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지(城址)를 찾아서 - 아산 백제성터 꾀꼴성·물앙성터

  • 이오봉 월간조선 객원사진기자 oblee@chosun.com
  • 업데이트 2004-04-21  1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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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산 백제성터 꾀꼴성·물앙성터를 찾아서 “우리 동네 허물어지긴 했어두 백제 때 쌓았다는 산성이 있는 산이 있었유. 가을에 한번 가보니까 숲이 우거져 하늘이 안보이고 밤이 지천에 깔려 있던 데유. 가을에 밤 줍기 아주 좋아유. 봄에는 지나다 보면 온 산이 빨갛게 진달래꽃으로 물들어유. 건너편 산에 산성이 하나 더 있다구 하드먼유.” 천안 에델바이스 산악회 최인묵 회장은 천안 주변 고을의 지리와 풍수에 훤하다. 문화재에도 관심이 많아 천안의 유, 무형 문화유산를 찾아 현장 답사를 열심히 다니며 사진도 찍는다. 그를 따라 천안에서 아산방조제로 가는 628번 도로를 지나면서 스치는 아산시 음봉면의 꾀꼬리(=꾀꼴산)산과 물한산을 오른다. 산 정상에 백제시대 때 쌓은 석성이 두 군데나 있다는 것이다. 산에 널린 문화재를 둘러보려면 수풀이 덮인 여름이나 가을철보다는 낙엽이 진 겨울이나 새순이 돋기 전인 봄철이 제격이다. 산등성이나 산꼴짜기에 자리 잡은 성벽이나 고분들과 깨진 기왓장이며 토기 조각들이 널려 있는 옛 집터나 절터를 둘러보려면 3~4월이 제철이다. 문화재 뿐만 아니라 산 구석에 자리 잡은 너럭바위나 기암괴석을 둘러보는 시기도 바로 지금이다. 충남 아산시 음봉면 송촌리 느티나무 앞에 차를 세워두고 꾀꼴성이 있다는 마을 뒷산을 오른다. 마을을 지나니 절의 규모는 잘 갖췄으나 지은 지가 얼마 되지 않은 청계사에 다다른다. 답사 산행은 이곳에서부터 시작된다. 절 앞까지 차로 갈 수 있다. 널찍한 산길을 20분 정도 걸어 올라가니 나지막한 산마루에 올라선다. 1천 5백여 년 전에 쌓았으리라고 짐작이 되는 석성을 찾아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꾀꼬리산 정상을 향해 줄달음친다. 산성이 자리 잡은 산들이 다 그러하듯 꾀꼬리산 산성에 오르니 아산시와 천안 일대가 다 내려다보인다. 꾀꼬리 앵(鶯)자를 넣어 앵리산성(鶯里山城)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둘레가 375m, 높이 3m의 석성으로 축성 연대를 정확히 알 수 없으나 백제가 공주로 천도한 다음 변방을 지키기 위해 쌓은 성으로 여겨진다. 꾀꼬리산 정상 성안에는 직경 10m, 깊이 2m의 물품 저장소 터가 아직까지 남아 있다. 1530년에 발간된 『신증동국여지승람』에 의하면 당시 이미 폐성으로 남아 있었다고 한다. 현재 북쪽 기슭과 남쪽 기슭에 당시 쌓았던 성벽의 모습을 볼 수 있다. 거의 주저앉아 너덜지대처럼 돼버린 성 주위를 돌면서 산 밑에서부터 성돌을 등짐으로 지어 날라다 쌓았을 민초들의 모습을 떠올려 본다. 정상 성벽 위에는 어느 누가 쌓았는지 알 수 없는 돌탑이 두 개가 있다. 무슨 정성으로 성돌을 뽑아다 돌탑을 쌓았는지 몰라도 이는 명백한 문화재 훼손 행위로 법적 처벌을 받을 짓이다. 성 주위로 노란 꽃을 피울 생강나무며 4월 중순이면 활짝 필 아름드리 산벚나무가 무너진 성돌 틈에 뿌리를 박고 늘어서 있다. 건너편 물한산으로 건너간다. 산마루가 꾀꼴산보다 높아 숨이 찬다. 20분 정도 걷다 보니 이끼 낀 돌무더기와 꾀꼴성 성터에 세워진 돌탑과 똑같은 모양의 돌탑이 나타난다. 수풀이 우거지면 감히 접근도 못한다는 물한산(水漢山, 284m) 물앙성이다. 산 정상 주위를 감싼 테뫼식 산성으로 둘레 650m, 높이 4m의 백제시대 쌓은 석성이다. 북쪽 연암산성(燕巖山城), 남쪽 백암리산성(白岩里山城)과 함께 백제의 국경을 지켰던 산성이다. 언제인지 모르나 물한성을 물앙성이라 부르게 됐다. 성벽 내부는 5~10m의 호를 파서 배수로와 통로로 이용한 흔적이 있다. 동문터와 서문터가 확인됐고 성 안에는 집터와 저수시설을 만들었던 자리가 있다. 지표조사에서 회색 격자무늬 토기 파편들이 출토됐다. 성돌을 넓적하게 잘 다듬어 쌓은 것으로 봐서 건너편 꾀꼴성보다 후대에 쌓은 것으로 생각된다. 조금 전에 보고 온 꾀꼴성처럼 다 무너진 물앙성 성안은 갈대와 칡넝굴과 수목이 우거진 밀림지대다. 산록이 물들고 수풀이 우거지면 어느 누구의 발길도 허용치 않을 것이 틀림없다. 짐짓 놀란 것은 꿩도 아니고 산토끼도 아닌 답사를 하던 우리들 일행이었건만 인적에 놀란 꿩들이 갈대숲에서 날아오르고 산토기들이 언덕 위로 내달린다. 산성 안은 온통 발길을 붙들고 옷을 잡아 찢는 가시덩쿨로 들어찼다. 때문에 성 주위를 한바퀴 둘러보려면 무너진 성벽 위를 걷는 것이 수월하다. 일부 구간은 지표조사를 하느라 성돌을 드러낸 곳도 있다. 반듯하게 다듬은 돌로 쌓은 축성법이 꾀꼴성과 다르다. 물한산 물앙성에서 보면 서쪽으로 영인산(364m)과 아산만의 서해 바다가 보인다. 산성 안에는 그다지 깊지 않은 골짜기도 있다. 이곳에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사람이 산 것으로 생각되는 집터도 남아 있다. 서문지로 추정되는 곳으로 나와 눈앞에 내려다보이는 동천리로 내려간다. 이곳에서는 동천리 계곡에 있는 관룡사도 내려다보인다. 물한산에서도 남쪽으로 곡교천을 끼고 있는 아산시(온양)와 광덕산·만경산·설화산의 연봉이 한눈에 들어온다. 발아래로 현충사가 자리 잡고 있는 방화산(方華山. 163m)까지 뻗어내린 산줄기도 내려다보인다. 물한산에서 방화산을 거처 현충사를 둘러볼 수도 있다. 임도를 따라 가족 묘원을 지나고 다시 4차선 넓이의 임도를 따라간다. 철조망이 쳐진 충무연수원을 거쳐 현충사 경내로 들어서면 본의 아니게 많은 사람들이 들고나던 철조망을 통과해야 한다. 이곳에서 본전으로 내려가는 길은 소나무 숲속으로 잘 나 있다. ■ 산행 길잡이 - 음봉면 송촌리 효자려를 출발해 청계사 앞 내를 건너서 왼쪽 산기슭을 따라 꾀꼬리산을 오른 다음 성 안쪽으로 난 길을 따라 성벽을 한바퀴 돌고 서쪽으로 1.2km 떨어진 물한산을 오른다. 물한산 정상을 에워싼 물앙성을 둘러보고 동천리 관룡사나 시곡마을로 내려간다. 꾀꼬리산 정상까지 30분 안에 갈 수 있다. 꾀꼬리산과 물한산 가는 산마루, 동천리로 내려가는 물앙성 서문터에 두 산성을 오가는 길 안내판이 있다. 두 곳만 둘러본다면 어디로 내려오든 2시간이면 충분하다. 여기서 성이 차지 않으면 내친 김에 독도법도 익힐 겸해서 현충사 뒷산인 방화산까지 내달린다. 꾀꼬리산-물한산-현충사 경내까지 쉬엄 쉬엄가도 4~5시간 안에 다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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