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이곳 기자칼럼의 성격도 있고 해서 시사적인 내용은 의도적으로 피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번 사건은 한마디 하고 넘어가야 할 것 같습니다. 경찰관 두 명이 성폭행 피의자를 체포하려다 도리어 칼에 찔려 숨졌습니다. 경찰관이 범인의 총에 맞아 순직할 수는 있습니다. 불가항력적인 측면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움직이는 법집행관인 경찰관이 흉악범과 맨몸으로 사투를 벌이다 칼에 맞아 순직한다는 것은 도저히 있을 수도, 있어서도 안 되는 사건입니다. 그것도 두 명의 경찰관이 한명의 흉악범에게 당했다니 이러고도 법이 있는 문명사회라고 한다면 말장난이 따로 없을 것입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집권하자마자 전투 경찰로부터 강력한 시위진압 수단인 최루탄 사용권을 뺏아 버렸습니다. 이후 경찰관이 동네북이 되어 두들겨 맞는 것이 다반사가 되어 오늘에 이르고 있습니다. 재작년 광화문의 북파공작원의 시위 때 북파공작원들은 생명에 직접 위협이 되는 가스통과 쇠파이프로 무장한 채 경찰관들에게 돌진했습니다. 이때 돌진하는 북파공작원들을 방패와 곤봉으로 막다가 수없이 두들겨 맞고 중과부족으로 도망가는 전투경찰의 모습이 전국에 방영되었습니다. 또 여의도 농민시위 때 농민들이 기다란 장대를 가지고 밀집대형으로 모여 있는 경찰들의 눈을 향게 마구잡이로 찌르고 있었는데도 경찰은 방패로 이를 막아야 했습니다. 2년 전쯤에는 국군병원에 근무하는 어느 여의사가 맞아서 다친 젊은 전경을 보다 못해 『시위 때 제발 전경들 얼굴만은 때리지 말아달라』고 호소한 글을 신문에 낸 적이 있었습니다. 오늘도 한 일간지에 친북좌파 학생들이 전경의 차량 위에 올라가 주한미군 철수와 이라크 파병 반대를 하는 사진이 실린 것을 보았습니다. 모 TV프로그램에서 음주운전 방지 캠페인 차원에서 술을 마신 채 운전하면서 도망가는 사람과 이를 쫓는 경찰의 모습을 매주 편성해 보여준 적이 있습니다. 30분 혹은 한 시간 가량 죽음의 질주를 한 용의차량을 멈춰 세운 경찰은 무장도 하지 않은 채 용의차량에 바짝 다가가 운전자에게 한마디 합니다. 경찰: 『아저씨 그렇게 도망가시면 어떻게해요? 그러다가 사고라도 나면 어떻게요. 위험하잖아요. 술드셨죠. 면허증 줘봐요』 용의차량운전자: 『따라오니까 도망가죠』 뭐 대충 이런식의 대화가 오고 갑니다. 이쯤되면 대한민국 경찰을 경찰이라고 부르기도 민망해 집니다. 공원력의 권위를 운운하기 전에 한마디로 코미디 영화에서나 볼 수 있는 모습이 오늘날 우리의 시위현장이나 음주단속 현장 등에서 매일같이 벌어집니다. 현장에서 경찰의 검문을 피해 도망간 차량이라면 음주여부는 부차적 문제이고, 도난차량이나 중대한 범죄혐의자로 의심하고 접근했어야 할 것입니다. 몇년 전 미국의 고속도로에서 한국인 재미교포가 차량을 훔쳐 타고 질주를 하다가 이를 쫓는 수십대의 경찰 차량으로부터 집중 사격을 받아 숨진 사건이 있었습니다. 인권이나 과잉대응 여부를 떠나 불특정 다수에게 위협이 되는 행위를 하는 차량에게 미국 경찰이 어떤 인식을 가지고 있고, 어떤 식으로 대응하는지 보여주는 단적인 예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실제 화면을 구성해서 보여주는 미국의 어느 TV프로그램에서 멈춰 세운 용의차량에 무장한 경찰이 다가가자 차 안에 있던 사람이 다짜고짜 권총을 꺼내어 경찰관의 목을 향해 발사하는 장면을 방영한 것을 본적이 있습니다. 다행히 이 경찰은 간발의 차이로 가슴을 맞았고, 방탄복을 입고 있어서 목숨을 건질 수가 있었습니다. 경찰차 안에서 감시를 하던 다른 한명의 경찰은 즉각 총을 꺼내어 용의차량을 향해 사격을 시작했습니다. 동료 경찰에게 엄호를 받고 있는 경찰관의 면전을 향해서도 총을 쏘는데, 우리처럼 무방비로 용의차량에 접근하는 경찰이 무슨 봉변을 당할 지는 아무도 알 수 없습니다. 저도 미국에 잠시 머무를 때 누나의 차에 동승하고 가다가 신호위반으로 미국 경찰의 제지를 당한 경험이 있습니다. 그때 누나의 첫말이 『손을 무릎 위에 올리고, 경찰이 무슨 지시를 할 때까지 꼼짝도 하지 말라』는 것이었습니다. 밤에 하는 차량 검문은 「살벌」하기까지 합니다. 경찰은 과속 등으로 적발된 차량을 도로가로 인도한 후 아무런 지시도 없이 강력한 「서치라이터」로 뒤에서 (거짓말 좀 보태서) 5분 가량 비추기만 합니다. 차안에 탄 사람에게 위압감을 주기 위해서입니다. 그 후 한명의 경찰이 총을 찬 허리춤에 손을 얹고 느릿느릿 사람 미치도록 천천히 걸어서 단속된 차량에 접근합니다. 한명은 계속 경찰차에 남아 차량을 감시합니다. 이쯤되면 감히 경찰에게 대어들 엄두를 내지 못합니다. 경찰이 무섭기만 해서도 안되겠지만 지금처럼 지나가는 동네 무슨 개 취급 당해서는 안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