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석열 당선에 대비해 원장 중도 사퇴해도 硏究員 정년 보장받는 규정 올해 초 신설
⊙ 한국국방연구원 센터장 A, 이재명 캠프 화상회의에 수시로 참석
⊙ 일부 연구원, 원장과 센터장의 이재명 캠프 관여 구체적으로 파악하고 있어
⊙ 취재 시작되자 증거 인멸 정황… 내부 고발자, “원장 직무 배제 후 검찰‧감사원이 나서야”
- 한국국방연구원. 사진=한국국방연구원
국방부 산하 싱크탱크인 한국국방연구원(KIDA, 원장 김윤태) 원장과 일부 센터장이 지난 대선 당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 캠프에 참여한 의혹이 제기됐다.
김윤태 원장은 한국국방연구원에 연구원으로 입사해 군사기획연구센터장을 지냈다. 문재인 정권 출범 후 청와대 국가안보실 국방개혁비서관실 선임행정관과 국방부 국방개혁실장을 지낸 뒤 KIDA로 복귀했다. 원장에는 2021년 2월 8일 취임했다.
복수의 한국국방연구원 관계자는 “김윤태 원장이 KIDA에서 핵심으로 분류되는 센터장을 최소 2명 이상 동원해 이재명 후보 캠프에 참여토록 했다. 가장 큰 우려는 센터장이 직위를 악용해 ‘연구원(硏究員)이 연구한 자료를 무단 반출하진 않았을까’ 하는 점”이라며 “연구원 내부에서는 알만한 사람들은 사안의 중대성을 알고 있다”고 주장했다.
센터장 A‧B, 역할 분담해 이재명 대선 캠프 참여 의혹

이재명 캠프에 관여한 의혹이 제기된 센터장 B는 ‘서주석 사람’으로 분류된다. 문재인 정부에서 청와대 선임행정관을 지낸 뒤 KIDA로 복귀했다. 김윤태 원장 취임 후 안보 문제를 연구하는 센터의 장(長)이 됐다.
병역 제도 연구를 담당하는 센터장 A는 이재명 캠프가 연 화상회의에 수시로 참석했다. 이는 ‘정치 개입’에 해당한다. 당시 A가 화상회의에 참석한 것을 두고 이재명 캠프에서 ‘뒷말’이 나왔다고 한다.
센터장 A와 B는 각각 역할을 분담해 이재명 캠프에 관여한 것으로 전해졌다. B는 김정섭(현 세종연구소 부소장, 전 국방부 기획조정실장) 이재명 캠프 국방정책특위위원장, 여석주(현 대통령직속 정책기획위원회 평화번영분과위원회 부위원장, 전 국방부 정책실장) 캠프 안보전략특위위원장을 지원한 의혹을 받는다.
A는 문재인 정부에서 병무청장을 지낸 모종화 예비역 육군 중장을 도왔다는 의심을 받는다. 모종화 장군은 이재명 캠프 국방정책위원회 공동위원장을 지냈고 현재 A 센터장 산하에서 객원연구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일부 연구원은 “센터장들이 단순 캠프 참여 수준을 넘어 이재명 후보를 위한 공약 개발과 검증도 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치 중립 의무가 있는 공무원이 특정 정당의 선거운동을 지원하면 불법이다.
지난해 11월 12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는 더불어민주당 대선 공약 개발 관여 의혹을 받은 김경선 여성가족부 차관 등을 대검찰청에 고발했다.
선관위는 “공직선거법상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성 의무를 위반했다”며 “김경선 차관이 ‘특정 정당’ 정책연구위원으로부터 대선 공약에 활용할 자료를 요구받고 소속기관 내 각 실·국에 정책공약 초안 작성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현재 검찰은 김경선 여가부 차관을 수사 중이다.
김윤태 원장, 對美 자주파 이종석-서주석 계보

일각에서는 김윤태 원장을 ‘자주파’인 이종석(현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 전 통일부 장관)-서주석(현 청와대 국가안보실 1차장, 전 국방부 차관) 인맥으로 분류한다.
이종석 전 장관은 지난 대선에서 이재명 캠프의 통일외교안보정책을 총괄하는 평화번영위원장을 맡았다.
서주석 국가안보실 1차장은 한국국방연구원 연구원 출신으로 노무현 정부에서 청와대 통일외교안보수석 비서관 등을 지냈다. 현 정권에서 국방차관을 역임한 뒤 현재 청와대 국가안보실 1차장을 맡고 있다.
2차 공모로 원장 된 김윤태
김윤태 원장은 ‘2차 공모’로 원장이 됐다. 당시 과정을 지켜본 전직 KIDA 연구원 Y는 “절차적 정당성이 전혀 없었다”고 했다.
당초 서주석 안보실 1차장은 국방부 차관을 마치고 한국국방연구원으로 돌아가 차기 KIDA 원장에 응모하려고 했다. 전임 노훈 원장은 임기가 2020년 9월까지였고 후임 원장 공모 기간은 2020년 6월 10~24일이었다.
하지만 2020년 7월 서 전 차관이 청와대 국가안보실로 차출되는 일이 벌어졌다. 당시 국방부는 원장 후보자를 3배수로 줄여 KIDA 이사회에 추천했으나 청와대가 비토(veto)해 원장 임명이 이뤄지지 않았다. 이후 ‘2차 공모(재공모, 2020년 10월 21~11월 4일)’를 거쳐 2021년 2월 8일 김윤태 원장이 취임했다.
Y는 “더 큰 문제는 연구원(硏究員)이 정책 연구 성과물을 양쪽 대선 캠프에 양다리 걸치며 보험을 들 듯 줄을 대는 것”이라고 했다.
김윤태 원장은 지난해 취임 직후부터 연말까지 민주당‧이재명계 인사와 수시로 접촉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이 과정에서 동선이 노출되는 것을 꺼려 연구원이 원장에게 제공하는 운전기사 대신 비서에게 주간‧야간 운전을 시켰다. 이를 두고 연구원에서는 “결혼한 비서를 밤낮으로 일을 시키며 혹사시켰다”는 말이 나왔다. 이 비서는 현재 다른 부서에 근무하고 있다.
윤석열 당선도 대비해 인사 규정 고쳐
김윤태 원장은 정권 교체에 대비해 올해 초 인사 규정을 신설하고 자신이 수혜를 볼 수 있도록 했다. 윤석열 정부가 들어서고 김윤태 원장은 임기(2024년 2월까지)를 채우지 못한 채 직에서 물러날 수 있다. 김 원장은 직에서 물러나도 자동 채용돼 정년(2026년 3월)까지 근무할 수 있는 규정을 새로 만들었다.
한국국방연구원은 이사회를 개최해 지난 1월 1일 관련 조항을 신설했다. 김윤태 원장은 직에서 물러난 뒤 자신이 신설한 조항의 혜택을 보며 정년을 채울 수 있다. 역대 원장 중 임기를 채웠거나 중도 하차한 전직 원장 중 KIDA 연구원(硏究員)으로 복귀한 사례는 없다.
측근 채용 시도 미수‧타 부서에 원장用 예산 배정 의혹
김윤태 원장은 친분이 있는 국방부 국장 출신 인사를 KIDA 위촉직에 임명하기 위해 지난 1월 4일 채용 공고를 냈다가 정작 해당 국장들이 임기가 끝내지 않아 3일 뒤인 1월 7일 채용 공고를 취소했다는 의심도 받는다.
김윤태 원장은 외부 인사 접대, 선물 구입비 등 사적으로 쓸 돈을 원장실이 아닌 행정부서에 별도로 편성했다는 의혹도 있다. 공공기관장은 기획재정부가 만든 ‘공공기관 알리오(ALIO)’에 예산 집행 내용을 매월 밝혀야 하는데 이를 피하기 위해서였다.
한국국방연구원 연구원 출신 P는 “서주석 차관 취임 이후 KIDA 내에 기무사(현 군사안보지원사령부) 분소(分所)를 없앴다”고 했다. 일부에서는 ‘기무요원(안보사 요원)이 사라지니 센터장이 대놓고 이재명 캠프의 화상회의까지 참석하는 것 아니냐’는 주장도 나왔다. A의 화상회의 참여를 두고 이재명 캠프에서는 ‘뒷말’이 나왔다고 한다.
김윤태 원장, 관련 의혹 否認
《월간조선》은 김윤태 원장과 지난 4월 26일 오후 6시 26분부터 14분간 통화했다. 김윤태 원장은 관련 의혹을 대부분 부인했다.
김 원장은 “원장을 중도 하차할 생각이 전혀 없다”며 “이재명 후보 측 인사를 만나 접대한 사실이 전혀 없다”고 주장했다. 또 “예산을 유용하거나 측근을 채용하기 위한 시도를 한 적도 없다”고 밝혔다.
‘공조직을 사유화해서 정치적 이익을 추구한다’는 비판이 있다는 질문에는 “명예훼손이다. 법적 조치를 강구하겠다”고 했다. 기자는 센터장 A‧B에게도 여러 차례 전화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
내부 고발자, “원장 직무 배제 후 검찰‧감사원이 나서야”
취재가 시작되자 한국국방연구원 내부 고발자는 기자에게 “증거 인멸과 관련자들에 대한 회유 정황이 곳곳에서 포착됐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하루빨리 원장을 직무에서 배제시킨 뒤 검찰 수사와 감사원 감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KIDA 원장을 지낸 한 예비역 장군은 김윤태 원장의 ‘일탈’ 의혹에 대해 “있어서는 안 될 일”이라고 했다.
한국국방연구원 출신 Y는 “김윤태 원장과 일부 센터장들의 일탈은 정권에 줄을 댄 이들을 국책연구기관장에 임명해온 잘못된 관행에서 출발한다”며 “국가 기밀을 다루는 연구원들이 연구 결과물을 정치권에 갖고 가 장사를 해왔다”고 했다.
그러면서 “단순히 KIDA뿐만이 아니라 국방과학연구소(ADD) 등 국책연구기관에서 벌어지는 고질적 병폐이다. 이번 기회에 바로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국방연구원 내부에서는 김윤태 원장과 센터장 A·B의 정치 개입 의혹과 관련해 구체적인 사실을 아는 연구원도 있다고 전해졌다.
글=이경훈 월간조선 기자
[반론보도문] ‘[단독] 국방부 산하 한국국방연구원, 이재명 대선 캠프에 원장ㆍ센터장 관여 의혹’ 기사 관련 반론보도 본지는 2022. 4. 29. ‘[단독] 국방부 산하 한국국방연구원, 이재명 대선 캠프에 원장ㆍ센터장 관여 의혹’이라는 표제로 아래와 같은 내용을 보도하였습니다. * 한국국방연구원 김윤태 원장이 정치권 인사와 수시로 접촉하고, 센터장들을 동원하여 이재명 후보 캠프에 참여하도록 했다. * 정권 교체에 대비해 김윤태 원장이 중도에 사퇴해도 한국국방연구원 소속 연구원으로 자동 채용되어 정년을 보장받도록 하는 인사규정을 신설하였다. * 전직 연구원은 ‘2차 공모’를 통한 김윤태 원장의 취임 과정은 절차적 정당성이 전혀 없었다고 밝혔다. * 김윤태 원장은 자신의 측근을 채용하기 위해 공고를 냈다가 3일 뒤에 공고를 취소하였고, ‘공공기관 알리오 사이트’에 예산 집행 공시 의무를 피하기 위해 원장실 예산을 행정부서 예산으로 별도 편성하였다. * 동선 도출을 꺼려 운전기사 대신 비서에게 밤낮으로 운전을 하게 하는 방법으로 혹사 시켰다. * 본지의 취재가 시작되자, 증거인멸 및 관련자들 회유 정황이 곳곳에서 포착됐다. 이에 대해 김윤태 원장은, ‘센터장으로 하여금 특정 후보를 지원하도록 지시한 사실이 없고, 인사규정은 유능한 연구원들의 원장 지원 기회를 부여하기 위해 다른 국책연구기관의 사례를 참고하여 개정한 것이다.’, ‘한국국방연구원은 원장에 대한 1차 공모에서 국방부인사위원회로부터 부적격 통보를 받아 2차 공모를 실시한 것일 뿐, 이와 관련한 절차적 문제는 없었고, 채용공고 취소는 당초 편성 예정이었던 인건비 재원 부족 등을 고려하여 인사심의위원회 심의를 거쳐 결정된 사항이며, 공공기관 알리오 사이트의 공시 의무를 준수하고 있다’, ‘한국국방연구원 내 행정지원인력이 부족하여 담당 보좌관이 운전 업무를 병행하겠다고 자청하여 보직을 조정한 것이고, 취재와 관련하여 증거를 인멸하거나 관련자들을 회유한 사실이 없다’라고 알려 왔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