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 해가 구름 사이로 반짝 빛나는데도 내리는 비를 여우비라 우리 조상들을 불러왔다. 여우비가 그칠 때쯤이면 하늘에 오색 무지개가 찬란하게 뜬다. 여우가 시집을 가는 날이란다.
 신이 만들어낸, 소리 없이 펼쳐진 찬란한 오색 무지개는 어린 내 가슴을 두근거리게 했다.
 
서울 서대문구 북아현동 이화여大 뒷산 언덕배기 오두막 집 창문 너머로 언뜻 보이는 동쪽 하늘, 충정로 산언덕 위에 걸린 예쁜 무지개를  잡겠다고 반즈 바람에 숨을 헐떡이며 철길을 건너 산마루턱을 향해 뛰어갔던 어린 시절이 생각난다.
 
무지개를 타고 내려온다는 선녀를 만나지 못하고 되돌아오는 나는  서울 문안의 저 먼 하늘에 서서히 희미하게 사라지는 무지개를 보며 고개를 떨구고 집으로 돌아왔다.
 

2000년 8월 땅거미 질 무렵 서울 송파구 하늘에 거대한 무지개기 떠 올려라 시민들의 얼굴에 환한 웃음을 띠게 했다.
 
기독교의 성경에는 노아 시대에 하나님이 세상을 홍수로 심판한 후에 '내가 무지개를 구름 속에 두었나니 이것이 나의 세상과의 언약의 증거니라‘는 말이 있다.
 여기서 말하는 무지개는 하나님이  이 땅을 다시는 홍수로 멸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의미한다.   
 우리가 어렸을 때 무지개를 보고 손가락질을 하면 생손을 앓는다고 듣고 자랐던 것처럼 북아메리카의 인디언들도 무지개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면 구부러지거나 병이 든다고 말 한다. 이처럼 사람들은 무지개를 성스럽게 여겼다.
 
초등학교 때 운동장에 나가 입안에 가득히 물을 머금고 있다가 해를 등지고 40-45도 방향으로 물을 뿜어서 눈앞에 잠간 동안 비치는 무지개를 만드는 실험을 했다.
 
꿈과 희망을 안겨주는 무지개는 햇살이 비치는 반대편 하늘에 떠 있는 빗방울을 통해서 햇빛이 두 번의 굴절과  한번의 반사와 분광에 의해 무지개로 나타난다.
 위에서부터 빨강, 주황, 노랑, 초록, 파랑, 남색, 보라색으로 나타나는 무지개는 쌍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한번이 아니라 두 번의 반사에 의해 만들어지는 2차 무지개인 쌍무지개는 1차 무지개와 반대로 위에서 아래로 보라, 남색, 파랑, 초록, 노랑, 주황, 빨강색으로 나타난다.
 

2007년 6월 늦은 오후 가다서는 영동고속도로 귀경 길에 펼쳐진 강원도 원주市 치악산 산줄기에 걸린 쌍무지개. 운전자들의 짜증을 말끔히 씻어 주었다.
 
 우리나라 속담에 ‘아침 무지개는 비 올 징조, 저녁 무지개는 맑을 징조’라는 말이 있다. 편서풍 지대에 속해 있는 우리나라의 구름은  서쪽에서 동쪽으로 움직인다.
 아침에 서쪽 하늘에 무지개가 뜬다는 것은 서쪽으로부터 비를 머금은 구름이 몰려 오가 있다는 뜻이다. 
  반대로 동쪽에 무지개가 뜨면 서쪽의 날씨는 맑아진다.
 
지금도 뜨거운 여름을 식혀 주는 귀여운 여우비가 아니라 험악한 게릴라성 호우일지라도 비가 그치면 서울 하늘 어디에 무지개가 뜨지 않았을까 차창 너머로 뿌연 하늘을 올려다보곤 한다.
 

2008년 8월 노르웨이 베르겐市 동쪽 하늘에 걸린 오색 무지개.
 
요즈음 서울 하늘에 무지개가 뜨면 바로 신문의 기삿거리가 된다.
 희망과 평화의 상징인 무지개가 서울의 대기 오염이 심해져서 3년 5개월 동안 한번도 나타나지 않았다는 기상청 발표가 있었던 적도 있다.
 이제는 서울 하늘에 어쩌다 무지개가 뜬다 해도 고층 빌딩에 가려 한 귀퉁이 밖에 보이질 않을 것이다.
 
 탄소 제로 시티(Carbon Zero City) 서울 하늘에 무지개가 자주 떠서 시민들에게 희망과 부푼 꿈을 안겨주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