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이 나를 흑인이라고 모독했다"는 WHO사무총장의 억지를 점잖게 비판한 차이잉원 대만 총통 : 월간조선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은 코로나(우한폐렴)사태 발생 이후 중국을 일방적으로 옹호하면서 초동 대처를 잘못해 팬데믹 상황을 초래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그런 그가 지난 4월 8일 뜬금없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퇴치를 위한 노력 중 인종차별적 모욕은 물론 살해위협도 당했다"면서 "내가 흑인이라는 인신공격성 비난이 3개월 전 대만에서부터 시작됐으며, 대만 외교부도 이를 알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대만 정부와 국민들은 즉각 반박하고 나섰다. 대만 외교부는 성명을 통해 "그의 주장은 상상 속에서만 존재하는 주장이며 우리는 성숙한 민주주의 선진국으로 WHO 사무총장을 개인적으로 공격하도록 선동한 적이 없다"며 거브리여부스 사무총장의 사과를 요구했다.

영국 에든버러대 의대에 재학 중인 린웨이라는 여학생은 유창한 영어로 거브리여부스 사무총장을 비판하는 유튜브 방송을 해 ‘애국의 아이콘’으로 떠올랐다. 그는 자신의 경험에 비추어 볼 때 대만 사람들은 인종, 문화, 피부색을 가지고 아프리카사람들을 비아냥거렸을 리가 없다면서 “대만은 코로나로부터 우리나라를 지켜낸 여력으로 우방과 아프리카를 돕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역설했다. 린웨이는 “대만은 비록 WHO로부터 배제됐지만 결코 포기하고 있지 않다”고 덧붙였다. 대만 국민들은 린웨이에게 열광했다. 그의 유튜브는 100만명 이상이 시청했다. 차이잉원 대만총통은 “어려울 때 대만을 위해 목소리를 내 줘서 고맙다”고 치하했고, 린웨이는 “부드러우면서도 굳건하게 대만을 이끌어 달라”고 화답했다 (<박상후의 문명개회TV>보도).

거브리여부스 WHO 사무총장의 '인종차별' 주장을 반박해 대만의 '애국 아이콘'으로 떠오른 린웨이.

차이잉원 대만총통도 반박성명을 냈다. 차이잉원 총통은 성명 앞머리에서 “오늘, 대만이 국제 사회에서 인종 차별 공격을 선동하고 있다고 비난받은 데 대해 강하게 항의한다”면서 “우리는 오랫동안 국제기구에서 배제되어 왔기에, 차별과 고립의 의미를 누구보다도 더 잘 알고 있다”고 말문을 열었다.

차이잉원 총통은 “테도로스 사무총장님의 고향을 포함한 세계각지에서, 대만의 의료진들과 자원봉사자들이 헌신적으로 기여하는 모습을 보곤 한다”면서 “대만사람들은 피부색이나 언어로 사람을 구분하지 않는다. 모든 이들이 우리의 형제자매다”라고 강조했다.

차이잉원 총통은 중국의 방해로 WHO에 가입하지 못하고 있는 대만의 현실을 겨냥해, “대만은 국제 조직에 가입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국제사회에 대한 지원을 경시하지도 않았다. 코로나가 유행하는 가운데 대만은 방역에 최선을 다했고, 그 성과는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면서 “WHO가 정치적인 이유로 대만을 배제해도, 우리는 국제 사회의 일원으로서 책임을 지고 코로나확산이 심각한 나라의 의료 종사자들에게 마스크 등 방역 물자를 앞장서서 제공 중”이라고 말했다.

차이잉원 총통은 “자유, 민주, 다양성, 관용은 대만인이 깊이 믿는 가치”라면서 “우리는 인종차별적인 언론이나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에 대한 공격을 용납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차이잉원 총통은 거브리여부스 사무총장에게 대만을 방문해 달라고 요청했다. 차이잉원 총통은 “만약 사무총장님이 중국의 압력에 굴하지 않고 대만에 와 주신다면, 우리의 방역노력을 이해해 주실 것”이라면서 “진정으로 불공평한 대우를 받고 있는 것은 실은 대만사람들이라는 사실을 이해해 주시리라 믿는다”고 말했다. 차이잉원 총통은 “대만이 가입하게 되면, WHO의 퍼즐도 완성되리라고 저는 믿는다”면서 대만의 WHO 가입 허용을 촉구하는 것으로 성명을 마무리했다.
차이잉원 총통의 성명은 목소리를 높이지 않으면서도 ‘대만은 중국과는 다른 자유민주국가’라는 자부심을 바탕으로 대만의 입장을 당당하게 설명하면서, 가장 비정치적인 기구여야 할 WHO를 정치적으로 왜곡되게 이끌고 있는 거브리여부스 사무총장을 따끔하게 비판한, ‘국가지도자의 품격’이 무엇인지를 보여주는 성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