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 지방 말

  • 이상흔 월간조선 기자 hanal@chosun.com
  • 업데이트 2004-04-23  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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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 인터넷 사이트에서 재미있는 글을 발견했습니다. 아마 언어에 관심이 있는 서울에 사는 어느 학생이 쓴 글 같은데 내용은 아래와 같습니다. 먼저 본인 허락 없이 옮겨서 죄송하다는 말과 함께 아래에 인용 해 보겠습니다. ---------------------- 아 래 --------------------- 제가 흥미로운 예기 하나 해보려구요. 물론 저는 서울에서 태어나서 줄곳 서울에서 자란 서울 토박이지만. 예전에 경상도 사투리에 관한 글을 본적이 있어서 그 기억을 더듬어보며 경상도 말의 장점을 설명하려고 합니다. 경상도 말은 서울 표준어보다 압축률도 뛰어나지만 또 다른 큰 장점이 있으니 바로 말의 높낮이로 표준어의 동음이의어 문제를 해결 할 수 있다네요.. 예를 들자면 한국어 "가지"란 말이 있습니다. "가지"는 1. 먹는 가지 2. 나뭇 가지 3. 갯수 셀 때(한 가지 두 가지) 4. 동사 (집에 가지) 의 여러 의미가 있지만 표준어에서는 동음이의어 문제는 다만 음의 장단 즉 발음을 길게 하거나 혹은 짧게 함으로 파악을 하거나 혹은 단순히 문맥으로 유추를 할 수 밖에 없죠. 하지만 경상도 방언은 다양한 음의 높낮이(Pitch)가 존재해서 단순히 음을 높였다가 내리던가 혹은 내렸다가 올리는 방식만으로도 동음 이의어를 경상도 주민들은 그게 무슨 단어인지 파악을 할 수 있다고 합니다. 지리적으로 볼 때 중국에는 4성이라는 성조가 있어서 음의 높낮이를 파악 할 수 있을뿐더러 베트남은 더 심한 5성, 게다가 일본도 이와 같은 음의 높낮이 (Pitch)가 존재 한다고 하네요. --------------------------------------------------------- 아울러 이분은 우리 말이 서울 지방의 말로 흡수되면서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듯 말이 오히려 퇴보하는 것이 아닌가 '우려'하는 이야기를 덧붙혔습니다. 이렇게 말하면 조금 국수주의적이라고 할지 모르겠지만 저는 한국어 자체가 언어 발달 단계상 상위단계에 도달한-어쩌면 최상위일 수도- 언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모두들 아시다 시피 우리말은 예사말과 높임말이 세분화되어 있습니다. 사람의 나이와 직위에 따라 높임말과 예사말을 한국어처럼 세분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언어가 몇 되지 않는 것은 주지의 사실입니다. 고종황제의 신임을 받으며 한국의 독립을 위해 노력했던 미국인 헐버트가 쓴 ‘대한제국 멸망사’란 책에 한국어에 대한 저자의 인상적인 평가를 해 놓은 부분이 있습니다. 책을 읽은 지 오래되어 정확한 기억인지 모르겠지만 헐버트는 이 책에서 한국어가 국제 공용어가 되기에 부족함이 없다는 말을 했습니다. 그 이유로 헐버트는 영어는 동사가 앞에 나오기 때문에 웅변이나 연설을 할 때 맥이 종종 끊기지만, 한국어는 동사가 문장 마지막에 오기 때문에 웅변이나 연설이 힘이 있고, 군중을 설득시키기 좋은 언어라고 했습니다. 그는 또 한국어는 발음이 분명하여 국제회의석상에서 어느 언어보다 알아듣기가 쉽고 뜻을 분명하게 전달할 수 있다는 것도 지적했습니다. 헐버트는 한국어의 경제성에 대해서도 언급했습니다. 예를 들어 영어에서 ‘당신은 그곳에 가려고 하십니까’에 해당하는 말을 한국에서는 ‘가나?’혹은 ‘가?’라는 한 두 음절로 해결 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이상의 부분은 제가 정확하게 기억이 나지 않아 다시 한번 내용을 확인한 후 첨부 하겠습니다.) 위 글을 쓴 서울 분은 경상도 말의 성조에 대해서 말하고 있습니다. '가지'란 말을 예로 들었는데 아주 적절했다고 봅니다. 먹는 ‘가지’ 나무 ‘가지’, 숫자를 셀 때 ‘가지’, 집에 ‘가지’처럼 동사에서의 가지 등 ‘가지’란 단어를 경상도에서는 성조로 그 뜻을 구분한다는 말입니다. 위 글 쓴 분 말처럼 경상도에서는 성조를 다르게 발음함으로써 '가지'란 말의 뜻을 분명하게 구별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성조에 따른 뜻 구분은 비단 경상도 지방에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고 우리말이 가진 일반적인 특징 중에 하나입니다. 단지 지방에서 언어생활의 고립성과 보수성으로 그 특징이 잘 전달되어 내려오는 것뿐입니다.이처럼 우리말에는 음의 미묘한 높낮이가 사람의 감정이나 뜻을 바꾸어 전달하는 사례가 많습니다. 우리가 어릴 때 어머니를 부를 때 ‘엄마’라는 단어의 어감을 달리해서 표현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보면 이해가 빠를 것 같습니다. 어머니가 멀리 있을 때, 가까이 있을 때, 어머니가 부르는 소리를 못 들었을 때, 어머니를 재촉해서 부를 때, 제 3자에게 자기 어머니를 말할 때 등에서 사용하는 ‘엄마’라는 단어의 어감과 말의 높낮이, 장단음을 구별해서 표현합니다. (제가 이곳에 쓴 47번 글이 이와 비슷한 주제를 다루고 있으니 읽어 보시기 바랍니다) 지방말은 우리말의 어원과 원형을 많이 간직하고 있고, 사물의 상태나 미묘한 감정의 차이를 표현하는 단어가 비교적 풍부 하게 남아 있습니다. 우리 각자가 자기 지방의 말을 지킨다는 자부심을 가지고 보전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물론 서울 사람들도 아름다운 서울 말을 잘 지키고 다듬어 나가야 하는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습니다. 다만 현대 사회에서 서울이 가진 권위로 인해 지방말이 사라지고 있다는 것에는 같이 고민을 해야 할 것입니다. *참고로 경상도 말을 잘 구별하지 못하는 타 지역 사람이 많기 때문에 간략하게 특징을 설명하겠습니다. 영화 ‘친구’에서 듣는 경상도 말은 부산지역 말입니다. 이 지역은 경상도 말 중에서도 거친 표현이 좀 더 많은 곳입니다. 그리고 말끝에 “어쨌다 어쨌다 ‘아이가’”처럼 ‘아이가’란 단어를 많이 집어넣습니다. ‘세무서’, ‘중학교’란 단어 등을 발음할 때 가운데 발음을 약간 올리며 처음과 끝이 처지는 특징을 보입니다. 흔히 경상도 사람보고 ‘쌀’과 ‘살’의 발음을 구별 못한다고 하는데 밀양, 양산을 중심으로 하는 경남지역에서 이 발음을 구분하지 못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경상도 타 지역은 ‘쌀’과 ‘살’의 발음을 정확하게 구분해서 발음합니다. 경북 말은 크게 대구권과 경북 북부권으로 나누어 집니다. 대구와 경주는 역사적으로 밀접한 연관성을 가지고 있어서 그런지 말도 거의 비슷합니다. 이쪽 지방의 말은 유홍준 교수가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에서 지적했듯이 ‘~능교’형의 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아인교’, ‘했능교’ 식으로 끝이 ‘~능교’로 끝이 납니다. 대구 말의 또 하나 특징은 ‘언지예’, ‘했지예’처럼 끝이 ‘예’자로 끝나는 데, 이런 말투는 경상도 다른 지역에서는 들을 수 없습니다. 충청도와 가까운 상주 지역의 말은 경상도 전체를 통틀어 가장 독특한 말투를 쓰는 지역입니다. 아마 같은 경상도 사람도 상주 지방에서 온 사람의 말을 듣고 그 사람의 고향이 어딘가 맞추기가 힘이 들것입니다. 말 끝에 ‘~했어여’처럼 ‘여’를 붙이는 특징이 있습니다. 김천, 구미 쪽 사람들은 ‘으’ 발음과 ‘어’ 발음을 잘 구별하지 못합니다. 안동을 중심으로 하는 경북 북부 지방 말은 ‘~니껴’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밥 잡수셨습니까”는 “밥 자셨니껴”가 됩니다. 이쪽 지방에서 단어의 강세는 단어 앞부분에 옵니다. ‘중학교’를 발음할 때는 단어의 앞부분인 ‘중’에다 강세를 둡니다. 앞 부분에 강세가 오는 경북 북부 지방의 억양은 매우 독특해서 같은 지방 사람이라면 인사말 한마디만 듣고도 구별 할 있습니다. 이번 총선에서 경기 고양에 출마했던 홍사덕 의원의 억양이 경북 북부 지역의 억양입니다. 또한 경북 북부지방은 ‘고추’을 ‘꼬치’라고 할 만큼 된소리 발음이 많은 것이 특징입니다. ‘~할 지’ 등의 연결형은 ‘~할 동’처럼 ‘동’이란 단어를 씁니다. 어느 시조에 ‘올동 말동 하여라’란 구절이 있는데 꼭 같은 표현입니다. 경상도 지역과 전라도 지역 말은 억양 때문에 언 듯 보기에 매우 달라 보이지만, 이 두 지역은 농사에 쓰는 용어나 각종 사투리를 조선 8도에서 가장 유사하게 공유하고 있습니다. 전라도 지역 말의 지역적 특징을 아시는 분은 제 이메일로 보내 주시면 이곳에 소개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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