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성묘 : 월간조선

추석 전날 아버지와 할아버지 산소에 벌초를 갔습니다. 아버지는 원래 추석 한 참 전에 벌초를 하시는데 올해는 많이 늦으셨습니다. 억새풀과 온갖 잡풀이 이 한 키로 자랐고, 찔레나무 아카시아 나무가 묘 주변에 가득했습니다.

이날 비가 계속 내렸지만, 무척 더웠습니다. 저도 이 사진을 찍은 후에 열심히 벌초를 했습니다. 아침 9시경에 와서 11시 반 경에 벌초가 끝났습니다. 아버지는 "혼자 했으면 오후 2시까지는 해야 하는데, 같이 벌초를 해서 일찍 끝났다"고 하셨습니다.

그동안 벌초는 아버지가 해오던 일이었기 때문에 저는 사실 신경도 쓰지 않았습니다. 이날 아버지를 도와 잠깐 벌초를 했는데도 등에서 땀이 비오듯했습니다. 풀을 짧게 베야 하기 때문에 장갑을 끼지 않았다면 낫에 손가락을 여러번 베일 뻔 했습니다. 낫질로 잔뼈가 굵은 아버지도 몇 년에 한 번 정도는 논둑의 풀을 베다가 낫에 손 가락을 크게 다치곤 합니다.

벌초가 끝나고 베어낸 풀은 무덤 가에 있는 찔레 나무와 가시나무가 잘 자라지 못하게 그 위에 얹어 놓았습니다. 할아버지 무덤은 옛날에는 양지 바른 산 속이었는데, 지금은 주변 360도가 논으로 경작이 되어 무덤만 동그랗게 남았습니다. 이장을 해야 합니다.

벌초하는데 개구리가 많이 눈에 띄어 기분이 좋았습니다. 메뚜기는 지천으로 날아다녔습니다. 1980년 후반 즘에 씨가 말랐던 메뚜기는 1990년 말부터 개체수가 점점 증가하더니 최근에는 거의 옛날을 보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메뚜기와 달리 개구리는 좀처럼 늘어나지 않아서 걱정이 많았는데 최근 2~3년 사이에 부쩍 늘어났습니다. 특히 올해는 작년보다 더 많이 보였습니다.

농약을 치지 않는 것이 메뚜기와 개구리가 살아가는데 이처럼 중요합니다. 예전에는 벼농사 한번 지으려면 4~5번 농약을 쳤습니다. 그러나 요즘은 노인들만 살기 때문에 농약을 거의 치지 않거나, 많아야 한 번 정도 칩니다. 우리 부모님도 벼농사를 지으면서 지난 10여 년 동안 농약을 거의 치지 않아 본의 아니게 환경보호에 일조를 해 왔습니다.

아버지는 "올해는 농약을 꼭 치려고 했는데, 도저히 엄두가 안나서 못 쳤다"고 합니다. 비가 많이 왔는데 농약을 못쳐서 나락에 병이 들었다고 합니다. 사진에 보이는 개구리가 하도 잘 달아나서 찍는데 애를 먹었습니다.

벌초를 마친 아버지와 저는 간단한 음식을 차려놓고 할아버지에게 인사를 했습니다. 아버지는 "할아버지가 생전에 강냉이를 좋아하셔서 강냉이를 삶아 오셨다"고 합니다. 아버지가 바라보고 있는 먼산이 할아버지와 아버지가 태어난 동네가 있는 곳입니다. 할아버지 형님(큰 할아버지)부터 그 윗대 조상들은 는 저 멀리 보이는 선산에 모셔져 있고, 할아버지만 이곳 외딴 곳으로 떨어져 나와 있습니다.

바로 저 곳입니다. 할아버지 무덤에서 바라 보입니다. 사진에 보이는 산 봉오리가 문중산입니다. 이제 문중산에는 묘 쓸 자리가 없기 때문에 한번 동네를 떠난 사람은 선산에 묻히는 것은 꿈도 꿀 수 없습니다. 하지만 할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당시에는 선산에 묘 자리가 많이 있었는데도 문중산이 아닌 현재 자리에 모셨다고 합니다. 아버지는 요즘에 할아버지를 선산에 못 모신 것을 후회 하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