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가기 메뉴
메인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특집 | 우크라이나 전쟁 1년, 한국군은 싸울 준비가 되어 있나?

한국군 戰力 건설, 이대로 괜찮은가?

글 : 방종관  한국국가전략연구원(KRINS) 전력개발센터장, 예비역 육군 소장  

  • 트위터
  • 페이스북
  • 기사목록
  • 프린트
  • 스크랩
  • 글자 크게
  • 글자 작게
⊙ 경항모보다는 핵잠수함 등 비대칭 전력에 관심 기울여야
⊙ 인명 피해 감당 못 해… 방호 능력 높여야
⊙ 러시아, 목표 설정과 재원 배분 실패, 시대 뒤떨어진 무기체계 설계 개념으로 실패
⊙ 우크라이나, 위협인식 부재로 軍 와해… 크름반도 상실 이후 비대칭 전력 집중
⊙ 한국군 戰力 건설 위한 명확한 목표 설정, 위협의 재평가, 제도혁신, 전투실험 등 중요

방종관
육사(44기) 졸업. 11사단 포병여단장, 제8기계화보병사단장, 육군본부 기획관리참모부장, 육군교육사령부 전투발전부장 역임 / 전역 후 서울대 산학협력교수, 국방과학연구소 겸임연구원, 한국국방연구원 객원연구원 역임
2020년 11월 18일 한미 연합공군 훈련에 참여한 F-35 전투기. 사진=합참
  1989년, 리케(Arthur F. Lykke Jr.)는 군사전략(Military Strategy)을 ‘다리가 3개 달린 의자’처럼 목표(Objectives)·방법(Concept)·수단(Resources)으로 완성했다. 이들 요소가 ‘균형’을 이루어야(must find balance) 군사전략이 성공할 수 있다. 만약, 3가지 요소 사이에 불균형이 발생하면 의자가 넘어지듯이 군사전략, 더 나아가 국가안보(National Security)의 실패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경고한 바 있다.
 
  ‘목표’는 궁극적으로 달성하고자 하는 최종적인 상태를 의미한다. 통상, 함축적인 용어를 사용하여 1~2문장으로 표현될 수도 있다. 하지만 목표는 방법과 수단에 지향점을 제공한다는 측면에서 매우 중요하다. ‘방법’은 목표를 어떻게 달성할 것인가에 대한 해답이다. ‘수단’은 최종 목표를 달성하는 과정에서 투입하는 자원이다. 수단에는 유·무형적 요소가 모두 포함된다. 무기체계·병력구조·부대구조·교육훈련 등이 대표적이다.
 
 
  목표 설정 실패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이 만 1년을 경과하고 있다. 전쟁은 군사혁신의 유효성을 검증한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력 건설에 대한 교훈을 균형성·연계성을 포함한 보다 종합적인 관점에서 분석하고자 한다.
 
  1991년 소련은 엄청난 규모의 낡은 군대를 유산으로 남겼다. 하지만 러시아의 열악한 경제 여건은 군사력의 현상유지조차 어렵게 만들었다. 2000년대부터 국제 에너지 가격이 상승하면서 러시아 경제도 호전되기 시작했다. 2009년까지, 러시아군의 장비 현대화 비율은 여전히 9% 수준에 머물렀다. 무기체계 현대화는 2010년대에 집중적으로 진행되었다. 2020년 쇼이구(Sergei Shoigu) 국방장관은 장비 현대화 비율이 70%까지 향상되었다고 자랑한 바 있다. 당시, 대부분의 서방 군사전문가도 러시아군의 이러한 변화를 성공적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을 통해 드러난 실상은 이러한 평가를 무색하게 만들었다. 러시아군의 전력 건설은 3가지 측면에서 문제가 있었다.
 
  첫째, 목표 설정의 실패이다. 2000년 11월,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군이 체첸 같은 지역에서 신속하게 승리할 수 있도록 기동성 있고, 효율적이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문제는 우크라이나가 체첸에 비해 인구는 약 30배, 영토는 약 45배에 달한다는 점이다. 즉 푸틴이 설정한 전력 건설의 목표와 우크라이나와의 전쟁의 규모 사이에 심대한 간격이 존재한다. 러시아가 특별군사작전의 범위를 우크라이나 전역에서 동남부로 축소(3월)하고, 부분 동원령을 선포(9월)한 것은 이러한 간격을 줄이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였다. 그리고 전력 건설의 목표에 오류가 있었음을 스스로 인정하는 것이다.
 
 
  육군의 예산 비중은 14% 불과
 
러시아군은 2015년 군사퍼레이드에 T-14전차를 등장시켰지만, 이후 양산되지 못했다. 사진=신화/뉴시스
  둘째, 예산 배분의 실패이다. 러시아 국방부의 공식문서(《State Armament Programme 2020》)를 통해 실상을 알 수 있다. 이 문서는 2011~2020년(10년간), 러시아가 어떤 무기체계를 개발하고, 어느 정도의 예산을 투입하며, 얼마나 생산할 것인지를 수록하고 있다. 해당 문서에 수록된 전력 건설의 분야별 예산 비중은 아래와 같다.
 

  도표를 통해 해·공군과 항공우주 분야의 예산 비중이 매우 높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반면, 육군은 14%에 불과하다. 이로 인해, 2020년 러시아군 전체의 장비 현대화 비율이 70%로 상승한 시점에도 육군은 50~60% 수준으로 가장 낮았다. T-14(Armata) 신형 전차는 2010년대 후반에 개발을 완료하고, 2020년까지 2300대를 생산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2015년 군사 퍼레이드에 시제품이 등장한 이후 2022년 말까지 개발조차 완료되지 못하고 있다. 기술적인 요인도 있지만, 육군에 대한 낮은 비율의 예산 배분이 악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만약 T-14 신형 전차(대전차미사일 위협에 대비한 능동방호체계 장착 예정)가 계획대로 개발·생산되었다면 러시아 육군에 상당한 도움이 되었을 것이다.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이 지상전 중심으로 전개되고 있음을 고려하면 더욱 그러하다.
 
  셋째, 무기체계 설계 방식이 시대 변화를 따라가지 못했다. 소련은 전통적으로 무기체계의 ‘양’을 ‘질’보다 중요하게 생각했다. “양은 그 자체로 질을 포함하고 있다”는 레닌의 말이 대표적이다. 예를 들면, 소련의 전차는 기동성·화력의 극대화를 추구하면서도 생존성은 최소한으로 고려한다. 반면, 서방국가는 기동성·화력·생존성의 균형을 추구한다. 덕분에 서방국가 전차 1대 비용으로 소련은 전차 2~3대 생산이 가능했다. 1985년 기준으로 전차의 양적 측면에서 소련은 미국을 4대 1(약 5만2000대 대 1만3000대) 이상 압도하고 있었다. 이러한 방식의 무기체계 설계는 승리를 위해서라면 대규모 장비 피해와 이에 수반되는 인명 손실도 감수할 수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하지만 냉전이 해체되면서 러시아도 군대의 규모를 줄일 수밖에 없었다. 전차도 냉전 시대에 비해 1/5 수준인 약 1만 대로 감축되었다. 한편 권위주의적인 정치체제에서도 주기적인 선거가 있기 때문에 인명손실에 대한 부담은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커졌다.
 
  이러한 시대 변화에도 러시아군의 무기체계 설계 방식은 ‘냉전 시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실제로 러시아 전차의 방호(防護) 능력은 여전히 취약하며, 디지털화·자동화도 서방국가에 비해 낮은 수준이다. 결국 이러한 취약점들이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에서 전차의 대규모 손실과 이에 따른 전·사상자의 급증으로 나타나고 있다.
 
 
  우크라이나, ‘위협인식의 부재’로 軍 와해
 
  1991년 독립 당시, 우크라이나의 재래식 군사력은 러시아를 제외하면 유럽에서 최강이었다. 실제로 전차 6500대, 장갑차량 7000대, 화포 7200문, 항공기 2000대를 보유했다. 걸프전쟁(1991년)에 투입된 다국적군(미군 포함)보다 큰 규모의 군사력이다.
 
  그리고 23년이 지났다. 2014년 3월 11일, 크름반도를 빼앗길 위기에 직면한 상황에서 우크라이나 국방장관이 의회에 보고한 실상은 충격적이었다. “즉각 투입할 수 있는 병력이 6000명에 불과하다”고 실토했던 것이다. 당시 전차·장갑 차량은 엔진이 작동하지 않거나 연료가 부족했고, 배터리가 없는 경우도 다수였다. 항공기는 약 15%만 임무수행이 가능했다.
 
  1991~2014년 우크라이나군이 실질적으로 와해된 근본 원인은 ‘위협인식의 부재’에 있었다. 독립 초기, 극단적인 인플레이션과 경제침체가 무기체계의 현대화를 불가능하게 만든 것도 일부 사실이다. 하지만 2000년대부터 경제가 호전되기 시작했음에도 정치권은 전력 건설을 위한 예산 투입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2005년 말 우크라이나 국회는 국방부가 제출한 〈5개년 전력건설계획〉(독립 이후 최초 작성) 관련 국방예산 증액을 거부했다. 더욱이 정부조차 부족한 국방예산을 보충한다는 명목으로 군사 장비를 무분별하게 매각함으로써 군사력을 스스로 약화시켰다. 특히 2008년 러시아의 조지아 침공을 인근에서 목도하면서도 본격적으로 대비하지 않았다는 것은 위협인식이 극단적으로 이완되었음을 증명하고 있다.
 
 
  비대칭 무기 개발
 
우크라이나군은 넵튠 지대함미사일을 개발, 러시아 해군의 자존심인 모스크바함을 격침시켰다.
  2014년 우크라이나는 크름반도를 상실하고 돈바스 분쟁에 직면하고 나서야 위협을 재인식하기 시작했다. 이후의 전력 건설은 ‘비대칭 전략’에 기초를 두고 추진되었다. 넵튠(Neptune) 지대함(地對艦)미사일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2014년부터 러시아 흑해 함대의 압도적 위력에 노출된 우크라이나는 비대칭적인 무기인 ‘지대함미사일’로 관심을 돌렸다. 우크라이나 입장에서 대칭적으로 전투함정을 건조하는 것은 기술적으로나 경제적으로 비효율적이었기 때문이었다. 넵튠 미사일이 모형으로나마 처음으로 등장한 것은 2015년 키이우에서 열린 무기체계 전시회 때였다. 이후 힘겨운 개발 과정을 거쳐 2021년에 겨우 24발을 배치할 수 있었다.
 
  2022년 4월 14일, 우크라이나는 넵튠 지대함미사일과 또 다른 비대칭 무기인 TB-2(2019년 튀르키예에서 도입) 무인기를 효과적으로 연계·운용함으로써 러시아 해군의 자존심인 모스크바함(만재 배수량 1만1500t)을 격침시킬 수 있었다. 이 외에도 미국이 제공한 재블린(Javelin) 대전차미사일, 스팅어(stinger) 휴대용 단거리 지대공미사일 등도 러시아 기갑부대와 항공기에 대한 비대칭 무기로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첨단과학기술군’은 戰力 건설 목표로 부적절
 
  모든 일에는 ‘방법’과 ‘내용’ 측면이 있다. 전력 건설은 하나의 거대한 시스템으로 작동한다. 따라서 한국군 전력 건설에 대한 개선방안을 먼저 제시하고자 한다.
 
  첫째, 목표의 적절성을 점검해야 한다. 목표는 ‘위협’과 이를 극복한 ‘최종상태’가 포함되어야 한다. 예를 들면, 1·2차 세계대전 기간 독일군은 ‘프랑스 전역에 대한 단기 석권’을, 1970~80년대 미군은 ‘바르샤바 조약군의 진격 저지’를 전력 건설의 목표로 설정한 바 있다. 앞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군의 전력 건설도 목표 측면에서 오류가 있었다.
 
  2006년의 ‘국방개혁에 관한 법률’은 한국군의 구조(전력 포함)를 ‘기술 집약형으로 개선한다’라고 명시하고 있다. 국방혁신 4.0에서도 ‘첨단 과학기술군’이다. 하지만 이는 첨단 과학기술의 적용을 강조하는 일반론이자 당위론이다. 따라서 전력 건설의 목표로서 부적절하다.
 
  둘째, 명확한 목표 설정을 위한 선행 과정으로서 ‘위협의 재평가’가 필요하다. 위협인식의 부재로 혹독한 대가를 지불하고 있는 우크라이나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또한 새로운 정부가 출범할 때마다 한국군의 전력 건설 방향에 많은 편차가 발생하는 것은 위협에 대한 인식의 차이 때문이다. 예를 들면, 북한의 비핵화가 가능하다고 전제하는 것과 불가능하다고 전제하는 것, 일본을 잠재적 적국으로 보는 것과 안보를 위해 협력해야 할 대상으로 보는 것의 차이는 목표 설정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 이는 국방부 차원의 전력 건설 혹은 군사혁신 차원을 넘어 ‘국가 대전략(Grand Strategy)’과 연계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국가적인 차원의 광범위하고 심층적인 위협 분석이 선행되어야 한다.
 
 
  전투실험 활성화해야
 
  셋째, 방위사업 제도를 혁신하고, 기관별 역할을 재정립해야 한다. 현(現) 방위사업 절차의 가장 큰 문제점은 기술발전과 사업추진 속도의 격차에 있다. 따라서 미국·독일 등 군사 선진국처럼 기술적 특성·예산 규모 등에 따라 최적 경로를 따라갈 수 있도록 사업절차를 5~6개로 다양화해야 한다.
 
  또한 국방부는 전력 건설 관련 모든 정책 기능을 총괄하고, 방위사업청은 조달청처럼 순수 사업조직이 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국방부에 ‘2차관’ 직책 신설이 필요하다. 그리고 합동 차원의 전력 건설을 주도해야 하는 합참의장이 현행 작전에 매몰될 수밖에 없는 것은 구조적인 문제점이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합참 차장 계급을 3성에서 4성으로 격상(2작전사령관은 4성에서 3성으로 하향)하여 미래 업무를 전담시키는 것도 가능하다. 또한 전력 건설에 현장의 목소리가 충분히 반영될 수 있도록 소요결정 권한의 일부를 각 군에 위임하고, 연구개발 예산의 일부를 각 군에 할당하는 것도 바람직하다.
 
  넷째, 전투실험을 활성화해야 한다. 미래 준비는 ‘완벽한 예측’이 아닌 ‘불확실성의 감소’에 중점을 두어야 하기 때문이다. 전투실험은 급진주의자들을 진정시키고, 소극적인 사람들에게 건전한 ‘자극제’가 될 수 있다. 특히 전투실험 과정에서 다양한 아이디어가 수렴되고, 검증할 수 있으며, 추진방안에 대한 설득력이 높아질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국방혁신 4.0 추진과제의 하나로 각 군이 전투실험 부대(특히, 육군의 아미타이거 4.0 실험여단)를 출범시키는 것은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이를 더욱 활성화시키기 위해서는 전투실험 부대를 민간에게 적극적으로 개방할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 모든 전력 건설 관계자들이 수시로 모여서 집단지성을 발휘할 수 있는 민·군 협업의 플랫폼으로 발전시켜야 한다.
 
  2022년 12월, 국방부는 2건의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2023~2027년 국방중기계획(전체 예산 331.4조원)의 방위력개선비 107.4조원, 2023년도 국방예산(전체 예산 57.0조원)의 방위력개선비 약 17조원이 공개되었다. 중기계획과 연도예산은 공통적으로 한국형 3축 체계를 강조하고 있다. 예를 들면 2023년도 한국형 3축 체계[킬 체인(Kill Chain)·미사일방어(KAMD)·대량응징보복(KMPR)]전력 건설을 위한 예산은 전년 대비 9.4% 증가한 5조2549억원에 달한다.
 
 
  3축 체계 우선순위는 KMPR·Kill Chain·KAMD 順
 
  북한 핵위협의 시급성과 심각성 등을 고려하되 다다익선(多多益善)이 되어서는 곤란하다.
 
  첫째, 한국형 3축 체계를 위한 예산 투자에도 일정한 기준(Guideline)이 필요하다. 앞에서 제시한 러시아의 ‘SAP 2020’ 사례처럼 ‘기회비용(機會費用)’의 원리가 작동하기 때문이다.
 
  우선, 북한 핵위협에 대응하는 주 수단은 미국의 확장억제이고, 한국형 3축 체계는 보조수단이라는 현실을 인정해야 한다. 재래식 무기의 정확도가 살상력이 아무리 발전해도 ‘핵은 핵으로’라는 기본적인 한계를 극복하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한국형 3축 체계가 확장억제의 신뢰성 강화, 독자적인 핵무장 잠재력 확보, 핵무기 공유체계, 독자적인 핵무장 등에 대한 논의를 약화시키는 기제로 작동해서는 안 된다. 또한 한국형 3축 체계에 대한 예산 투입이 한국군의 전반적인 재래식 전쟁 수행 능력을 심각하게 약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하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 그리고 한국형 3축 체계의 내부 우선순위는 KMPR·Kill Chain·KAMD 순(順)이 되어야 한다.
 
  북한이 한국형 3축 체계 중에서 어떤 능력에 더 큰 압박감을 느낄 것인지를 생각하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특히 대량응징보복 전력은 킬체인에도 운용될 수 있고, 미사일 방어는 기술적 한계 등으로 인해 ‘완벽’이 아니라 ‘정도’의 문제이기 때문에 더욱 그러하다.
 
 
  SM-3 도입 바람직하지 않아
 
한국군은 해군을 중심으로 한국형 경항모 사업을 진행하고 있으나, 우선순위에 맞는 투자인지 의심스럽다. 사진=국방부
  둘째, 고고도 중간단계 요격미사일(SM-3)의 도입은 바람직하지 않다. SM-3는 단순한 하나의 첨단 무기체계가 아니라, 미국이 추진하고 있는 미사일방어체계(IAMD)에 한국이 가입하는 것을 의미한다. 2023년 국방예산의 최초 정부안에는 SM-3 예산이 포함되어 있지 않았다. 하지만 국회 국방위원회 논의 과정에서 ‘사업비’로 100억원이 신규 반영되었다가, 최종적으로는 ‘사전 조사비용’ 명목으로 4400만원이 편성되었다.
 
  기존에 배치된 패트리엇 및 천궁-2와의 조합을 고려하면, SM-3는 THAAD보다 효율성·신뢰성 측면에서 불리하다. 더욱이 한국은 국산 장거리 지대공미사일(L-SAM)의 성능을 THAAD와 유사한 수준까지 향상시키는 것을 목표로 진화적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이 SM-3 도입을 결정한다면, 미국과 담대한 ‘주고받기’가 전제되어야 한다. 예를 들면 핵추진잠수함 건조 혹은 사용 후 핵물질 재처리 권한 관련 미국의 양해 정도는 얻어낼 수 있어야 한다. 이러한 전제조건이 없다면, 향후에도 SM-3 도입은 바람직하지 않고 공감도 얻기 어려울 것이다.
 
  셋째, 경(輕)항공모함은 주변국 위협 대비 ‘비대칭 전략’ 관점에서 합리적이지 않다. 기존의 논의 과정에서 생존성, 운용유지 문제 등은 이미 지적되었다. 우크라이나 사례처럼, ‘비대칭 전략’의 관점이 더욱 중요하다.
 
  예를 들면 2021년도 기준 중국의 GDP는 한국의 9배, 국방예산은 4배 이상이다. 이 격차는 앞으로 더욱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중국도 미국을 상대로 전력을 건설하면서 비대칭 전략에 충실했음을 알 수 있다. 중국이 핵추진잠수함을 보유한 시점은 1984년이다. 중국이 러시아 중형 항모를 개조하여 배치한 시점이 2012년이다. 핵추진잠수함과 중형 항공모함 사이의 ‘약 30년’이라는 시간 간격을 주목해야 한다. 중국이 항공모함 보유에 착수한 것은 가까운 미래에 미국의 국력을 추월할 가능성이 가시화되는 시점이었다.
 

  한국이 핵추진잠수함을 보유하는 것과 경항공모함을 보유하는 것 중에서 중국이 부담스러워할 것은 어느 쪽일까? 이러한 논리로 접근하면 결론은 그리 어렵지 않다. 향후에도 주변국 위협에 대비한 한국의 전력 건설은 ‘비대칭 전략’에 더욱 충실할 필요가 있다.
 
  넷째, 미래전쟁의 양상에 기초한 정보수집, 지휘통제, 개인 전투원의 능력, 유·무인 협업체계 등에 더욱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 정보화 전쟁에서 정보수집, 지휘통제는 기반 전력에 해당한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미국의 정보지원, 저궤도 위성 인터넷 스타링크 등이 어떤 위력을 발휘하고 있는지를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이러한 공통 전력은 각 군의 관심도가 낮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합동참모본부가 주도해야 한다. 특히 정보 및 지휘통제 전력은 새롭게 부각되고 있는 사이버·전자전·우주 영역은 당연하고, 수풀·지하 등 한국적 작전 환경에도 최적화되어야 한다.
 
 
  무기 방호 능력 향상에 관심 가져야
 
  그리고 한반도에서 대규모 인명피해를 수반하는 전쟁은 군사적·정치적으로 감내하기 어렵다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따라서 전차에 추가 장착이 필요한 능동방어체계처럼 기존 무기체계의 방호 능력 향상에도 지속적인 관심을 가져야 한다. 또한 무기체계의 설계 단계부터 적의 가시광선뿐만 아니라 열상장비 등에 노출이 최소화될 수 있는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향후 병력자원 감소의 불가피성 등을 고려하면 개인 전투원의 능력 극대화, 유·무인 협업 무기체계 등에 집중적인 투자가 필요하다.
 
  러시아는 목표 설정과 재원 배분에 실패했으며, 무기체계 설계 개념도 시대의 변화를 따라가지 못했다. 우크라이나는 위협 인식의 부재로 혹독한 대가를 치르고 나서야 서방의 지원하에 비대칭 전력을 발전시키고 있다.
 
  한국의 전력 건설은 방법적인 측면에서 목표의 재설정, 이를 위한 위협의 재평가, 방위사업 제도 혁신, 전투실험의 활성화 등이 필요하다. ‘국방혁신 4.0’이야말로 이를 실천할 수 있는 최적의 기회라고 생각한다.⊙
Copyright ⓒ 조선뉴스프레스 - 월간조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NewsRoom 인기기사
Magazine 인기기사
댓글달기 0건
댓글달기는 로그인 하신 후 남기실 수 있습니다.

202302

지난호
전자북
별책부록
북스토어
프리미엄결제
2020년4월부록
  • 지난호
  • 전자북
  • 별책부록
  • 정기구독
  • 월간조선 2018년 4월호 부록
내가 본 뉴스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