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업계 반값행사 소비자 우롱… 청와대 국민청원 조사 요청 쇄도 : 월간조선

최근 유통업계가 공격적인 '할인 마케팅'에 나서고 있다. 반값 행사 등 다양한 마케팅을 통해 브랜드를 알리고 있지만 서비스 등 물량 부족으로 소비자들의 불만이 늘어나고 있다.

온라인에서는 애플의 블루투스 이어폰인 '에어팟'을 반값에 판매하는 행사가 열리면서 '에어팟 대란'이 일어났다. 위메프가 매달 22일 '반값특가' 행사의 일환으로 에어팟을 9만 9,000원에 800개 한정 판매했다.

인기 제품인 에어팟을 내세운 이 행사는 시작 전부터 기대를 모았고, 사전 판매를 진행한 지난 21일 저녁부터 행사 당일인 22일까지 에어팟을 사겠다는 사람이 몰려 위메프 서버가 다운되는 사태가 발생했다.

위메프 홈페이지와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은 1시간 넘게 마비됐고 물량은 10분 내로 순식간에 다 팔렸다. 직장인 서모(31)씨는 "며칠 전부터 에어팟을 반값에 사려고 기다리고 있었는데 앱이 다운돼 접속도 못했다"면서 아쉬움을 드러냈다.

구매에 실패해 실망한 일부 소비자들은 급기야 위메프의 미흡한 서버 준비를 비판하면서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국민을 우롱한 위메프를 조사해 주세요’라는 제목의 청원글을 올리기도 했다.

유통업계가 공격적인 ‘할인 마케팅’에 나서고 있다. 온라인에서 ‘품절 대란’이 입소문을 타면 브랜드 홍보 효과를 누릴 수 있어 많은 기업이 파격적인 할인가를 내세운 정기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패션 회사의 경우 매장 집객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신성통상이 운영하는 패스트패션 브랜드 탑텐의 ‘텐텐데이’다. 텐텐데이는 탑텐이 매년 10월에 열흘간 신상품을 1+1(하나 사면 하나 더 주는) 혜택으로 판매하는 브랜드 최대 규모 행사다. 올해는 행사 첫날에만 21억 원의 매출을 올렸고, 홈페이지는 사람이 몰려 6시간 가까이 접속이 지연되기도 했다.

스포츠브랜드 배럴도 전 품목을 최대 50% 할인하는 ‘배럴데이’를 지난 17일 진행, 제품이 조기 품절되는 사태를 빚었다.

일각에서는 지나친 ‘노이즈 마케팅’에 비해 기업의 준비가 미흡하다는 비판도 나온다. 대학생 최모(25)씨는 "일부 패션 기업은 매년 할인 행사를 여는데 매년 서버가 다운되거나 사이트가 마비되는 일이 반복된다"면서 "소비자의 기대치가 높아진 만큼 이런 문제는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원할머니보쌈에서 발표한 사과문. 원할머니보쌈 홈페이지 캡처.

24일 원할머니보쌈이 SK텔레콤과 손잡고 추진한 50% 할인 행사도 물량이 조기 품절되면서 소비자 불만이 터져나왔다. 할인 혜택을 받으러 점심시간에 원할머니보쌈 식당을 찾아간 직장인 김모(36)씨는 "11시 조금 넘어서 일찍 갔는데도 포장 물량이 다 떨어졌다고 해 허탈했다"면서 "행사 물량을 충분히 준비하지 않고 홍보만 떠들썩하게 하는 것은 소비자 우롱 아니냐"고 말했다.

글=정광성 월간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