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와 ‘기무치’는 같다

  • 이상흔 월간조선 기자 hanal@chosun.com
  • 업데이트 2004-05-12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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엊그제 몇몇 일간지에 ‘우리의 김치가 일본의 기무치를 누르고 일본 자위대에 납품되었다’는 기사가 실렸습니다. 기사 내용은 물론 우리나라에서 생산된 김치가 일본에서 생산된 김치를 누르고 납품되었다는 것이 요지입니다. 문제는 언론이 이런 기사를 쓰면서 꼭 ‘김치’와 ‘기무치’가 마치 다른 음식인양 구별하려고 한다는 것입니다. ‘기무치’는 ‘김치’의 일본식 발음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닙니다. 우리가 미국의 ‘맥도날드’를 미국에서 발음하는 것같이 정확하게 발음 하지 않지만 나름대로 노력해서 발음하듯이, 일본도 김치를 최선을 다해 원음(한국어)에 가깝게 표현해 주고 있는 것입니다. 이것을 굳이 “한국의 ‘김치’가 일본의 ‘기무치’를 이겼다”는 식으로 표현 할 필요가 있을까요. 일본에서 생산된 김치가 일본인의 입맛에 변형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현상입니다. 맥도날드 한국지사에서 김치 햄버거, 불고기 햄버거를 만들어 팔듯이 일본도 그들의 입맛에 맛게 김치를 개발해 나가고 있는 것입니다. 더구나 김치는 맥도날드처럼 어느 한 회사가 개발한 고유 브랜드가 아니고 음식 자체이기 때문에 일본뿐 아니라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김치를 자기 입맛에 음식을 개발할 수 있는 권리가 있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만약 ‘기무치’가 자위대에 납품되었다고 하더라고 그것은 단지 일본에서 생산된 김치가 납품되었다는 뜻이지 우리 김치가 맛이 없다거나 우리가 음식 전쟁에서 졌다는 의미가 될 수 없는 것입니다. 일본인들이 자기 입맛에 맛는 김치를 ‘선택’ 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일본에서 최선을 다해 김치를 ‘기무치’로 불러주는 것을 우리가 고마워 하지는 못할 망정 김치와 기무치가 다른 음식인 것처럼 구별하려고 달려드는 태도는 옳지 못하다고 봅니다. 일본이 ‘비빔밥’을 ‘비빈파’라고 부르면서 일본인이 좋아하는 바다 음식 몇 가지를 넣어 먹는다고 비빔밥의 국적이 어디 달아나지 않듯이 말입니다. 우리도 인도의 ‘카레’라는 음식을 먹으면서 밥을 섞어 먹기도 하고, 김치를 섞어 먹기도 하면서 여전히 ‘카레’라고 불러 주고 있습니다. 일본이 김치와‘기무치’가는 다른 음식이고 기무치는 원래 일본 음식이었다고 왜곡을 하고 있다면 모를까, 그들은 원음을 최대한 충실하게 살려 ‘김치’라고 불러주면서 이 음식이 한국 음식이란 것을 인정하고 있는대도 우리가 일본 ‘기무치’ 한국 ‘김치’ 하면서 이상한 잣대를 들이대는 것은 별로 보기 좋은 모습이 아닙니다. 물론 몇년 전 '국제 김치 표준화 논쟁'에서 우리가 우리 김치가 국제 표준이 되도록 일본에 맞서 ‘김치전쟁’을 벌인 것은 아주 적절한 조치였다고 봅니다. 어쨌든 앞으로 일본이 김치를 짜게 먹든, 싱겁게 먹든, 절여서 먹든, 물에 씻어서 먹든 그것은 일본 사람들 자유이니까 ‘기무치’ 가지고 너무 시비를 걸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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