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폐공사가 고액권 화폐를 새로 발행하면서, 10만원권 화폐에는 김구 선생을, 5만원권 화폐에는 신사임당을 넣기로 결정했다고 합니다. 김구 선생이 화폐 인물로 거론 되는 것은 당연하다고 보지만, 신사임당이 우리나라 화폐인물에 왜 거론되어야 하는지 그 이유를 모르겠습니다.
조폐공사(혹은 한국은행)에서 최종 화폐 인물 후보로 선정한 10명은 김구, 김정희, 신사임당, 안창호, 유관순, 장보고, 장영실, 정약용, 주시경, 한용운 이라고 합니다.
그 중에 김구 선생은 지지율이 가장 높으니까 10만원권 화폐에 모시고, 그 다음에 여성계의 구색을 맞추기 위해 신사임당을 넣겠다는 것입니다. 재미있는 것은 이 신사임당에 대해서 소위 여성계라고 하는 곳에서도 반대하고 있다고 합니다. 여성의 이미지를 현모양처로 고정시킬 우려가 있다는 것 때문입니다. 조폐공사에서 소위 진보라고 하는 일부 여성계의 눈치를 보느라 신사임당을 집어 넣은 것인데, 정작 그 여성계라고 하는 사람들은 자기들이 가장 안 되었으면 하는 인물이 되었으니 긁어 부스럼 만든 격이 되고 말았습니다.
아무튼 조폐공사의 최종 화폐 인물 후보 10명이 무슨 기준으로 선정되었는지 모르지만, 제 보기에 김구 선생 외에는 굳이 화폐에 실을 만한 분이 안 계십니다. 우리나라에는 위에 언급된 분들보다 먼저 화폐에 실어서 기려야 할 분들이 수두룩 합니다. 화폐에는 독립운동가, 국민들의 정신적인 지도자, 건국 지도자 등이 우선 들어가야 한다는 나름의 원칙과 기준이 있어야 합니다.
일국의 화폐 인물은 지금처럼 문화계, 예술계, 여성계 하는 식으로 나눠먹기 식으로 결정할 성질의 것이 아닙니다. 하지만 조폐공사에서 이번에 화폐 인물 후보 10명을 정하면서 각 분야별로 구색맞추기를 했다는 것을 대단한 자랑인양 스스로 밝혔습니다. 주시경 선생은 국어학계, 정약용은 문화계, 장영실은 과학계 인물로 배정된 것이고, 유관순과 신사임당은 여성계를 고려해서 선정했다는 것입니다.
화폐 인물을 선정하면서 나눠먹기를 하다보면 이 나라에서는 앞으로 화폐 인물을 정할 때마다 누구는 기독교여서 안되고, 어느 유물은 불교여서 안되고, 누구는 李씨여서 안되고, 누구는 경상도여서는 안된다는 식의 불필요한 논쟁에 시달리게 될 것입니다.
조폐공사 말대로 문화계나 과학계의 인물이 없었으니 들어가야 한다는 식으로 따지기 시작하면 세상에 안 들어가야 할 분야가 없게 됩니다. 노동계에서는 전태일을 넣자고 할 테고, 음악계에서는 조용필을 넣자고 할 지도 모릅니다. 각 분야의 대가(大家) 치고 누구하나 소중하지 않은 사람이 없기 때문입니다. 만약 옛날에도 화폐 인물과 도안을 정할 때 지금처럼 구색과 형편 맞추기를 시도했다면, 불교의 상징물인 석가탑은 10원짜리 동전에 절대로 실릴 수 없었을 것입니다.
조폐공사에서는 이번에 새로운 화폐 인물을 정하면서 “현재 화폐 인물이 모두 李씨이기 때문에 새로 발행될 화폐에서 李씨는 원천적으로 제외한다고” 했습니다. 덕분에 이번에 최종 선정된 화폐 인물 10명 중에는 李씨가 한 명도 없습니다. 저는 이 말을 듣고 '무슨 애들 장난치고 있나' 하는 황당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조폐공사에는 우리나라에서 성(姓)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모르는 사람들이 앉아 있나 봅니다. 현재 100원짜리의 이순신은 덕수(德水) 李씨, 1000원 짜리의 이황은 진성(眞城) 李씨, 5000원의 이이는 덕수(德水) 李씨, 1만원의 세종대왕은 전주(全州) 李씨입니다. 이이와 이순신 외에는 본관이 모두 다릅니다. 우리나라에서 본관이 다르다는 것은 같은 李씨라도 金씨와 朴씨 만큼 다르다는 것을 뜻합니다.
이처럼 현재 화폐에 있는 李씨들은 전혀 다른 성인데도 조폐공사는 李씨가 너무 많다면서 아예 李씨는 후보에서 제외하겠다고 했습니다. 민주사회에서 저의 본관인 경주 李씨는 아무리 훌륭한 사람이 나와도 화폐 인물 후보조차 올릴 수 없게 생겼습니다. 조폐공사의 논리에 따르면 이승만 초대 대통령도 후보에 못 오릅니다.
어쨌든 조폐공사의 논리대로 李씨가 너무 많아 양보한다고 해도 신사임당이 왜 화폐에, 그것도 5만원이란 고액권에 들어가야 하는지 여전히 모르겠습니다.
먼저 화폐에 등장할 만큼 신사임당이 훌륭한 업적을 남겼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문학적인 면에서 본다고 해도 신사임당이 굳이 화폐에 들어가야 할 만큼 우리 문학계에 큰 업적을 남기지는 않았다고 봅니다.
여류문학에만 한정지어서 본다고 해도 심금을 울리는 아름다운 시조를 남겨 노벨 문학상을 주어도 아깝지 않을 황진이가 버티고 있고, 애절한 시를 남긴 허난설헌이도 심사임당 못지 않게 훌륭합니다. 신사임당이 남긴 그림이 훌륭하다고 하나, 그림으로 따지자면 남자가 그렸냐 여자가 그렸냐 보다는 그림 자체의 가치를 놓고 평가해야 옳습니다.
아들을 훌륭하게 키운 것이 선정의 기준이라면 불을 끄고 자기는 떡을 썰고, 아들은 글을 쓰게 해서 아들을 깨우친 한석봉이 어머니도 있습니다. 조선시대 훌륭한 선비를 길러낸 어머니들은 거의 대부분이 심사임당에 못지않는 현모양처의 삶을 살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사실 현모양처의 표상으로 칠 만한 분은 따로 있습니다. 내훈(內訓)이란 책을 지어 조선시대 사대부집 여인들의 규범을 밝힌 소혜왕후(昭惠王后:성종의 어머니)가 그분입니다. 이 책은 조선 조 내내 여인들에게 큰 영향을 주었습니다.
신사임당이 훌륭하지 않다는 것이 아니라, 5만원 이란 큰 화폐에 그것도 아들이 이미 화폐 인물로 실려 있는데도 굳이 그 어머니를 같이 실어야 할 만큼 신사임당이 우리 역사에 큰 족적을 남기지는 않았다는 것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안중근 의사가 화폐에 꼭 들어갔으면 했는데, 이번에 후보 10명에 조차 없는 것을 보고 좀 서운했습니다. 물론 자손된 도리로 보자면 단군을 1원짜리 화폐에라도 모시는 것이 당연하지만, 제가 살아 있을 동안에는 이러한 아름다운 모습을 볼 일이 없을 것 같고, 고구려나 백제의 유물 중에도 한 가지 정도는 동전에 들어갔으면 합니다. 어쨌든 여자를 한 명 넣어야 겠으면 신사임당보다는 논개나 유관순이 더 합당하지만, 이분들 역시 화폐에 넣기에는 여러모로 부족합니다.
조폐공사(혹은 한국은행)에서 최종 화폐 인물 후보로 선정한 10명은 김구, 김정희, 신사임당, 안창호, 유관순, 장보고, 장영실, 정약용, 주시경, 한용운 이라고 합니다.
그 중에 김구 선생은 지지율이 가장 높으니까 10만원권 화폐에 모시고, 그 다음에 여성계의 구색을 맞추기 위해 신사임당을 넣겠다는 것입니다. 재미있는 것은 이 신사임당에 대해서 소위 여성계라고 하는 곳에서도 반대하고 있다고 합니다. 여성의 이미지를 현모양처로 고정시킬 우려가 있다는 것 때문입니다. 조폐공사에서 소위 진보라고 하는 일부 여성계의 눈치를 보느라 신사임당을 집어 넣은 것인데, 정작 그 여성계라고 하는 사람들은 자기들이 가장 안 되었으면 하는 인물이 되었으니 긁어 부스럼 만든 격이 되고 말았습니다.
아무튼 조폐공사의 최종 화폐 인물 후보 10명이 무슨 기준으로 선정되었는지 모르지만, 제 보기에 김구 선생 외에는 굳이 화폐에 실을 만한 분이 안 계십니다. 우리나라에는 위에 언급된 분들보다 먼저 화폐에 실어서 기려야 할 분들이 수두룩 합니다. 화폐에는 독립운동가, 국민들의 정신적인 지도자, 건국 지도자 등이 우선 들어가야 한다는 나름의 원칙과 기준이 있어야 합니다.
일국의 화폐 인물은 지금처럼 문화계, 예술계, 여성계 하는 식으로 나눠먹기 식으로 결정할 성질의 것이 아닙니다. 하지만 조폐공사에서 이번에 화폐 인물 후보 10명을 정하면서 각 분야별로 구색맞추기를 했다는 것을 대단한 자랑인양 스스로 밝혔습니다. 주시경 선생은 국어학계, 정약용은 문화계, 장영실은 과학계 인물로 배정된 것이고, 유관순과 신사임당은 여성계를 고려해서 선정했다는 것입니다.
화폐 인물을 선정하면서 나눠먹기를 하다보면 이 나라에서는 앞으로 화폐 인물을 정할 때마다 누구는 기독교여서 안되고, 어느 유물은 불교여서 안되고, 누구는 李씨여서 안되고, 누구는 경상도여서는 안된다는 식의 불필요한 논쟁에 시달리게 될 것입니다.
조폐공사 말대로 문화계나 과학계의 인물이 없었으니 들어가야 한다는 식으로 따지기 시작하면 세상에 안 들어가야 할 분야가 없게 됩니다. 노동계에서는 전태일을 넣자고 할 테고, 음악계에서는 조용필을 넣자고 할 지도 모릅니다. 각 분야의 대가(大家) 치고 누구하나 소중하지 않은 사람이 없기 때문입니다. 만약 옛날에도 화폐 인물과 도안을 정할 때 지금처럼 구색과 형편 맞추기를 시도했다면, 불교의 상징물인 석가탑은 10원짜리 동전에 절대로 실릴 수 없었을 것입니다.
조폐공사에서는 이번에 새로운 화폐 인물을 정하면서 “현재 화폐 인물이 모두 李씨이기 때문에 새로 발행될 화폐에서 李씨는 원천적으로 제외한다고” 했습니다. 덕분에 이번에 최종 선정된 화폐 인물 10명 중에는 李씨가 한 명도 없습니다. 저는 이 말을 듣고 '무슨 애들 장난치고 있나' 하는 황당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조폐공사에는 우리나라에서 성(姓)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모르는 사람들이 앉아 있나 봅니다. 현재 100원짜리의 이순신은 덕수(德水) 李씨, 1000원 짜리의 이황은 진성(眞城) 李씨, 5000원의 이이는 덕수(德水) 李씨, 1만원의 세종대왕은 전주(全州) 李씨입니다. 이이와 이순신 외에는 본관이 모두 다릅니다. 우리나라에서 본관이 다르다는 것은 같은 李씨라도 金씨와 朴씨 만큼 다르다는 것을 뜻합니다.
이처럼 현재 화폐에 있는 李씨들은 전혀 다른 성인데도 조폐공사는 李씨가 너무 많다면서 아예 李씨는 후보에서 제외하겠다고 했습니다. 민주사회에서 저의 본관인 경주 李씨는 아무리 훌륭한 사람이 나와도 화폐 인물 후보조차 올릴 수 없게 생겼습니다. 조폐공사의 논리에 따르면 이승만 초대 대통령도 후보에 못 오릅니다.
어쨌든 조폐공사의 논리대로 李씨가 너무 많아 양보한다고 해도 신사임당이 왜 화폐에, 그것도 5만원이란 고액권에 들어가야 하는지 여전히 모르겠습니다.
먼저 화폐에 등장할 만큼 신사임당이 훌륭한 업적을 남겼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문학적인 면에서 본다고 해도 신사임당이 굳이 화폐에 들어가야 할 만큼 우리 문학계에 큰 업적을 남기지는 않았다고 봅니다.
여류문학에만 한정지어서 본다고 해도 심금을 울리는 아름다운 시조를 남겨 노벨 문학상을 주어도 아깝지 않을 황진이가 버티고 있고, 애절한 시를 남긴 허난설헌이도 심사임당 못지 않게 훌륭합니다. 신사임당이 남긴 그림이 훌륭하다고 하나, 그림으로 따지자면 남자가 그렸냐 여자가 그렸냐 보다는 그림 자체의 가치를 놓고 평가해야 옳습니다.
아들을 훌륭하게 키운 것이 선정의 기준이라면 불을 끄고 자기는 떡을 썰고, 아들은 글을 쓰게 해서 아들을 깨우친 한석봉이 어머니도 있습니다. 조선시대 훌륭한 선비를 길러낸 어머니들은 거의 대부분이 심사임당에 못지않는 현모양처의 삶을 살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사실 현모양처의 표상으로 칠 만한 분은 따로 있습니다. 내훈(內訓)이란 책을 지어 조선시대 사대부집 여인들의 규범을 밝힌 소혜왕후(昭惠王后:성종의 어머니)가 그분입니다. 이 책은 조선 조 내내 여인들에게 큰 영향을 주었습니다.
신사임당이 훌륭하지 않다는 것이 아니라, 5만원 이란 큰 화폐에 그것도 아들이 이미 화폐 인물로 실려 있는데도 굳이 그 어머니를 같이 실어야 할 만큼 신사임당이 우리 역사에 큰 족적을 남기지는 않았다는 것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안중근 의사가 화폐에 꼭 들어갔으면 했는데, 이번에 후보 10명에 조차 없는 것을 보고 좀 서운했습니다. 물론 자손된 도리로 보자면 단군을 1원짜리 화폐에라도 모시는 것이 당연하지만, 제가 살아 있을 동안에는 이러한 아름다운 모습을 볼 일이 없을 것 같고, 고구려나 백제의 유물 중에도 한 가지 정도는 동전에 들어갔으면 합니다. 어쨌든 여자를 한 명 넣어야 겠으면 신사임당보다는 논개나 유관순이 더 합당하지만, 이분들 역시 화폐에 넣기에는 여러모로 부족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