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월 9일 맹경일 통일전선부 부부장이 남북 고위급회담이 열리는 판문점 남측 평화의 집으로 이동하고 있다. 사진=조선일보
맹경일 북한 노동당 통일전선부 부부장이 평창 동계올림픽 기간 응원단과 함께 19일간 한국에 머물렀지만, 남과 북 어느 쪽도 맹경일의 체류 사실을 공개적으로 밝히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19일간 한국에 머문 맹경일... 국정원 2차장과 접촉?
1일 자 ‘조선일보’는 “조선중앙통신은 지난달 28일 최휘 국가체육지도위원장이 2월 26일 평창올림픽에 참가했던 북한 대표단·선수단·응원단을 평양에서 맞이하는 모습을 공개했는데, 이 사진에서 맹경일의 모습이 포착됐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정부 소식통을 인용해 “맹경일은 지난달 7일 북한 응원단 등 279명과 함께 내려왔다. 맹경일은 북한 응원단 숙소인 인제 스피디움에 머물며 공식적으로는 응원단 관리에 집중한 것으로 전해졌다”며 다음과 같이 전했다.
<하지만 막후에선 (맹경일이) 남북 관계와 관련한 모종의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북 소식통은 "맹경일은 숙소에 통전부 상황실을 꾸려놓고 평양과 교신하며 우리 측과 다양한 협의를 진행했다"고 했다. 일각에선 맹경일이 김상균 국정원 2차장과 자주 접촉하며 남북 정상회담 시기를 포함한 남북 관계 로드맵을 그렸다는 관측도 나온다.>
'통통 라인'의 핵심이었던 맹경일
통일부 장관 정책보좌관을 지낸 김승 한국국방안보포럼 연구위원은 지난 1월 ‘월간조선’에 맹경일에 대해 설명한 바 있다. 맹경일은 지난 1월 9일 판문점에서 열린 ‘남북고위급회담’ 때부터 주목을 받았던 인물이다. 2015년 사망한 김양건 통일전선부장의 핵심 측근으로 불렸던 그가 통일전선부 부부장 자격으로 회담 구성원(지원단)에 포함됐기 때문이다.
과거 김양건-맹경일-원동연 라인은 노무현 정부 당시 ‘통통(통일부-통전부) 라인’으로 불리며 우리 측과 협상을 벌였던 공식 대북 창구였다. 김양건이 사망한 직후 맹경일과 원동연은 한동안 남북대화 테이블에서 사라졌다가 이번에 맹경일만 그 모습을 드러냈다.
김승 위원은 교통사고로 사망한 김양건 통일전선부장이 실제론 교통사고로 위장한 암살일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그 배후에 천안함 폭침의 주범인 김영철 정찰총국장이 있다는 것이다. 김양건이 암살된 전후로 해 원동연도 숙청, 평양 인근 농장에서 혁명화 교육을 받고 있다는 보도가 나온 적이 있다. 맹경일도 원동연과 마찬가지로 숙청됐을 거란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통전부 부부장 확실하다면 뒤에서 조종하는 역할’
김승 위원은 "그런 맹경일이 이번 회담에 나온 건 뜻밖"이라고 말했다. 숙청된 줄로만 알았던 그가 사실상 ‘영전’한 채 등장했기 때문이다. 맹경일이 ‘통통 라인’으로 활동했을 당시 그의 직책은 통전부 과장(조평통 부국장으로도 활동)이었다. 그 직책은 우리로 치면 통일부 정책실장 정도로 남북회담의 실무를 총괄하는 자리다.
맹경일이 그보다 높은 통전부 부부장을 달고 나타난 것에 대해 김승 위원은 ‘통전부 부부장이 확실하다면 회담에 직접 참석하지 않고 뒤에서 조종하는 역할’이라는 취지로 설명한 바 있다.
'조선일보' 보도와 그간 맹경일의 역할, 지위 등을 고려했을 때 그가 향후 남북관계에서 어떤 역할을 맡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글=조성호 월간조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