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6월9일) 경북 도청 이전 예정지가 발표되었습니다. 우리 고향이 도청 이정 예정지로 선정되었다는 소식에 저는 ‘그런 갑다’ 하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습니다. 대구에 있는 경북 도청을 자주 가본터라 그 정도 크기의 건물이야 어디 산 밑에 자그마하게 들어오면 되겠지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오늘 뉴스를 좀 살펴보니 무려 인구 10만 명의 신도시를 만든다는 것입니다. 도청 예정지 부지에는 우리 동네가 한 중간에 놓여 있었습니다. 제가 살고 있는 동네는 경북 예천군 호명면과 안동 풍천면의 접경 지역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접경 지역이기 때문에 예전부터 개발이라는 것은 먼 나라 이야기였고, 인구도 거의 없는 지역이었습니다.
안동 예천 양 개郡에 있는 도청 이전 예정지에 있는 동네를 다 합쳐도 아마 10동네도 안 될 것입니다.
현재 예천군은 11개 면에 인구가 5만 명밖에 안 되는데,(주소만 두고 몸은 도시에 있는 사람도 많다) 10만 명 규모의 신도시면 현재 예천군 인구의 두 배가 되는 규모입니다. 그렇다면 애당초 '신도시 건설'이라고 했어야지 '도청 이전' 후보지라고 해 왔으니 대부분의 사람이 실상을 잘 모르고 있었습니다.
지난 5월 마지막 주 시골에 일을 도우러 내려갔다가 부모님께서 "이곳이 도청 후보지"라고 했을 때도 저는 "이런 깡 촌에 도청이 왜 오겠냐"며 부모님 말씀을 그냥 흘러버렸습니다.
하지만 오늘 도청 예정지 지도를 자세히 보니 우리 동네가 한 복판에 들어가 있는 것입니다. 안동과 예천이 공동으로 후보지를 신청했기 때문에 접경 지역이 후보로 올라와 있었습니다.
지금 시골에는 도시로 갈 여력이 없는 사람들이 대부분 남아있습니다. 1988년 무렵 50가구 이던 우리 동네가 지금은 여덟 집이 남았습니다. 이 중에 그나마 60세 이하의 젊은 사람이 두 집이 있고, 나머지는 등이 꼬부라진 할머니 할아버지들입니다. 물론 도시로 간 사람들이라고 땅을 팔고 간 것은 아니기에, 남은 땅은 다른 동네 사람들이나, 그나마 여력이 되는 좀 젊은 사람이 맡아서 농사를 짓고 있습니다.
제가 다닌 초중고는 학생수가 없어서 오래전에 모두 廢校 되었습니다. 제가 제대 후 마지막으로 모교를 방문했을 때 중학생이 한 명 다니고 있었고, 고등학생은 열 댓 명 있었습니다. 그 일 이년 후 母校가 폐교 되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초등학교는 더 오래 전에 폐교가 되어 지금은 버섯 농장이 되었습니다. 하긴 인구 10만 명 신도시가 들어오면 폐교된 저의 母校는 부활시켜 줄지 모르겠습니다.
경북 예천군 호명면은(제가 전국을 많이 다녀봤지만), 전국에서 가장 작은 面소재지 일 것입니다.(면적이 아니라 면소재지가 있는 거리 기준) 심지어 제가 군대를 양구에서 생활했는데 그 산골인 양구의 남면이나 동면도 우리 호명면의 면소재지에 비하면 거의 도시 수준일 정도입니다.
도청 후보지가 이곳에 결정된 것은 다분히 땅값이 싸기 때문일 것입니다. 후보지 중에 주민이 가장 적으니 반발도 당연히 가장 적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곳은 우리나라에서 보기 드물 정도로 공장도 하나 없고, 그야말로 농촌 그대로의 모습을 간직한 곳입니다. 시골 집의 지붕만 초가집에서 슬레이트 지붕으로 바뀌었고, 양옥집 몇 채 들어선 것 외에는 100년 전이나 지금이나 그 모습 그대로인 곳입니다.
호명면에는 백사장이 아름다운 내성천이 흐르고 있고, 풍천(구담) 쪽으로 조금만 가면 낙동강 본류가 흐릅니다. 내성천 백사장은 지금 국내 거의 마지막 남은 천연 백사장으로 그 길이가 수십 km에 이르며, 이 일대에는 '선몽대'와 '회룡포' 등 경관이 빼어난 곳이 많습니다. 특히 선몽대는 수백 년 된 소나무 밭이 아름다워 명승지로 지정되었습니다.
호명면에서 차로 20분만 달리면 안동 하회마을이 있습니다. 저는 항상 장차 이 일대를 하회마을과 잘 연계시켜 발전 시키면 살아있는 유교 교육과 전통 문화 교육의 현장으로 만들 수있을 거란 희망을 가지고 지내 왔습니다. 그만큼 자연적, 문화적, 지리적 조건을 잘 갖추고 있는 곳입니다.
하회마을이 가진 엄청난 잠재력을 잘 살려서 살아있는 전통 문화 공간으로 꾸미면 이 일대에 굳이 신도시를 세우지 않고도 엄청난 부가가치를 생산할 방법이 수도 없이 많이 있습니다. 이제 신도시가 들어오면 하회마을은 그야말로 용인 민속촌 처럼 하나의 세트장이 될 것입니다.
그나마 수백년 이어오던 정신문화의 전통은 흔적도 없이 사라질 것이고, 마을만 남아 박제화 될 것입니다. 도시든 지방이든 그 지역만이 가진 잠재력을 극대화 시킬 때 가장 높은 부가가치가 창출이 되는 것입니다. 특히 하회마을은 외형과 함께 우리의 전통과 정신문화가 아직 오염되지 않고 보존되어 온 사실상 마지막 남은 곳입니다. 하회마을 뿐 아니라, 주변 지역 역시 전통 문화가 잘 보존되어온 전형적인 우리의 농촌지역입니다.
현재는 하회마을만 외롭게 서 있지만, 그 일대를 전통 유교 문화지역으로 지정해서 잘 관리하면, 전통 보존과 주민 소득 증대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방법이 얼마든지 있습니다. 하회마을은 그대로 두고, 그 부근을 마을별로 묶어 어느 마을은 도시 사람들이 와서 숙식을 하면서 옛날 방식대로만 사는 마을로 조성할 수도 있고, 어느 마을은 서당식 교육을 하는 대안 학교를 세울 수도 있고, 어느 마을은 전국의 명인 명장들이 모여살게 할 수도 있습니다. 신도시로 일대의 경간을 도시화 시키지 않고, 미풍 양속을 보존하면서도 새로운 생산 모델을 창출 할 수 있는 아이디어는 수도 없이 많습니다.
저도 10여 전 부터 도청 이전 문제로 시끄러울 때 도청이 안동으로 왔으면 하고 바라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도청이 아니라, 분당, 일산같은 그 흔한 新도시가 들어온다니 뭔가 한참 잘 못되어 가는 분위기 입니다. 도청이면 도청이지 新도시는 또 뭐며, 안동 시내나 예천 시내도 있는데 굳이 전통이 면면히 흐르는 이 산간 벽지까지 이런 식으로 희생 시켜야 하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안동은 서울 처럼 낙동강을 기준으로 강남과 강북으로 나뉘어 있습니다. 그런데 현재 안동의 강북만 개발되어 있기 때문에 안동시 입장에서는 도청이 들어오려면 안동 강남 지역이 가장 적합합니다. 안동의 강남 개발은 안동시의 오랜 숙원 사업이기도 합니다.
예천은 현재 산 밑에 있는 읍내를 제외하고, 남쪽은 전혀 개발이 되지 않은 허허벌판입니다. 이곳은 따로 부지 조성을 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넓고, 평지가 형성되어 있는 곳입니다. 예천군 입장에서도 이곳에 신도시가 들어온다면 쌍수를 들어 환영할 일입니다.
낙후된 경북 북부 지역 발전 논리에 따라 굳이 인구 10만 명이 거주하는 신도시가 필요하다면 제가 예를 든 안동과 예천 시내에 충분히 터가 있습니다. 이미 도시를 끼고 있는 부지가 있고, 또한 시를 획기적으로 개발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인데도 안동시와 예천군은 이를 마다하고 접경 지역의 산간 벽지를 신도시 예정지로 선택 했한 것입니다.
이는 오직 지자체가 도청을 유치했다는 명분과 실속을 챙기는 동시에, 이 접경 지역이 인구가 적어서 반발이 적고, 땅값이 싸다는 1석 3조의 효과를 노린 것 때문이지 실제 그곳이 도청 후보지로 적합해서가 아닐 것입니다. '발전=개발=신도시 혹은 공장'이란 논리가 어떻게 당연한 것이 되었는지 세태가 무섭습니다. 돈의 논리란 참으로 잔인한 것인가 봅니다.
해질 무렵의 내성천. 도청과 인구 10만 명의 신도시가 들어오면 가장 가까운 이곳의 모래를 다 퍼서 쓸 것은 불을 보듯 자명합니다. 그러고 나서 아마 한강처럼 콘크리트 제방과 둔치를 만들 것이다. 이미 안동시내를 관통하는 낙동강은 그렇게 만들어 놓았습니다. 지금 보이는 모래도 1988년부터 10년간 이곳에서 퍼낸 후, 이제 겨우 다시 백사장이 형성되고 있는 중입니다.
내성천 백사장. 10년동안 모래를 퍼낸 곳인데도 상류에 워낙 모래가 풍부해 몇년이 지나지 않았는데, 백사장이 형성되고 있습니다.
이곳이 바로 도청과 신도시가 들어설 부지 일대입니다. 뒷쪽에 보이는 산 아래에는 우리 할아버지가 태어난 동네로 제법 큰 경주 이씨 집성촌입니다. 뒷산이 바로 경주 이씨 문중산입니다. 뒷산 아래는 저의 조상들이 병자호란 무렵 이주해 와서 살던 마을이 있습니다.
같은 방향에서 모가 제법 자란 모습을 찍은 것입니다.
모판을 건네 주시는 아버지(2005년 여름). 아버지가 모내기 기계를 부릴 줄 모르기 때문에 모내길 철에는 저나 형님이 잠깐 내려와서 모내기를 도와드려야 합니다.
제가 학교 다닌 길. 위 모내기 한 논에서 각도를 오른쪽으로 약간 돌려서 찍은 모습입니다. 역시 도청이 들어오면 사진에 보이는 논과 이 일대도 신도시가 될 것입니다. 뒷쪽 산 능선이 도청과 신도시 후보지 경계선이 됩니다.
저는 사진에 보이는 길이 비포장 도로 일 때부터 농사일을 거들며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를 다녔습니다. 뒤쪽에 보이는 파란색 지붕의 창고는 공장이 아니라, 1970년대 지은 정부의 벼 수매 창고로, 벽면에 '근면 협동 자조' '협동으로 생산하여 공동으로 판매하자'란 글씨가 아직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지금도 벼가 저장되어 있습니다.
역시 도청 예정지인 안동시 풍천면 쪽의 모습. 바로 위 사진에서 조금 도 오른쪽으로 카메라를 돌려서 찍은 모습니다. 산 아래 보이는 곳 마을까지는 예천군이고, 그 바로 옆부터 안동군입니다. 보이는 산은 지역에서는 '거무산'이라고 부르는데 주변에서 안동의 '학가산' 다음으로 높은 산입니다. 바로 이 산 아래는 역시 도청 이전 예정지에 포함된 '갈밭'(갈전)이란 오래된 동네가 있고, 그곳에서 5분 거리에 하회마을이 있습니다.
풍천면 갈발(갈전리)의 모습니다. 뒷쪽에 보이는 산이 바로 위 사진에 보이는 높은 산이 '거무산'입니다. 바로 위 사진은 동쪽에서 본 모습이라면, 이것은 남쪽의 모습입니다. 작년 가을 미국에 살고 있는 큰 누나가 '갈밭'에 있는 친구를 만나러 왔다가 찍은 사진입니다.
제가 위에서 소개한 저의 문중산 아래 지역은 신도시가 펼쳐지고, 누나가 서 있는 장소가 실제 도청이 위치할 가능성이 가장 큽니다. 여기서 남쪽으로 5분 거리에 안동 하외마을이 있습니다.
먼저 하늘 나라로 간 동생의 유골이 뿌려진 동산 마루 밭. 어머니가 밭 비닐을 쒸우고 계십니다. 이날 시골에 내려가니 사진에 보이는 비닐을 어머니가 혼자서 쒸우고 계셨습니다.(2007년 봄). 물론 사진을 찍은 후 제가 도와 드렸지만, 올해는 제가 좀 일찍 시골에 내려가 어머니와 이 밭의 비닐을 다 쒸우고 왔습니다.
이곳 산마루를 경계로 예천군과 안동군이 나뉘어 지는데, 현재 비닐이 쒸워진 오른쪽은 안동군 땅에 포함되고, 비닐이 없는 왼쪽은 예천군 쪽입니다. 제가 사진 찍기 위해 서 있는 장소가 바로 경계 지역입니다.
주변에 다른 밭이 없기 때문에 어머니 아버지 외에 1년 열두 달 사람 하나 올라 오지 않는 곳입니다. 저도 이 사진을 찍은 바로 전해(2006년) 추석 때 동생이 죽은 후 7년 만에 이곳에 올라와 봤습니다.
마지막으로 동산마루에서 내려다 본 우리마을입니다(서쪽 방향). 워낙 골짜기에 있어 이름조차 '움골'입니다. 저의 할아버지가 이곳에 이사 와서 살았습니다. 예전에 郡과 郡은 주로 산으로 나누었기 때문에 접경지역은 주로 산지로 이루어 져 있습니다. 지금 제가 사진을 찍은 곳을 기준으로 왼쪽이 안동군이고, 오른쪽이 예천군입니다.
어쩌다 보니 이런 접경 지역 오지가 도청 후보지 한 가운데가 된 것입니다. 이곳이 신도시에 밀려버려도, 누가 아쉬워 해주거나 슬퍼할 사람도 없을 것입니다. 골짜기 마다 간직하고 있던 수많은 전설과 사연은 그야말로 '재 너머 잊혀질 이야기'가 될 것입니다.
2006년 6월 10일 씀
그런데 오늘 뉴스를 좀 살펴보니 무려 인구 10만 명의 신도시를 만든다는 것입니다. 도청 예정지 부지에는 우리 동네가 한 중간에 놓여 있었습니다. 제가 살고 있는 동네는 경북 예천군 호명면과 안동 풍천면의 접경 지역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접경 지역이기 때문에 예전부터 개발이라는 것은 먼 나라 이야기였고, 인구도 거의 없는 지역이었습니다.
안동 예천 양 개郡에 있는 도청 이전 예정지에 있는 동네를 다 합쳐도 아마 10동네도 안 될 것입니다. 현재 예천군은 11개 면에 인구가 5만 명밖에 안 되는데,(주소만 두고 몸은 도시에 있는 사람도 많다) 10만 명 규모의 신도시면 현재 예천군 인구의 두 배가 되는 규모입니다. 그렇다면 애당초 '신도시 건설'이라고 했어야지 '도청 이전' 후보지라고 해 왔으니 대부분의 사람이 실상을 잘 모르고 있었습니다.
지난 5월 마지막 주 시골에 일을 도우러 내려갔다가 부모님께서 "이곳이 도청 후보지"라고 했을 때도 저는 "이런 깡 촌에 도청이 왜 오겠냐"며 부모님 말씀을 그냥 흘러버렸습니다.
하지만 오늘 도청 예정지 지도를 자세히 보니 우리 동네가 한 복판에 들어가 있는 것입니다. 안동과 예천이 공동으로 후보지를 신청했기 때문에 접경 지역이 후보로 올라와 있었습니다.
지금 시골에는 도시로 갈 여력이 없는 사람들이 대부분 남아있습니다. 1988년 무렵 50가구 이던 우리 동네가 지금은 여덟 집이 남았습니다. 이 중에 그나마 60세 이하의 젊은 사람이 두 집이 있고, 나머지는 등이 꼬부라진 할머니 할아버지들입니다. 물론 도시로 간 사람들이라고 땅을 팔고 간 것은 아니기에, 남은 땅은 다른 동네 사람들이나, 그나마 여력이 되는 좀 젊은 사람이 맡아서 농사를 짓고 있습니다.
제가 다닌 초중고는 학생수가 없어서 오래전에 모두 廢校 되었습니다. 제가 제대 후 마지막으로 모교를 방문했을 때 중학생이 한 명 다니고 있었고, 고등학생은 열 댓 명 있었습니다. 그 일 이년 후 母校가 폐교 되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초등학교는 더 오래 전에 폐교가 되어 지금은 버섯 농장이 되었습니다. 하긴 인구 10만 명 신도시가 들어오면 폐교된 저의 母校는 부활시켜 줄지 모르겠습니다.
경북 예천군 호명면은(제가 전국을 많이 다녀봤지만), 전국에서 가장 작은 面소재지 일 것입니다.(면적이 아니라 면소재지가 있는 거리 기준) 심지어 제가 군대를 양구에서 생활했는데 그 산골인 양구의 남면이나 동면도 우리 호명면의 면소재지에 비하면 거의 도시 수준일 정도입니다.
도청 후보지가 이곳에 결정된 것은 다분히 땅값이 싸기 때문일 것입니다. 후보지 중에 주민이 가장 적으니 반발도 당연히 가장 적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곳은 우리나라에서 보기 드물 정도로 공장도 하나 없고, 그야말로 농촌 그대로의 모습을 간직한 곳입니다. 시골 집의 지붕만 초가집에서 슬레이트 지붕으로 바뀌었고, 양옥집 몇 채 들어선 것 외에는 100년 전이나 지금이나 그 모습 그대로인 곳입니다.
호명면에는 백사장이 아름다운 내성천이 흐르고 있고, 풍천(구담) 쪽으로 조금만 가면 낙동강 본류가 흐릅니다. 내성천 백사장은 지금 국내 거의 마지막 남은 천연 백사장으로 그 길이가 수십 km에 이르며, 이 일대에는 '선몽대'와 '회룡포' 등 경관이 빼어난 곳이 많습니다. 특히 선몽대는 수백 년 된 소나무 밭이 아름다워 명승지로 지정되었습니다.
호명면에서 차로 20분만 달리면 안동 하회마을이 있습니다. 저는 항상 장차 이 일대를 하회마을과 잘 연계시켜 발전 시키면 살아있는 유교 교육과 전통 문화 교육의 현장으로 만들 수있을 거란 희망을 가지고 지내 왔습니다. 그만큼 자연적, 문화적, 지리적 조건을 잘 갖추고 있는 곳입니다.
하회마을이 가진 엄청난 잠재력을 잘 살려서 살아있는 전통 문화 공간으로 꾸미면 이 일대에 굳이 신도시를 세우지 않고도 엄청난 부가가치를 생산할 방법이 수도 없이 많이 있습니다. 이제 신도시가 들어오면 하회마을은 그야말로 용인 민속촌 처럼 하나의 세트장이 될 것입니다.
그나마 수백년 이어오던 정신문화의 전통은 흔적도 없이 사라질 것이고, 마을만 남아 박제화 될 것입니다. 도시든 지방이든 그 지역만이 가진 잠재력을 극대화 시킬 때 가장 높은 부가가치가 창출이 되는 것입니다. 특히 하회마을은 외형과 함께 우리의 전통과 정신문화가 아직 오염되지 않고 보존되어 온 사실상 마지막 남은 곳입니다. 하회마을 뿐 아니라, 주변 지역 역시 전통 문화가 잘 보존되어온 전형적인 우리의 농촌지역입니다.
현재는 하회마을만 외롭게 서 있지만, 그 일대를 전통 유교 문화지역으로 지정해서 잘 관리하면, 전통 보존과 주민 소득 증대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방법이 얼마든지 있습니다. 하회마을은 그대로 두고, 그 부근을 마을별로 묶어 어느 마을은 도시 사람들이 와서 숙식을 하면서 옛날 방식대로만 사는 마을로 조성할 수도 있고, 어느 마을은 서당식 교육을 하는 대안 학교를 세울 수도 있고, 어느 마을은 전국의 명인 명장들이 모여살게 할 수도 있습니다. 신도시로 일대의 경간을 도시화 시키지 않고, 미풍 양속을 보존하면서도 새로운 생산 모델을 창출 할 수 있는 아이디어는 수도 없이 많습니다.
저도 10여 전 부터 도청 이전 문제로 시끄러울 때 도청이 안동으로 왔으면 하고 바라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도청이 아니라, 분당, 일산같은 그 흔한 新도시가 들어온다니 뭔가 한참 잘 못되어 가는 분위기 입니다. 도청이면 도청이지 新도시는 또 뭐며, 안동 시내나 예천 시내도 있는데 굳이 전통이 면면히 흐르는 이 산간 벽지까지 이런 식으로 희생 시켜야 하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안동은 서울 처럼 낙동강을 기준으로 강남과 강북으로 나뉘어 있습니다. 그런데 현재 안동의 강북만 개발되어 있기 때문에 안동시 입장에서는 도청이 들어오려면 안동 강남 지역이 가장 적합합니다. 안동의 강남 개발은 안동시의 오랜 숙원 사업이기도 합니다.
예천은 현재 산 밑에 있는 읍내를 제외하고, 남쪽은 전혀 개발이 되지 않은 허허벌판입니다. 이곳은 따로 부지 조성을 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넓고, 평지가 형성되어 있는 곳입니다. 예천군 입장에서도 이곳에 신도시가 들어온다면 쌍수를 들어 환영할 일입니다.
낙후된 경북 북부 지역 발전 논리에 따라 굳이 인구 10만 명이 거주하는 신도시가 필요하다면 제가 예를 든 안동과 예천 시내에 충분히 터가 있습니다. 이미 도시를 끼고 있는 부지가 있고, 또한 시를 획기적으로 개발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인데도 안동시와 예천군은 이를 마다하고 접경 지역의 산간 벽지를 신도시 예정지로 선택 했한 것입니다.
이는 오직 지자체가 도청을 유치했다는 명분과 실속을 챙기는 동시에, 이 접경 지역이 인구가 적어서 반발이 적고, 땅값이 싸다는 1석 3조의 효과를 노린 것 때문이지 실제 그곳이 도청 후보지로 적합해서가 아닐 것입니다. '발전=개발=신도시 혹은 공장'이란 논리가 어떻게 당연한 것이 되었는지 세태가 무섭습니다. 돈의 논리란 참으로 잔인한 것인가 봅니다.
해질 무렵의 내성천. 도청과 인구 10만 명의 신도시가 들어오면 가장 가까운 이곳의 모래를 다 퍼서 쓸 것은 불을 보듯 자명합니다. 그러고 나서 아마 한강처럼 콘크리트 제방과 둔치를 만들 것이다. 이미 안동시내를 관통하는 낙동강은 그렇게 만들어 놓았습니다. 지금 보이는 모래도 1988년부터 10년간 이곳에서 퍼낸 후, 이제 겨우 다시 백사장이 형성되고 있는 중입니다.
내성천 백사장. 10년동안 모래를 퍼낸 곳인데도 상류에 워낙 모래가 풍부해 몇년이 지나지 않았는데, 백사장이 형성되고 있습니다.
이곳이 바로 도청과 신도시가 들어설 부지 일대입니다. 뒷쪽에 보이는 산 아래에는 우리 할아버지가 태어난 동네로 제법 큰 경주 이씨 집성촌입니다. 뒷산이 바로 경주 이씨 문중산입니다. 뒷산 아래는 저의 조상들이 병자호란 무렵 이주해 와서 살던 마을이 있습니다.
같은 방향에서 모가 제법 자란 모습을 찍은 것입니다.
모판을 건네 주시는 아버지(2005년 여름). 아버지가 모내기 기계를 부릴 줄 모르기 때문에 모내길 철에는 저나 형님이 잠깐 내려와서 모내기를 도와드려야 합니다.
제가 학교 다닌 길. 위 모내기 한 논에서 각도를 오른쪽으로 약간 돌려서 찍은 모습입니다. 역시 도청이 들어오면 사진에 보이는 논과 이 일대도 신도시가 될 것입니다. 뒷쪽 산 능선이 도청과 신도시 후보지 경계선이 됩니다.
저는 사진에 보이는 길이 비포장 도로 일 때부터 농사일을 거들며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를 다녔습니다. 뒤쪽에 보이는 파란색 지붕의 창고는 공장이 아니라, 1970년대 지은 정부의 벼 수매 창고로, 벽면에 '근면 협동 자조' '협동으로 생산하여 공동으로 판매하자'란 글씨가 아직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지금도 벼가 저장되어 있습니다.
역시 도청 예정지인 안동시 풍천면 쪽의 모습. 바로 위 사진에서 조금 도 오른쪽으로 카메라를 돌려서 찍은 모습니다. 산 아래 보이는 곳 마을까지는 예천군이고, 그 바로 옆부터 안동군입니다. 보이는 산은 지역에서는 '거무산'이라고 부르는데 주변에서 안동의 '학가산' 다음으로 높은 산입니다. 바로 이 산 아래는 역시 도청 이전 예정지에 포함된 '갈밭'(갈전)이란 오래된 동네가 있고, 그곳에서 5분 거리에 하회마을이 있습니다.
풍천면 갈발(갈전리)의 모습니다. 뒷쪽에 보이는 산이 바로 위 사진에 보이는 높은 산이 '거무산'입니다. 바로 위 사진은 동쪽에서 본 모습이라면, 이것은 남쪽의 모습입니다. 작년 가을 미국에 살고 있는 큰 누나가 '갈밭'에 있는 친구를 만나러 왔다가 찍은 사진입니다.
제가 위에서 소개한 저의 문중산 아래 지역은 신도시가 펼쳐지고, 누나가 서 있는 장소가 실제 도청이 위치할 가능성이 가장 큽니다. 여기서 남쪽으로 5분 거리에 안동 하외마을이 있습니다.
먼저 하늘 나라로 간 동생의 유골이 뿌려진 동산 마루 밭. 어머니가 밭 비닐을 쒸우고 계십니다. 이날 시골에 내려가니 사진에 보이는 비닐을 어머니가 혼자서 쒸우고 계셨습니다.(2007년 봄). 물론 사진을 찍은 후 제가 도와 드렸지만, 올해는 제가 좀 일찍 시골에 내려가 어머니와 이 밭의 비닐을 다 쒸우고 왔습니다.
이곳 산마루를 경계로 예천군과 안동군이 나뉘어 지는데, 현재 비닐이 쒸워진 오른쪽은 안동군 땅에 포함되고, 비닐이 없는 왼쪽은 예천군 쪽입니다. 제가 사진 찍기 위해 서 있는 장소가 바로 경계 지역입니다.
주변에 다른 밭이 없기 때문에 어머니 아버지 외에 1년 열두 달 사람 하나 올라 오지 않는 곳입니다. 저도 이 사진을 찍은 바로 전해(2006년) 추석 때 동생이 죽은 후 7년 만에 이곳에 올라와 봤습니다.
마지막으로 동산마루에서 내려다 본 우리마을입니다(서쪽 방향). 워낙 골짜기에 있어 이름조차 '움골'입니다. 저의 할아버지가 이곳에 이사 와서 살았습니다. 예전에 郡과 郡은 주로 산으로 나누었기 때문에 접경지역은 주로 산지로 이루어 져 있습니다. 지금 제가 사진을 찍은 곳을 기준으로 왼쪽이 안동군이고, 오른쪽이 예천군입니다.
어쩌다 보니 이런 접경 지역 오지가 도청 후보지 한 가운데가 된 것입니다. 이곳이 신도시에 밀려버려도, 누가 아쉬워 해주거나 슬퍼할 사람도 없을 것입니다. 골짜기 마다 간직하고 있던 수많은 전설과 사연은 그야말로 '재 너머 잊혀질 이야기'가 될 것입니다.
2006년 6월 10일 씀
