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2일 일요일 종묘제례에 참여했습니다.
재 작년인 2002년의 종묘제례가 월드컵으로 인해 밤에 거행되어서 아쉬움이 많았기 때문에 이번에는 낮에 꼭 보고 싶었습니다.
비가 오락가락하는 날씨 때문에 종묘제례가 제대로 치루어 질 수있을 지 걱정을 하면서 30분 정도 늦게 도착했습니다.
이날 종묘제례를 본 느낌을 이곳에 글을 쓰려던 차 마침 오늘(7일) 자 조선일보에 종묘제례 참석자가 쓴‘독자의 편지’가 있어 여기에 먼저 소개합니다.
--------------조선일보 독자의 편지에서----------
추한 한국인 모습 제발 벗어나자
지난 2일 아이들과 함께 종묘대제(宗廟大祭)를 관람하러 갔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종묘제례와 제례악을 관람하려는 외국인 관광객과 일반관람객으로 붐볐다. 보슬비가 내렸지만 한국인으로서의 자부심과 자녀들에게 우리 전통을 보여줄 수 있다는 생각에 혼잡은 문제되지 않았다. 자녀에게 자세히 보여주려고 한 손으로 우산을 든 채 2시간여 앞 자리에 쪼그리고 앉아 기다렸다.
시작 시간이 다가오자 뒤쪽 처마에서 비를 피하던 사람들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주변은 시장바닥처럼 소란스러워졌다. 밀치고 들어온 한 아주머니는 일본인 관광객 사이에 자리를 잡았고, 뒤에 있던 친구까지 끌어들였다. 한쪽에선 30대 초반 여인이 앞으로 나가지 않겠다는 자녀를 야단치고 있었다.
가장 한국적인 것을 보러 참석한 외국인들의 불쾌해 하는 표정을 보았을 때는 비참했다. 무례한 한국인이란 인상을 갖고 떠날 외국인을 생각하면 지금도 마음이 편치 않다. 남을 배려해야 축제가 멋있어 진다.
김영서·서울보건대학 교수·경기 성남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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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30분 늦었기 때문에 위에 글을 쓴 교수님이 지적한 시간의 상황은 보지 못했지만, 위 지적이 아니더라도 종묘제례에 참여하는 사람들의 모습이나 이를 진행하는 주최측의 모습이 실망 스럽기 그지 없었습니다.
택시에서 내리자 마자 종묘 공원(궁궐처럼 넓은 곳도 ‘공원’이라고 부르지 못하는데 종묘에 공원이라는 이름을 붙인 서울시의 인식에는 할 말이 없지만) 여느 때처럼 노인들이 많이 모여 있었습니다.
종묘 앞 터에는 온 동네가 떠나갈 듯 트로트 음악이 울리는 가운데 몇몇 나이든 여자와 노인들이 춤을 추고 있었습니다. 종묘에서 음주가무를 하는 것이 기분이 좋지 않았지만 하루이틀 일도 아니었기 때문에 꾹 참고 제례가 열리는 종묘로 들어갔습니다.
앞쪽 몇 줄만 앉아서 제례를 관람 하고 뒷편의 수많은 사람들은 앉은 사람들 뒤에 서 있었기 때문에 제례가 잘 보일 턱이 없었습니다.
더구나 종묘는 마당 뒷쪽이 약간 기울여져 있기 때문에 사람들이 앉아 있지 않으면 뒤쪽에 있는 사람은 앞쪽에 서 있는 사람 머리밖에 볼 수 없습니다.
제작년인 2002년에는 제법 뒷자리까지 사람들이 앉아 있어서 많은 사람들이 더 잘 볼 수 있었는데 금년에는 비가 내려 바닥이 지저분 한데다, 서로 잘 보려고 모두 일어서 있는 바람에 앞쪽에만 사람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고, 뒷 쪽 3분의2나 되는 공간은 거의 텅 비어 있다 시피 했습니다.
제례가 진행 중인데 아이들은 앞뒤를 가리지 않고 뛰어다니고, 어른들은 공간만 보이면, 깔개를 들이 밀고 자리 차지하기 바빴습니다. 아이들이 아무리 뛰어 다니고 소리쳐도 이곳이 제사를 지내는 장소라는 것을 일러주는 부모도 없었습니다.
주최측도 참관인들에게 종묘가 제사를 지내는 곳이라고 각인시키는 안내 방송도 없었습니다. 젊은이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카메라들 치켜들며 사진 찍기에 정신이 팔렸습니다.
일반 가정집에서 제사를 지내도 두 손을 모으고, 입을 다물고 경건한 마음을 가져야 하는 것이 기본인데 명색이 조선의 역대 왕과 왕비의 제사를 드리는 마당이 도깨비 시장보다 더 요란스러웠습니다.
(저는 보지 못했지만 한 참관자는 제사를 지내는 데 한구석에 돗자리 깔고 김밥 등 음식을 먹는 사람들도 보았다고 합니다.)
종묘에 들어올 때 잘 보이는 곳에 「정숙하라」는 푯말이라도 하나 세워 놓던지, 간간히 안내 방송을 해서 제례에 참여한 사람들의 질서를 유도하고, 제례에 동참하도록 해야 하는데 주최측이 너무 무신경하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차라리 오페라 구경할 때처럼 티켓을 발부에 제례에 참여할 사람만 입장시켰으면 하는 생각까지 들었습니다.
이처럼 참관인들과 제례를 진행하는 사람들이 하나가 되지 못하니 제례를 행하는 사람은 그 사람들 대로 자기 할 일만 열심히 하고, 구경꾼은 무당 굿 구경하듯 처다보고만 있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종묘제례가 마치 창경궁 등지에서 관광객을 위해 세종대왕 즉위식이나 혼례식 등의 행사를 재현 할 때 일당 받은 사람들이 관련 복장을 입고 나와서 연기를 펼치는 모습과 흡사했습니다.
올해와는 대조적으로 2002년 종묘제례 때는 역대 왕들의 신주에 예를 표하는 ‘국궁사배’ 때 사회자가 관중의 참여를 같이 유도해서 구경 온 사람들 대부분이 같이 업드려 절을 하는 아름다운 모습을 보았던 기억이 납니다.
마이크 잡은 사회자 한 명만 잘 해도 제례가 이처럼 차이가 나는 것입니다(금년의 사회자가 2002년의 사회자와 같은 사람인지는 모르겠지만).
어느 유명 유학자나 역사 인물이 모셔진 사당에 들어가도 우리는 옷 매무새를 바로하고, 향을 피울 장소가 있으면 향을 피우고 나옵니다.
종묘에는 평소에도 참배를 하러 오는 사람들이 향을 피운다거나 예를 표할 공간도 없지만, 일년에 하루 있는 엄숙한 제례마저 이런식으로 진행되고 있다니 뒤끝이 영 개운치 않았습니다.
제사가 아니라면 모를까 제사를 지내는 데 무슨 싸구려 관광상품 개발해서 전시하듯 진행하고, 진지함과 감동이 없다면 이 또한 우습지 않겠습니까.
주최측이 종묘제례를 단순한 관광객에게 보이기 위한 문화유산이나 관광상품 정도라고 생각하고 있다면 서울 시청 앞 광장에서 천막 처 놓고 매월 한 차례 아르바이트 학생 동원해서 거행하면 돈벌이는 잘 될 거라 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