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기말적 노이즈 ‘나인 인치 네일스’ BEST 5 : 월간조선

NIN의 트렌트 레즈너

1988년 미국 오하이오주 클리블랜드에서 트렌트 레즈너(Trent Reznor)에 의해 결성된 인더스트리얼 록(Industrial Rock) 밴드이다.

헤비메탈과 테크노 댄스뮤직을 섞어 놓은 듯한 요란한, 원초적인 듯한 일렉트로닉 노이즈와 이유를 알 수 없는 답답하고 불길한 앰비언트(Ambient, 일렉트로닉 음악의 일종으로 반복적인 멜로디 구조를 가진 기계적 사운드) 음악으로 덧칠한 세기말적 소리를 들려주었다. 21세기 들어 트렌트 레즈너의 영향력은 반감되었으나 꾸준히 신작을 내고 활동 중이다.

‘나인 인치 네일스(Nine Inch Nails)’라는 밴드의 이름을 쓰고 있으나 트렌트 레즈너의 원 맨 밴드. 모든 연주(드럼을 제외한)와 레코딩 작업을 혼자서 한다. 라이브 공연 때는 세션 방식으로 도움을 받는다.

1994년 레즈너는 밴드의 이름을 “‘나인 인치 네일스’은 약어인 NIN으로 만들기가 쉽기 때문”이라고 했다. 알쏭달쏭한 말이었다. 예수 십자가의 9인치 대못을 뜻한다는 설, 영화 <나이트 메어>의 캐릭터인 프레디 크루거의 9인치 손톱이라는 설이 있다.

‘나인 인치 네일스’는 예수 십자가의 9인치 대못을 뜻한다는 설, 영화 <나이트 메어>의 캐릭터인 프레디 크루거의 9인치 손톱이라는 설이 있다.

기계들의 각종 소음을 전자 사운드와 결합시켜 생소한 사운드를 인더스트리얼 사운드라 부른다. 처음에는 기계적 사운드 탓에 대중화되지 못했으나 80년대 후반부터 언더그라운드에서 세상 밖으로 리듬을 타기 시작했다.

신스팝(신디사이저 팝, Synth Pop)류의 일렉트로(전자음악) 팝의 한 갈래로 사람들의 관심을 모았다. 록에 전자음악을 도입하되 보다 유려하고 친숙한 멜로디를 내세우는 것이 특징이다. 하우스 음악이나 테크노 등의 댄스 뮤직에 영향을 미쳤다.

트렌트 레즈너는 피아노, 베이스, 색소폰, 첼로 등 다양한 악기를 자유자재로 다루는 천재다. 미국 클리블랜드의 라이트 트랙 스튜디오스(Right Track Studios)에서 보조 엔지니어로 일한 적이 있었다. 레즈너의 성실함과 음악에 대한 열정에 감동한 스튜디오 소유주는 사람들이 없는 새벽 시간에 스튜디오를 마음껏 사용해도 좋다고 허락했다.

문제는 그 시간에 함께 연주할 사람을 구하기 어려웠다. 결국 레즈너가 직접 연주해 1집 《Pretty Hate Machine》(1989)을 내놓았는데 100만 장(플레티넘) 이상이 팔렸다.
후속 앨범에 대한 기대 때문인지 레코드사와 발매 시기를 두고 갈등을 맺었고 결국 독립적인 앨범사를 만들었다.

트렌트 레즈너

흥미롭게도 그의 앨범은 무료로 음악을 다운받을 수 있게 했다. 웹사이트에 이메일 주소만 입력하면 되나. (무료 다운로드 물결은 2007년 10월 록 밴드 라디오헤드가 ‘In Rainbows’를 선보이면서부터 시작됐다. 라디오헤드는 홈페이지에 ‘In Rainbows’의 음원들을 공개, 내고 싶은 만큼의 금액을 지불하고 다운받을 수 있도록 했다. 이후 상당수 뮤지션들이 이러한 방식을 수용하기 시작했다.)

무료와 함께 유료 판매도 병행했는데 10달러 짜리 CD와 75달러 짜리 디럭스 판 앨범도 함께 판매했다. 친필 사인을 넣은 드럭스판은 장 당 300달러에 2500개 한정판으로 만들었다. 고가의 한정판은 30분 만에 매진되었다. 무료와 유료를 오가는 마케팅은 음반시장에 새 바람을 불러온 것이다.

예를 들어 2008년작 《Ghosts I-IV》 앨범은 4장의 EP 형식으로 발매됐는데, 첫 번째 EP의 9곡만 무료였다. 4장의 EP를 모두 다운받으려면 5달러를 내야 했다. 트렌트 레즈너는 "1주일여 만에 수익이 160만 달러를 넘었다"고 밝혔다.
같은 해 나온 《The Slip》 앨범은 전체 무료로 음원을 공개했다.

NIN의 앨범들.

이들은 한국에서 2007, 2009, 2013, 2018년 등 모두 4차례나 내한 공연을 가졌다. 지금까지 10장의 스튜디오 앨범을 발매했다.

《Pretty Hate Machine》(1989년)
《The Downward Sprial》(1994년) : 죽기 전에 꼭 들어야 할 앨범 1001에 포함됐다. 이 앨범은 수백 만장이 팔린 록 앨범 중에서 이지 리스닝과 가장 거리가 멀 것이다. 찌정지는 듯한 기타와 귀거 멍해지는 드럼, 그리고 기막힌 노래들은 걱정스럽게도 중독성이 너무 강하니...
《The Fragile》(1999년)
《With Teeth》(2005년)
《Year Zero》(2007년)
《Ghosts I-IV》(2008년)
《The Slip》(2008년)
《Pretty Hate Machine》(2010년 REMASTERED)
《Hesitation Marks》(2013년)
《Bad Witch》(2018년)

1994년 우드스탁 공연 때의 모습이다.

NIN은 라이브 공연에서 악기를 부수는 퍼포먼스를 연출하는데 1994년 우드스탁 공연이 자주 회자된다. 이때 공연은 진흙 머드팩 퍼포먼스로도 유명한데, 당시 멤버들이 장난으로 서로를 진흙탕에 빠트리며 놀다가 무대에 올랐다고 한다. 섬뜩하다고 할까.

NIN은 "Wish" (1992) and "Happiness in Slavery" (1996)로 두 차례나 그래미를 수상했으며, 총합 2,000만 장의 판매 기록을 세웠고 그중 미국에선 약 1050만 장이 팔렸다.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은 레이즈너를 "가장 영향력 있는 사람"(one of the most influential people) 중의 하나로 꼽았고, 미국 음악잡지 《스핀》은 "음악산업에서 가장 생명력 있는 아티스트"(the most vital artist in music)로 명명되었다.
또 2004년 《롤링 스톤》이 발표한 100대 아티스트 중 94위에 올랐다.

기자의 주관이 개입된, 히트곡으로 보는, ‘나인 인치 네일스’의 BEST 5는 이렇다.

1. Wish
2. Happiness in Slavery
3. Closer
4. Hurt
5. Every Day Is Exactly the Sa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