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디션 프로그램 '프로듀스X101'에서 생방송 투표를 조작한 혐의를 받는 안준영 PD(가운데)가 5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CJ E&M의 음악전문채널 '엠넷'의 인기 오디션 프로그램 <프로듀스 101> 시리즈를 연출한 안준영 PD가 5일 구속됐다. 안 PD는 사기와 배임수재 등의 혐의를 받고 있다. 영장전담판사는 "범죄 혐의 상당 부분이 소명되고 사안이 중대하다"며 "이번 범행에서 피의자의 역할 및 현재까지 수사경과 등에 비춰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 및 상당성이 인정된다"고 영장 발부 사유를 밝혔다.
시청자들의 투표로 아이돌그룹을 만들겠다던 제작진은 기획사의 로비를 받고 투표수를 조작했다고 한다. <프로듀스101>, <프로듀스101 시즌2>, <프로듀스48>, <프로듀스X101>까지 한 회도 빠지지않고 본방송을 사수했던 필자로서는 믿고싶지 않은 일이 사실로 밝혀진 것이다.
<프로듀스> 시리즈가 여타 오디션 프로그램과 차별화된 것은 시청자(국민프로듀서)가 직접 투표를 해 많은 표를 얻은 연습생을 데뷔시킨다는 콘셉트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많은 시청자의 관심을 모았고, 이 시리즈를 통해 데뷔한 그룹은 다른 오디션 프로그램 출신과 비교불가능한 엄청난 인기를 얻었다. 시청자들은 외모만 믿고 자만에 빠진 연습생보다는 숨겨진 실력이 있거나 노력하는 연습생들을 주목했다.
물론 안준영PD에 대한 '악마의 편집' 논란은 첫 시리즈때부터 있었다. 정해진 방송시간에 101명의 연습생들을 일일이 보여주기 힘든 만큼 스타성이 보이는 연습생이 주목받았고, 간혹 실력이 부족한 연습생이 방송에 많이 등장하면 'PD픽(pick)'이라는 말도 나왔다. 하지만 시청자 입장에서는 'PD가 안목이 있으니 주목하겠지' 또는 '저 연습생이 그룹에 필요한 재능이 있나보다'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시즌 1~3에 걸쳐 배출한 아이오아이, 워너원, 아이즈원까지 줄줄이 성공해서일까. 제작진은 <프로듀스X101>에서는 대담하게도 투표수를 '무성의하게' 조작하기에 이른다. 상위권 각 연습생의 득표수가 일정 숫자의 배수로 딱 떨어진 것이다. 통계학적으로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다.
정치권에서조차 연습생들을 기만한 '취업사기'라는 지적이 나왔다. 시청자도 기만당하긴 마찬가지다. 시청자투표는 CJ 계열사 홈페이지에 가입해야 할 수 있었고, 심지어 마지막 방송의 생방송 문자투표는 유료였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프로듀서 투표결과는 무시한 채 제작진 입맛에 맞게 결론을 낸 것이다. 검찰 조사에 따르면 제작진은 특정 기획사로부터 로비를 받고 해당 기획사 연습생을 최종 멤버에 포함시킨 정황이 드러났다고 한다.
예능프로그램 하나 때문에 PD를 구속까지 시켜야 하느냐는 여론도 있다. 그러나 필자가 <프로듀스> 시리즈를 좋아한 것은 아들딸뻘 되는 연습생들이 오로지 꿈을 향해 땀흘려 노력하는 모습이 감동적이기 때문이었다. 정작 그들이 데뷔해 화려하게 단장하고 무대에 오르고 나면 흥미가 없어졌다. 그 '과정'에 감동받았던 필자같은 시청자들은 다시는 이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처벌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특히 CJ E&M와 엠넷은 국내 대중문화의 '거대 권력'이다. 거대 권력이 국민을 우습게 보고 기만하는 일은 더 이상 없어야 한다.
글=권세진 월간조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