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악산에 올라가 즐기고 잠은 내려와 자려면?

중국 여유국(旅遊局) 통계에 의하면 2007년 한해 동안 한국 관광객이 29만 명이나 다녀갔다는 안후이성(安徽省)에 있는 황산(黃山1864m)을 다녀왔습니다.
일본 관광객들의 뒤를 이어 한국 관광객들도 어지간히 다 다녀갔다는 황산(黃山)은 한 해에 중국 국내외 관광객 2000여만 명이 찾아가는 곳입니다.

유네스코로부터 가장 잘 관리되고 있는 세계 문화유산 중의 하나라고 평가를 받고 있는 황산(黃山) 개발에는 흑묘백묘(黑描白描)論으로 일찍이 실용주의 노선을 주창했던 덩샤오핑(鄧小平)의 공로가 컸습니다.

전 날에는 중국에서 7번째로 2008년 7월에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된 장시성(江西省)에 있는 산칭산(三淸山, 1819m)에도 올랐습니다. 황산보다 뒤늦게 개발되었으나 요즈음 중국 관광객들이 몰려들고 있습니다.

중국의 중요 관광명승지이자 도교 성지인 산칭산(三淸山)을 오르내리는 2개 케이블카 라인 중에 하나인 금사 케이블카(2460m).

선반을 매달듯 절벽 위에 설치한 산칭산 고공잔교(高空 棧橋).

운무에 가린 산칭산(三淸山)의 기암절벽을 줄지어 오르는 관광객들.

황산의 자매산인 산칭산. '중국의 오악의 뛰어남이 모두 산칭산(三淸山)안에 있다네.’

황산 3개 케이블카 라인 중에 하나인 운곡사 케이블카. 케이블카에서 내려 황산 일주 트레킹을 하는데는 7-8시간이 걸린다.


구름 속에 잠시 모습을 드러낸 황산 東海 연봉.

13억 5천만 명의 중국인들이 이 세상에 나서 꼭 한번씩 오르고 싶어 하는 오악(五嶽)으로는 산둥성의 태산(泰山, 1524m), 산시성의 화산(華山, 1997m), 후난성의 형산(衡山, 1290m), 장시성의 항산(恒山, 2017m), 허난성 숭산(嵩山, 1440m)이 있습니다만 요즈음 이들이 가고 싶어 하는 산은 황산(黃山)과 산칭산(三淸山) 입니다.
황산(黃山)과 산칭산은 서로 비슷한 경관을 지니고 있으나 황산(黃山)이 규모가 훨씬 커보였습니다.

모두 지리산보다 조금 낮고 설악산 보다 조금 높은 산들로 경관은 한마디로 말해 모두 서울 근교의 북한산이나 도봉산이나 설악산과 비슷했습니다.
퇴적암이나 석회암으로 된 산들이 아니라 1억 2천 3백만 년 전에 생성된 전형적인 화강암으로 이뤄진 산들 이였습니다.

1979년 문화대혁명으로 실각했다가 복권된 중국의 지도자 덩샤오핑(鄧小平)은 당시 나이 75세의 고령임에도 불구하고 황산을 5박 6일 동안 걸어서 올랐다고 합니다.
중국 명승지에 가면 인력거꾼이나 가마꾼들이 몸이 불편하거나 나이 어린 관광객들을 실어 나르는 광경을 흔히 볼 수 있습니다.

덩샤오핑(鄧小平)에게도 주변에서 가마를 타고 황산에 오를 것을 권유했지만 그는 ‘인민의 머리 위에 앉아서 어찌 산을 오를 수 있겠는가’라고 단호히 거절했다고 합니다.
황산과 덩샤오핑(鄧小平)에 얽힌 일화를 되새기며 우리나라 위정자들을 행태를 다시 한번 생각해보기도 했습니다.

황산을 오른 덩사오평은 황산의 빼어난 경관을 감탄하면서 ‘황산은 여러분들이 돈을 벌 수 있는 곳’이라며 황산 개발을 지시했다고 합니다.

황산 북해빈관(北海賓館) 앞마당에 설치된 ‘여러분들이 돈을 벌수 있는 곳’이라며 황산 개발을 지시한 덩샤오핑의 대형 사진.

1980년대 초 시작된 황산 개발은 마구잡이 개발이 아니라 자연 경관을 최대로 살리고 환경 파괴를 최소화하는 治山이라는 개념에 입각하여 개발을 했습니다.

뎡샤오핑은 외국인도 쉽게 황산을 찾을 수 있도록 하며 남녀노소 누구나 황산을 두루 볼 수 있도록 하라고 했답니다.

안후이성 정부는 황산 등산로 곳곳에 난립했던 휴게소나 대피소들을 정비하고 하루 내에 등반이 가능하도록 3개 노선의 게이블카를 설치하였습니다.
쓰레기와 수질 오염으로 황산이 더 이상 훼손되지 않도록 ‘산에 올라 즐기고 잠은 내려와 잔다(山上遊 山下住)’ 는 원칙을 세워 산속의 낡은 상점이나 주거시설들을 다 허물고 산 아래에 종합 관광단지를 조성했다고 합니다.

몰려든 등산객의 발길에 산이 파괴되는 것을 막기 위해 40km의 등산로에 14만개의 돌계단을 만들었습니다.

수많은 산봉우리를 오르내리는 낭떠러지에는 잔교(棧橋)를 설치하여 안전하게 힘들이지 않고 장애인, 노약자도 황산의 절경을 마음껏 즐기도록 했습니다.

인구 150만 명의 황산시민들이 황산으로 먹고 산다고 할 만큼 황산市 발전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고 합니다.

산봉우리를 똬리처럼 설치된 잔교를 타고 올라갔다 내려온다.

규모는 작을지 몰라도 황산이나 산칭산의 경관에 못지않은 곳이 우리나라에도 곳곳에 있습니다. 설악산, 북한산, 도봉산, 월출산이 이에 못지 않습니다.
이곳도 황산이나 산칭산처럼 남녀노소 누구나 오를 수 있는 등산로를 개발 하되 자연 환경이나 경관의 훼손을 최소한 줄이는 방안을 강구하면 되지 않을까 생각해보았습니다.

한라산이나 지리산에 가보면 등산객들의 발길에 산이 파이는 등 하루가 다르게 자연 생태가 파괴되고 있은 것을 볼 수가 있습니다. 황산처럼 치산(治山)이라는 생각을 갖고 지리산이나 한라산도 개발을 하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캐나다 벤프 국립공원의 설퍼 마운틴(2,281m)에 가면 698m에서 출발하는 케이블카를 타고 8분이면 정상에 오를 수 있습니다. 남녀노소 누구나 이곳에 올라 장엄한 캐나다 로키산맥의 연봉들을 둘러 볼 수 있습니다.

이처럼 한국을 찾는 외국인들도 손쉽게 설악산이나 지리산이나 한라산에 올라 우리의 풍치를 마음껏 즐길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자국內 명승지를 찾아 줄지어 몰려다니는 이웃 중국, 일본의 관광객을 우리나라로 끌어드리면 매년 150억 달러가 넘는 관광 수지 적자도 메울 수 있지 않을까요.
물론 국립공원이 단순히 먹고 마시고 떠드는 유원지가 되서는 안 될 것입니다.

환경부가 지난 5월 ‘국립공원內 케이블카 건설 촉진을 위한 자연공원법 개정안을 입법 예고한 이 마당에 무조건 자연 환경 보호를 외치며 케이블카 설치 반대만을 할 것이 아니라 실용주의자인 덩샤오핑처럼 직접 지리산을 오르고 한라산과 설악산에 올라 치산을 생각하며 나라살림을 걱정하는 모두가 됐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