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임된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청와대가 차기 한국은행 총재로 이주열(66) 현 총재를 지명한다고 지난 2일 밝힌 것과 관련해 한은 역사상 세 번째 연임 총재의 탄생 등 지명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은에 따르면 한은 총재의 연임은 1974년 김성환 총재가 연임된 이후 44년 만이라고 한다. 한은 총재가 금융통화위원회 의장을 맡기 시작한 1998년 이후 처음이라고도 한다.
실제로 한은 총재의 연임은 1955년 김유택 전 총재, 1974년 김성환 전 총재 이후 세 번째다. 이번 이 총재가 청문회를 통과하고 취임이 확정되면 한은 역사상 3번째로 연임 총재가 탄생하게 되는 셈이다.
복수의 언론은 이 총재 연임에 대해 청와대가 통화정책에 관한 최고 전문가인 이 총재를 통해 거시경제상황을 안정적으로 끌고 가겠다는 의지 때문으로 풀이하고 있다.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강화와 금리인상 가속화, 자동차업계의 구조조정 등으로 한국경제에 경고등이 켜진 상황에서 정교한 정책적 대응이 요구되는 상황도 이 총재의 연임에 작용한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미국과의 통상마찰이 빚어지는 상황에서 자칫 정책적 오판을 일으키거나 경기회복의 불씨를 꺼트린다면 한국 경제에 부담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절박함도 일부 작용했다는 주장이다. 이 총재 연임은 중앙은행의 독립성과 통화정책의 중립성을 존중하겠다는 문재인 정부의 의지도 담겨 있는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이 총재에 대한 한은 안팎의 평가는 대체로 무난하다고 한다. 임기 중 3%대 성장률과 2%에 근접하는 물가로 거시경제 상황을 안정적으로 관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또 중국과의 통화스와프 연장에 이어 기축통화국인 캐나다·스위스와 통화스와프를 체결해 외환방어막을 강화하는 등 대외적 성과도 주목을 받은 바 있다.
이 총재는 부총재를 역임하고 퇴임한 후 2년의 공백기간을 제외하면 총 39년을 한은에서 근무했다. 1977년 한은에 처음 입행해 해외조사실장과 조사국장, 정책기획국장을 거쳐 통화신용정책 부총재보와 부총재를 역임했고, 2014년 총재로 발탁되는 등 통화정책 요직을 두루 거쳤다. 국장과 부총재보 시절에는 보고 부서장과 집행간부 자격으로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 6년 동안 참석했고, 부총재와 총재 때는 당연직 금통위원으로 의결에 4년 동안 참여했다.
2016년 박근혜 정부가 '한국판 양적완화'를 명분으로 국책은행에 직접 출자하라고 압박했을 때, 내부 대책회의에서 이 총재는 "(총재의) 직을 걸고 막겠다"며 직원들 동요를 막았던 일화는 한은 내부에서 유명하다고 한다. 당시 이 총재는 끝내 출자를 거부하고 대출 프로그램인 '자본확충펀드'를 제시한 뒤 실행 요건을 까다롭게 정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은 관계자는 "이 총재의 성품은 원칙에 충실하고 합리적이면서 강단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라며 "커뮤니케이션에 있어서 매우 신중하고 섬세한 스타일로도 잘 알려져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 총재에 대한 인사청문회는 20일 안에 열리고, 이후 3일 이내에 심사보고서 채택 여부를 결정한 후 최종 선임된다. 국회 인사 청문회를 통과해야 하지만 이미 한번 겪었던 만큼 무난하게 통과할 전망이다. 이 총재는 이번 청문회를 통과하면 오는 4월 1일부터 4년 임기를 다시 시작하게 된다.
글=조성호 월간조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