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MBC에 이어 투쟁과 파업으로 파면됐던 PD가 사장으로 : 월간조선

KBS 새 사장 후보로 양승동 KBS PD(57)가 최종 선정됐다.

KBS 이사회는 26일 양 PD, 이상요 세명대 교수, 이정옥 전 KBS 글로벌전략센터장 등 사장후보 3명을 잇따라 면접하고 표결을 거쳐 양 PD를 최종 사장 후보로 결정했다. 시민자문단 평가(40%)와 이사회 평가(60%)를 합산한 결과다.

이사회가 후보자를 대통령에게 임명 제청하면 국회 청문회를 거쳐 대통령이 최종 임명한다. 임기는 지난달 22일 해임된 고대영 전 사장의 잔여 임기인 11월 23일까지다.

양 PD는 1989년 KBS에 입사해 한국PD연합회장, KBS 부산총국 편성제작국장을 지냈다. ‘KBS스페셜’ ‘역사스페셜’ ‘명견만리’ ‘세계는 지금’ ‘추적60분’ 등 KBS 대표 시사교양 프로그램을 연출했다. 2008년 이명박 정부 당시 전국언론노조 KBS본부(KBS새노조)의 전신인 ‘공영방송 사수를 위한 사원행동’을 조직하고 공동대표를 지냈다.

같은해 정연주 전 사장 강제 해임 반대투쟁에 앞장서다가 2009년 파면 처분을 받기까지 했다. 이후 재심을 거쳐 정직 4개월로 징계 수위가 조정됐다.

투쟁으로 징계를 받았다는 점에서 2012년 방송 총파업 이후 해직됐다 사장으로 돌아온 최승호 MBC 사장과 닮았다.

특히 양 PD는 사장 선임 과정에서 방송을 장악하려는 권력과 대항해 싸워온 이력을 강조해왔다. 지난 24일 정책발표회에서 2009년 파면을 통보받은 서류를 화면에 띄우고 “방송을 천직으로 여겼던 평범한 PD였지만 정 전 사장이 불법·폭압적으로 해임된 이후 공영방송의 철학과 비전이 삶의 문제로 다가오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양승동 PD는 국회의 인사청문회를 거쳐야 한다. 고대영 전 사장 해임을 반대한 자유한국당이 청문회에서 양 PD의 성향에 대해 공격에 나설 것은 물론 청문회 일정을 조율하는 것 조차 협조하지 않을 수가능성이 높아 실제 취임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방송계 한 관계자는 "MBC에 이어 KBS까지 투쟁과 파업 전력으로 파면, 해직됐던 강경파 인물이 사장이 된다는 데 우려의 시선이 많다"며 "정권이 바뀔때마다 이런식으로 수장이 바뀐다면 공영방송의 정상화가 가능할 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글=권세진 월간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