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산어보를 찾아서(청람미디어)'라는 책이 나왔을 때 저는 저자가 32살(현재 33세)의 젊은 교사라는 것을 알고 깜짝 놀랐습니다.
모두 다섯 권으로 이루어 져 있는 이 책은 각 권이 400페이지에 이르는 방대한 분량입니다. 현산어보(혹은 자산어보)는 다산 정약용의 형님인 정약전이 1801년 흑산도에 유배생활을 하면서 쓴 흑산도 일대의 어류 보고서라고 할 수 있습니다.
'현산어보를 찾아서'란 책을 몇 장만 넘겨 보면 저자가 이 책을 쓰기 위해 얼마나 꼼꼼하게 자료 수집을 했는지 알 수 있습니다. 저자는 책에 수많은 사진과 삽화 및 주석을 넣어 독자들이 이해하기 쉽게 정리했으며, 정약전이 살았던 시대와 문화에 대해서도 광범위하게 고찰하고 있습니다.
이 책의 저자인 이태원씨가 어제(19일) ‘신규장각’에서 개최한 ‘미래도서관 연구포럼’의 강사로 초청되어 그와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습니다. 이날 두 분의 강사가 초청되었는데 이태원씨를 비롯 ‘다시 쓰는 택리지'를 쓴 신정일씨였습니다.
이 두분의 강사를 초청한 ‘新규장각’은 ‘광화문에 도서관을 세우자’라는 목표를 내걸고 활동중인 미래도서관 연구 단체입니다. 그저께 사단법인 등록을 마쳤습니다(홈페이지 주소: http://www.kyujang.org/, 네이버 카페 주소: http://cafe.naver.com/kyujang.cafe).
현직 고등학교 생물교사인 이태원씨는 이날 신규장각 포럼에 와서 ‘현산어보를 찾아서’란 책을 쓰게 된 동기와 과정을 설명했습니다.
이태원 선생님은 1996년 경 석사(서울대 생물교육학) 논문을 마치고 경남 마산에 있는 집에 갔다가 마산의 어느 서점에서 ‘자산어보’의 번역본(고 정문기 교수)을 발견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밤새 이 책을 읽어본 그는 200년 전 우리 조상이 이처럼 상세한 어류 조사보고서를 남겼다는 것에 깜짝 놀랐다고 합니다. 그는 이 책의 내용을 하나씩 규명해 보고 자세한 번역본을 내겠다고 마음먹게 됩니다.
그 후 李선생님은 헌책방을 돌아다니며 각종 어류도감을 모으고(특히 일본 어류도감이 큰 도움이 되었다고 함), 부족한 도감은 인터넷을 통해 全세계에서 사 들였습니다. 어류도감을 통해 정약전이 ‘현산어보’에서 언급한 고기의 종류를 밝히는 것은 물론, 묘사한 고기의 모습과 생태에 대한 정확한 번역을 위해 밤새 ‘현산어보’ 원전을 옥편을 뒤져가며 하나하나 읽어 나갔다고 합니다.
특히 정약전이 언급한 고기명이 현재와 다르고, 사투리로 표현된 것도 많이 변했기 때문에 작업의 어려움이 많았다고 합니다. 李선생님은 해당 고기에 해당 이름이 붙게 된 이유도 함께 찾아 나갔고, 그 과정에서 고기 이름의 어원을 많이 찾아내었습니다.
이와 더불어 정약전 개인에 대한 자료조사도 병행했습니다. 작업을 하다가 해결해야할 한 가지 문제가 발생하면 그 분야의 관련자료를 수집하여 분석하고, 분석한 자료에서 또 다른 흥미로운 사실이 나오면 또 가지치기를 해서 조사하는 방식으로 작업을 진행했다고 합니다.
李선생님은 이 과정에서 현지답사와 주민들의 취재는 물론, 현지 주민을 적절하게 활용해 서울에 있으면서도 흑산도 현지의 자료를 생생하게 수집하는 방법도 취했습니다.
李선생님은 “이 모든 작업이 디지털 카메라와 인터넷, 컴퓨터를 통한 자료 분류가 없었다면 엄두도 못 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저술을 위해 디지털 장비와 정보를 적극 활용한 좋은 사례가 아닐 수 없습니다.
저자가 학생들을 가르치는 와중에 8년간 ‘현산어보’에 매달릴 수 있었던 것은 그의 생물에 대한 큰 애착과 탐구 정신의 결과라고 봅니다.
李선생님은 자신만이 가진 생물에 대한 지식과 과학적 탐구 방법을 최대한 활용하여 보다 완벽한 책이 되도록 노력했다고 합니다.
李선생님의 강의를 듣고 나니 “이 사람이 아니었다면 이런 책이 나올 수가 없었겠구나”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전문 학자가 아닌 사람이 오로지 애정과 의지와 노력으로 그 어떤 석학도 해 내지 못한 일을 한 것을 보고 무척 기뻤습니다.
앞으로 이태원 선생님같은 분이 더 많이 나오기를 기대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