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피니티 FX50 S 시승기 일반적으로 SUV는 굼뜨고 반응이 느리다는 게 보통이다. 그러나 FX에 이런 굼뜨고 게으른 반응은 사치일 뿐이다. 날렵한 보디라인만큼이나 날렵한 FX는 마치 스포츠 세단이라는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2008년 7월 국내 출시한 FX를 시승했다. 이번에 새로 나온 FX는 두 가지 모델로 출시되었다. FX35와 FX50으로 기존의 FX35와 FX45 라인업이 달라졌다. FX라인업 중 특히 달라진 점은 고급모델이었던 FX45의 배기량 상승이다. 이렇게 FX의 겉과 안이 바뀐 FX50S를 필자가 시승했다. 더 커진 배기량과 달라진 디자인을 보고는 ‘과연 얼마나 달려졌을까’ 하는 필자는 의구심이 들었지만, 콕핏(운전석 Cockpit)에 몸을 싣는 순간 필자의 생각은 분명 ‘변했다’였다. 인테리어에서 확연히 느껴지는 고급스러움은 필자를 놀라게 했다. 종전 2007년형 인피니티 G35(스포츠세단)를 시승했던 필자에게 G35와 2008년형 FX의 공백은 불과 1년 남짓하지만 그 사이에 인테리어의 고급화는 한 단계 올라섰음을 느꼈다. 독일 명차에 한발짝 더 다가가 있었다. 솔직히 그 갭은 이제 거의 없어진듯 싶었다. 종전까지의 도금 플라스틱도 플라스틱 콘솔박스도 많이 좋아졌다. 특히 실내를 둘러보면 이렇다 할 문제점은 없었다. 필자는 2005년에 인피니티 FX35 Sport(북미형)를 몰아봤었다. 당시 FX35의 인테리어와 비교한다면 2008년에 새로나온 FX는 두 단계 정도 업그레이드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당시 필자가 몰았던 FX의 경우 투박한 조작버튼으로 조절하던 시트 스위치가 2008 FX에서는 한층 더 고급스러워졌다. 특히 운전석 시트의 경우 운전자의 허리 조임 까지도 전자적으로 조절 가능했다. S 모델의 스포츠를 강조한 덕에 버켓시트같은 느낌을 주기에 충분했다. 특히 이 차량의 좌석부분의 업그레이드가 가장 많이 필요한 차량은 바로 국산차량들이다. 독일의 Recaro를 비롯한 외국의 유명 시트 제작회사들은 진정 인체공학적인 디자인의 좌석을 개발하고 있다. 그러나 국내 고급차량의 좌석은 보기에는 흡사하지만, 운전을 해보면 몸의 피로감이 그 좌석의 평가를 내리게 된다. 국산 차량의 시트개발에도 박차를 가해야 할 때이다. [7단 트렌스미션] 새롭게 장착된 7단 트렌스미션 아직은 부족함이 많았다. 업시프트에서 매끄럽지 못한 변속은 변속충격과 함께 변속됨과 동시에 가속되는 느낌은 불안했다. 오히려 기존의 5단 딥트로닉의 업시프트보다도 변속충격은 강했다. 어쩌면 단순히 필자가 시승한 차량이 시승차량이다 보니 TCU(변속기전자제어장비, Transmission Control Unit)가 여러 운전자들의 운전습관을 익히는 과정의 오류일지도 모르겠다. 이유가 어찌되었던, 7단 딥트로닉은 기대 이하였다. 7단 미션은 서울 도심 운전 중 5단까지도 변속되는 일은 거의 없었다. 고속도로 주행 외에는 5단 이상은 거의 사용이 불가한 단수였다. 필자도 고속주행에서 메뉴얼 모드를 통해 일부로 사용해서 7단까지 있구나 정도를 인식했을 뿐 사용해 본적은 없다. 차라리 7단까지의 기어 비를 시퀀셜 방식으로 촘촘하게 짜 놓았더라면, 쓸모가 있을 텐데 라는 생각도 들었다. 아직까지 7단 미션의 정확한 로직(logic)을 적용하지 못한 것은 아닌가 하는 안타까움도 들었다. 추후 모델에서는 7단 기어 비를 새롭게 짜서 선보이거나, 운전자 별 운전습관에 맞게 무료로 기어비를 짜주는 행사를 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마치 폭스바겐 사의 골프 GTI 를 비롯한 DSG 차량에 무료로 런치컨트롤(Launch Control)을 장착해주듯이 말이다. 또한 짧아진 길이의 페들시프트와 스티어링 휠에 장착하지 않은 페들시프트는 퍼포먼스 드라이빙에 2% 의 부족함으로 남는다. 스티어링 휠의 크기는 G35보다도 작은 느낌이었다. 마치 F1 머신의 스티어링을 연상할 만큼 SUV라는 큰 차에 작은 스티어링 휠이었다. 덕분에 차량의 컨트롤은 훨씬 더 수월했다. G35에 비해서 핸들링이 쉬웠다. 390마력은 분명 강했다. 4마퀴 모두를 미끌어트릴만큼의 강한 파워였다. 미드쉽엔진의 슈퍼카를 제외하고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SUV (Sport Utility Vehicle)에 390마력이라는 점이 닛산이 퍼포먼스에 얼마나 집중하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VK50VE 엔진] VK50VE 엔진은 VQ35HR 엔진보다 더 높은 배기량임에도 VQ35HR에 비해 더 조용했다. 그러나 역시나 VK도 가속이 붙으면 치타처럼 울부짓기 시작했다. FX50 은 외관만 치타를 닮은 것이 아니라, 엔진의 소리도 치타의 울음을 닮았다. 호랑이나 사자의 강한 표호는 아니지만, 맹수의 위엄을 충분히 표출시킬 만한 표호였다. VK 역시 논터보로 자동가변식 흡배기방식(VVEL Variable Valve Event and Lift)으로 만든 VK50VE 엔진은 390마력을 뿜어낸다. V8 엔진이라 엔진룸을 한 가득 메우고 있었다. VK50VE의 엔진반응은 훨씬 더 민감했다. 독일식 저먼워나비의 레잇리스펀스(Late Response)가 사라진 즉각적인 엔진반응이었다. 아무래도 자동가변식이라 스로틀(Throttle) 오픈 상황 파악이 보다 민감해진 점도 일조하는 것 같다. [서스펜션 세팅] FX의 서스펜션은 Sport 모드가 가능하도록 되어있다. 필자는 고속주행과 응답성 테스트를 위해 줄곧 Sport 모드를 사용해 보았다. 그리고 평상시에는 Auto 모드로 되어있다. 스포츠 모드에서는 역시나 상당히 하드한 세팅으로 바뀐다. 이 상태에서는 일체형 서스만큼이나 하드해지며, 노면의 충격이 고스란이 케빈 (실내 Cabin)으로 느껴진다. 그러나 빠른 응답성과 안정적인 코너링은 뛰어났다. Auto 모드 상태로 저속에서는 어느정도의 롤링이 허용되었다. 물론 여타 SUV의 서스펜션보다는 하드했지만 롤링 후 리커버리 (Recovery 원상복구)에는 스포츠 모드일 때보다 크게 나타났다. 물론 AUTO 모드에서도 고속으로 빨라지거나 코너링에서는 어느정도 차체의 움직임을 감지하고 잡아주지만, 필자의 주관적인 느낌으로는 고속주행에서는 Sport 모드를 권장한다. ATTESA 시스템 (Advanced Total Traction Engineering System for All-Terrain) 이 아테사(ATTESA) 시스템은 닛산의 슈퍼카, 스카라인 GTR 에 장착되는 4륜구동 통제 시스템이다. 이런 아테사가 인피니티 FX 에 장착이 되었다. 이 아테사의 주된 용도는 일반적인 항시 4륜구동 (AWD; Always All Wheel Drive)과는 달리 평상시에는 후륜부에 대부분의 구동력을 배분하다가 4륜구동이 필요한 코너링, 스타트 등에 동력을 전륜부로 전달한다. 전후 구동력 배분외에도 4개의 바퀴중 하나의 바퀴에만도 토크를 배분하며, 또 뒷바퀴 역시 조향함으로서 코너링이 더욱 민첩해진다. (NF 소나타에 장착된 AGCS; Active Geometry Control Suspension과 비슷하다) 즉 이 ATTESA는 닛산이 가지고 있는 차량 구동계 통제 시스템의 최고봉이자, 실제 현존하는 4륜구동 시스템중에서도 최고의 평가를 받고 있다. 이번에 새로 출시한 닛산 스카이라인 GTR 35 가 독일의 포르쉐 911 터보(997)를 압도적인 랩타임(뉘르브르크링 포함, 평균최소 2초 이상)으로 이긴것은 바로 이 ATTESA 시스템이 일조하고 있기 때문이다. ATTESA에는 LSD(Limited Slip Differantial)와의 연계 작용을 함께한다. 이 ATTESA 가 FX 에 달려있다고 해서 ‘과연 얼마나 다른 주행성능을 보여줄까?’라고 생각했다. 이번에도 FX50S를 타고 북악 스카이웨이를 찾았다. 스티어링 휠의 지름이 작아 코너링 중 핸들링이 한결 수월했다. 우선 코너링에서 발견되는 특별한 문제점은 없었다. 역시나 90Km 정도로 와인딩을 하는 중 4개의 바퀴는 운전자의 조향에 쉽게 따라주었다. 지름이 작은 스포츠 스티어링 휠이라 조향 각을 만들기에도 수월했다. 오히려 이전에 몰았던 스포츠 세단, G35에 비해서 조향은 더 수월했다. 일반적인 4륜구동의 SUV에 비해서 모든 움직임은 민첩했으며, SUV보다는 덩치 큰 세단이라는 생각이 들만큼 움직임은 빨랐다. VDC 오프와 온을 번갈아 가면서 주행해본 결과 VDC 오프상태에서는 언더스티어의 허용치가 더 컸다. 물론 제어가 쉬운 정도의 언더스티어로 코너링 중 가속에서 들어나는 현상이었다. 그러나 VDC 온 상태에서는 차량의 움직임이 보다 제한적이었다. 차량의 가속은 비교적 빠른 반면에 차량 중량이 무거워 코너링 중 언더스티어 발생이 세단에 비해서는 컸다. 횡측 G포스가 운전석 안으로 그대로 느껴졌다. ATTESA 시스템 덕분에 SUV 임에도 뛰어난 주행성능을 나타냈다. 그리고 390마력의 V8엔진은 코너링 중 간혹 4개의 바퀴를 미끄러트릴 만큼의 강한 힘을 보여주었다. FX 의 ATTESA 시스템 외에도 딱딱한 스포츠 서스펜션 그리고 21인치 크기에 육박하는 휠 덕분에 코너링은 상당히 안정적이었다. 거의 동급 최대크기의 휠은 휠하우스 안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시티런(City-Run)만을 고려한 SUV] 인피니티를 가지고 오프로드를 체험해보았다. 오프라고 하기에는 뭐할지도 모르지만 비포장 평지에서 실험해본 결과, FX50S는 분명 온로드 SUV 였다. 오프로드에서는 390마력의 힘을 발휘하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서스펜션 역시 너무 딱딱해서 오프로드성향에는 잘 맞지 않았다. 물론 최소한의 AWD 차량이 갖추어야 할 SNOW 모드등이 있지만, 굴곡이 심한 오프로드에서는 주행이 상당히 어려웠다. 독일의 대표적인 온로드 SUV 포르쉐 카이엔의 경우는 온로드와 오프로드에서 거의 동일한 성능을 보이지만, FX에게는 오프로드는 다소 버거워보였다. SNOW 모드 온 상태에서의 출발에서는 TCS (접지력 제어장치, Traction Control System)의 반응은 한결 더 민감해졌다. 특히 출발시에 여러차례에 걸쳐 노면 상태를 파악하기위한 조심스러운 출발이 느껴졌다. 아무쪼록 FX는 도심의 빌딩 숲을 헤치고 다니는 SUV이지 자연속 숲을 헤치고 달리는 SUV는 아닌듯 싶었다. 오프로드 매니아가 아니라면, 다소 문제가 될 사항은 아니다. [스크레치(Scratch)복원 페인트] 이미 닛산은 차량의 색상을 바꾸는 기술을 개발했다. 페인트 입자사이에 약한 전류를 흘리고 이 전류에 따라서 반응하는 페인트 입자가 차량의 색상을 바꾸는 기술이다. 그러나 범죄에 악용되거나, 차량 조회와 추적등에 난해함 때문에 양산차에 적용은 되지 못하고 있다. 그런 닛산이 이번에는 스크레치 자체복원 페인트 기술을 FX 에 입혔다. 필자 FX는 시승차량인 관계로 차량에 고의적으로 스크레치를 낼 수는 없었지만, 한가지 확인한 사항은 차량에 칠해진 페이트의 분포상태가 일반 차량과는 달라 보였다. 마치 육안으로는 단순한 메탈릭 컬러를 씌운듯 하지만, 차체 표면 도색위에 유광(有光)막이 하나 더 씌워진 듯한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평상시 컬러와 사진기의 플래쉬를 터트려 찍은 후 차량의 색상은 달라보였다. 차량이 오래 될 수록 흡집은 많아지는게 당연하다. 그런데 이런 스크레치 복원 페인트 기술은 상당히 참신하고도 미래적인 기술이다. [총평] 닛산의 새로운 FX50S는 분명 종전까지의 인피니티의 격을 독일차에 더 가깝게 끌어 올렸음은 확실하다. 이제는 인테리어 내장재 등에서도 독일차 못지않은 퀄리티를 자랑하고 있다. 독일차를 벤치마킹한 듯한 ‘저먼워나비’(German Wanna be)에서 벗어나 인피니티만의 개성을 찾아가는 듯 했다. 그러나 아직 개선할 점으로 지적되는 것은 몇가지 있다. 1. 아직까지 매끄러운 업시프트가 안되는 7단 딥트로닉 트렌스미션, 그리고 7단까지 사용이 어려운 기어비는 조정이 필요하다. 2. 짧은 페들시프트는 주행 중 조작이 더욱 난해해졌다. 3. SUV 에 걸맞는 오프로드 주행성능의 개선해 볼 만하다. 4. 조향각을 따라 움직이는 헤드라이트는 언제쯤 볼 수 있을지 궁금하다. 자동차 전문 칼럼니스트, 金東衍 차량지원; 인피니티 코리아 Infiniti Korea http://www.infinit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