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이미지=chatGPT
“종교를 왜 믿지 않느냐”는 질문에 한국의 젊은 세대는 이제 “반감이 있어서”라고 답하지 않는다. “관심이 없어서”라고 말한다. 종교를 둘러싼 한국 사회의 변화는 생각보다 훨씬 깊고 구조적이다. 교회와 사찰, 수도원이 사람보다 먼저 늙어가고 있다는 말까지 나온다.
최근 한국갤럽 및 관련 보도를 종합하면 20대 종교 보유율은 2004년 약 45% 수준에서 2025년 24%까지 떨어졌다. 지금의 20대는 4명 중 3명이 무종교인 셈이다. 더 흥미로운 것은 이유다. 과거처럼 “종교가 위선적이라서” “교회가 싫어서”라는 반응보다 “굳이 필요성을 못 느낀다” “관심이 없다”는 응답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종교를 적극적으로 거부하는 것이 아니라 삶의 선택지로 고려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성직자와 수행자 감소도 심각하다. 한국천주교주교회의 통계에 따르면 국내 신학생 수는 2015년 1470명에서 2025년 854명으로 10년 새 41.9% 감소했다. 새 사제 서품도 같은 기간 121명에서 70명으로 줄었다. 여성 수도회 수련자는 60% 이상 감소했다는 통계도 나왔다. 성당에서 수녀님 만나기도 어렵게 됐다.
불교 역시 상황은 비슷하다. 대한불교조계종 출가자는 2005년 319명에서 최근 80명 안팎 수준까지 감소했다. 조계종 승려 가운데 65세 이상 비율은 이미 30%를 넘어섰다고 한다. 사찰은 남아 있지만 젊은 수행자는 급감하고 있는 것이다.
개신교 신학대학원도 예외가 아니다. 기독교 채널 GOODTV가 2024년 12월 20일 보도한 <주요 신대원 신입생 충원율 85%, 미래 목회자 수급 비상> 기사에 따르면 주요 7개 신학대학원의 평균 신입생 충원율은 85% 수준에 머물렀다. 기사에는 총신대 신대원 79%, 감신대 69%, 한신대 70%, 목원대 38%, 협성대 34% 등의 수치가 제시됐다. 한때 ‘부르심’으로 여겨졌던 목회자의 길이 이제는 젊은 세대에게 안정적 미래로 인식되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도 종교계 안팎에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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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흐름은 한국만의 현상이 아니다. 일본 불교는 이미 “사찰 소멸 시대”라는 표현까지 등장했다. 일본에는 약 7만7000개 사찰이 있지만 후계 승려 부족과 지방 공동체 붕괴로 30~40%가 사라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일부 지역에서는 주지가 없는 ‘무주(無住) 사찰’이 급증하고 있다. 유럽 가톨릭 역시 상황은 비슷하다. 프랑스의 사제 수는 1960년 약 6만5000명에서 최근 1만2000명 수준까지 감소했고, 독일·폴란드 등에서도 수도원 폐쇄와 수도자 감소가 이어지고 있다. 한때 유럽 문명을 떠받쳤던 수도원이 관광지나 문화시설로 바뀌는 장면은 이제 낯선 풍경이 아니다.
문제는 단순한 신자 감소가 아니다. 종교사회학자들은 이를 “헌신의 붕괴”라고 부른다. 신자는 남아 있어도 평생 독신과 청빈, 수행과 공동체 규율 속으로 들어가겠다는 사람은 급감하고 있다는 것이다. 저출산과 개인주의, 취업난과 생계 불안, 권위주의에 대한 거부감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흥미로운 것은 바로 이 시점에 AI가 종교의 새로운 화두로 등장하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국내외 종교계에서는 AI 설교, AI 법문, AI 상담, AI 기도문 작성 같은 실험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조계종은 올해 휴머노이드 로봇 ‘가비’에게 계를 내리는 상징적 행사를 진행했고, 해외 교회들 가운데는 AI가 초안을 쓴 설교문을 활용하는 사례도 등장했다.
이와 관련해 《월간조선》 5월호와의 인터뷰에서 지현 스님은 AI 시대의 인간 변화에 대해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다.
“요즘은 답을 너무 빨리 얻잖아요. 그런데 빠른 답하고, 천천히 깨닫는 건 완전히 다른 문제입니다. 수행이라는 건 시간이 걸리고, 부딪쳐 보고 스스로 깨달아야 되는 과정입니다.”
이어 스님은 이렇게도 말했다.
“쉽게 답을 얻는 데 익숙해지면 스스로 생각하고 깨닫는 힘이 약해집니다.”
지현 스님의 말은 단순히 기술 비판이 아니다. AI가 정보를 대신해 주는 시대일수록 인간은 오히려 더 오래 고민하고, 더 천천히 깨닫고, 더 깊이 관계 맺어야 한다는 역설에 가깝다. 실제로 스님은 “친구보다 AI가 더 가까운 존재가 될 수도 있다”며 기술보다 더 큰 문제는 “사람이 서로 멀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종교는 오랫동안 인간만의 영역처럼 여겨졌다. 영혼, 고백, 참회, 기도, 구원 같은 단어는 기계와 가장 멀리 떨어져 있는 듯 보였다. 그러나 이제 질문은 현실이 되고 있다.
AI가 기도를 대신해줄 수 있을까.
기도문을 AI가 써주고 인간이 그것을 읽는다면, 그 기도에는 진정성이 있다고 말할 수 있을까. 수도자 감소와 신앙 공동체의 고령화 속에서 AI는 종교의 빈자리를 메우는 도구가 될까, 아니면 인간 영성의 마지막 경계까지 흔드는 존재가 될까.
교회와 사찰, 수도원이 늙어가는 시대. 어쩌면 종교는 지금 신의 문제 이전에 인간의 문제를 다시 묻기 시작한 것인지도 모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