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대ㆍ70대는 집에서 쉬어라?

  • 이상흔 월간조선 기자 hanal@chosun.com
  • 업데이트 2004-04-07  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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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영 열린당 의장이 60대ㆍ70대는 투표 날 집에서 쉬어도 된다』는 말을 했습니다. 그는 『젊은이의 투표를 독려하기 위한 표현을 하다보니 말이 그렇게 되었다』고 변병 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명색이 여당 당수라는 사람이 선거를 앞두고 기자와 카메라 앞에서 저런 이야기를 할 수 있었다는 것에 대해 평소 그의 인격과 사고의 깊이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열린당 지지자들 입장에서는 『별것 아닌 일로 말꼬리 잡고 늘어진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사람의 말이란 천금과도 같은 것이기에, 특히 일국의 지도자 급에 있는 사람의 말은 더욱 분별이 있어야 하기에 말꼬리를 잡는 것도 무리는 아니라고 봅니다. 저는 오늘날 우리 사회가 뭔가 나사 빠진 상태가 된 가장 큰 이유를 전통과 현재가 자연스럽게 이어지지 못하는 것에서 찾고 있습니다. 이런 이유로 저도 이곳에 「재너머 이야기」란 제목을 붙여 놓고 글을 쓰면서, 아버지 세대와 우리 젊은 세대를 이어줄 수 있는 공감대를 찾으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우리 나라에서는 예로부터 노인 공경을 최고의 덕목으로 여겼습니다. 노인 공경은 자기 부모나 조부모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다른 노인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되어 왔습니다. 따라서 노인들은 물질적 풍요는 부족할 지 몰라도 자부심을 가지고 사회의 일원으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조선시대에는 70세 이상의 노인들은 사형수라도 사형을 면해주었고, 아버지의 감옥생활을 자식이 대신 하는 것을 허용했습니다. 임금은 일정 기간마다 70세 혹은 80세, 100세 이상의 노인들 현황을 파악해 수시로 궁으로 초청해 잔치를 열었으며, 70세 이상의 원로 신하들을 위해서는 기로소를 두어 돈독한 대우를 해주었습니다. 심지어 80세 이상의 노인들은 천민이라도 천민신분을 벗어나게 해 주고, 형식적인 벼슬을 주어 함부로 대하지 않았으니 노인들을 국가차원에서 이처럼 깎듯이 대한 나라는 세계역사상 유래를 찾기 힘이 들 것입니다. 조선시대에는 이처럼 나라의 임금과 지식인들이 삼강오륜을 엄격하게 실천함으로 아름다운 풍속이 스스로 자기 발전하는 시스템을 취했습니다. 이 결과 아무리 시골 구석에 사는 무식쟁이, 거렁뱅이, 농사꾼들에게도 풍습이 교화될 수 있었던 것입니다. 조선의 풍습을 두고 중국의 사신들도 신기했던지 『조선은 상하의 풍속이 모두 아름답다』고 극구 칭찬하고 있는 것을 여러 기록으로 확인 할 수 있습니다. 구한말 한국을 여행한 많은 외국인들도 『한국인은 법률보다 자기가 속한 집단의 도덕률에 더 엄격하게 지배 받는다』고 기술하고 있습니다. 임진왜란 때 의병장들은 주로 지방의 유생들이었습니다. 이들의 호소 아래 수 많은 양민들이 모여들어 왜적과 맞설 수 있었던 것도 당시 양반이라는 사회 지도층 인사들이 수백년 동안 엄격하게 지켜온 의리와 윤리도덕이란 바탕이 그만큼 두터웠기 때문입니다. 병자호란 때 청나라에 대항해 피할 수 있었던 전쟁을 피하지 않았던 당시 지배층의 의식구조도 이런 면에서 살펴보면 일면 새로운 해석의 여지가 있을 수도 있습니다. 세계사에 존재한 신분제 사회를 들여다 보면 흔히 지배계급이 피지배 계급을 총칼로 눌러서 노예상태로 만들어 놓고 자기들은 특권을 즐기거나, 종교적인 이유로 신분이 세습되어 지배계급과 피지배계급이 형성되어었던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러나 우리나라 특히 조선시대는 지배계층이 높은 도덕과 학문이라는 틀로 스스로를 엄격하게 가두거나 자기들끼리 도덕적인 경쟁을 하면서 피지배계층과 다름을 과시하는 방법으로 지배계층을 형성한 것이 매우 독특합니다. 학문과 도덕이라는 매우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수단으로 지배계층을 형성했기 때문에 조선의 지배계층은 대체로 피지배계층으로부터 존경을 받았고, 평온한 상태에서 수백년간 나라가 지탱될 수 있었던 것입니다. 시골의 노인들은 일제시대를 아직도 「왜정시대」라고 부릅니다. 일본은 힘으로 우리나라를 지배했을 지는 몰라도, 시골의 농사짓는 노인들도 마음 속으로부터 일본을 무시하며 일본에 대한 도덕적 우월감을 가지고 있었던 것입니다. 저는 이런 점 때문에 일본이 100년을 지배했더라도 우리는 우리의 자존심과 정체성을 잃지 않았을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세상이 빠르게 변하면서 우리 조상들이 목숨보다 소중하게 지켜온 기존의 거의 모든 가치관은 쓰레기통에 들어가 버렸거나, 쓰레기통에 들어가기를 강요받고 있습니다. 이제 우리는 주위에 별 이상한 일이 벌어져도 그것이 왜 이상한 것인지조차 알려고도 하지 않습니다. 누군가 그것을 깨우치려고 한마디 하려면 그 사람이 추기경이든 사회원로이든 머리에 피도 안 마른 아이들에게 손가락질 당할 각오를 해야 합니다. 일부 식견 있는 사람들조차 도무지 말이 통하지 않은 세상에서 무슨 말을 해야 할 가치를 느끼지 못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어디로 가고 있는 것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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