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 글은 작년 11월, 대통령 선거 운동이 한창이던 때 써서 기자수첩에 올렸다가, 민감한 선거 기간에 특정 인물에 대한 좋지 않은 시각을 줄수도 있다는 생각에 하루 만에 내린 글입니다.
당시 이회창 씨가 이명박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의 미지근한 대북정책을 강력하게 비난하며 대통령 출마를 선언하자, 이명박 후보의 지지율이 단번에 10%가 하락했습니다. 이회창 씨가 출마를 선언하면서 20% 이상의 지지율을 확보하자, 한나라당과 이명박 후보는 어떻게든 이회창 씨의 출마를 포기시키려고 허둥지둥 하였습니다.
당시 이회창 씨는 정치적 사형 선고자나 다름없었습니다. 이명박 후보의 알쏭달쏭한 대북 정책과 안보관만 아니었어도 이회창 씨가 대선에 나올 그 어떤 기회나 틈도 없었을 것입니다. 그런데도 이명박 후보는 국민들 가슴속의 응어리가 뭔지 제대로 읽지 못하고, 오로지 이회창 후보를 사퇴시키기 위해 쪼잔하게 대응했습니다.
저는 이런 이명박 후보의 모습을 보고 '이 사람은 정말 정치가 뭔지 모르는 구나. 지도자가 뭔지에 대한 근본 철학이 없는 사람이구나'하고 속으로 한숨을 쉰 적이 있습니다. 아래는 그때 이명박 후보를 보고 든 느낌을 쓴 것입니다.
요즘 이명박 대통령이 좌파들의 광우병 촛불선동에 끌려 다니고, 물에 물탄듯 술에 술탄듯한 대북정책을 보니 제가 당시에 가졌던 생각이 크게 틀리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어 완전히 버렸던 글을 새로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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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쌍하다 이명박
글쓴 날짜: 2007년 11월 7일 이회창 전 한나라당 대표의 대선출마 선언과, 이에 대한 이명박 후보 진영의 대응 자세를 보고 쓴 글
요사이 이명박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를 보니 불쌍해 보이기도 하고, 너무 한심해 보이기도 합니다. 그는 국민들이 입에 떠 넣어 준 대통령 자리도 씹는 법을 몰라서 인지 삼키려 하지 않고 있습니다.
최근 이명박 씨의 '불쌍한' 행보를 보면 그가 경제는 좀 아는지는 몰라도 정치를 너무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정치'(政治)란 기본적으로 백성의 마음을 헤아려서 어루만지는 행위입니다. 즉, 백성들이 원하는 것을 찾아내어 해결해주고, 가려운 곳을 긁어주고, 백성들의 아픔을 함께하려는 것이 정치의 기본입니다. 백성들의 마음을 제대로 읽을 줄 아는 지도자가 되려면 먼저 私心(사적인 욕심)을 버려야 합니다. 반대로 사심을 버리지 않으면 민심을 정확하게 읽을 수가 없다는 말이기도 합니다.
지금 우리 국민들은 지난 5년간(혹은 10년간) 농락당한 나라의 품격을 되찾기를 원하고 있습니다. 지난 5년간 우리 국민들은 위로를 받아도 모자랄 판에 소위 대통령과 나라 지도자들이란 사람들을 물가에 내 놓은 어린 애 마냥 가슴 졸이면서 지켜보느라 속이 시커멓게 탔습니다. 나라의 지도자란 자가 3일이 멀다하고 자신과 공동체의 존재 이유가 되는 헌법을 모욕하고, 국민을 향해 비아냥 대는 전에 못보던 '패륜정치'와 '변태정치'를 겪어 오고 있습니다.
우리 국민들은 지금 피땀으로 일궈온 나라를 이처럼 비정상적인 상태로 만든 사람들에게 분노와 짜증이 뭉쳐 있는 상태입니다.
무엇보다 우리 국민들의 가슴에 가장 큰 응어리를 만든 것은 바로 지난 10년간 정부가 취했던 대북정책일 것입니다. 삼척동자도 알만한 대북 정책의 ABC도 애써 무시하면서 김정일에게 끌려만 다니다 보니, 국민들의 자존심은 상처받을 대로 상처를 받았습니다. 여북하면 지난번 남북 정상회담 때 국방부 장관이 김정일에게 인사할 때 머리를 숙이지 않았다는 것이 마치 우리의 자존심을 대단하게 높인 것처럼 회자될 정도가 되었겠습니까.
지난 10년 간 우리는 김정일을 요리할 수 있는 온갖 칼자루를 다 쥐고도 도리어 인간백정인 김정일에게 끌려만 다니는 대북정책을 취해 왔습니다. 사람들은 김대중 씨는 김정일에게 뒷돈 준 것에 약점이 잡혀서 대북정책을 그렇게 할 수 밖에 없었다고 해도, 김정일에게 아무 빚진 것이 없는 노무현 대통령이 왜 5년 동안 김정일에게 끌려다니는 대북정책을 취했는지 이해를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김대중 노무현 씨는 다 죽어가던 김정일을 퍼주기로 회생 시켜놓고도 이산가족의 천추의 한인 생사확인 문제, 서신왕래 문제조차 해결하지 못했습니다. 김정일은 원래 인간백정이니 그렇다 쳐도 불쌍한 이산가족의 고통조차 철저히 정치적 관점에서 접근한 남한 지도자의 잔인함과 비정함에도 혀를 내두를 지경입니다.
또한 지난 10년은 북한 인민들이 남한 지도자에게 버려진 시기이기도 합니다. 굶어죽고 맞아죽고 있는 북한 주민을 위해 남한의 대통령은 단 한 번도 위로를 보내지 않았습니다. 현실적으로 북한 주민을 도울 수 있는 가장 영향력 있는 위치에 있는 남한 대통령은 노예 상태에 있는 북한 주민에게 최소한의 희망을 주는 말조차 건네지 않은 것입니다.
때리는 시어머니보다 말리는 시누가 밉다고 했지만, 김대중 노무현 두 대통령은 노예 상태의 북한 인민들을 위해 말리는 시누 역할조차도 하지 않았습니다. 심지어 노무현 대통령은 북한 만수대 의사당을 방문해 “인민주권이 나오는 전당”이라는 거짓말을 했습니다. 말리는 시누가 아니라 물에 빠져 살려달라고 애원하는 북한 주민을 김정일과 함께 위에서 머리를 짓밟아 물속으로 밀어 넣은 격입니다.
남한 대통령이 되는 자는 북한 주민이 자기 백성이라는 확고한 신념을 가져야 합니다. 이는 헌법이 요구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이승만 대통령은 늘 북한 동포를 해방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야당 대통령 후보인 이명박 씨가 1년 가까운 시기동안 무려 50%가 넘는 지지율을 유지해 올 수 있었던 것도 그가 대통령이 되면 우리 사회의 이 모든 비정상을 정상으로 돌릴 수 있다고 믿는 사람이 많았기 때문입니다.
이명박 후보는 북한이 핵실험 하는 그날을 계기로 지지율에서 박근혜 전 대표를 앞질렀습니다. 지난 10년간 북한에 퍼주기를 해서 사실상 핵무기 제조를 도운 세력에 대한 분노가 폭발하여 국민들은 뭔가 ‘뚝심 있어 보이는’ 이명박 씨에게 전폭적인 지지를 보낸 것입니다. 국민들은 더 이상 김정일 따위의 가치없는 인간에게 자손심을 상하기를 원하지 않았던 것입니다.
야당 후보에 대한 지지율이 50%가 넘었다는 것은 사실상 '묻지마식' 지지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명박 씨는 압도적인 지지율을 자기가 청계천 만들고, 서울 버스 노선 개혁하는 등 경제를 잘 알기 때문이라고 생각 했나 봅니다. 그는 국민들의 가슴에 맺힌 응어리가 무엇인지 정확하게 읽어내는 데 실패했습니다.
그는 대통령 후보가 된 후부터 지난 10년간의 나라의 자존심을 팽개쳐 가면서 펼쳐온 대북 정책에 대해 자신의 명확한 색깔을 드러내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그는 대통령이 된 후에 대북정책의 주도권을 놓칠까봐 걱정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그러다가 급기야 "햇볕정책 계승" 운운하는 지경에까지 이르렀습니다. 지난 10년간 원칙없는 대북정책 때문에 상처받은 국민들의 마음을 풀어주기는 고사하고, 도리어 "어디 엿 한번 먹어 봐라" 하는 것이나 마찬가지 입니다.
한번 배신감을 느끼면 콩으로 메주를 쓴다고 해도 믿지 않는 것이 사람의 본성입니다. 역사를 큰 틀에서 볼 줄 모르는 사람은 지도자가 될 자격이 없지만, 설사 그런 사람이 지도자가 된다고 해도 국가와 민족에게 덕 될 것이 별로 없습니다. 역사가 부여한 사명을 읽을 줄 모르는 사람은 이순신 장군님 말처럼 집에 가서 밭이나 가는 것이 나라를 위해 더 좋은 일을 하는 것입니다.
국민들은 김정일 정도는 손바닥 위에서 가지고 놀면서, 민족통일의 그림을 그려나가는 그릇이 큰 지도자를 갈망하고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