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경제 실무회의 열렸지만.... 일본의 의도적 푸대접에 성과 없어 : 월간조선

일본의 반도체 소재 수출규제 등 경제보복조치가 시작된 후 처음으로 한일간 경제 실무회의가 열렸다. 그러나 일본은 한국 관료들을 의도적으로 푸대접하는 모습을 보여 논란을 빚었다.

12일 일본 경제산업성을 찾은 산업통상자원부의 전찬수 무역안보과장과 한철희 동북아 통상과장은 경제산업성 별관 10층에 마련된 회의장에서 일본 경제산업성의 이와마쓰 준(岩松潤) 무역관리과장과 이가리 가쓰로(猪狩克朗) 안전보장무역관리과장과 4인 회의를 가졌다.

먼저 착석해있던 일본측 관료들은 한국측 관료의 입장에도 일어서거나 인사를 하지 않았으며, 테이블에는 물 한 잔 없었다. 한국측 관료들이 정장을 입은 것과 달리 일본측은 노타이에 재킷도 입지 않은 차림새였다. 회의실 역시 한켠엔 의자가 쌓여있고 바닥도 지저분한 상태였다. 고의적으로 푸대접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회의실 화이트보드에는 '수출 관리에 관한 사무적 설명회'라고 쓰인 A4용지 두 장이 붙어있었다. 실무회의의 의미를 한껏 축소시킨 것이다.

이날 회의는 순차통역 방식으로 오후 2시부터 7시 50분까지 6시간 가까이 열렸지만 접점을 찾지 못했다.

회의 후 서울 산자부 청사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이호현 산업통상자원부 무역정책관은 "일본측은 언론 등에 공개된 내용이 사실과 다른 부분이 많아 취지와 구체적인 내용을 설명하기 위한 자리라고 했다"며 "일본 측은 일부 언론에서 나오는 것과 달리 북한을 비롯한 제3국으로 전략물자가 수출됐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고 밝혔다.

또 우리측은 이번 조치가 세계무역기구(WTO) 협정에 위반됨을 강조했지만, 일본 측은 그대로 시행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양국은 6시간여에 걸쳐 자국의 주장만 펼쳤을 뿐 접점을 찾지 못했고 다음 회의 여부조차 결정하지 못했다. 일본측은 회의 후 브리핑에서도 브리핑에서 "한국 측으로부터 WTO 협정 위반 발언이나 (규제) 철회 요구 발언은 없었다"고 주장하는 등 회의의 의미를 축소하는 입장을 보였다.

글=권세진 월간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