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내 임시정부 유적지들이 공사로 인해 사라지거나 일부는 중국의 개발 논리에 밀려 철거된 것으로 나타났다. 사유지가 돼 관목(灌木)으로 뒤덮인 곳도 있었다고 한다. 1일 자 ‘조선일보’는 중국 현지 취재를 통해 임시정부 관련 유적지들의 현 실태를 자세히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중국 충칭(重慶) 허핑루(和平路) 우스예샹(吳師爺巷) 임시정부 청사 터 부근 고층 빌딩이 늘어선 도로 오른편에 거대한 공사장이 펼쳐져 있다고 한다. 한시준 교수(단국대 역사학과)의 설명에 의하면 이곳이 백범 김구 선생이 ‘백범일지’ 하편을 집필한 역사적인 장소인데, 현재 그 건물은 철거된 상태라고 한다.
대한민국임시정부가 충칭에서 썼던 우스예샹 청사(왼쪽 사진). 김구 선생은 이곳에서 ‘백범일지’ 하편을 썼다.
충칭 재개발 여파로 2013년 철거돼 지금은 공사장으로 변했다. 사진=독립기념관·성유진 기자
우스예샹 청사는 임정이 상하이에서 1940년 9월 충칭으로 온 뒤 사용한 세 번째 청사였다고 한다. 2층 목조 가옥으로 방이 70여 칸이나 됐다. 임정이 1945년 1월 롄화츠(蓮花池) 청사로 옮겨갈 때까지 충칭 시기에 가장 오랫동안 사용한 곳이라고 한다.
김구 선생은 '백범일지'에 ‘상권을 쓰던 때에 비하면 하권을 쓰는 지금의 임시정부는 약간의 진보 상태로 볼 수 있다’고 적었다. 이곳은 2012년 허핑루 일대 재개발이 확정되며 철거됐다고 한다. 충칭시 정부는 재개발 후 청사를 복원한다는 계획이지만 사실상 원형은 사라진 것이다.
신문은 “충칭은 2000년대 이후 가장 급속하게 발전하고 있는 도시이다. 곳곳에서 재개발 붐이 일었다. 충칭의 임정 청사는 총 4곳이었다. 2곳은 1940년대 폭격과 화재로 무너졌고, 우스예샹은 사라졌다”며 “남아 있는 것은 롄화츠에 있는 한 곳뿐”이라고 전했다. 이어지는 신문 보도다.
<한·중 수교 직후인 1990년대 중반만 해도 충칭에는 광복군 총사령부, 오사야항 청사, 토교 한인촌 건물 등이 일부나마 원형을 보존하고 있었다. 현재는 지난해 12월 문재인 대통령이 찾았던 롄화츠 임정 청사 정도만이 남아 있다.>
신문의 취재 결과, 우스예샹 청사에서 500m 떨어진 광복군 총사령부 청사도 공사장으로 변해 있었다고 한다. 1940년 충칭에서 창설된 한국광복군은 이후 서안으로 근거지를 옮겼다가 1942년 다시 충칭으로 이전했다. 일본군에서 학도병으로 끌려갔던 청년들이 탈출해 이곳으로 찾아왔다고 한다. 이 건물은 2010년대 초반까지도 낡은 모습이었지만 일부가 남아 있던 것으로 전해진다.
신문의 취재 결과, 우스예샹 청사에서 500m 떨어진 광복군 총사령부 청사도 공사장으로 변해 있었다고 한다. 1940년 충칭에서 창설된 한국광복군은 이후 서안으로 근거지를 옮겼다가 1942년 다시 충칭으로 이전했다. 일본군에서 학도병으로 끌려갔던 청년들이 탈출해 이곳으로 찾아왔다고 한다. 이 건물은 2010년대 초반까지도 낡은 모습이었지만 일부가 남아 있던 것으로 전해진다.
중국 충칭시 남서쪽 ‘한인 거주 옛터’. 1990년대 초반까지는 임시정부 가족들이 쓰던 민가가 남아 있었다(왼쪽 사진). 지금은 풀숲으로 변했고, 한쪽엔 공장 창고가 들어서 있다. 사진=독립기념관·성유진 기자
그러나 2016년 철거돼 지금은 주상복합 건물이 지어지고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철거 전 충칭시 정부가 원형 보존 의사를 우리 정부에 전했으나, 조건이 맞지 않아 무산됐다는 것이다. 지난해 말 문재인 대통령이 총사령부 터 복원 사업에 합의했지만, 복원 장소는 다른 곳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신문은 덧붙였다.
충칭 도심 서남부에 있는 한 산비탈 길을 오르면 작은 공터가 있다고 한다. 관목과 풀로 뒤덮인 이곳엔 '한인 거주 옛터'라는 검은색 표지석이 있다고 한다. 1940년 9월 충칭으로 옮겨온 임시정부 가족들이 터를 잡고 살던 곳이다.
김구 선생은 당시의 상황을 '백범일지'에 '중경에서 기장 쪽으로 40리쯤 되는 곳에 토교라는 시골 시장이 있는데, 그곳에 화계(花溪)와 폭포가 있고…(중략), 기와집 세 채를 짓고, 2층 민가 한 채를 사들여 100여 명의 대식구를 살게 하였다'고 기록했다.
신문에 따르면, 지금은 기와집도, 민가도 남아 있지 않다고 한다. 동감폭포는 도로와 댐이 들어서면서 없어졌고, 산비탈의 토교 한인촌 역시 완전히 사라졌다는 것이다. 한시준 교수는 "1990년대 초 이곳을 찾았을 때만 해도 기와집 2채가 원형 그대로 남아 있었다. 몇 년 뒤 다시 와보니 완전히 헐려 있었다"고 신문에 밝혔다. 항저우 한국독립당 사무소 자리에도 기념 표지석만 남아 있었고, 임정 요인들이 살았던 오복리 거주지는 사유지가 돼 안으로 들어갈 수 없었다고 한다.
신문은 “중국 산시성의 성도 시안(西安)의 임정 관련 유적지에선 한국인을 보기 어려웠다”고 전했다. 한국 관광객은 대부분 병마용 등을 둘러보고 떠날 뿐이라고 한다. 임시정부는 1940년 11월 이곳에 한국광복군 총사령부를 설치, 중국 각지에 흩어진 무장 세력을 흡수했다.
이 건물은 시내 이푸제(二府街) 4호에 자리 잡고 있었다. 무정부주의 청년 조직으로 후에 광복군에 편입된 한국청년전지공작대 건물도 같은 거리 29호에 있었다. 현재 이 거리는 각종 상점과 관공서가 밀집한 곳으로 변모했다고 한다. 총사령부 건물은 1995년 도로 확장을 하며 사라졌고, 전지공작대 건물 자리에는 중급인민법원이 들어섰다고 신문은 덧붙였다.
정리=조성호 월간조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