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터넷 쇼핑몰과 중고거래 커뮤니티에서 판매 중인 김정은 피규어의 모습. 사진=인터넷커뮤니티 캡처
북한 출신인 기자는 자유를 찾아 대한민국에 왔다. 그런데 최근 여기가 남한인지 북한인지 헷갈린다. 이는 최근 서울에서 자행되는 김정은 방한 찬양과 김정은 피규어(figure·모형)를 보고 든 생각이다.
최근 서울 광화문에서는 김정은 방남 환영 집회가 열렸고 북한 정권을 미화하는 전시회·상품 판매가 잇따르고 있다. 급기야 ‘으니굿즈’라는 친근한 용어까지 만들어졌다. 김정은의 이름 마지막 글자 ‘은’을 귀엽게 부르는 ‘으니’와 상품을 뜻하는 굿즈(goods)를 합친 말이다.
국내 최대 중고거래 커뮤니티 ‘중고나라’에는 김정은 개인의 이미지를 친근하게 만든 피규어가 등장했다. 이 사이트에서는 김정은에게 슈퍼맨 복장을 입힌 피규어도 판매 중이다. 피규어의 가슴에는 슈퍼맨의 ‘S’ 이니셜 대신 방사능 로고가 붙어 있다.
해당 김정은 피규어는 오른쪽 어깨에 핵미사일을 메고 환하게 웃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피규어와 세트로 판매되고 있다. 가격은 13만 원이다.
김정은 피규어는 북한에도 없다. 그런데 자유대한민국에서 독재자의 피규어를 만들어 판매하고 있다. 지금 이런 상황을 북한 주민들이 알면 뭐라고 할까? 통일하고 싶은 마음이 사라질 것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이들은 김정은 체제가 무너져야 사람답게 살 수 있다고 믿는다.
북한 주민들도 과거와는 180도 달라졌다. 그동안 이들은 북한 정권에 속아 살아 왔지만, 지금은 아니다. 시장경제의 발전과 외부세계의 모습으로 인해 의식의 변화가 일어났다. 즉 주민들도 김정은과 북한 정권을 싫어한다. 이런 북한 주민들이 지금 상황을 접하게 되면 뭐라고 할지 궁금하다.
2016년 탈북한 A씨는 이에 대해 “김정은이 보기 싫어서 고향을 떠나 남한에 왔다. 그런데 남북 정상회담 이후 남한의 청년들이 김정은을 찬양하는 모습을 보니 답답한 마음”이라며 “북한 정권의 탄압을 피해 남한으로 왔는데 여기서도 김정은을 찬양하고 북한을 동경하면 나는 이제 어디로 가야 하나 싶다”며 자신의 답답한 심경을 토로했다.
김정은은 ‘세계에서 가장 악랄한 독재자’로 불린다. 권력을 3대(代) 세습한 김정은은 집권 초기부터 핵실험, 고모부 장성택 처형, 친형 김정남 암살 행각을 벌였다. 이 밖에도 북한 주민을 상대로 저지른 악행은 수없이 많다. 북한 주민들은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권리인 생존권마저 김정은과 정권으로부터 위협받고 있다.
지난해 탈북한 B씨는 “신은미라는 여성이 북한에 다녀와서 ‘지상낙원’이라고 말을 할 때까지만 해도 참았다”면서 “하지만 최근 일어나는 김정은 서울 방문 환영 집회, 피규어 판매 등은 정말 북한에서 고통받고 있는 주민들을 무시하는 행동”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또 한 가지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 있다”면서 “북한 정권과 김정은이 그렇게 멋있거나 귀엽다고 느껴지면 북한으로 가면 되지 왜 여기서 이러는지 모르겠다. 북한 평양 말고 다른 지역에서 7일만 살고 그때도 김정은이 귀여운지 물어보고 싶다”고 토로했다.
글=정광성 월간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