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 가족과 함께 찾아가는 河南(하남)시 二聖山城(이성산성)
따듯한 봄날 가족들과 함께 가벼운 차림으로 등산을 겸해서 서울 근교 경기도 하남시 춘궁동에 있는 이성산성(사적 제422호)을 찾아가 본다. 높이 209.8m의 야트막한 이성산의 계곡과 능선을 화강암으로 둘레 1,925m, 높이 4-5m로 쌓은 包谷形(포곡형)의 이성산성의 성터안에는 집터들과 2개의 저수지들이 곳곳에 산재해 있다.
북한강과 남한강이 만나는 삼거리에 위치한 이성산성은 서울 風納土城(풍납토성)과 夢村土城(몽촌토성)과 인접해 있을 뿐만 아니라 한강 북쪽에 있는 峨嵯山城(아차산성)등을 한눈에 둘러 볼 수 있다. 남쪽과 동쪽으로 남한산성, 검단산, 서쪽으로 야산들이 겹겹이 막혀 있어 한강 유역을 방어하기에 매우 유리한 입지조건을 갖추고 있다.
요충지였던 이성산성을 둘러보면 1천4백여년전 한강 유역에서 펼쳤던 고구려, 신라, 백제의 밀고 밀리는 힘겨루기의 숨결을 들을 수 있는 곳이다. 
(산성 중턱에서 발굴된 12각 건물지)
(성안에 축조된 2개의 저수지 가운데 하나로 원형이 잘 보존돼 있다.)
이성산성은 서울 송파구 강동대로를 지나 하남시로 넘어가는 60번 도로다 따라가다 보면 중부고속도로와 구리-일산間 서울외곽순환도로가 맞나는 하남 분기점 못미처에서 북쪽으로 올려다 보이는 야산에 있다. 산성으로 올라가는 길은 입구에 음식점들이 즐비하여 얼른 찾기 힘들다. 차를 가져 갈 경우 주차장이 따로 없어 음식점들 마당에 세워 놓고 10분쯤 걸어 올라가야 한다.
1986년부터 한양대학 박물관팀이 여러 차레 발굴 조사를 하여 직사각형의 누각형 건물터와 8각, 9각, 12각 건물터등 삼국시대의 다각형 건물터와 신앙유적 4개소를 찾아냈다.
산성의 정상 가까이에는 8각, 9각 건물이 직사각형 건물을 사이에 두고 동서로 배치되어 있다. 이 중 직사각형 건물은 병영이나 창고등 산성의 주요 시설물이었을 것으로 보이며 동쪽의 9각 건물은 하늘에 제사를 지내는 天壇(천단), 서쪽의 8각 건물은 社稷壇(사직단)으로 추정한다. 
(무너져 내린 성돌들)
(하남시가 내려다 보이는 동문지, 발굴 작업중이다.)
이밖에 대규모 저수지 2곳과 干支(간지)가 기록된 木簡(목간), 철제마, 기와등 총 3,352점의 유물이 출토되었다. 이중 토기는 황룡사지와 안압지에서 출토된 토기들과 비슷하여 통일신라시대 때 것으로 보인다.
특히 목간에서 “壬辰正月十二日朋南漢城道使(임진정월12일붕남한성도사)”라는 기록이 발견되어 이산성의 쌓은 연대가 603년임이 밝혀졌다. 신라 진흥왕이 한강 유역을 점령한 6세기 중반 이후에 이성이 축조됐을 것으로 보이며 그후 200-300년 가량 사용된 것으로 추정한다.
(산성 정상에서 발국된 8,9각 건물지와 장방형 건물지)
이성산성 안 저수지터에서는 7세기 신라인들이 길이 측량을 위해 사용하던 도량형의 하나인 唐尺(당척)이 발굴돼 비상한 관심을 끌었다. 이자는 전체 길이 29.8cm이며 9개의 눈금을 같은 간격으로 측면에 새긴 것으로 중국 당나라에서 사용하던 것과 동일하다.
당척이 사용된 건축물로는 경주 불국사와 설굴암등이 조사됐으며 발굴단은 이산성 건물터 2곳이 실제로 당척으로 축조됐음이 드러났다.
(수직 아니라 60도쯤 기울게 쌓은 이성산성 성벽. 성벽의 돌을 매그럽게 다듬어 빼곡이 쌍았다.)
조선 후기 정약용과 홍경모는 이상산성을 백제 시조 온조왕의 고읍으로 보았고 김정호는 大東地誌(대동지지)에서 이성산에 백제의 城址(성지)가 있다고 했다. 이곳 일대를 조선시대부터 춘장과 궁말을 합친 춘궁동이라고 부르는데 춘장은 이성산성 아랫 마을이고 궁말은 궁궐마을이라고 해석한다.
(1986년부터 발굴작업을 해온 이성산성, 목간등 총 3천여점의 유물이 출토됐다.)
축성의 형태를 분석해 보면 여러 번의 개축이 있었다고 본다. 백제식 1차 축성 위에 고구려 수법으로 성벽을 다시 쌓았음이 확인되였다. 고구려 재축성론과 한강 지역 점령 뒤인 553년 신라가 축성을 했다는 기존의 견해가 학자들간 팽팽히 대립하고 있다.
(하남시로 넘어가는 60번 도로 확장공사장 현장에서는 고구려 시대 집터들이 발굴되고 있다.)
현재 방이동에서 하남시로 넘어가는 고갯길 확장 공사을 앞두고 건국대 박물관팀이 길주변 이성산 기슭일대를 발굴하고 있다. 수십채의 고구려시대 집터가 발굴되여 학계의 또다른 관심을 끌고 있다.
성벽을 따라 한바퀴 돌고 성안의 유적지들을 다 둘러보는데는 2시간이면 충분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