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만에 군대 이야기 한번 하겠습니다.
월간조선 기자 중에는 의외로 육군 보병 출신이 없습니다. 헌병대, 전투경찰, 대북방송 요원, 육군장교, 해경 등 출신 배경이 다양하고, 방위출신 기자도 있지만 보병은 없습니다.
보병은 대게 주특기 ‘일빵빵(100)’을 부여받고, ‘땅개’라고 불립니다. 제가 바로 보병 출신입니다. 강원도 양구 노도부대에 근무했습니다. 양구는 우리나라에서 산이 가장 험한 동네입니다. 저의 주특기는 100이 아니라, 화기소대의 M60 사수였습니다. M60공은 무게가 10.432kg이고, 길이가 110cm 정도 됩니다.
M60은 한국인 체형에 맞지 않는 총입니다 . 저처럼 겨우 170될까 말까 한 사람이 메고 다니기에는 너무 무겁기 때문에 군 생활 마칠 때쯤이면 이 기관총을 메고 다닌 사람은 어딘가 골병이 듭니다. 저는 제대 후 거의 10년 가까이 어깨와 목이 결리고 아파서 책상에 오래 앉아 있을 수가 없었는데, 군에서 M60을 메고 다녔기 때문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지금은 많이 나아졌습니다.
처음 화기소대에 배치받자 고참들은 신고식을 한다며 총을 메고, 앉았다 일어섰다 300개를 시켰습니다.
이를 악다물고 하기는 하지만, 100개가 넘어가면 다리는 후들거리고 비몽사몽이 됩니다. 나중에는 내 신세가 서러워 눈물은 앞을 가리지만 고참들은 봐주지 않습니다. 300개 못 마치면, 상병들이나 바로 위 고참이 날마다 불러내어 별도의 체력훈련(주로 폐타이어 끌기)을 시키기 때문에 차라리 하다가 죽는 한이 있더라고 하고 죽자는 생각이 듭니다. 간혹 교육 훈련 중에 신병 군기 잡는다고 각 소대 화기분대 막내를 불러내서 누가 앉았다 일어섰다 오래 버티나 시합을 할 때도 있습니다.
화기소대에 처음 배치 받으면 주로 바로 위 고참이 M60 명칭과 분해조립을 가르치는 데 명칭 하나 외우는데 기관총 가스 밀대로 머리 한대씩 맞는다고 보면 됩니다. 명칭과 분해조립을 다 외우면 M60 기관총 사수, 부사수, 탄약수의 임무(장비점검)에 대해서 외워야 하는데, 사수, 부사수, 탄약수마다 각 열 너덧 개의 장비점검 단계가 있었던 같습니다.
사수의 장비점검 시, 맨 먼저 단계는 총을 바닥에 던지듯이 놓는 것입니다. 그 다음 총의 개머리판 앞으로 가서 총을 살피면서 아래와 같은 상황을 크게 복창하면서 장비점검을 시작합니다.
-(탄약을 살피며)탄약띠 2중 고리는 중앙상단에 위치하며 딴약은 굽거나 녹슬지 않았는가
-(격발을 해보며)안전검사! 자물쇠 안전!
-(개머리판을 들어보며)개머리판은 깨끗한가
-(덮개를 열어 약실을 살펴보며)약실은 청결한가
지금은 다 잊었지만, 이런 식으로 열 몇 개의 항목에 따라 M60을 개머리판에서 총구까지 살핀 후 “1총(혹은 2총, 3총) 이상 무”하고 외칩니다. 사수의 장비검사가 끝나면 부사수 탄약수도 같은 방법으로 장비를 살핍니다. 물론 이 과정에서 동작하나 토씨 하나 틀려도 그 자리에서 총을 메고, 뺑뺑이를 돌아야 합니다.
화기소대는 총반과 포반으로 나뉘는데, 포는 60mm를 사용하고, 무게는 한 21kg 정도 나갑니다. 그러니 포반 앞에서 총반은 장비가 무겁다는 소리는 입에도 못 꺼냅니다. 제가 군에 있을 때 인원이 없어 행군을 할 때 화기소대는 분대장도 장비를 메고 다녀야 했습니다. 다른 분대 고참들은 병장이 되면 가벼운 군장으로 널널하게 다녔는데, 거기에 비하면 화기소대 분대장이나 병장들은 장비를 들고 다녀야 했으니 참 불쌍했습니다.
완전 군장에 그 위에 10kg짜리 총을 얹고, 행군을 하면 정말 죽을 맛입니다. 일이등병의 군장은 특히 더 무거웠습니다. 야외 훈련에 필요한 전투용품 외에 훈련나갈 때 챙겨야 할 것이 너무 많습니다. 바인더 끈, 후레쉬약, 텐트비닐은 기본이고, 지금은 기억도 제대로 못하는데 온갖 것이 다 들어갑니다.
심지어 우리는 병장들의 텐트까지 분대원들이 나누어서 가지고 다녔습니다. 병장 군장은 ‘날라리 군장’이라고 해서, 일반우의(병장들은 판초우의도 무겁다고 잘 안 가지고 감)에 라면 몇 봉지, 자기 입을 속옷 몇 개가 전부입니다.
군장중에서 텐트와 텐트 지주핀이 제일 무거운데, 일이등병은 자기 텐트에 분대의 병장들 텐트나 지주핀까지 챙길 때가 많습니다. 병장들은 행군할 때 그야말로 빈 군장으로 다닌다고 보면 됩니다. 아무것도 넣지 않습니다. 심지어 우리 부대에서는 병장용 나무 야삽이 따로 있었습니다. 병장들은 야삽도 가짜 나무로 만들어서 가지고 다녔습니다. 그러니 한번 훈련나가면 쫄다구들은 병장들 짐까지 죄다 나누어가져가야 합니다.
(처음에 입대하고 보니, 우리 부대는 병장이 되면 취사반에 밥 먹으로도 가지 않고, 일이등병들이 밥을 타서 침상에까지 갔다 주었음. 나중에 너무 심하니까 상부에서 병장들 밥 타주는 것을 지속적으로 단속 해서 겨우 개선이 됨)
이렇게 군장을 싸다보면, 무게가 장난이 아닙니다. 예를들어 분대원이 10명인데, 거기에 병장이 4~5명이라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일이등병들은 전부 텐트나 지주핀을 하나씩 더 군장에 넣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완전군장이 몇 kg인지는 정확히 모르겠지만, 겨울철에는 침낭부피 때문에 군장이 결속이 안될 정도로 군장 부피가 커집니다. 무릎으로 위에서 꽉 눌러서 억지로 결속을 할 정도입니다. 그런 무거운 군장을 메고 산을 오르면 허리가 휘청거리고, 다리가 후들거립니다. 이런 완전군장에 화기소대의 경우 총이나 포를 메고 행군을 하는 겁니다.
M60 기관총에는 삼각대와 거리 조정하는 각종 부속 장비가 딸려 다닙니다. 그래서 M60에는 사수 부사수 탁약수 등으로 임무가 나뉘지만, 행군을 할 때는 사수건 부사수건 탄약수건 상관없이 장비를 돌아가면서 메어야 합니다. 장비는 병장을 제외한 상병 이하가 돌아가면서 메지만, 분대에 인원이 적기 때문에 병장들도 삼각 대나 기타 장비를 들어야 할 때가 많습니다.
화기소대가 특히 힘든 것은 행군도 행군이지만, 주특기 교육때문입니다. 일과 시간이 시작되면 다른 소총 중대는 화생방, 사격술 예비훈련 같은 것을 하러 부대 부근의 지정 교육장소나, 기타 산 속으로 이동하지만(부대에서 멀리 떨어져 산속으로 가는 것을 '짱박힌다'고 함), 화기소대는 연병장에 집합해서 주특기 교육할 때가 더 많습니다.
7~8월 땡볕에 먼지 나는 연병장을 기면서 주특기 교육 받을 때는 세상 살기 싫어집니다. 말이 주특기 교육이지 공식적인 얼차려 시간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입니다.
M60의 주특기 교육은 적이 오는 방향에 따라 사수 부사수가 얼마나 민첩하게 총을 거치하여 대응하느냐 하는 것으로 교육 내용으로 짜여 져 있습니다.
주특기 교육이 시작되면 사수, 부사수, 탁약수들이 총, 삼각대, 기타 장비를 들고, 사열대를 향하여 도열을 합니다. 먼저 위에서 말한 장비점검을 하면서 선착순 몇 바퀴 돌아 몸을 푼 후 본격적인 교육에 들어갑니다.
훈련이 시작되면 훈련을 책임진 분대장이 명령을 합니다.
“위병소를 돌아, 취사반을 돌아 3시 방향에 차려총!”
명령이 떨어지면 우리는 큰 소리로 복창을 하면서 일제히 장비를 메고 위병소로 취사반으로 달려갑니다. 이렇게 마음놓고 뺑뺑이를 돌리니 주특기 교육을 공식적인 얼차려라고 부르는 겁니다. 주특기 교육 전날은 다음날 뺑뺑이 돌 생각에 긴장이 되어서 '내일이 오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에 밥이 안 넘어갈 정도입니다.
달리기를 할 때는 사수 먼저 잘 뛴다고 혼자 달려도 안 됩니다. 사수 부사수 탄약수(주로 3~4명) 가 짝을 지어 달려야 하는데, 어쨌든 다른 조에게 뒤처지면 또 몸이 괴롭기 때문에 일단 빨리 들어오는 것이 상책입니다.
숨을 헉헉거리면서 위병소, 취사반을 돌아서 달려오면 먼저 부사수 인지 탄약수인지 하는 친구가 3시 방향으로 삼각대를 거치하고, 그 다음 사수가 그 위에 총을 거치하고, 일제히 위치를 잡아 사격자세로 엎드립니다.
이렇게 총 거치를 완료한 조는 사수가 손을 들어 “1총(혹은 2총, 3총) 사격준비 끝”하고 분대장에게 보고를 합니다. 이 모든 과정에서 정해진 동작이 있기 때문에 하나라도 틀리거나, 다른 조와 통일성이 없이 놀면 곧장 병장들의 개머리판이 철모위에 사정없이 떨어집니다.
예를들어 총을 바닥에 놓을 때 조심하지 않거나, 달리다가 장비를 떨어뜨리는 날이면 기본이 안 되어있다는 이유로 발길질을 당하거나, 곡소리 나도록 뺑뺑이를 돌아야 합니다.
군에서 장비는 생명인데, 화기소대는 특히 장비에 대해서 심하게 교육을 받습니다.
화기소대 포반 분대장이 이등병 시절 넘어지면서 포를 놓지지 않기 위해 포열을 끝까지 잡고 있다가 네 손가락이 거의 끊어질 뻔 한 적도 있었습니다. 넘어지면서 손을 바닥에 짚다가 총이나 포를 땅에 떨어뜨리면 고참들에게 그냥 무조건 두들겨 맞거나, 군기가 빠졌다고 몇날 몇일을 죽을 각오를 해야 합니다. 때문에 화기소대원들은 넘어져서 자기 몸이 박살이나도 총이나 포는 잡고 넘어져야 합니다.
저도 이등병 유격 훈련 후 첫 100km 행군을 하는데 밤에 깜박졸면서 아스팔트 도로 옆에 있는 시멘트 도랑으로 굴러 떨어진 적이 있습니다. 그때 총(M60)을 메고 굴렀는데 좁은 시멘트 도랑으로 굴러떨어지는 과정에서 총이 "철커덕"하면서 시멘트 벽에 심하게 부딪히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밤이라 그 소리가 더욱 컸습니다.
저는 완전히 균형을 잃고 시멘트 도랑에 쳐 박히면서도 총은 끝까지 잡고 있었습니다. 그때 제 팔꿈치가 시멘트에 긁혀서 피가 났고, 고참들이 보더니 겉보기에 워낙 많이 다친 것 처럼 보였기 때문에 그냥 조심하라고 주의만 주었습니다. 도랑에서 말짱하게 올라왔으면 속된말로 '작살'이 날 뻔 했습니다. 행군하면서 소대 막내가 졸았다는 것과 넘어지면서 총을 시멘트에 부딪혔다는 것이 당시 저의 죄목이었습니다.
어쨌든 푹푹 찌는 날 아침부터 저녁까지 연병장에서 수십 번에 걸쳐 차려총을 하고 나면, 입에는 단내가 나고, 전투복은 땀에 절고 먼지로 흙투성이가 됩니다.
문제는 차려총을 위해 뺑뺑이를 도는데 위병소 같은 부대 가까운 곳을 돌 때도 있지만, 부대 뒷산이나 사격장 같은 먼 거리를 돌 때가 더 많다는 겁니다. "취사반을 돌아, 382 고지를 돌아, 사격장을 돌아 1시 방향에 차려총!"하는 식입니다. 무거운 총을 들고, 산을 선착순으로 돌아 본 사람은 그 고통이 어떤지 잘 알 겁니다.
제가 있는 부대에서는 얼차려나 교육 중에 뺑뺑이를 돌 때 다른 중대 막사 주위를 많이 돌렸는데, 그럴 경우는 그쪽 중대원들과 한바탕 싸움을 각오해야 합니다. 군에서는 타 중대원들이 자기 중대 막사를 선착순으로 뺑뺑이 돌고 가는 것을 가장 치욕적으로 생각합니다.
1개 중대가 우르르 상대편 막사를 향해 달려가면 상대편 중대는 비상이 걸립니다. 식기를 닦다가, 청소를 하다가, 전투화를 정리하다가 달려오는 ‘적군’을 향해 일제히 달려듭니다. 손에 든 것이 다 무기가 됩니다(주로 마당비, 간혹 삽을 들고 달려오는 놈도 있다). 선착순을 도는 우리도 필사적입니다. 우리 입장에서는 무조건 막사를 돌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상대편은 막지 못하면 고참들에게 깨지고, 우리는 돌지 못하면 깨지니 패 싸움은 필연적입니다.
이 때 패 싸움은 그렇게 오래 진행은 안됩니다. 어쨌든 선착순 중이기 때문에 빨리 돌아가야 하니까요. 그러니 뛰면서 싸운다고 보면 됩니다. 우리 5중대가 워낙 악명이 높아서, 타 중대원들이 우리중대 막사를 도는 경우가 잘 없는데 우리 고참들은 수시로 타 중대 막사를 향해 선착순을 돌립니다. 양 중대원들이 "저 새끼 죽여라" 하면서 한 판 붙는 모습은 정말 볼 만합니다.
여담이지만 우리 부대에서 패싸움이 벌어지는 경우는 위에서 말한 것처럼 상대편 막사로 뺑뺑이 돌릴 때와 식사하러 취사반에 갈 때입니다.
우리 대대의 취사반은 중대 막사와 좀 떨어진 곳에 있었습니다. 한 개 중대가 열을 지어 군가를 부르며 취사반으로 갈 때면, 반대로 밥을 다 먹고 취사반에서 돌아오는 중대도 있을 겁니다. 이럴 때 인솔 분대장이 중대원을 일부러 상대편 중대원과 부딪히게 하면 패싸움이 벌어집니다.
대게의 경우 서로 잘 피해서 다니는데, 간혹 몇 개월에 한 번씩 고참들이 군기를 잡을 요량으로 “피하면 죽는다”하면서 중대원을 상대편 중대원과 정면 충돌시킵니다. 한쪽이 군가를 부르며 충돌할 태세로 오면 보통 상대편 중대가 피해 주는데, 경우에 따라 피하지 않고 같이 부딪히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때 패싸움이 됩니다.
제가 군에 있을 때 1년에 몇 번씩 큰 패싸움이 벌어졌는데, 상부에 보고되어 문제가 될 정도로 확대된 경우는 없습니다. 적당히 "와"하면서 치고박다가 금방 끝을 내기 때문입니다. 취사반을 오가면서 싸우기 때문에 무기는 주로 들고 있던 '식기'가 됩니다.
다시 화기소대 주특기 이야기로 돌아오면,
어쨌든 뺑뺑이를 돌고 난 후 헉헉 거리면서 3시 방향으로 일제히 총을 놓고 "1총 사격 준비 끝"하고서 보고를 합니다. 그 다음에는 분대장이 "9 시 방향에 적출현" "2시 방향에 적출현" 하면서 새로운 명령을 내립니다.
그러면 기준이 되는 총은 그 자리에 있지만, 나머지 총들은 포복으로 원을 그리며 거치한 총을 끌면서 분대장이 명령한 방향으로 총구를 돌려야 합니다.
예를들어 훈련을 받고 있는 M60이 모두 10정이 있다고 가정할 때(화기소대의 총 4정, 1~3소대의 화기분대에 배속된 총 각 두 정을 모두 합하면 1개 중대에 10정의 총이 된다) 적방향이 3시에서 9시로 바뀌었다면, 기준 총인 1번 총은 그 자리에서 180도 뺑그르 총구만 돌리면 됩니다.
하지만, 나머지 2번부터 10번 총은 1번 총을 기준으로 적당한 거리를 두면서 반원을 그리며 새로 바뀐 적방향으로 총을 돌려야 합니다. 기준총에서 제일 먼 곳에 있는 총은 그 넓은 연병장을 거치된 총을 끌고 반 바퀴를 포복으로 이동해야 합니다. 그렇게 다 돌고 나면 전 총이 일렬로 새로운 적방향(9시 방향)을 향하는 겁니다.
포복으로 이동 중에 다른 총과 속도를 못 맞추거나, 대열이 안 맞으면 가차없이 고참들의 개머리판 세례가 쏟아집니다. 물론 온갖 쌍욕도 같이 쏟아 집니다. 기관총에 얼굴을 밀착하고 있는데 고참들이 위에서 발로 걷어차거나, 개머리판으로 머리를 내려치면 얼굴 광대뼈 부근이 기관총 개머리판에 그대로 부딪힙니다. 그러면 머리에서 불이 번쩍하고 납니다. 고참들의 개머리판 세례와 발길질에 하도 서러워서 저절로 눈물이 뚝뚝 떨어지는 날도 많았습니다.
군에서 가장 단순한 것을 끊임없이 반복교육 시키는 데, 얻어맞고 욕먹는 것이 그런 단순한 것을 제대로 못한다는 이유때문입니다. 입대 후 제대하기까지 얼마나 많이 날을 연변장에서 기었는지 모릅니다. 간혹 TV에서 M60을 보면 참 많은 생각이 납니다.
월간조선 기자 중에는 의외로 육군 보병 출신이 없습니다. 헌병대, 전투경찰, 대북방송 요원, 육군장교, 해경 등 출신 배경이 다양하고, 방위출신 기자도 있지만 보병은 없습니다.
보병은 대게 주특기 ‘일빵빵(100)’을 부여받고, ‘땅개’라고 불립니다. 제가 바로 보병 출신입니다. 강원도 양구 노도부대에 근무했습니다. 양구는 우리나라에서 산이 가장 험한 동네입니다. 저의 주특기는 100이 아니라, 화기소대의 M60 사수였습니다. M60공은 무게가 10.432kg이고, 길이가 110cm 정도 됩니다.
M60은 한국인 체형에 맞지 않는 총입니다 . 저처럼 겨우 170될까 말까 한 사람이 메고 다니기에는 너무 무겁기 때문에 군 생활 마칠 때쯤이면 이 기관총을 메고 다닌 사람은 어딘가 골병이 듭니다. 저는 제대 후 거의 10년 가까이 어깨와 목이 결리고 아파서 책상에 오래 앉아 있을 수가 없었는데, 군에서 M60을 메고 다녔기 때문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지금은 많이 나아졌습니다.
처음 화기소대에 배치받자 고참들은 신고식을 한다며 총을 메고, 앉았다 일어섰다 300개를 시켰습니다.
이를 악다물고 하기는 하지만, 100개가 넘어가면 다리는 후들거리고 비몽사몽이 됩니다. 나중에는 내 신세가 서러워 눈물은 앞을 가리지만 고참들은 봐주지 않습니다. 300개 못 마치면, 상병들이나 바로 위 고참이 날마다 불러내어 별도의 체력훈련(주로 폐타이어 끌기)을 시키기 때문에 차라리 하다가 죽는 한이 있더라고 하고 죽자는 생각이 듭니다. 간혹 교육 훈련 중에 신병 군기 잡는다고 각 소대 화기분대 막내를 불러내서 누가 앉았다 일어섰다 오래 버티나 시합을 할 때도 있습니다.
화기소대에 처음 배치 받으면 주로 바로 위 고참이 M60 명칭과 분해조립을 가르치는 데 명칭 하나 외우는데 기관총 가스 밀대로 머리 한대씩 맞는다고 보면 됩니다. 명칭과 분해조립을 다 외우면 M60 기관총 사수, 부사수, 탄약수의 임무(장비점검)에 대해서 외워야 하는데, 사수, 부사수, 탄약수마다 각 열 너덧 개의 장비점검 단계가 있었던 같습니다.
사수의 장비점검 시, 맨 먼저 단계는 총을 바닥에 던지듯이 놓는 것입니다. 그 다음 총의 개머리판 앞으로 가서 총을 살피면서 아래와 같은 상황을 크게 복창하면서 장비점검을 시작합니다.
-(탄약을 살피며)탄약띠 2중 고리는 중앙상단에 위치하며 딴약은 굽거나 녹슬지 않았는가
-(격발을 해보며)안전검사! 자물쇠 안전!
-(개머리판을 들어보며)개머리판은 깨끗한가
-(덮개를 열어 약실을 살펴보며)약실은 청결한가
지금은 다 잊었지만, 이런 식으로 열 몇 개의 항목에 따라 M60을 개머리판에서 총구까지 살핀 후 “1총(혹은 2총, 3총) 이상 무”하고 외칩니다. 사수의 장비검사가 끝나면 부사수 탄약수도 같은 방법으로 장비를 살핍니다. 물론 이 과정에서 동작하나 토씨 하나 틀려도 그 자리에서 총을 메고, 뺑뺑이를 돌아야 합니다.
화기소대는 총반과 포반으로 나뉘는데, 포는 60mm를 사용하고, 무게는 한 21kg 정도 나갑니다. 그러니 포반 앞에서 총반은 장비가 무겁다는 소리는 입에도 못 꺼냅니다. 제가 군에 있을 때 인원이 없어 행군을 할 때 화기소대는 분대장도 장비를 메고 다녀야 했습니다. 다른 분대 고참들은 병장이 되면 가벼운 군장으로 널널하게 다녔는데, 거기에 비하면 화기소대 분대장이나 병장들은 장비를 들고 다녀야 했으니 참 불쌍했습니다.
완전 군장에 그 위에 10kg짜리 총을 얹고, 행군을 하면 정말 죽을 맛입니다. 일이등병의 군장은 특히 더 무거웠습니다. 야외 훈련에 필요한 전투용품 외에 훈련나갈 때 챙겨야 할 것이 너무 많습니다. 바인더 끈, 후레쉬약, 텐트비닐은 기본이고, 지금은 기억도 제대로 못하는데 온갖 것이 다 들어갑니다.
심지어 우리는 병장들의 텐트까지 분대원들이 나누어서 가지고 다녔습니다. 병장 군장은 ‘날라리 군장’이라고 해서, 일반우의(병장들은 판초우의도 무겁다고 잘 안 가지고 감)에 라면 몇 봉지, 자기 입을 속옷 몇 개가 전부입니다.
군장중에서 텐트와 텐트 지주핀이 제일 무거운데, 일이등병은 자기 텐트에 분대의 병장들 텐트나 지주핀까지 챙길 때가 많습니다. 병장들은 행군할 때 그야말로 빈 군장으로 다닌다고 보면 됩니다. 아무것도 넣지 않습니다. 심지어 우리 부대에서는 병장용 나무 야삽이 따로 있었습니다. 병장들은 야삽도 가짜 나무로 만들어서 가지고 다녔습니다. 그러니 한번 훈련나가면 쫄다구들은 병장들 짐까지 죄다 나누어가져가야 합니다.
(처음에 입대하고 보니, 우리 부대는 병장이 되면 취사반에 밥 먹으로도 가지 않고, 일이등병들이 밥을 타서 침상에까지 갔다 주었음. 나중에 너무 심하니까 상부에서 병장들 밥 타주는 것을 지속적으로 단속 해서 겨우 개선이 됨)
이렇게 군장을 싸다보면, 무게가 장난이 아닙니다. 예를들어 분대원이 10명인데, 거기에 병장이 4~5명이라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일이등병들은 전부 텐트나 지주핀을 하나씩 더 군장에 넣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완전군장이 몇 kg인지는 정확히 모르겠지만, 겨울철에는 침낭부피 때문에 군장이 결속이 안될 정도로 군장 부피가 커집니다. 무릎으로 위에서 꽉 눌러서 억지로 결속을 할 정도입니다. 그런 무거운 군장을 메고 산을 오르면 허리가 휘청거리고, 다리가 후들거립니다. 이런 완전군장에 화기소대의 경우 총이나 포를 메고 행군을 하는 겁니다.
M60 기관총에는 삼각대와 거리 조정하는 각종 부속 장비가 딸려 다닙니다. 그래서 M60에는 사수 부사수 탁약수 등으로 임무가 나뉘지만, 행군을 할 때는 사수건 부사수건 탄약수건 상관없이 장비를 돌아가면서 메어야 합니다. 장비는 병장을 제외한 상병 이하가 돌아가면서 메지만, 분대에 인원이 적기 때문에 병장들도 삼각 대나 기타 장비를 들어야 할 때가 많습니다.
화기소대가 특히 힘든 것은 행군도 행군이지만, 주특기 교육때문입니다. 일과 시간이 시작되면 다른 소총 중대는 화생방, 사격술 예비훈련 같은 것을 하러 부대 부근의 지정 교육장소나, 기타 산 속으로 이동하지만(부대에서 멀리 떨어져 산속으로 가는 것을 '짱박힌다'고 함), 화기소대는 연병장에 집합해서 주특기 교육할 때가 더 많습니다.
7~8월 땡볕에 먼지 나는 연병장을 기면서 주특기 교육 받을 때는 세상 살기 싫어집니다. 말이 주특기 교육이지 공식적인 얼차려 시간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입니다.
M60의 주특기 교육은 적이 오는 방향에 따라 사수 부사수가 얼마나 민첩하게 총을 거치하여 대응하느냐 하는 것으로 교육 내용으로 짜여 져 있습니다.
주특기 교육이 시작되면 사수, 부사수, 탁약수들이 총, 삼각대, 기타 장비를 들고, 사열대를 향하여 도열을 합니다. 먼저 위에서 말한 장비점검을 하면서 선착순 몇 바퀴 돌아 몸을 푼 후 본격적인 교육에 들어갑니다.
훈련이 시작되면 훈련을 책임진 분대장이 명령을 합니다.
“위병소를 돌아, 취사반을 돌아 3시 방향에 차려총!”
명령이 떨어지면 우리는 큰 소리로 복창을 하면서 일제히 장비를 메고 위병소로 취사반으로 달려갑니다. 이렇게 마음놓고 뺑뺑이를 돌리니 주특기 교육을 공식적인 얼차려라고 부르는 겁니다. 주특기 교육 전날은 다음날 뺑뺑이 돌 생각에 긴장이 되어서 '내일이 오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에 밥이 안 넘어갈 정도입니다.
달리기를 할 때는 사수 먼저 잘 뛴다고 혼자 달려도 안 됩니다. 사수 부사수 탄약수(주로 3~4명) 가 짝을 지어 달려야 하는데, 어쨌든 다른 조에게 뒤처지면 또 몸이 괴롭기 때문에 일단 빨리 들어오는 것이 상책입니다.
숨을 헉헉거리면서 위병소, 취사반을 돌아서 달려오면 먼저 부사수 인지 탄약수인지 하는 친구가 3시 방향으로 삼각대를 거치하고, 그 다음 사수가 그 위에 총을 거치하고, 일제히 위치를 잡아 사격자세로 엎드립니다.
이렇게 총 거치를 완료한 조는 사수가 손을 들어 “1총(혹은 2총, 3총) 사격준비 끝”하고 분대장에게 보고를 합니다. 이 모든 과정에서 정해진 동작이 있기 때문에 하나라도 틀리거나, 다른 조와 통일성이 없이 놀면 곧장 병장들의 개머리판이 철모위에 사정없이 떨어집니다.
예를들어 총을 바닥에 놓을 때 조심하지 않거나, 달리다가 장비를 떨어뜨리는 날이면 기본이 안 되어있다는 이유로 발길질을 당하거나, 곡소리 나도록 뺑뺑이를 돌아야 합니다.
군에서 장비는 생명인데, 화기소대는 특히 장비에 대해서 심하게 교육을 받습니다.
화기소대 포반 분대장이 이등병 시절 넘어지면서 포를 놓지지 않기 위해 포열을 끝까지 잡고 있다가 네 손가락이 거의 끊어질 뻔 한 적도 있었습니다. 넘어지면서 손을 바닥에 짚다가 총이나 포를 땅에 떨어뜨리면 고참들에게 그냥 무조건 두들겨 맞거나, 군기가 빠졌다고 몇날 몇일을 죽을 각오를 해야 합니다. 때문에 화기소대원들은 넘어져서 자기 몸이 박살이나도 총이나 포는 잡고 넘어져야 합니다.
저도 이등병 유격 훈련 후 첫 100km 행군을 하는데 밤에 깜박졸면서 아스팔트 도로 옆에 있는 시멘트 도랑으로 굴러 떨어진 적이 있습니다. 그때 총(M60)을 메고 굴렀는데 좁은 시멘트 도랑으로 굴러떨어지는 과정에서 총이 "철커덕"하면서 시멘트 벽에 심하게 부딪히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밤이라 그 소리가 더욱 컸습니다.
저는 완전히 균형을 잃고 시멘트 도랑에 쳐 박히면서도 총은 끝까지 잡고 있었습니다. 그때 제 팔꿈치가 시멘트에 긁혀서 피가 났고, 고참들이 보더니 겉보기에 워낙 많이 다친 것 처럼 보였기 때문에 그냥 조심하라고 주의만 주었습니다. 도랑에서 말짱하게 올라왔으면 속된말로 '작살'이 날 뻔 했습니다. 행군하면서 소대 막내가 졸았다는 것과 넘어지면서 총을 시멘트에 부딪혔다는 것이 당시 저의 죄목이었습니다.
어쨌든 푹푹 찌는 날 아침부터 저녁까지 연병장에서 수십 번에 걸쳐 차려총을 하고 나면, 입에는 단내가 나고, 전투복은 땀에 절고 먼지로 흙투성이가 됩니다.
문제는 차려총을 위해 뺑뺑이를 도는데 위병소 같은 부대 가까운 곳을 돌 때도 있지만, 부대 뒷산이나 사격장 같은 먼 거리를 돌 때가 더 많다는 겁니다. "취사반을 돌아, 382 고지를 돌아, 사격장을 돌아 1시 방향에 차려총!"하는 식입니다. 무거운 총을 들고, 산을 선착순으로 돌아 본 사람은 그 고통이 어떤지 잘 알 겁니다.
제가 있는 부대에서는 얼차려나 교육 중에 뺑뺑이를 돌 때 다른 중대 막사 주위를 많이 돌렸는데, 그럴 경우는 그쪽 중대원들과 한바탕 싸움을 각오해야 합니다. 군에서는 타 중대원들이 자기 중대 막사를 선착순으로 뺑뺑이 돌고 가는 것을 가장 치욕적으로 생각합니다.
1개 중대가 우르르 상대편 막사를 향해 달려가면 상대편 중대는 비상이 걸립니다. 식기를 닦다가, 청소를 하다가, 전투화를 정리하다가 달려오는 ‘적군’을 향해 일제히 달려듭니다. 손에 든 것이 다 무기가 됩니다(주로 마당비, 간혹 삽을 들고 달려오는 놈도 있다). 선착순을 도는 우리도 필사적입니다. 우리 입장에서는 무조건 막사를 돌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상대편은 막지 못하면 고참들에게 깨지고, 우리는 돌지 못하면 깨지니 패 싸움은 필연적입니다.
이 때 패 싸움은 그렇게 오래 진행은 안됩니다. 어쨌든 선착순 중이기 때문에 빨리 돌아가야 하니까요. 그러니 뛰면서 싸운다고 보면 됩니다. 우리 5중대가 워낙 악명이 높아서, 타 중대원들이 우리중대 막사를 도는 경우가 잘 없는데 우리 고참들은 수시로 타 중대 막사를 향해 선착순을 돌립니다. 양 중대원들이 "저 새끼 죽여라" 하면서 한 판 붙는 모습은 정말 볼 만합니다.
여담이지만 우리 부대에서 패싸움이 벌어지는 경우는 위에서 말한 것처럼 상대편 막사로 뺑뺑이 돌릴 때와 식사하러 취사반에 갈 때입니다.
우리 대대의 취사반은 중대 막사와 좀 떨어진 곳에 있었습니다. 한 개 중대가 열을 지어 군가를 부르며 취사반으로 갈 때면, 반대로 밥을 다 먹고 취사반에서 돌아오는 중대도 있을 겁니다. 이럴 때 인솔 분대장이 중대원을 일부러 상대편 중대원과 부딪히게 하면 패싸움이 벌어집니다.
대게의 경우 서로 잘 피해서 다니는데, 간혹 몇 개월에 한 번씩 고참들이 군기를 잡을 요량으로 “피하면 죽는다”하면서 중대원을 상대편 중대원과 정면 충돌시킵니다. 한쪽이 군가를 부르며 충돌할 태세로 오면 보통 상대편 중대가 피해 주는데, 경우에 따라 피하지 않고 같이 부딪히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때 패싸움이 됩니다.
제가 군에 있을 때 1년에 몇 번씩 큰 패싸움이 벌어졌는데, 상부에 보고되어 문제가 될 정도로 확대된 경우는 없습니다. 적당히 "와"하면서 치고박다가 금방 끝을 내기 때문입니다. 취사반을 오가면서 싸우기 때문에 무기는 주로 들고 있던 '식기'가 됩니다.
다시 화기소대 주특기 이야기로 돌아오면,
어쨌든 뺑뺑이를 돌고 난 후 헉헉 거리면서 3시 방향으로 일제히 총을 놓고 "1총 사격 준비 끝"하고서 보고를 합니다. 그 다음에는 분대장이 "9 시 방향에 적출현" "2시 방향에 적출현" 하면서 새로운 명령을 내립니다.
그러면 기준이 되는 총은 그 자리에 있지만, 나머지 총들은 포복으로 원을 그리며 거치한 총을 끌면서 분대장이 명령한 방향으로 총구를 돌려야 합니다.
예를들어 훈련을 받고 있는 M60이 모두 10정이 있다고 가정할 때(화기소대의 총 4정, 1~3소대의 화기분대에 배속된 총 각 두 정을 모두 합하면 1개 중대에 10정의 총이 된다) 적방향이 3시에서 9시로 바뀌었다면, 기준 총인 1번 총은 그 자리에서 180도 뺑그르 총구만 돌리면 됩니다.
하지만, 나머지 2번부터 10번 총은 1번 총을 기준으로 적당한 거리를 두면서 반원을 그리며 새로 바뀐 적방향으로 총을 돌려야 합니다. 기준총에서 제일 먼 곳에 있는 총은 그 넓은 연병장을 거치된 총을 끌고 반 바퀴를 포복으로 이동해야 합니다. 그렇게 다 돌고 나면 전 총이 일렬로 새로운 적방향(9시 방향)을 향하는 겁니다.
포복으로 이동 중에 다른 총과 속도를 못 맞추거나, 대열이 안 맞으면 가차없이 고참들의 개머리판 세례가 쏟아집니다. 물론 온갖 쌍욕도 같이 쏟아 집니다. 기관총에 얼굴을 밀착하고 있는데 고참들이 위에서 발로 걷어차거나, 개머리판으로 머리를 내려치면 얼굴 광대뼈 부근이 기관총 개머리판에 그대로 부딪힙니다. 그러면 머리에서 불이 번쩍하고 납니다. 고참들의 개머리판 세례와 발길질에 하도 서러워서 저절로 눈물이 뚝뚝 떨어지는 날도 많았습니다.
군에서 가장 단순한 것을 끊임없이 반복교육 시키는 데, 얻어맞고 욕먹는 것이 그런 단순한 것을 제대로 못한다는 이유때문입니다. 입대 후 제대하기까지 얼마나 많이 날을 연변장에서 기었는지 모릅니다. 간혹 TV에서 M60을 보면 참 많은 생각이 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