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직장생활 11년 만에 창업… 자동차 소음 줄이는 흡차음재 시장의 절대 강자로 부각
◉ 연구개발비에만 100억 투입… 관련 특허 50개 넘는 강소(强小)기업
◉ “기업하며 생존한 비결은 어음 안 쓰고 한 번 한 약속은 끝까지 지키는 것”
◉ 3M이 보유하던 초극세사 흡차음재 국산화 성공… 국내 5개 완성차 업체 등에 공급하면서 국내 시장 70% 장악
◉ 흡차음재 연구하면서 초미세먼지 막을 보건 마스크 개발했고 금 나노 입자 들어간 획기적인 노화방지 화장품도 개발
◉ 원전 중단에 따른 에너지 위기 막을 에너지 저장장치 국제 특허도 출원… 기술자는 무(無)에서 유(有)를 창조해 내는 사람들
◉ 연구개발비에만 100억 투입… 관련 특허 50개 넘는 강소(强小)기업
◉ “기업하며 생존한 비결은 어음 안 쓰고 한 번 한 약속은 끝까지 지키는 것”
◉ 3M이 보유하던 초극세사 흡차음재 국산화 성공… 국내 5개 완성차 업체 등에 공급하면서 국내 시장 70% 장악
◉ 흡차음재 연구하면서 초미세먼지 막을 보건 마스크 개발했고 금 나노 입자 들어간 획기적인 노화방지 화장품도 개발
◉ 원전 중단에 따른 에너지 위기 막을 에너지 저장장치 국제 특허도 출원… 기술자는 무(無)에서 유(有)를 창조해 내는 사람들
- 이봉직 익성(翼城) 회장이 집무실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익성은 소음을 흡수하고 차단하는 차음재·초극세사 흡음재 개발로 자동차 업계에서 독보적인 점유율을 자랑하고 있다.
올해부터 자동차 업계는 혁명적인 변화를 맞게 된다. 향후 20년 사이 엔진으로 구동하는 자동차가 사라지고 2차 전지, 궁극적으로는 수소전지로 움직이는 자동차가 등장할 것이라는 데 업계는 이의(異議)를 달지 않고 있다. 산업혁명 때 등장한, 연료로 수증기를 만들고 그 압력으로 피스톤을 움직여 바퀴를 돌리는 방식이 사라질 것이라는 것이다.
가솔린 혹은 디젤을 주입하고 팽창·수축을 반복하는 장치들이 다 사라지고 2차 전지(電池) 혹은 수소전지에서 발생한 에너지로 바퀴를 직접 돌릴 수 있다면 어떤 현상이 생길 것인가? 자동차 껍데기의 디자인만 만들어도 된다면 기존의 업계 대신 삼성전자·LG·SK처럼 자동차 자율주행에 강점을 가진 회사들이 자동차 산업에 마음 놓고 뛰어들 것이다.
‘전지’라는 단어는 우리에게 배터리, 즉 1차 전지를 연상시키는데 1차 전지와 2차 전지는 큰 차이가 있다.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1차 전지는 화학적 에너지를 전기적 에너지으로만 변환시키는 것이다. 반면 2차 전지는 화학적 에너지를 전기적 에너지로 변환시킬 뿐 아니라 충전(充電)을 통해 전기적 에너지를 화학적 에너지로 바꿀 수 있다.
만일 효율이 높은 2차 전지가 개발된다면 운전자들은 고속도로 휴게소 등에 설치된 충전기를 통해 짧은 시간 안에 휘발유나 디젤을 주입한 것처럼 에너지를, 그것도 무료로 공급한 뒤 마음 놓고 길을 달리기만 하면 되니 자동차 업계가 혁명적인 변화를 맞게 될 것이라는 것이 과언은 아니다. 이 2차 전지의 구조를 더 살펴보고 넘어가기로 한다.
2차 전지를 구성하는 4대 요소는 양극재와 음극재, 이 두 가지를 갈라 놓는 분리막과 전해질이다. 음극재는 양극재에서 나오는 리튬이온을 음극에서 받아들이는 소재인데 천연흑연, 인조흑연, 비정질 탄소 등이 사용된다. 천연흑연으로 음극재를 만드는 2차 전지는 국산화율이 2%대이며 인조흑연은 기술장벽이 높아 아직 국내에서 생산할 수 없다.
실리콘 산화물이라는 신소재(新素材)를 이용해 음극재를 만드는 원천기술은 일본의 신네츠가 가지고 있다. 이 기술로 만든 음극재를 신네츠는 전 세계에 독점 공급하고 있다. 그런 신네츠보다 훨씬 효율성 높은 음극재를 개발한 강소(强小)기업이 등장해 전 세계를 놀라게 하고 있다. ‘익성(益成)’이라는 기업의 이봉직(李琫稙·60) 회장이다.
자동차 업계의 신화적 인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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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성의 음극재 제조 기술 특허증. 이봉직 회장은 관련 분야 특허만 50개를 가진 ‘알짜기업’ 익성을 일궈냈다. |
이봉직 회장은 언론에 자주 등장하지 않았지만 자동차 업계에서는 유명한 인물이다. 소음을 흡수하고 차단하는 차음제·초극세사 흡음재 시장에서 독보적인 점유율을 자랑하고 있다. 익성의 흡차음재는 현대기아차를 포함한 국내 완성차 5개사와 재규어·랜드로버·혼다·폭스바겐 등 글로벌 업계에 납품된다. 초극세사 흡음재에서 익성의 라이벌은 3M뿐이다.
그는 또한 전문대학에서 출발해 10년간 봉급쟁이 생활을 했고 스스로 회사를 세워 온갖 고초를 겪으면서도 관련 분야의 특허만 50개를 가진 알짜기업을 일궈 낸, 이 시대의 보기 드문 ‘개척자’다. 예안 이씨 문장공파 고산 선생 집안의 장손이기도 한 이봉직의 도전과 승리의 과정을 되짚어 보기로 한다.
— 영남대 기계공학과 81학번으로 나오시는데, 저랑 동갑인가요.
“하하. 제가 고등학교(대륜고) 때 좀 놀았어요. 그것도 많이. 원래는 77학번이어야 하는데 그렇게 됐죠.”
— 대륜고도 들어가기 힘든 명문인데 그럼 중학교 때까지는 공부를 꽤 하셨겠네요.
“제가 고등학교 다닐 때가 70년대 후반이었잖아요. 학교에선 만날 데모나 했고. 공부에 회의가 들어 각설이처럼 전국을 떠돌아다녔습니다. 그런데 아버님의 친구 분이 이런 말씀을 하시더라고요. ‘앞으로 우리나라는 대학을 나와야 하는 시대라고. 그 말씀을 듣고 나서 영남전문대 기계공학과에 진학했다가 영남대로 편입했습니다. 영남전문대에서 영남대로 편입한 경우가 드물 겁니다.”
— 예안이씨 문장공파 고산 선생의 종손인데 그렇게 놀았다면 집안 어른들 걱정이 크셨겠습니다.
“걱정 많이 끼쳐 드렸지요.”
— 직장생활을 1984년부터 하셨습니다.
“11년간 했습니다. 국내 자동차 부품관련 중소기업에 근무했고 독일계 회사도 있었고요. 그 이후 독립할 때 친구 셋이 도와줘서 2억원짜리 공장을 인수했습니다. 아버님도 도와주셨고요.”
공학도는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사람들
— 전공은 기계공학인데 실제로 회사는 화학회사에 가깝습니다.
“원리만 이해하면 어차피 장치산업이니까요. 화학이라 해도 결국 장치는 기계공학으로 만들지요. 일례로 어떤 분이 제게 낚시도구의 추(錘)를 만들어 달라고 한 적이 있습니다. 제가 눈썰미가 좀 있어서 그 모양을 보고 금속의 재질을 알면 만들 수 있습니다. 공학이라는 게 결국 무(無)에서 유(有)를 창조하는 거거든요.”
— 흡차음재라는 게 결국 자동차에서 발생하는 소음을 경감시키는 거지요.
“소음을 흡수하거나 차단하는 것인데 참 신기합니다. 저희가 개발한 기술로는 총소리까지 흡수할 수 있습니다.”
— 익성이라는 회사의 이름은 누가 지어 줬습니까.
“선친께서 지어 주셨어요. 한문으로는 유익 할 때의 익(益), 정성을 다한다 할 때의 성(誠)인데 직원한테 등기를 하라고 했더니 실수로 익성(益成)이라고 등록을 했더군요.”
— 월급쟁이 11년, 기업하신 게 23년째인데 위기는 없었나요. 예를 들면 IMF같을 때.
“왜요, 있었지요. IMF 때는 30% 정도 부도를 맞았습니다. 그때 제가 살아남은 이유가 있습니다.”
— 생존의 비결이 뭡니까.
“저는 지금까지도 어음을 사용하지 않습니다. 한 번 한 약속은 반드시 지켜 왔고요. 어쩌다가 제가 재벌 아들이라는 소문이 났는데, 하하. 사실과는 달랐지만 그게 좋은 효과도 있었습니다. ‘설마 재벌 아들이 돈을 떼먹겠느냐’고요. 어음을 받아도 할인해서 꼭 현금으로 지급해 줬습니다. 저는 거래하는 회사도 거의 바꾼 적이 없어요. 딱 2군데만 빼곤.”
— 그 2군데는 어떤 회사였길래요.
“경쟁이 안 됐으니 할 수 없었지요.”
— 기업이 어음사용 안 하고 약속만 지키는 것으로 다 됩니까.
“운(運)도 있어야죠. 일례로 제가 첫 회사를 김포 근처에 세웠다가 거래처 위치의 중간 지점으로 가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 천안, 충북 음성, 대전 등에 있는 공장 부지를 보고 다녔는데 300평 규모의 공장이 음성에서 경매로 나온 겁니다. 경매액을 적고 있는데 옆의 사람을 보니 저보다 더 높은 금액을 쓰는 겁니다. 알고 보니 그분이 은행 직원이었는데 해당 공장의 물권을 가지고 있었어요. 제가 ‘그렇게 높게 쓰면 어떻게 하느냐’고 하니 그분이 도리어 제게 ‘내가 쓴 금액대로 하면 경매낙찰대금을 대출해 주겠다’고 하더군요. 그렇게 경매에서 낙찰 받았는데 그분이 경기도 안산의 기업은행 직원이었습니다. 공장은 음성인데 안산의 은행에 갈 이유는 없잖아요. 하지만 저는 그렇게 맺은 인연 때문에 안산 기업은행과 지금도 거래하고 있어요.”
— 그렇게 사람을 너무 믿다가 속은 적은 없습니까.
“왜요, 많죠. 돈을 빌려줄 때는 ‘이제부터 이건 내 돈이 아니다’라고 마음먹는 게 편합니다.”
초극세사 도전, 3년만에 국산화지금은 국내시장 70% 석권
— 그간 익성에 대해 언론보도에 나온 걸 보니 초극세사 흡차음재 개발이 주를 이뤘더군요.
“그간 초극세사 흡음재는 3M 것을 100% 수입해서 썼습니다. 제가 그 분야에 도전한 지 3년 만에 국산화에 성공했지요. 지금은 국내 시장의 70%가 저희 회사 것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 어떻게 3년 만에 3M을 따라잡았습니까.
“아까 말씀드린 대로 제 눈이 카메라거든요. 그래도 기계를 일곱번 여덟번 바꾸는 시행착오 끝에 개발에 성공했습니다. 다들 지독하다 하더라고요,”
— 초극세사 흡차음재가 왜 중요한가요. 소음을 제거하는 용도 외에 다른 기능도 있습니까.
“근본 초극세사는 보온 섬유거든요.농업용 보온제,의류용 보온제,요즘 유행하는 롱패딩 보온제로 쓰면 아주 좋습니다,
저희 회사가 멜트블로운이라는 고기능성 초극세사를 개발했는데 그게 영국, 미국 등 글로벌 자동차 부품 소재업체에 공급되고 있습니다.
흡차음재가 중요한 것은 소음 차단뿐 아니라 흡음 기능에 은(銀)나노 입자를 복합시키면 전자파 차단 소재도 만들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전기차 시대가 오면 가장 중요한 과제가 전자파 차단입니다. 저희가 만든 멜트블로운 공법으로 만든 ‘노이즈라이트’라는 제품은 3M의 제품에 비해 차음 성능은 높고 가격은 저렴합니다. 그것뿐이 아닙니다. 이 기술을 변형시키면 최근 전 국민적인 걱정거리가 되고 있는 미세먼지까지 차단할 수 있어요, 마스크로.”
— 초미세먼지 차단 마스크?
“초극세사에 인조 흑연섬유를 복합시키면 2.5마이크론 이하의 초미세먼지를 차단할 수 있는 보건용 마스크를 만들 수 있습니다. 미세먼지는 알레르기 결막염, 각막염을 유발시킬 뿐 아니라 각종 안과 질환과 이비인후과 질환, 심지어 기관지염, 폐기종을 유발시킵니다. 우리나라에서 이 초미세먼지를 차단하는 마스크를 2014년 243만 달러어치 수입했고 2016년까지 연평균 35%씩 수입 규모가 증가했는데 이젠 국산화할 수 있게 됐습니다. 초극세사는 그뿐이 아닙니다. 은을 나노화한 전자파차단제품을 개발했고 금(金)을 나노화한 화장품도 개발한 겁니다.”
초극세사 기술 연구하다 금 나노 화장품 개발
— 금이 섞인 화장품은 어떤 효과가 있는데요.
“모든 물질은 입자가 작을수록 인체에 흡수되는 비율이 높아집니다. 그 크기가 나노화되면 흡수율이 거의 100%에 가까워지지요. 금을 나노화시키면 색깔이 짙은 와인색으로 변합니다. 피부에 금이 흡수되면 항산화, 즉 노화를 방지하고 혈액순환을 촉진시킬 뿐 아니라 피부 톤도 밝아집니다. 기미, 잡티 제거 효과도 탁월하고요.”
— 그래서 실제로 화장품을 생산하고 있습니까.
“에스벨라 와인골드라는 제품인데 이 제품을 사용하면 피부 노화의 근원이 되는 활성산소를 억제시킵니다. 이것은 반대로 세포가 활발히 분화한다는 뜻인데요, 콜라겐, 엘라스틴, 히알루론산을 만들어 피부가 촉촉해지고 탄력이 생기게 되지요. 작년 9월에 처음 11종의 제품을 생산했는데 첫 달에만 매출액이 3억원에 달할 정도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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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개념 초극세사 흡음재 ‘NOISELITEⓇ’ 는 초극세사와 이형중공단섬유로 구성되어 있으며, 초극세사 섬유층을 Folding 함으로써 극대화된 부피체적의 그물구조 섬유층 사이에 무수한 공기층과 초극세사로 이루어졌다. |
— 일본 사케 중에 금가루가 섞인 것을 마셔 본 적은 있는데….“
“그건 기분만 좋을 뿐 몸에는 아무 효과도 없어요. 흡수가 안 되거든요.”
— 그럼 이 화장품에는 금이 실제로 얼마나 들어갑니까.
“50ml를 기준으로 본다면 나노금이 5ppm 정도가 들어가지요.
— 금 나노 화장품이 그렇게 좋은 거라면 아모레퍼시픽이나 한국콜마 같은 화장품 업계의 거인들이 왜 도전하지 않는 겁니까.
“그 회사들엔 화장품 라인이 여러 개 있습니다. 금 나노 제품이 나오면 기존의 화장품 라인을 대대적으로 변화시켜야 하는데 그걸 고민하겠지요.”
기업은 10년 주기로 변신하지않으면 생존 못해
— 초극세사 흡차음재와 금 나노 화장품만 해도 충분할 텐데 2차 전지에는 왜 도전한 겁니까.
“제가 기업을 경영하면서 느낀 것이 기업은 10년 주기로 변신하지 않으면 생존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전기차 시대가 오면 결국 관건이 전자파와 배터리의 효율 두 가지가 될 텐데 전자파를 없앨 제품을 만들었으니 배터리에도 도전하게 된 것입니다.”
— 현대자동차나 기아자동차는 전기차에 관심이 없나요.
“그쪽은 전기차 보다는 수소전기차에 도전하고 있지요. 한마디로 맹물을 넣어서 수소를 만들어 바퀴를 돌린다는 개념인데 장르가 좀 다릅니다,”
— 이 회장이 보시기에 자동차산업은 어떻게 변화할 것 같습니까. 기존의 가솔린·디젤차는 다 사라지는 겁니까.
“그렇지는 않고 클린디젤차 시장, 효율성이 높아진 가솔린차 시장, 바이오디젤차 시장, 전기차 시장, 수소전지차 시장으로 분화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 각각의 비중은요.
“제 견해로는 클린디젤·효율 높은 가솔린차·바이오디젤차가 40~50%, 전기차가 25~30%쯤 시장을 점유하지 않을까 보고 있습니다.”
— 결국 전기차 상용화의 관건은 한 번 완충(完充)했을 때 얼마나 많이 달릴 수 있느냐, 즉 주행거리가 되겠네요.
“현재까지 개발된 전기차는 한 번 완충하고 280km를 달릴 수 있는데 저는 600km를 주행해야 된다고 봅니다.”
— 그런데 전기차는 일정하게 전류가 공급되니 언덕길 같은 곳을 달릴 때는 엔진차처럼 출력을 높일 수 없지 않습니까.
“그렇지요. 그게 전기차가 가진 단점 중의 하나입니다. 또 하나의 문제가 전기차의 충전문제입니다. 만일 저희 회사 음극재를 1% 사용할 때 충전하는 데 2시간이 걸린다고 치면 20%를 사용하면 충전하는데 10분이면 되거든요. 즉 많이 공급될수록 더 편하고 짧게 충전을 하면 되는 시스템이 마련되는 거지요.”
— 배터리의 무게 경감(輕減)도 중요하지 않습니까.
“그렇습니다. 테슬라에서 개발한 전기차를 한번 보시면 반할 수밖에 없을 겁니다. 하지만 테슬라에서 만든 전기차에서 배터리만 900kg이고 차 무게가 2.2톤이나 돼요. 그러면 지하주차장에 들어갈 수 없게 됩니다. 무게를 줄이는 것이 곧 효율을 높이는 것이라는 게 그 사례에서 입증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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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술 인증 수여식에 참석한 이봉직 회장(왼쪽에서 네 번째). 이 회장은 “기업은 10년 주기로 변신하지 않으면 생존할 수 없다”며 “저희가 개발한 (흡차음재) 기술로는 총소리까지 흡수할 수 있다”고 말했다. |
현재 전주에서 연 50톤 생산시설 갖춰올 6월부터 연 500톤 생산 공장 완공
— 익성에서 개발했다는 실리콘 산화물 음극재는 양산(量産)이 되는 겁니까.
“실리콘 산화물 음극재는 독일의 프라운호프 연구소, 미국 하버드대학·MIT와 공동연구협약을 맺었고 체코 테슬라사와 구매계약을 체결합니다. 상장(上場)문제가 걸려 있어 자세히 밝힐 수는 없지만 이름만 들으면 알 만한 독일 자동차 회사 및 자동차부품 회사와 미국 자동차 회사 등과도 구매계약을 맺을 예정입니다. 현재 전주에서 연 50톤 분량의 생산시설을 갖췄고요, 대규모 공장을 올 6월에 짓게 되면 연 500톤 생산하는 것은 간단합니다.”
— 그런데 제가 이해가 가지 않는 게, 독일 프라운호프 연구소나 체코 테슬라는 대단한 곳들인데 그냥 제품을 들고 간다고 공동연구협약이나 구매계약을 맺나요.
“그게 우리와 다른 점이지요. 제가 국내 기업과 접촉하지 않는 이유가 있습니다. 한번은 모 대기업에 유선무선통신망 개발한 것을 보여줬는데 당장 직원 스카우트가 들어오질 않나 해킹을 하질 않나 이런 행동을 하더군요. 제가 그때부터 해외기업들로 눈을 돌렸습니다. 독일이나 체코는 자질구레한 서류나 재무제표니 손익계산서 같은 걸 요구하지 않아요. 그들 눈앞에서 기술을 보여주면 믿어 줍니다.”
— 이 회장께서 개발한 실리콘 산화물 음극재는 일본 신네츠 것과 비교해 어느 정도 우위에 있습니까.
“신네츠가 kg당 200달러 정도 드는데 우리는 kg당 반값 정도면 만들 수 있으니 상대가 되지 않지요. 영업이익률도 40% 정도 예상하고 있고요. 신네츠 제품은 고온에서 열처리해 음극재를 만드는데 제조과정과 원재료 때문에 단가가 비쌀 수밖에 없어요. 이렇게 제조단가가 높으니 시장에서 통상 배터리 원재료 가운데 3~4% 정도만 첨가해 온 것인데도 신네츠의 제품이 워낙 독보적이니 주문이 폭주하는 것이죠. 저희가 개발한 것은 기존의 실리콘 음극재를 절반 가격으로 양산할 수 있는 겁니다. 거기다 결정적 차이도 있어요.”
— 뭡니까, 그 결정적 차이라는게.
“신네츠와 달리 우리는 상온(常溫)에서도 음극재를 양산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 거대한 양산기계를 만들 필요도 없어요.”
— 일본 신네츠를 넘어서는 데 얼마나 걸렸습니까.
“4년 전 시작했습니다. 물론 저희도 열심히 했지만 정부 도움도 받았습니다. 산업자원부 탄소벨리 구축사업 국책 과제로 선정됐거든요.”
— 제가 기존의 언론보도를 살펴보니 대주전자재료라는 회사도 음극재 시장에 진입한 것 같은데 무슨 차이가 있나요.
“그곳은 저희와 공법 자체가 다릅니다.”
원전을 대체하려면 에너지 저장장치부터 만들어야
— 에너지 저장장치의 음극소재로 사용되는 리튬티탄옥사이드 제조방법도 국제화했다는데 그건 뭔가요.
“새 정부 들어 원전을 줄이는 대신 재생에너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지 않았습니까? 태양열·풍력·조력 같은. 그런데 그게 문제가 많아요. 태양열은 일단 집광판을 엄청난 규모로 만들어야 하는데 환경파괴가 심각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풍력발전소 설치하려면 전국의 산을 다 깎아야 하고요. 저는 재생에너지보다 에너지 저장 시스템을 만들어 공급하는 게 더 필요하다고 봅니다. 쓰고 남은 에너지를 그냥 버리는 게 아니라 잘 모아 두었다가 쓰면 되는 거죠. 저희가 개발한 나노 튜브 형태의 리튬티탄산옥사이드는 기존의 것보다 저장용량을 확대했습니다. 그 파급효과가 막대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 직장인에서 경영인으로 달려온 지 벌써 34년이 됐습니다.
“돌이켜보면 열심히 앞만 보고 달려온 세월이었습니다. 지금 젊은이들은 상상도 못하겠지만 한 달에 1주일은 회사에서 밤새우고 했었지요. 다만 아쉬운 것은 제 시간을 못 가져 본 것입니다.”
— 혹시 사주(四柱) 같은 거 보신 적 있습니까.
“제가 본 적은 없고 친구들이 철학가를 모셔 놓고 절 부른 적이 두 번 있었어요. 그때마다 그분들이 그러더군요. ‘당신은 사주를 볼 필요가 없다’고요. 제가 종손이라 조상님 제사를 1년에 열댓 번씩 모셔서 그런지 광배(光背)가 있다더군요, 하하.”
— 조상 잘 모시면 뒤에서 빛이 납니까.
“그런 건 아니겠지만 몇 번의 교통사고에서 살아난 것이 우연만은 아닐 겁니다. 제가 많이 몰 때는 1년에 8만km, 평균 5만5km씩 지금도 주행하는데 몇 번 죽을 고비를 넘긴 적이 있습니다. 아마 조상님들의 가호가 있지않았나 싶어요”
— 기업가로서의 남은 목표는.
“기술은 계속 개발하는 것이고 이제는 기부문화에도 좀 신경을 쓰려 합니다.”
— 자제분이 둘 있고 모두 아들인데 특별히 당부하는 게 있습니까.
“큰애가 서른둘, 작은애가 서른인데 ‘네가 최고라 생각하지 말고 어울려 살 줄 알아야 한다’고 당부하곤 하지요. 아, 그리고 한문(漢文)공부 열심히 하라고, 그건 자주 말합니다. 그래야 조상님들이 만든 책을 깊이 읽고 심성도 깊어질 수 있으니까요.”
— 좌우명 같은 게 있습니까.
“이게 옛날 중앙정보부에서 쓰던 거긴 한데 ‘음지(陰地)에서 일하며 양지(陽地)를 지향한다.’는 말이 마음에 들더군요. 아울러 고등학교 교훈인 ‘스스로를 속이지 말자. 남을 사랑하자.’를 늘 기억하며 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