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하이밍(邢海明) 신임 주한중국대사는 2월 4일 우한폐렴(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사태와 관련, 브리핑을 했다. 지난 1월 30일 입국한 후 외교부에 신임장 사본을 제출하기는 했지만 아직 정식 신임장 제정을 하지도 않은 대사로서는 이례적으로 신속한 행보를 하고 있는 셈이다.

싱 대사는 이날 브리핑에서 후베이(湖北)성 방문 외국인 입국 제한을 비롯한 한국 정부의 조치에 대해 "제가 많이 평가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싱 대사는 "세계적이고 과학적인 것은 세계보건기구(WH0) 근거인 만큼 WHO 근거에 따르면 되지 않을까 한다"고 덧붙였다. 우리 국민들은 '중국인 입국 금지’를 요구하고 있고, 미국 등 세계 각국이 유사한 조치를 하고 있음에도 우리 정부는 중국의 입장을 고려해 그에 훨씬 못 미치는 조치를 취하고 있는데도 그에 대한 감사는커녕 불만을 표시한 것이다.

사실 싱하이밍 대사의 이런 모습은 이미 충분히 예상된 것이었다. 주한중국대사관에서 1992∼95년, 2003∼2006년, 2008∼2011년 세 차례 근무하면서 공사참사관과 대리대사를 지낸 싱 대사는 과거에도 거친 일처리로 여러 번 논란이 됐었기 때문이다. 싱 대사는 주한 중국대사관 공사참사관이던 2010년 5월 당시 현인택 통일부 장관이 장신썬 주한중국대사에게 천안함 폭침 사건에 대해 "중국의 책임 있는 자세"를 촉구하자, 한국말로 "이거 너무 심한 것 아닙니까"라고 들이받았다. 2004년 5월에는 '대만 독립론자'인 천수이볜 대만 총통 취임식 참석 의사를 밝힌 여야 국회의원들에게 전화를 걸어 고압적으로 불참을 종용한 적도 있다.

 외교가에서는 “역대 주한대사 중 우다웨이(武大偉) 대사(1998~2001년 재임)가 거친 언행으로 자주 논란이 됐었지만, 우다웨이 대사의 경우는 그런 거친 언행이 다분히 계산된 것이었던 반면, 싱하이밍은 정말 거친 사람”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우다웨이 대사는 그런 모습을 일부러 연출하기도 했지만, 우리측에서 그의 문제점을 정확하게 지적하면 물러날 줄도 알았던 반면에, 개혁개방 이후 중국의 국력이 급성장하는 시기에 외교관으로 이력을 쌓은 싱하이밍 대사는 우리 입장에서는 우다웨이보다 더 상대하기 피곤한 사람이라는 것이다. 심지어 "싱하이밍 대사가 '원세개'처럼 굴다가 사고를 칠 것"이라고 우려하는 관찰자도 있다. 우다웨이 전 대사와 싱하이밍 대사를 만난 본 경험이 있는 한 중진 정치인도 비슷한 말을 했다.

싱하이밍 대사는 중국 외교부 내의 대표적인 ‘한반도통’이라는 소리를 듣는 외교관이다. 1964년생으로 1986년 중국 외교부에 들어갔으며, 1992년 북한 사리원농업대학을 졸업했다. 한국에서 세 번 근무했지만, 평양 주재 중국대사관에서도 두 차례(1988∼91년, 2006∼2008년) 근무한 바 있다. 주한대사로 오기 전에는 주몽골대사로 근무했다. 역대 주한중국대사들과 마찬가지로 중국 외교부 내에서 위상은 부국장 내지 국장급 정도로, 장하성 주중대사가 장관급 청와대 정책실장 출신인 것을 감안하면 급수가 한참 떨어진다. 주한중국대사의 위상은 주일중국대사나 주북한중국대사보다 훨씬 낮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중국 외교부 내 ‘한반도통’이 주한대사로 온 것은 2008년 닝푸쿠이 대사 이후 12년 만에 처음이다. 닝푸쿠이 대사 이후 세 명의 대사는 모두 한국어도 몰랐고, 한국 근무 경험도 없었다. 이번에 중국이 다시 ‘한반도통’으로 거친 스타일의 싱하이밍 대사를 보낸 것은 한반도에 대한 영향력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