 우리나라 장마는 6월말 장마전선이 생기기 시작해 위로 오르락 내리락 하면서 한달 가까이 이어지는 것이 특징입니다. 이 와중에 때로는 천둥 벼락도 치고, 때로는 국지적 호우도 발생해서 물난리를 만나기도 합니다. 그러나 대체로 올해처럼 차분하면서도 줄기차게 비가 오는 것이 우리나라 장마입니다.
어저께 라디오에서 한 여자 기상예보관이 『금년의 장마도 예년과 어김없이 게릴라성 폭우를 뿌리며 각지방에 피해를 주고 있습니다』라고 언급하는 것을 들었습니다. 아마 이 기상예보관이 예년의 우리 장마철을 제대로 기억하지 못했거나, 우리나라의 장마 특성에 대해서 몰라서 한 말일 것입니다.
우리는 지금 정말 오랫만에 우리나라의 전형적인 장마를 만나고 있는 것이지, 결코 게릴라성 폭우를 만나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이렇게 비오는 날은 저는 괜히 기분이 좋아집니다. 물론 시골의 부모님은 논둑이 터질까 봐 삽을 들고 이논저논 열심히 쫓아 다니시겠지만요.
국민학교 나닐 때 비가 오는 날이면 중학교 다니는 형과 누나들이 우산을 하나씩 가져가고 나면 저한테까지 우산이 잘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물론 비오는 날 당연히 우산을 더 많이 쓰고 다녔겠지만, 지금 와서 보면 우산을 쓰지 않고 다닌 기억이 더 뚜렷이 남아 있는 것 같습니다 - 집에서 학교까지 걸어서 한시간 거리였습니다)
우산이 없을 때는 국민학교 다니는 바로 위 누나와 우산을 같이 쓰고 가면 비를 맞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나이 차가 많이 나는 큰 누나가 아니라 바로 위 누나와 같이 우산을 쓰고 학교에 가는 것은 상당한 용기를 필요로 합니다. 누나와 같이 학교에 가면 자연스럽게 누나 친구들과 어울려서 갈 수 밖에 없습니다. 그랬다가는 여자애들과 어울려 다닌다고 동네 친구들에게 놀림을 당하기 딱 알맞습니다.
때문에 차라리 비를 맞고 가면 갔지 누나하고는 잘 다니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웬만하면 같이 학교 가는 동네 친구가 있기 때문에 우산이 없어도 사실 큰 걱정은 없습니다.
문제는 친구들이 먼저 학교 가버려서 같이 우산을 쓰고 갈 친구도 없고, 집에 우산도 없을 때가 종종 발생한다는 것입니다.
이때는 비료 포대에 머리와 양팔 부분에 구멍을 내고 그것을 쓰고 학교에 갑니다. 그렇게 하면 책가방은 안전하게 지킬 수 있습니다. 비닐 포대를 쓰고 다녀도 아무렇지도 않았던 것은 막상 학교에 가보면 비료 포대를 쓰고 온 친구들이 제법 있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비료포대를 쓰고 다닌 것은 당시 시골에서는 비오는 날의 자연스러운 풍경이었습니다.
비 맞는데 이골이 나서 그런지 중ㆍ고등학교 때는 우산이 남아 돌아도 비를 맞으며 학교를 많이 갔습니다.
책이 젖지 않게 가방을 비닐로 둘둘 말아 싸고 자전거 짐실이 부분에 묶은 다음, 잽싸게 자전거를 타고 학교로 내달립니다. 때로는 몸에는 슈퍼맨처럼 비닐 망또를 만들어 걸치고 다니기도 했습니다. 고등학교 때 왜 그렇게 비를 맞으며 다녔는지는 저도 모르겠습니다. 지금도 저는 웬만한 가랑비는 맞으면서 걷는 것을 좋아합니다.
아주 어릴 때는 처마 끝에서 떨어지는 빗물을 몇 시간씩 바라보며 놀기도 했습니다. 특히 처마끝에서 떨어진 빗물이 만든 물방울이 마당의 빗물 골을 따라 조르르 내려가는 모습을 바라보면 참 재미있습니다. 뒤늦게 생긴 물방울이 앞서 생긴 물방울을 따라 내려가는 데 마치 학교 가는 형을 동생이 쪼르르 따라가는 것 같습니다.
이제 곧 8월 불볕 더위가 끝나고 벼의 이삭을 피고 익을 때가 되면 태풍이 올라올 것입니다. 반복되는 자연현상이니 잘 준비하면 걱정없을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